【서울중앙지방법원 2024.11.1. 선고 2023가합72217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3가합72217 해고무효확인

• 원 고 / A

• 피 고 / B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24.08.16.

• 판결선고 / 2024.11.01.

 

<주 문>

1. 이 사건 소의 예비적 청구 중 위임계약 해지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의 소를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71,642,288원 및 이에 대하여 2024.6.19.부터 2024.11.1.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각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70%는 원고가, 3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1) 주위적으로, 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2.9.2.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② 피고는 원고에게 2022.9.2.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24,633,847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예비적으로, 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2.9.2.자 위임계약 해지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② 피고는 원고에게 517,310,787원 및 이에 대하여 2024.6.13.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항공기나 항공방산전자장비 등의 설계·제조·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로 2019.9.10. 원고를 비상근고문으로 채용하였다.

나. 이후 피고는 경력직 특별채용을 통해 2020.7.1. 원고를 커뮤니케이션실 실장, 상무보로 채용하였고, 2021.1.1. 원고를 상무로 승진시킨 후 2022.4.1. 피고의 중남미 사무소 소장으로 발령하였다.

다. 원고는 2022.8.25. 피고의 인사실장 C로부터 ‘대표이사 D가 2022.9.2.자로 원고에 대한 퇴직을 결재하였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이하 ‘이 사건 메시지’라고 한다)를 받고, 중남미 사무소에서 철수하여 2022.8.31. 귀국하였고 2022.9.2. 이후 피고를 위해 업무를 하고 있지 않다.

라. C가 원고에게 이 사건 메시지를 보낼 당시 피고의 정관 및 인사관련 규정의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6, 10, 18,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5, 11,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주위적 청구

원고는 피고와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근로자로서 비등기임원으로 근무하던 중 정당한 이유 없이 이 사건 메시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해고되었다. 피고의 해고는 부당한 해고로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 제27조제1항에 따라 무효이므로 이에 대한 확인을 구하고, 부당해고일인 2022.9.2.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24,633,847원(2022.1.분부터 2022.8.분까지 본봉의 월 평균액)의 비율로 계산한 돈의 지급을 구한다.

2) 예비적 청구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라 위임계약에 따른 수임인이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그에 관한 규정인 임원 인사관리 규정에서 정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다. 이러한 해지는 무효이므로 이에 대한 확인을 구하고, 원고의 위임계약 만료일은 2026.3.31.(위임계약기간은 원고가 중남미 소장으로 위촉된 2022.4.1.부터 4년간이다)인바, 우선 부당해지일인 2022.9.2.부터 2024.6.1.까지 21개월간의 보수 517,310,787원(= 앞서 본 월 24,633,847원 × 21개월)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1)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관계는 근로계약관계가 아니라 위임관계이므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주위적 청구는 부당하다.

2)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가) 원고는 피고에게 사직의 의사(명시적·묵시적)를 표시하였다. 즉 원고는 처음 채용될 때부터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인 E가 퇴임하면 함께 퇴임하기로 하였고, 피고의 퇴임권유에 동의하여 아무런 이의없이 보안서약서 등에 날인 후 출근하지 않았으며, 피고로부터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른 퇴직금 214,574,160원을 수령하였고, 피고에게 퇴임임원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제공되는 자문역 계약 체결을 문의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원고와 피고는 합의하에 위임계약을 종료하였는바, 2022.9.2. 위임계약이 종료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도 부당하다.

나) 설령 원·피고 사이의 위임관계가 2022.9.2.경 합의에 따라 종료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임원 인사관리 규정 제7조제5호(정기 임원인사 시 업무위촉을 받지 못한 경우)에 따라 당연퇴임 하였고, 이러한 위임관계는 민법 제689조에 따라 피고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도 있으며, 해지에 따른 별도의 손해배상에 관한 약정도 없는바,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할 돈은 없다.

 

3.  판단

 

가.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9.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7.11.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2)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였는지에 관한 판단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1, 2, 3, 5, 6, 7, 10, 11, 12호증의 각 기재, 앞서 든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피고의 근로자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원고는 피고의 비등기임원으로서 피고와 위임관계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가) 먼저 원고와 관련한 피고의 규정 및 그 처우 등에 관하여 본다.

(1)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나 위임 또는 위촉계약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원고가 2022.9.2.경 피고의 비등기임원인 상무로 근무하였다는 사실은 다툼이 없다.

(2) 피고의 인사규정은 사원과 비등기임원을 명확히 구분하며, 비등기임원은 임원 인사관리 규정이 적용된다(제2, 8, 9, 10조)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인사규정에 ‘비등기임원과 관련하여 본 규정에 정하지 않은 경우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준용하여 인사위원회의의 결정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제25조)한 부분도 있으나, 이는 비등기임원의 경우에는 근로자와 달리 당연히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이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서, 위 규정을 들어 원고를 근로자로 평가할 수는 없다.

(3) 피고의 인사규정은 ① 사원의 보수 등과 관련하여 ‘급여관리규정’과 ‘기본급 조정 기준’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고(제19조), ② 사원에 대한 인사권을 대표이사에게 부여하고 있으나 대표이사가 임원에게 인사권을 일부 위임하는 것도 가능하며(제4조), ③ 사원에 대한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고(제34, 37조 등), 사원의 경우 보직에서 면직되었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등의 내용은 없다.

(4) 반면에 임원 인사관리규정은 비등기임원과 관련하여 ① 상근임원의 경우 외부에서 선임 시 해당직위 및 연차 등 개인경력을 고려하여 전사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표이사가 결정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제4조제1, 3항), 내부에서 임원으로 선임된 경우에는 사원의 근로관계는 종료되고 새롭게 위촉된 업무를 수행한다(제4조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② 임원에 대한 업무위촉은 매년 정기 조직개편과 연계하여 1년 단위로 정하고 필요 시 업무위촉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제5조)고 정하고 있고, 각 직위별로 체류연한이 있으며(제6조), 이러한 체류연한(직위별 정년)에 도달하거나 정기 임원인사 시 업무위촉을 받지 못한 경우 당연히 퇴임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제7조제4, 5호). ② 그 처우에 있어서도 사원과 달리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제9조), 위 규정에 따른 근무년수당 지급률은 최소 3배로「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제8조제1항에 규정된 하한보다 훨씬 놓은 금액이다. 보수 또한 사원과는 다른 체계로 정해지는데,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2022년 원고가 피고로부터 받은 월 평균 보수액은 본봉만 해도 24,633,847원에 이르고,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3억 원에 가까운 돈인바, 임원이 아닌 피고의 다른 근로자들과 비교할 때 원고가 받은 보수는 상당히 높은 금액인 것으로 보인다. ③ 이외에도 사무실, 차량 및 기사 등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원사항에 관하여 임원 근무환경 지원기준을 두고 있고(제21조), 사원 등 근로자에 해당하는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 기준에 따른 복리후생 외에도 개인연금, 종합건강검진 등에 관한 추가적인 지원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으며(제22조), 퇴직임원의 경우 피고의 고문 또는 자문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도 두고 있다(제8조). 이처럼 피고의 인사규정과 임원 인사관리 규정은 분명히 구분되는 내용들이 있다.

(5) 한편 피고는 임원을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으로 구분하고 있고, 정관 등에 의하면,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은 선임절차나 이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권리 등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원고는 이러한 차이를 강조하며 비등기임원인 원고가 등기임원과 달리 피고의 근로자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의 비등기임원의 경우에도 적용규정이나 처우가 사원과는 명확히 구분되므로, 비등기임원에 대한 처우나 권한 등이 등기임원에 이르지 못한다고 하여 등기임원은 위임관계이고, 비등기임원은 근로계약관계라고 단정하여 볼 것은 아니다.

(6) 피고는 2020.7.1. 원고를 상무보로 채용하면서 임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라 원고에 대한 보수를 정하였었고(을 제12호증), 퇴임임원에 대한 조치로 2022.9.경 원고에게 2022.10.1.부터 2023.9.30.까지 1년간 비상근 자문역으로 위촉될 수 있음을 알렸으며, 2022.9.16.경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라 산출된 퇴직금 214,574,160원을 지급하였는바, 피고가 원고에 대해 인사규정(갑 제18호증)이 아닌 임원 인사관리 규정(을 제4호증)을 적용한 것은 분명하다.

나) 원고의 업무수행 및 그에 대한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관하여 본다.

(1)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2020.7.1.경 피고의 당시 대표이사였던 D에게 국가재정시스템 내지 대관업무 전문가라고 인정받아 특별채용된 것이다. 피고의 조직도(갑 제11호증)를 보면, 원고가 수행한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의 상급자로 운영그룹장과 경영전략부분장, 대표이사가 있으나, 피고의 위임전결규정(을 제5호증)상 대부분의 사항은 커뮤니케이션실 실장 이하의 전결로 처리된다.

(2) 커뮤니케이션실은 커뮤니케이션팀, 홍보팀, 사회공헌팀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사회공헌팀의 업무 등은 원고가 수행하지 않고, 원고의 상급자인 운영그룹장 등의 통제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갑 제30호증). 그러나 원고는 대외협력업무에 있어서는 운영그룹장 등의 통제를 받지 않고 관련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보인다(을 제10호증).

(3) 원고가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으로 업무를 수행할 당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가정해보더라도, 원고는 2022.4.1.자로 피고의 중남미 사무소장으로 발령받았고, 이 사건 메시지를 받았을 때도 여전히 중남미 사무소장으로 일하고 있었으며, 임원 인사관리규정은 임원으로 선임된 경우에는 사원의 근로관계는 종료되고 새롭게 위촉된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중남미 사무소장으로 업무수행 당시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가 원고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는데 주된 요소가 될 것이다. 이에 관하여 보건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중남미 사무소장으로서 업무수행을 하는 데 있어 원고를 근로자로 볼 정도로 대표이사 등이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① 원고에 대한 중남미 사무소장 발령 당시 피고의 기안 내지 보고 내용(갑 제4, 5호증)을 보면, ‘중남미 사무소의 조기 정착과 현지 고위급 핵심 관계자와의 네트워킹 형성을 위해 업무경력자/현지전문가를 파견할 필요가 있어 관리자급 인력을 선제적으로 파견하기로 하여, 임원이자 장기간 대외협력분야에서 업무를 한 원고를 사무소장으로 파견하고, 중남미사무소 개소 경험이 있는 F 부장을 업무총괄로 파견한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원격지 근무의 특징상 해외사무소 내부에서 발생하는 업무에 관하여는 대부분 사무소장에게 최종권한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 중남미 사무소 개설 보고의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기안된 ‘중남미 사무소 인력운영계획’의 최종 결재자는 원고였다(을 제6호증).

② 중남미 사무소의 콜롬비아 수출업무 등과 관련하여, 원고는 대표이사 등에 대한 보고를 요청받았고(갑 제21호증), 조직구조상 상위직급자인 수출혁신센터장 G 상무에게 진행 현황에 관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으나(갑 제14호증), 대표이사를 포함한 업무관련자들에게 업무에 관한 상황을 전달·공유하거나 협의하는 행위 등은 임원들의 업무수행과정에서도 통상 발생 가능한 업무행위이고, 민법 제683조는 수임인의 보고의무를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 구체적으로 대표이사 등이 원고에게 어떠한 업무지시를 하고 어떻게 감독을 한 것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증거가 없고, 원고와 G이 주고받은 메시지들을 보아도, 원고가 G에게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였다며 진행현황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G이 원고에게 처리방안 등을 지시를 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G 또한 2023.1.11. ‘원고에게 구체적으로 업무지시를 한 적이 없는 등 원고의 업무수행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확인서(을 제10호증)를 작성하였다.

③ 원고는 ‘피고가 수출하는 물건(FA-50, 파이팅이글 경공격기 등)은 대한민국의 전략물자이므로 대한민국의 승인 등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원고가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승인 등이 필요한 문제는 원고가 아니라 피고의 대표이사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였어도 발생하는 부분으로 이와 관련하여 피고의 대표이사 등이 원고에게 어떠한 지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무특성에 기인한 것에 불과하고, 원고에게 재량이 부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이사 등이 원고에게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함으로서 원고가 근로자와 같이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 마지막으로 사용자가 근무시간을 정하고 이에 따라 원고가 구속을 받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비등기임원의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시간에 관하여 규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리고 2020.7.1.부터 2022.9.2.까지 원고의 회사 출입기록(을 제7호증)을 보면, 원고가 09:00경 출근하여 18:00경까지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퇴근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존재하고, 상당시간 출퇴근 기록이 없는 부분 등은 해외 출장으로 인한 기간(코로나-19로 인한 격리기간 포함)으로 추측되기도 하나, 기록되어 있는 출입시각(최초 및 최종)과 임원의 경우에도 다른 사원 등의 근무시간에 맞춰서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시간에 구속을 받은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위임계약 해지 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직권으로 적법 여부에 관하여 본다. 확인의 소에 있어서는 권리보호요건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그 확인의 이익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이 있고 그 불안, 위험을 제거함에는 피고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인정된다(대법원 2013.2.15. 선고 2012다6739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메시지를 통해 원고에 대하여 비등기임원으로서의 업무수행을 위한 위임계약를 해지한 것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위 위임계약이 기간의 만료 등으로 인해 이미 종료되었다면, 위 해지에 관한 무효확인을 받아도 원고는 위임관계를 회복할 수 없으므로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 할 것이다.

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임원 인사관리 규정은 별도로 계약기간의 정함이 있지 않은 이상, 임원의 업무위촉은 매년 정기 조직개편과 연계하여 1년 단위로 정하는 것을 전제로 정기 임원인사 시 업무위촉을 받지 못한 경우 위임관계가 당연히 종료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5, 7조). 그리고 원고의 경우 그 계약기간을 정한 근로 또는 위임계약서가 존재하지 않고, 단순히 피고의 인사발령문 등에서 원고에 대한 중남미사무소장 발령을 2026.3.31.까지로 정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와 2026.3.31.까지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와 피고가 위임기간을 2022.4.1.부터 2026.3.31.까지 4년으로 정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메시지에 따른 피고의 위임계약 해지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후 원고의 업무수행이나 피고의 행위에 비추어, 피고가 더 이상 원고에 대한 업무위촉을 하지 않아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관계는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2022.9.2. 이후 피고의 정기 임원인사일이 언제인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임원의 업무위촉은 1년 단위가 원칙이라는 점에 비추어, 적어도 피고와 원고 사이의 위임관계는 원고를 중남미 사무소장으로 발령을 한 2022.4.1.부터 1년이 경과한 2023.3.31.에는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결국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2.9.2.자 위임계약 해지의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의 소는 부적법하다.

2) 미지급 위임보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임계약에 따라 원고가 받을 수 있은 월 보수가 24,633,847원이라는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22.9.2.부터 2023.3.31.까지 기간(6개월 30일)에 대하여 월 24,633,847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인바, 피고는 원고에게 171,642,288원[= (24,633,847원 × 6개월) + (24,633,847원 × 30일/31일), 원 단위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하여 2024.6.13.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 다음날인 2024.6.19.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4.11.1.까지는 상법에서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유상계약이든 무상계약이든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대법원 2015.12.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참조), 민법 제689조는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사이에 계약으로 이와 달리 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당사자가 위임계약의 해지사유와 절차 등에 관하여 이와 다른 내용으로 약정한 경우 이러한 약정은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거래의 안전과 이에 대한 각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단순히 주의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와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9.5.30. 선고 2017다5326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이 사건 메시지 등 피고의 해지통지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계약이 해지되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와 비등기임원인 원고 사이의 위임계약의 내용은 피고의 임원 인사관리 규정에 따라 정해진다고 할 것인데, 위 규정은 임원의 퇴임사유를 별도로 정하고 있고(제7조), 이러한 규정은 피고가 스스로 마련한 규정인바, 별도의 계약이 없는 한 피고는 위 규정에서 정한 퇴임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비등기임원인 원고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민법 제689조에 따른 자유로운 해지권 행사는 제한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민법 제689조를 근거로 이 사건 메시지 등 피고의 일방적인 통지에 따라 위임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임원 인사관리 규정은 ‘비등기임원이 사임의사를 표시하고 회사가 승낙한 경우’를 퇴임사유로 정하고 있고, 위와 같은 규정이 있더라도 원고와 피고가 합의에 의해 위임계약을 종료하는 것을 제한할 이유가 없으므로, 원고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피고에게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6, 24 내지 31호증, 을 제11,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원고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피고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한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①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메시지를 보내기 이전부터 원고가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 D가 퇴임하면 같이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만한 증거는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② 이 사건 메시지의 내용은 ‘대표이사 D가 2022.9.2.자로 원고에 대한 퇴직을 결재하였다’는 것으로 이러한 내용 외에 그 이전에 원고가 피고에게 사임서 내지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볼만한 내용은 없고, 원고의 퇴임을 D가 결재한 기안지(을 제12호증 26쪽 참조)에도 원고의 사임요청이 있었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피고의 인사기획팀 H 부장은 2022.9.5.경 원고에게 사임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는 2022.9.2. 이전에 피고에게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는 2022.9.2. 이후인 2022.9.16.경 피고로부터 퇴직금 214,574,160원을 받았고, 2022.9.27. 피고에게 ‘2022.9.2.부로 계약이 종료한 이후에도 지득한 군사비밀에 관한 보안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보안서약서와 ‘퇴직 후 2년간 재직 중 지득한 기업비밀 등을 유출, 발설 공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기업비밀/기술보호 서약서에 서명한 후 제출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서류는 의원면직이 아니더라도 임원이 퇴직하는 경우 피고가 징구하는 서류로 보이고,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가 2022.9.2. 이전에 피고에게 사임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서류제출이나 원고가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2022.9.2.자로 위임계약을 종료하는 것에 합의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는 원고가 2022.11.23. 피고의 행위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다는 점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다) 결국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계약이 2022.9.2.경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고,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관계는 2023.3.31.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위와 같이 종료되었음에도 당연퇴임 시까지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독자적인 주장에 불과하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의 예비적 청구 중 위임계약 해지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하고, 예비적 청구 중 보수청구 부분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여야 하며, 주위적 청구 및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안성민 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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