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2024.10.25. 선고 2023노3091 판결】
• 창원지방법원 제5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3노3091 가. 화학물질관리법위반(피고인 A에 대하여 일부 인정된 죄명, 피고인 B, C에 대하여 인정된 죄명: 업무상과실치상)
나.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상)
다. 화학물질의등록및평가등에관한법률위반
라.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마. 대기환경보전법위반
바. 악취방지법위반
사. 물환경보전법위반
• 피고인 / 1.가.다.라. A
2.가.나.라.마.바.사. B
3.가.라. C
4.가.나.라.마.바.사. D 주식회사
5.가.라. E 주식회사
6.가.라. 주식회사 F
7.가.다.라. 주식회사 G
• 항소인 / 쌍방
• 원심판결 / 창원지방법원 2023.11.3. 선고 2022고단1429 판결
• 판결선고 / 2024.10.25.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를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피고인 A에 대한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A에게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피고인 A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각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A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 법리오해
가)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부분(피고인 A, 주식회사 G의 업무상과실 화학사고 치상으로 인한 화학물질관리법위반, 피고인 B, C, D 주식회사, E 주식회사, 주식회사 F의 화학물질관리법위반)
화학물질관리법상 화학사고의 정의 규정, 안전보건공단이 발간한 「화학사고 사례 연구(2023.10.)」상 화학사고 정의 규정 등을 종합할 때, 화학물질관리법상 ‘유출 또는 누출로 인한 화학사고’의 범위에는 이 사건과 같이 유해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공기 중에 장기간 노출되었고 특히 일부 공간에서는 법령상 허용 기준이 훨씬 초과되어 이를 근로자들이 흡입하여 중독된 경우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 A, B, C에 대한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 및 피고인 G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G’이라 하고, 다른 회사의 경우에도 ‘주식회사’의 명칭은 생략한다), D, E, F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피고인 C, F에 대한 일부 무죄 부분(보건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피고인 F가 H로부터 제공받은 ‘UKLEEN TX2’라고 기재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구성성분으로 ‘디클로로에틸렌 20% 이하‘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2021.6.∼2022.2.)가 아닌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압수수색 당시(2022.2.21.) 실시한 성분 검사 결과만을 근거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다) 피고인 B의 업무상과실치상죄 및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상)죄에 대한 죄수 부분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한다)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화학물질관리법위반죄 상호 간은 그 보호법익, 제정목적, 업무상 주의의무의 내용 및 성격이 서로 다르므로 실체적 경합관계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 B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상상적 경합관계로 의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피고인 A, B, C, F에 대하여)
피고인 A, B, C, F에 대한 원심의 각 형(① 피고인 A: 징역 2년, ② 피고인 B: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등, ③ 피고인 C: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등, ④ 피고인 F: 벌금 1,0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들
1) 피고인 A, G(양형부당)
원심의 각 형(① 피고인 A: 징역 2년, ② 피고인 G: 벌금 3,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B, D, E
가) 사실오인, 법리오해
(1) 업무상과실치상,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상) 부분 -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의 가. 1)항’, ‘제2의 마. 1)항’
피고인 B은 사업장 내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였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였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부과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의무를 이행하였다. 설령 피고인 B이 중대재해처벌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더라도, 이는 피고인 B이 UKLEEN T6 세척제에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므로 그 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 B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 및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상)죄를, 피고인 D에 대하여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상)죄를 각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산업안전보건법위반(보건조치의무 위반) 부분 -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의 나. 1) 나)항 및 다)항‘, ‘제2의 마. 2)항’, ‘제2의 바.항’
피고인 B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49조에 따른 근로자 유해성 등 주지 의무를 이행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 B, D, E에 대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각 형(① 피고인 B: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등, ② 피고인 D: 벌금 2,000만 원, ③ 피고인 E: 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피고인 C, F
가) 사실오인, 법리오해
(1) 업무상과실치상 부분 -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의 가. 2)항’
피고인 C는 UKLEEN 900DX2 세척제에 트리클로로메탄이 1% 이상 함유된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피고인 C가 그 사실을 알았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 C에게 UKLEEN 900DX2 세척제에 관리대상 유해물질이 함유되었을 경우까지 예견하여 건강장해를 예방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고인 C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산업안전보건법위반(보건조치의무 위반) 부분 -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의 다.항’, ‘제2의 사.항’
피고인 C는 UKLEEN 900DX2 세척제에 관리대상 유해물질(크실렌, 트리클로로메탄)이 1% 이상 포함된 사실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국소배기장치의 성능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것 이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 C, F에 대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각 형(① 피고인 C: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등, ② 피고인 F: 벌금 1,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부분(피고인 A, G의 업무상과실 화학사고 치상으로 인한 화학물질관리법위반, 피고인 B, C, D, E, F의 화학물질관리법위반)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나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해자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것이 ‘화학물질이 사람이나 환경에 유출·누출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화학물질관리법 제2조제13호에서는 “화학사고란 시설의 교체 등 작업 시 작업자의 과실, 시설 결함·노후화, 자연재해, 운송사고 등으로 인하여 화학물질이 사람이나 환경에 유출·누출되어 발생하는 모든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안전보건공단이 발간한 화학사고 사례연구(2023.10.)는 중대산업사고로서의 화학사고 내지 화학재난에 관한 사례연구 책자인데, 중대산업사고란 “유해하거나 위험한 설비로부터 위험물질 누출, 화재 및 폭발 등으로 인하여 사업장 내의 근로자에게 즉시 피해를 주거나 사업장 인근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고”를 말하고(산업안전보건법 제44조), 여기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고”란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설비에서의 누출·화재·폭발 사고” 등으로 정의되어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43조제3항). 마찬가지로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고용노동부훈령 제257호) 제2조제2호에서는 “화학사고란 화학물질이 시설의 교체 등 작업 시 작업자의 과실, 시설 결함·노후화, 자연재해, 운송사고 등으로 인하여 유출·누출되거나 화재·폭발하는 등 사람이나 환경에 영향을 주는 일체의 상황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② 위와 같은 관련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화학사고란 화학물질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인하여 유출 또는 누출되는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위 산업안전보건법령이나 고용노동부훈령은 “누출, 화재, 폭발 등”이라고 하여 화학물질의 발현 경로에 관하여 화학물질관리법보다는 넓게 여지를 둔 듯 보이기는 하나, 여기에 화학물질의 정상적인 사용 과정에서 작업자에게 노출, 접촉되어 중독된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화학물질에의 노출, 접촉이 전제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보호를 위한 설비가 미흡하여 화학물질이 일정 농도 이상 작업장 내에 축적되고 중·장기간 노출되어 중독이 발생한 경우를 “화학사고”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검사는 위 화학사고 사례연구에서 ‘산업재해의 발생형태 중 화재, 폭발·파열, 화학물질의 누출·접촉으로 인한 사고를 일반적으로 화학사고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는 점(제4쪽), ‘1회 또는 반복 노출에 따라 화학물질이 간, 신장, 신경계 등 특정 장기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기재하고 있는 점(제30쪽) 등을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으나, 여기서의 ‘접촉’이나 ‘노출’ 또한 화학물질의 유출 등으로 인하여 접촉이나 노출된 결과를 말한다고 볼 것이어서, 화학사고 사례연구의 위와 같은 내용만으로는 이 사건이 유출 또는 누출로 인한 화학사고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④ 원심의 환경부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결과(2023.2.10.자, 2023.7.26.자)에 의하면, “‘유출·누출’은 배관 또는 저장시설(용기 등)에서 화학물질이 외부로 나오는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세척제에 포함된 휘발성이 있는 화학물질은 세척과정에서 작업공간에 상시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사건은 일정 농도 이상으로 사업장 내에 존재하게 된 화학물질에 의해 중·장기에 걸쳐 중독이 발생한 경우이다. 따라서 검사가 들고 있는 비교 사례와 같이 폐수를 집수조로 투입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남아있던 폐수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유독물질이 생성·유출되어 즉각적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와는 차이가 있다”라고 하면서, 이 사건 사고는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화학사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⑤ 당심의 안전보건공단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결과에 의하면, 안전보건공단은 이 사건이 화학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화학물질의 반복 노출로 인하여 특정 장기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화학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질의에는 환경부의 소관이라는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다. 또한 위 안전보건공단은 “화학물질의 ‘누출’이란 ‘화학설비 등에서 액체나 기체 등이 밖으로 새어 나옴’을 의미하고, ‘접촉’이란 ‘화학물질이 인체에 닿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세척과정에서 세척제에 포함된 휘발성이 있는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증발한 것으로 누출의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르고, 증발한 화학물질이 근로자의 인체(호흡기, 피부)에 접촉하여 직업성 질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회신하였다. 결국 이 사건 사고는 화학물질의 유출 또는 누출이 전제되지 아니한 접촉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이를 화학사고로 보기는 어렵다.
나. 피고인 C, F에 대한 일부 무죄 부분(보건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H이 피고인 F에 디클로로에틸렌이 포함된 세척제를 공급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 F는 기존에 사용하던 세척제를 변경하기 위하여 2021.3.경부터 이 사건이 발생할 무렵까지 피고인 G 측과 수차례 회의, 실험을 하면서 새롭게 사용할 세척제의 구성성분과 배합비율을 조정하는 절차를 거쳤다. 증인 H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G이 최초에 피고인 F 측에 제공한 제품은 다이메틸 카보네이트가 주성분인 ‘UKLEEN 900’이었고, 여기에 크실렌(자일렌의 다른 이름)의 비율을 변경해가면서 UKLEEN 900DX, UKLEEN 900DX1, UKLEEN 900DX2, UKLEEN 900DX3, 900DX2 PH 등의 세척제를 만들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 G과 피고인 F는 다이메틸카보네이트, 크실렌 등에 관해 주로 협의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1,2-디클로로에틸렌이라는 성분은 논의의 대상으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② ‘UKLEEN TX2’라고 기재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외한 다른 세척제 샘플들의 물질안전보건자료상에는 1,2-디클로로에틸렌이 구성성분으로 기재되어 있지도 않다. 피고인 F는 UKLEEN 900DX2를 주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UKLEEN 900DX2 세척제의 겨울철 결빙 현상에 대응하기 위하여 UKLEEN 900TX2 세척제가 개발되었는데, UKLEEN 900TX2 세척제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③ 피고인 G 측은 UKLEEN 900TX2의 개발과정에서 구성성분과 배합비율이 바뀔 때마다 변경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하여 피고인 F 측에 제공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UKLEEN 900TX2 세척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단기간에만 사용할 예정인 세척제였기 때문에 실제로 첨가되는 물질이나 첨가량이 변동되고 있었다. 따라서, UKLEEN 900TX2 세척제의 실제 구성성분이 ‘UKLEEN TX2’라고 기재된 물질안전보건자료의 기재와 같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피고인 B의 업무상과실치상죄 및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상)죄에 대한 죄수 부분
1) 관련 법리
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에서의 주의의무가 일치하고, 이는 1개의 행위가 2개의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해당하는 경우이므로, 양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대법원 1991.12.10. 선고 91도2642 판결, 대법원 202.4.9. 선고 2016도14559 판결 등 참조).
나)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호 간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가 수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대법원 2023.12.28. 선고 2023도12316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부과된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으므로, 하나의 의무위반행위로 인하여 동일한 법익을 침해한 수죄로 보아 두 죄가 각각 성립하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B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죄 및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상)죄 상호 간을 상상적 경합으로 의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 B, D, E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 B, D의 업무상과실치상,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상) 부분 -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의 가. 1)항’, ‘제2의 마. 1)항’
피고인 B, D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아래의 법리와 함께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 B, D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UKLEEN T6 세척제에 트리클로로메탄이 1% 이상 함유된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 및 인과관계의 인정 여부
(1) 증인 진술의 신빙성 관련 법리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20.10.29. 선고 2019도404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① 원심은 증인 I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증인 J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보았는데, 증인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을 수 없고, 당심에서 새롭게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드러난 것도 없다.
② 피고인 D이 2021.9.경부터 사용하던 KAC-200 세척제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 의하면 KAC-200 세척제에는 트리클로로메탄이 5∼9% 미만 함유되었다고 기재되어 있었고, 피고인 G로부터 샘플로 제공받은 UKLEEN TA 세척제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 의하면 UKLEEN TA 세척제에는 트리클로로메탄이 60% 이하 함유되었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또한 피고인 B, D이 제출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2022.1.10.자)에 의하더라도, 예비조사시 공정별 특이사항에 “E동 습식컷팅, F동 프레스, 절곡, 컷팅 작업자의 경우 KAC-200, UKLEEN T6 제품을 사용하여 필요시 수시로 세척작업을 하고 있어 1,2-디클로로에틸렌, 클로로포름을 시간가중평균 노출 기준으로 평가할 계획입니다”라 고 기재되어 있다.
③ 증인 J은 원심 법정에서 ‘거의 모든 세척제 제조업체에서 염화메틸렌(디클로로메탄의 다른 이름)의 대체제로 클로로포름(트리클로로메탄의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물질을 사용하되 가격이나 해당 업장에 맞는 세척 비율을 맞춰주는 데에 초점이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증인 K은 원심 법정에서 ‘MC(염화메틸렌을 뜻함)라는 물질이 규제가 되면서 트리클로로메탄이 대체품으로 새롭게 대두되었다. 2021.11.9.경 K, J, I이 세척제 변경에 관하여 대면하여 미팅할 당시, J이 I에게 클로로포름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CF(클로로포름을 뜻함)라는 표현을 더 많이 썼다. 함유량에 대해 이야기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클로로포름이 빠지면 당연히 세척이안 되기 때문에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되는 이유에 대해서 I이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당연히 알고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④ 그렇다면 UKLEEN T6 세척제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피고인 B, D, E는 그 구체적인 함량까지는 정확하게 몰랐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트리클로로메탄이 세척을 위한 성분으로 1% 이상 첨가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⑤ 위와 같이 피고인 B, D, E가 위 사실을 알고 있었던 이상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그 보건조치 등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피고인 B, D의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 조치 의무 위반 역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므로 그에 대한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나)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 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
(1)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개선하는 업무절차의 마련 여부(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3호)
①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제1항제1호, 동법 시행령 제4조제3호의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란,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스스로 건설물, 기계·기구, 설비 등의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그 위험성을 평가하고 유해·위험요인의 제거·대체 및 통제방안을 마련하고 이행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도록 하려는 규정이다. 따라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 시 대책의 적절성, 개선 진행 상황 및 개선 완료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토하여야 하며, 위험요소의 제거·대체, 공학적·행정적 통제, 개인 보호구 제공여부 등을 검토하여 위험성이 합리적인 수준 이하로 감소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② 피고인 D의 공정 과정은, 파이프 형태의 원재료 가공, 가공된 부품의 세척, 세척된 부품의 용접·조립, 완제품 검사 및 납품의 순서로 이루어져 있고, 위 공정 중 세척 과정은 세척제가 담긴 세척조에 배관 등 부품을 담갔다가 꺼낸 후 에어건을 분사하여 건조시키는 방법으로 이물질과 세척제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피고인 D의 전체적인 작업 과정상 피고인 D은 세척 공정에서의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의 예방보다는 기계사용에 따른 물리적인 사고의 예방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 절차는 산업현장의 위험성이 내재된 공정 과정 모두에서 실효성 있는 방법으로 마련되어야 하므로, 피고인 B, D은 세척 공정에 대해서도 세척제의 성분, 세척 방법과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장비, 세척제에 직·간접 노출 여부, 세척장의 개방 여부와 차단 시설의 설치 여부, 배기 시설의 설치 및 성능 등에 관한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안전보건담당자의 배치, 위험성 대체·제거를 위한 장비의 확충, 근로자의 의견 청취, 교육, 훈련, 비상시의 조치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예산을 배정할 의무가 있다.
③ 앞서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 B, D은 UKLEEN T6 세척제에 트리클로로메탄이 1% 이상 첨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 D은 2021.9.경까지 염화메틸렌을 세척제의 성분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2021.11.경까지 트리클로로메탄이 첨가된 KAC-200 세척제를 사용하였다. 2021.11.경 무렵 피고인 G로부터 샘플로 제공받은 UKLEEN TA 세척제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1,2-디클로로프로판 및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2021.11. 중순경부터 피고인 G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한 UKLEEN T6 세척제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도 1,2-디클로로에틸렌이 함유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피고인 B, D은 세척공정에서 관리대상 유해물질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위험으로 인지·평가하고, 그 위험을 예방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였어야 한다.
④ 피고인 D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2022.1.27.)에 대비하여 안전보건관리규정(2021.12.24.) 및 위험성평가 매뉴얼(2020.6.)을 마련하고 있었고, 대기업의 1차 협력업체라는 특성상 대기업의 점검 및 평가기준에 부합하도록 ESH 업무 매뉴얼(2021.12.)에 따라 안전에 관한 점검 및 관리계획을 세워두었으며, 이에 따라 위험성평가도 이루어지기는 하였다. 그러나 2021년 위험성 평가 실시(2021.6.22.∼2021.6.24.)의 내용 및 2021년 위험성 평가(수시)결과 보고서(2021.9.)에 의하더라도, 안전보건상 위험정보에 ‘디클로로메탄’이 적시되었음에도, 위험성 평가표에 세척 공정에 관한 내용은 없었고, 그 결과 개선대책서에도 국소배기장치의 필요성 등에 관한 내용은 논의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ESH 특별점검 CHECK SHEET에 의하면, ‘국소배기장치는 정상작동하는가?’에 ‘○’표시가, ‘MSDS 비치 및 유해화학물질을 올바르게 취급/보관하며 배기시설은 작동하고 있는가?’에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당시 실제로는 피고인 D은 공기순환 목적의 환기팬 외에 국소배기장치는 설치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 D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2022.1.10.자, 작업환경 측정에 걸리는 기간: 2021.12.2. ∼ 2021.12.17.(02일간)]에 의하면, 피고인 D의 작업환경 실태 및 문제점으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작업 장소에 해당 화학물질을 제어할 수 있는 작업환경설비가 없어 근로자가 유해인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지적하면서, 공학적 대책으로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할 것, 관리적 대책으로 세척제 등 화학물질에 대한 자료를 사무실뿐만 아니라 화학물질 보관 장소, 현장게시판 등에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부착하고 교육할 것, 개인위생적 대책으로 근로자가 세척제를 취급하는 경우 보호구 지급대장을 작성하여 개인별로 보호구에 대한 관리를 할 것 등을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D이 제출한 위 규정 및 매뉴얼 등은 관리대상 유해물질이 든 세척제를 사용하는 본 건 사업장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고, 결국 피고인 B, D은 세척제 성분의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였으며,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수립 및 이행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⑤ 한편, 피고인 D에 대한 위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에 의하면 1,2-디클로로에틸렌, 클로로포름이 노출기준 미만으로 평가된 사실, 피고인 B, D이 2022.1. 말경 국소배기장치를 일부 설치하고, 2022.2. 초순경 추가적으로 국소배기장치를 발주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작업환경측정은 피고인 D의 공장동 내 세척조 일부에 대하여만 이루어졌고, 2021.12. 중순경 UKLEEN T6 세척제의 변색 문제가 발생하여 그 후 피고인 G 측은 UKLEEN T6 세척제에 트리클로로메탄의 함량을 수 배 이상 높이는 방법으로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이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작업환경을 재측정하였다면, 이전의 작업환경측정 결과와는 다르게 트리클로로메탄이 검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또한 피고인 B, D은 2021.12. 중순경부터 일부 근로자들의 간수치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았고, 2022.1. 초순경부터 일부 근로자들이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등 근로자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B, D이 UKLEEN T6 세척제에 포함된 트리클로로메탄의 성분 비율이 달라진 점을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세척액의 변색 문제, 갑작스런 근로자들의 간수치 증가와 같은 변화 등을 작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의 변화로 인지하여 그에 대한 위험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개선 대책의 수립 및 점검을 하였어야 한다.
(2)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각각의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였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의 마련 여부(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5호)
①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제1항제1호, 동법 시행령 제4조제5호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이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제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고, 실제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이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를 평가 및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사업장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규정이다. 따라서 그 평가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업무 수행 및 그 충실도를 반영할 수 있는 항목이 포함되어야 하고, 평가 기준은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며, 형식적인 평가가 아니라 실질적인 평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② 피고인 B, D이 제출한 ‘관리감독자 지정서’에 의하면, 피고인 B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지위에 있으면서 피고인 D 가공팀의 관리감독자로 갈○○을 지정하고 그의 업무를 정해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그 안전보건관리책임자(피고인 B)와 관리감독자(갈○○)의 업무 수행 능력과 성과 등을 평가하는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D의 ‘2021년도 인사평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업무 수행과 관련한 평가가 아니라 인사에 관한 평가로서 관리직을 대상으로 하는데 그치고 있으며, 피고인 D 보건관리자가 직원들로부터 받는 ‘비대면 설문지’ 역시 개인의 실적, 성과 등을 작성한 일반적인 인사평가 관련 자료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B, D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의 충실한 업무 수행 평가 기준 마련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인 B, D, E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보건조치의무 위반) 부분 -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의 나. 1) 나) 및 다)항’, ‘제2의 마. 2)항’, ‘제2의 바.항’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 B, D, E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 D은 2021년 1월, 2월, 12월, 2022년 1월, 2월에 특별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였는데, 교육자료로 염화메틸렌에 대한 정보자료나 UKLEEN T6 세척제의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이 첨부되어 있었고, 산업안전보건법과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유의사항, 유해화학물질 취급 시 주의할 점 등을 교육내용으로 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 D, E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들 대부분은 경찰 조사 시에 안전수칙 등에 관한 동영상을 시청하는 등의 일반적인 안전교육 내용 외에, 세척제의 구성성분이나 트리클로로메탄이라는 유독물질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들을 포함하여 세척액에 노출될 수 있는 근로자들이 위 특별안전보건교육 일시에 모두 참석하였는지 여부, 개개인의 근로자를 작업에 배치하기 전에 교육이 진행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도 보이지 않는다.
② 또한 앞서 제3의 가. 1)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 B은 피고인 D에서 사용하는 세척제에 관리대상 유해물질이 들어있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위험성에 대하여는 막연한 인식만 가졌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 D에서 실시한 교육은 근로자들로 하여금 작업 전에 트리클로로메탄 등의 유해성을 주지시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내용이었다기보다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자에 대한 일반적인 위험 등을 공지하는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보인다.
③ 따라서 피고인 B, D, E가 세척제를 이용하는 작업에 배치하기 전에 근로자들에게 세척제 구성성분의 명칭, 유해성, 화학적 특성,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증상, 취급 시 주의사항, 착용하여야 할 보호구와 착용방법, 위급상황 시의 대처방법과 응급조치 요령 등에 관하여 알렸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피고인 B, D, E가 일응의 조치를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조치가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보건조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나. 피고인 C, F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C, F는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들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실 및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 C, F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UKLEEN 900DX2 세척제에 크실렌, 트리클로로메탄이 1% 이상 함유된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
① 앞서 제3의 가. 1)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증인 J의 원심 법정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증인 H의 원심 법정 진술 역시 주요부분에서 일관되고 세부적이어서 신빙할 수 있다.
② 피고인 G 측은 세척제의 증발력 개선을 위하여 2021.9.경부터 크실렌의 첨가비율을 줄이면서 경질납사를 첨가하여 UKLEEN 900DX2 세척제를 피고인 F에 납품하기 시작하였고, 2021.12.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어느 시점부터는 결빙 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UKLEEN 900DX2 세척제에 트리클로로메탄을 첨가하였다. 그런데 피고인 F는 UKLEEN 900DX2 세척제를 사용하기 이전부터 관리대상 유해물질인 크실렌이 함유된 제품을 여러 공정에서 사용해왔던 것으로 보이고, 기존 세척제의 변경 건과 관련하여 2021.3.경부터 12.경까지 피고인 G 측과 세척력, 증발력, 결빙해소, 단가 등에 관한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수차례 실험과 회의를 거쳐 최적의 구성성분과 배합비율을 조정해나가는 단계였으므로, 피고인 C, F는 그 구체적인 함량까지는 알지 못하였더라도 크실렌이 단 1%도 첨가되지 않는다고 알았다거나 트리클로로메탄이 1% 이상 포함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업무상과실치상죄, 산업안전보건법위반(보건조치의무 위반)죄의 성립 여부
① 위 1)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 C, F가 UKLEEN 900DX2 세척제에 관리대상 유해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알았던 이상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그 보건조치 등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역시 인정된다.
② 위와 같이, 피고인 C, F 측은 UKLEEN 900DX2 세척제에 관리대상 유해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이고, 2021년 하반기부터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동일 또는 동종 제품을 사용해 온 다른 업체들이 다수 있는데, 동일 또는 동종 제품의 사용량, 함유량 등에서 다소 간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발산원 확산방지를 위해 국소배기장치의 적정 성능을 유지하고, 관리대상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을 이행하는 등의 노력을 취한 업체의 경우 이 사건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C, F는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볼 것이다.
4.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A, B, C, F에 대하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양형부당은 원심판결의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를 말한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 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7.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인 A 및 검사(피고인 A에 대하여)의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은 피고인 A가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유해화학물질인 세척제를 제조·판매하면서도, 그 세척제에 함유된 유해화학물질의 이름, 함량, 위해성에 관한 정보를 물질안전보건자료에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고, 그 세척제 사용 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그 세척제로 작업을 하던 피해자들이 유해화학물질을 흡입하게 되어 급성 간염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피해자가 29명에 이르고, 피해의 정도나 사안의 심각성을 경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
그러나 피고인 A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다행히 피해자들 모두 건강이 회복되었다. 피고인 A는 원심에서 피해자 29명 중 9명과 합의를 하였고, 나머지 피해자들을 위하여 공탁을 하였으며, 당심에서는 나머지 피해자들 중 13명과 추가로 합의를 이루었고, 남은 피해자들 7명을 위하여도 추가로 일정 금원을 공탁하였다. 또한 피고인 A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는 없고, 피고인 A는 약 9개월 동안의 수감생활을 통해 자숙의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과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을 재교육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피고인 A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필요성도 있다. 나아가 피고인 A는 고령으로, 그 가족들이 피고인 A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정상들과 그 밖에 피고인 A의 나이, 성행, 직업,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그 책임에 비하여 무거워서 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피고인 A에 대하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인 A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B, C, F에 대하여)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A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B, C, F에 대하여)가 각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양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에 변경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밖에 이 법원이 각 피고인들(피고인 A는 제외)의 나이(설립일자), 성행(정관), 환경, 가족관계(직원규모), 범죄전력,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을 다시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은 적정하고, 양형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정도로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 A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B, C, F에 대하여)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5. 결론
가. 피고인 A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검사(피고인 A에 대하여)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피고인 A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검사(피고인 A에 대하여)의 항소를 기각하지 않는다].
나. 피고인 A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각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A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A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증거의 요지 [피고인 A, G]란에 “1.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을 “1. 피고인들의 각 당심 법정진술”로 고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상의 점), 화학물질관리법 제58조제4호, 제28조(무허가 유해화학물질 영업의 점), 화학물질관리법 제59조제10호, 제26조제1항(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등의 자체 점검 미이행의 점), 화학물질관리법 제59조제4호, 제16조제1항(유해화학물질 표시의무 위반의 점),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제52조제2호, 제29조제1항(화학물질 정보 거짓 제공의 점), 각 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제1호, 제39조제1항제1호(보건조치의무 위반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원심 판시 별지 피해자 일람표 1 기재 각 피해자들에 대한 각 업무상과실치상죄 상호간, 원심 판시 별지 피해자 일람표 2 기재 각 피해자들에 대한 각 업무상과실치상죄 상호간)
1. 형의 선택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하여는 금고형을, 나머지 각 죄에 대하여는 징역형을 각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제1항제2호, 제2항, 제50조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제1항
1. 사회봉사명령
형법 제62조의2
<양형의 이유>
위 제4의 나.항에서 살펴본 사유와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한편, ① 원심판결서 중 제14쪽 제6행의 “2022.22.경까지”는 “2022.2.22.경까지”의 오기이고, ② 제54쪽 제10행의 “2023.7.25.자”는 “2023.7.26.자”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제1항에 의하여 직권으로 이를 수정한다.]
판사 김형훈(재판장) 유원주 전민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