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이 사건 피고인 A는 아파트 관리회사의 대표이고, 피고인 B 주식회사는 위 아파트 관리회사이다. 피고인 B회사가 관리하는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소속 직원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다리를 이용해 배관 점검을 하던 중 사다리가 부러지며 추락해 사망하였음에도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추락 위험 방지를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망한 근로자의 혈액을 안전모에 묻혀 추락사고 장소에 둔 사안에서, 피고인들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요구되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이로 인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등으로 아파트 관리회사의 대표인 피고인 A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피고인 B회사에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


【의정부지방법원 2024.8.27. 선고 2024고단4 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4고단4 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 피고인 / 1.가. A, 2.가.나. B 주식회사

• 검 사 / 안재욱(기소), 이문경(공판)

• 판결선고 / 2024.08.27.

 

<주 문>

피고인 A를 징역 8월에, 피고인 B 주식회사를 벌금 50,000,000원에 각 처한다.

다만, 피고인 A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 주식회사에 대하여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범죄사실>

 

[기초사실]

피고인 B 주식회사는 서울 용산구 C에 본점을 두고 상시근로자 2,439명을 사용하여 공동주택 및 빌딩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2011.7.경 경기 양주시 D에 있는 E아파트(T)의 입주자대표회의와 사이에 위 아파트 관리에 관한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고용하는 피고인 회사 소속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이고, 피고인 A는 피고인 B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위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포함한 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그 사업 또는 각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경영책임자이며, F은 피고인 B 주식회사 소속의 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서 위 회사를 대리하여 소속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사항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이다.

 

[범죄사실]

1. 피고인 A의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경영책임자는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①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②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에 따라 의견을 들어 재해 예방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이행하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위 아파트 관리소장인 F으로 하여금, ① 위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게 하거나 그 결과를 보고받는 등 그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도 아니하였으며, ② 위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종사자의 의견을 듣고 개선방안을 마련하지도 아니한 결과,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관리사무소장 F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종사자들에게 안전모 및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사다리를 이용한 배관 작업 등 고소작업을 하게 하는 등 추락에 의한 중대재해의 발생 위험을 제거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22.7.4. 09:53경 B 주식회사 소속으로 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기전주임으로 근무 중인 종사자 G(66세)이 위 아파트 110동의 1, 2호 라인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부터 약 3.9m 높이에 설치된 오수관에 A형 이동식 사다리를 펼쳐서 걸친 다음 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지상으로부터 약 2.5m 높이에서 위 오수관을 분리한 뒤 점검하던 중 위 사다리의 접합 부분이 파손되면서 바닥으로 추락하여 2022.7.5. 20:30경 경기 의정부시 H에 있는 I병원에서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종사자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하였다.

[공소사실에는 피고인 A가 경영책임자로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여야 함에도 ‘F으로 하여금 안전보건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게 하는 등 그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운영방침 등을 설정한 후 이를 이행하도록 조치하지 아니하였다’는 부분이 안전확보의무 위반의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후술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 A의 의무위반을 인정할 수 없거나 혹은 판시 중대산업재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인바, 공소사실 중 이 부분 기재는 모두 삭제한다.]

2. 피고인 B 주식회사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가. 산업재해 발생사실 은폐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의 대리인인 관리사무소장 F은 2020.10.14. 피고인 소속 근로자인 G이 위 아파트 110동 1, 2호 라인 앞 계단에서 센서등 교체작업을 하던 중 약 3m 높이의 이동식 사다리에서 추락하여 허리 부위에 부상을 입고 6일 동안 휴업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음에도, 산업재해 발생 보고로 인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위 부상으로 인한 입원치료비 합계 7,199,172원을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위 근로자로 하여금 그 중 5,156,490원을 부담(나머지 2,042,682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하도록 하였고, 위 휴업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출근한 것처럼 출근부를 허위로 작성하여 급여를 지급한 다음, 산업재해조사표를 관할 노동관서에 제출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그 대리인인 F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2020.10.14. 발생한 근로자 G에 대한 산업재해를 은폐하였다.

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의 대리인인 관리사무소장 F은 2022.7.4. 09:53경 제1항과 같이 근로자의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결과, 소속 근로자인 제1항 기재 피해자 G이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아니한 채 안전대 부착설비가 설치되지 아니한 위 아파트 110동의 1, 2호 라인 지하 1층에서 이동식 사다리를 이용하여 지상 약 2.5m 높이에서 오수관 분리 및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하여 2022.7.5. 20:30경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그 대리인인 F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소속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다. 산업재해원인조사 방해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의 대리인인 관리사무소장 F은 2022.7.4. 10:08경 위 나항과 같은 추락 사고가 발생하여 위 근로자 G이 병원으로 후송된 직후, 위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장인 J으로부터 “(G이) 안전모를 안 쓰고 올라간 것 같으니 사고 현장에 안전모를 하나 갖다 놔라”고 지시를 받고, 위 아파트 관리사무소 자재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흰색 안전모 2개를 가지고 위 추락 사고 현장으로 이동한 다음, 그곳 바닥에 흘러 있던 위 근로자의 혈액을 가지고 간 안전모 1개에 묻혀 추락 장소에 놓아 두고, 나머지 1개의 안전모는 추락 사고 장소에 설치되어 있던 소화전 위에 올려놓는 방법으로 사고 장소를 훼손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그 대리인인 F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2022.7.4. 발생한 근로자 G에 대한 중대재해 발생 현장을 훼손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원인조사를 방해하였다.

라. 종사자 사망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피고인은 제1항 기재와 같은 일시 및 장소에서 피고인의 경영책임자인 A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이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종사자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판시 제1사실 및 제2의 나, 라 사실]

1. 피고인 A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F의 법정진술

1. 피고인 A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중 K 진술기재 부분

1. L, M, N, O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P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입건전조사보고서(현장임장 – 사다리 거치 장소 확인), 전화등사실확인 내용(Q, R), 전화등사실확인 내용(F), 수사보고(임의제출물 휴대전화 선별자료 분석결과), 수사보고(B 주식회사 2018~2023년 산업재해 발생사실 확인) 및 산업재해조사표 사다리 관련 재해 정보

1. 현장감식결과보고서, 현장사진, 재해조사결과서, 「중대산업재해 관련 기술검토 요청」에 대한 회신

1. 22년1월 ~ 6월 업무지침, 근무일지(‘22.1.1. ~ ’22.7.5.),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사진, 진술서 및 첨부 사진(카카오톡 단체대화방 + 직원들 공동명의 확인서)

1. 사망진단서, 부검감정서, 구급활동일지

1. 각 위수탁관리계약서(증거목록 순번 29, 86), 근로계약서(G), 등기사항일부증명서(B주식회사), 관리소장(F) 임명장, 단지 직원 산재보험 가입현황

1. 전체 상시근로자수(22.7.15.자), 안전보건관리조직도 및 안전관리자 지정서 등 자료

 

[판시 제2의 가 사실]

1. 증인 F의 일부 법정진술

1. J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M, N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S의 진술서

1. 수사보고(관리사무소 제출, 출근부 등 분석 보고)

1.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현황, 의무기록사본 증명서(증거목록 순번 158), 진료비 영수증(순번 159), 수사협조요청사항에 대한 회신(순번 162)

1. T 임금명세서 등, T 근무일지 등, 근무일지(2020.10.1. ~ 11.10.)

 

[판시 제2의 다 사실]

1. F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제2회 이후의 것)

1. J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L, M, N, O, U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L의 진술서(순번 5)

1. 수사보고(참고인 L, ‘진술 내용’ 임의 제출) 및 진술 내용 문건, 수사보고(사고 직전 110동 CCTV 영상 자료 첨부), 수사보고(임의제출물 휴대전화 선별자료 분석결과)

1. 전화등사실확인 내용(M)

1. 현장감식결과보고서, 구급활동일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피고인 A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제1항, 제4조제1항제1호, 제2조제2호 가목

나. 피고인 B 주식회사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제1호, 제6조제1항, 제4조제1항제1호, 제2조제2호 가목(중대산업재해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제2호, 제170조제3호, 제57조제1항(산업재해 은폐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제2호, 제170조제2호, 제56조제3항(산업재해 원인조사 방해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제1호, 제167조제1항, 제38조제3항제1호(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의 점)

1. 상상적 경합

피고인 B 주식회사 : 형법 제40조, 제50조[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일반적으로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23.12.28. 선고 2023도12316 판결 참조). 다만 이 사건의 경우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F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고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는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A의 안전확보의무 위반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나, 피고인 B 주식회사의 사용인 등이 의무를 위반하여 같은 일시·장소에서 같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에 대하여 법인인 피고인 B 주식회사가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규범적으로 동일하고 단일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어, 달리 볼 이유가 없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4.29. 선고 2023노3460 판결 등 참조).]

1. 형의 선택

피고인 A의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에 대하여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피고인 B 주식회사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제1항제2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에 정한 형에 위 각 죄의 다액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가중]

1. 정상참작감경

피고인 A : 형법 제53조, 제55조제1항제3호

1. 집행유예

피고인 A : 형법 제62조제1항

1. 가납명령

피고인 B 주식회사 :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피고인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피고인 A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한다)에 따라 요구되는 안전확보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나.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였는바, 사용인 내지 종업원인 관리사무소장 F에 대한 주의나 감독을 해태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F은 판시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J의 지시에 따라 판시 제2의 가, 다항의 산업재해 발생사실 은폐 및 산업재해 원인조사 방해행위를 한 것이고, 피고인 회사는 이러한 사실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평소에 산업재해 발생을 은폐하지 않도록 교육 및 감독하여 왔는바, 피고인 회사가 마찬가지로 F에 대한 주의나 감독을 해태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인들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피고인 A가 위반한 것으로 공소사실에 적시된 안전확보의무의 내용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1호, 제3호 본문, 제7호 본문과 같다(별지 관련법령 참조). 따라서 이하에서는 피고인 A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였고, 그 위반에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본다.

한편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제1호, 제38조제2항, 제3항 등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안전보건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각 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2.7.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안전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유추적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가. 인정사실

위에서 거시한 증거들과 F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특별사법경찰관 작성의 피고인 A에 대한 진술조서(순번 49), N, M에 대한 각 진술조서(순번 105, 106)의 각 진술기재, 특별사법경찰관 작성의 F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순번 114) 및 F, K에 대한 각 진술조서(순번 87, 97)의 각 일부 진술기재, 각 안전보건관리계획서(증거목록 순번 38, 54, 56), 안전보건 교육일지(순번 47), 각 이사회 의사록(순번 55, 57), 2022년 1월 ~ 2022년 6월 법규준수체크리스트(순번 61), 2022년 봄맞이 환경정비 및 시설물관리 경진대회 평가표(순번 62), 오수관 통수공사 업체선정 현황, 견적서, 세금계산서, 수리 사진 등(순번 69), 소장협의회 개최 관련 자료 및 그 회의록(2019년)(순번 82), 단지 방문대장(순번 85), 작업발판 사다리 구매영수증(순번 100), 각 자료입수보고(순번 25, 79), 각 건물관리업의 위험성평가(순번 40, 84), 임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순번 209), 녹취서(순번 250)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 회사는 공동주택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급여 및 공과금(산업재해보상보험료 포함)은 각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지급되나 법률상으로는 피고인 회사와 근로계약관계에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관리사무소장은 피고인 회사에서 파견하고, 각 관리사무소 근로자는 관리사무소장이 피고인 회사를 대리하여 채용절차를 진행한다. 이 사건 아파트에서 근무한 F이나 피해자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피해자에 관한 근로계약서는 2권 29면 참조).

[다만 피해자를 비롯한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 근로자들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자가 누구인지는 다소 불분명한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J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그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자료도 있으나(2권 37면), 한편으로 산재보험 사업장 자격취득자 명부(7권 1927면)에는 ‘피고인 A’가 사업주로 기재되어 있다.]

2) 피고인 회사는 ‘경영책임자’를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로 지정하고, 각 단지별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그 단지의 관리사무소장으로 정하고 있으며, 한편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를 보좌할 안전관리자로 부사장(K, V)을 2022.5.1. 안전관리자로 지정하였다. 이 사건 아파트의 경우 K이 안전관리자에 해당한다(13권 951, 1039면).

3) 피고인 회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안전보건관리계획서(2권 40면 이하)를 작성하였고, 이에 따르면 ‘중대재해 발생건수 0건, 위험성평가 100% 실시’를 안전보건 목표로, ‘안전보건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이행한다, 안전보건 관계법령 및 관련규정을 준수하는 내부규정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등을 경영방침으로 명시하고 있다(제4조). 그리고 그 내용 자체로서 특별히 부실하거나 불비되었다고 볼 만한 부분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위 안전보건관리계획서 중 경영방침 부분에는 “2022.1.3.”로 일자가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 2022년도 안전보건관리계획서는 피고인 회사의 2022.2.28. 이사회에서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한 차례 승인이 보류되었고 2022.4.20. 이사회에서 승인되었다. 한편 피고인 회사의 2021년도 안전·보건관리계획서(6권 1397면,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4조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근로자 및 종사자의 생명보호와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 법규 및 기준을 준수하고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전 근로자 및 종사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의 경영방침(제1조)을 포함한 총 5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4) 피고인 회사는 2022년 6월 업무지침으로 각 관리사무소장들에게 위 3)항과 같은 경위로 작성된 본사의 2022년도 안전보건관리계획서를 하달하면서 각 단지별 안전보건관리계획서를 2022.7.31.까지 작성하도록 지시하였으나, 이 사건 아파트의 경우 피해자가 사망한 판시 중대산업재해 발생(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당시까지 단지별 안전보건관리계획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고, F의 진술에 따르면 사고 발생 전까지 위 업무지침에서 요구한 내용의 준수를 독촉받은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13권 981면). 다만 이 사건 아파트와 관련하여서는 2022.1.3.자로 ‘표준안전관리계획서’가 작성된바 있으나, 이는 ‘주택법 제49조제1항 및 동시행령 제64조, 동시행규칙 제27조의 규정에 의하여 공동주택 시설물에 내재된 위험요인을 미리 점검 및 평가하여 위해요소로 부터 입주자 및 작업자 등의 안전을 도모하고 시설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여 양호한 주거환경을 확보하고자 함’을 그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고(제1.1항, 2권 101면), 피고인 회사의 2022.6.21. 신임 관리소장 교육자료에서도 ‘기존 안전관리계획서는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 안전보건관리계획서는 종사자(작업자)에 대한 안전관리’라는 취지로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6권 1485면).

5) 또한 피고인 회사의 위 4)항 기재 2022년 6월 업무지침에 따르면 각 단지별로 2022.9.30.까지 위험성평가를 완료하여 본사에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그런데 F은 이 사건 사고 발생 후 비로소 2022.1.3.자로 일자를 소급하여 위험성평가표(‘건물관리업의 위험성평가’라는 제목의 문서, 2권 230면)를 작성하여 2022.7.6.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하 ‘노동청’이라고만 한다)에 제출하였고, 이후 내용을 보충한 같은 제목의 서류(9권 2818면)를 2022.7.20. 다시 피고인 회사에 제출하였으며, 피고인 회사가 이를 노동청에 재차 제출하였다. 위 위험성평가표는 작업장소별로 미리 기입된 각 위험요인 항목 및 열거되지 않은 위험요인 항목(수기로 추가할 수 있다)에 대하여 위험의 중대성과 가능성을 각 1 내지 3점으로 평가하여 위험성(= 중대성 × 가능성) 점수를 산출하고 위험성 감소대책과 개선일자 등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작성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이동식 사다리 항목의 위험요인 6개 항목(고소작업 시 개인보호구 미착용을 비롯하여 모두 추락위험에 관한 것이다)을 포함하여 총 144개의 위험요인이 기재되어 있다. F은 2022.7.6. 작성한 위험성평가표에 대하여 ’급하게 폼(양식)을 빌려와서 작성했다, 교육을 통해 작성법을 배우긴 했는데 몇 번 시도는 해 보았으나 난해하고 어려워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사고 일자까지 위험성평가를 해 본 적이 없다. 대상이 매우 광범위하고 처음 실시하는 작업이라 축적된 자료가 많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다(13권 988-991, 1073면). [한편 그 이전에 피고인 회사가 위험성평가를 요구한 적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F은 2022년 6월 업무지침 이전에 피고인 회사가 업무지침 등으로 이와 같은 위험성평가를 요구한 사실이 없고, 2022년은 물론 2021년 위험성평가 자료(2021.1.5.자이다, 9권 2979면)도 모두 이 사건 사고 후 소급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13권 992, 1072면, 1074-1075면), L도 검찰 조사 당시 ‘2020년 이전에도 위험성평가를 한 적이 없고, 위험성평가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진술하였으며(14권 1402-1403면), M, N도 노동청 조사 당시 ‘사고 나기 전에는 위험성평가에 관해 의견을 낸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10권 3106, 3138면). 그러나 한편으로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회사에서 적어도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매년 6월경 업무지침으로 위험성평가에 관하여 알린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14권 1354면 이하).]

6) 피고인 회사는 위 2022년 6월 업무지침 발령 이전에는 2022년 2월 및 2022년 4월 각 업무지침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안전사고 예방지침을 하달(여기에는 ‘이동식 사다리 안전사용 지침’도 포함되어 있다, 4권 950면, 5권 1003면)하는 데 그쳤으며, 그 외에 수시로 산업재해 예방 관련 내용을 지침에 명시하여 하달하였다(예컨대 2021년 4월 업무지침의 ‘고소작업 시 이동식 사다리 사용금지’ 등, 5권 1299면).

7) 피고인 회사는 업무지침으로 각 관리사무소의 소장, 경리, 시설담당(시설관리)과장을 대상으로 매월 ‘법규준수체크리스트’ 작성 및 제출을 요구하였는데, 그 중 시설관리과장용 체크리스트는 작업자들의 개인보호구 착용 여부(문항 3), 고소작업 시 이동식 사다리 사용 금지 및 고소작업대 또는 비계의 사용 여부(문항 4), 부득이 이동식 사다리를 사용하여야 하는 경우 안전대를 설치하고 최소 2인 1조 등으로 작업하는지 여부(문항 5) 등과 같이 안전보건조치에 관한 30개 문항에 ‘예’ 또는 ‘아니오’로(일부 문항에 대하여는 ‘적용단지 아님’으로) 표시하고 관리소장 또는 본사 임원(2022년 1월 내지 5월분의 경우 K이 서명하였다)의 확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2022년 1월 내지 6월분의 경우 위 3개 문항을 포함한 시설관리과장용 문항 전부에 대하여 L이 별 문제가 없다고(즉 ‘예’ 또는 ‘적용단지 아님’으로) 작성하였고, 이에 대하여 L은 ‘한 달마다 작성하는 서류이나 형식적으로 작성한다, 질문도 제대로 보지 않고 작성하였다’고 진술하였다(11권 190-191면). 또한 F도 노동청 조사 당시 ‘관리과장에게 교육차원에서 읽어보고 체크하라 하고 작업 시 이런 식으로 진행하라고 보여주고 싸인을 받고 있다’(9권 2855면)라고 진술하였다.

8) 피고인 회사는 매년 ‘봄맞이 환경정비 및 시설물관리 경진대회’를 실시하여 각 관리사무소의 업무 전반을 점검하여 왔고, F의 진술에 따르면 그 평가결과가 관리소장에 대한 인사고과에 반영되어 왔다는 것이다(13권 1078면). 이 사건에서 제출된 위 경진대회 평가표 양식 중 안전관리에 관한 항목은 총 21개 항목(연체관리 포함) 중 ‘시설물 관리’ 중 ‘안전관리계획 수립 여부(3년 주기)’, ‘소방계획 수립 여부(1년 주기)’, ‘안전장비 구비 여부’, ‘전기안전관리규정 마련 여부’ 등 4개 항목이며, 각 항목별로 ‘우수’(10점), ‘보통’(5점), ‘미흡’(0점)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으며, 총점은 250점 만점이다. 이 사건 아파트의 경우 K이 2022.5.31. 방문하여 위 평가표를 작성하였고(6권 1590면),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 회사의 임원들이 위와 같이 봄맞이 환경정비 또는 정기점검 차원에서 연 2-3회 방문하여 왔다. 그런데 당시 무엇을 하였는지에 관하여 K은 ‘주로 교육이나 지침 지켰나를 확인하고, 위험성평가를 했나를 확인하지만 세부적으로 확인하지 않는다’(9권 2853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회계서류 및 각종 서류를 보고 시설물을 살피기는 했지만 부실한 점검이었던 것 같다’(13권 1051면)라고 진술하였고, F도 ‘교육을 실시했는지도 확인하고 법규준수 체크리스트를 넘겨 가면서 보고 가신다. 법규준수 체크리스트에 관하여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 본사에서 오시면 한 두 시간 정도 있다 가신다’(9권 2974면, 10권 3494면)라고 진술하였다.

9) 피고인 회사는 2022년 이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안)을 작성하였으나 실제 위원회를 소집한 사실은 없다(14권 1391-1392면 변호인 의견서 참조). 다만 피고인 회사에는 관리사무소장들로 구성된 소장협의회가 마련되어 있는데, K의 노동청 조사 당시 진술에 따르면 소장협의회가 피고인 회사에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같고, ‘수천 명의 종사자가 모이기 어려워 소장협의회에서 임원들만 모이고 있다’(9권 2856면)라는 것이다. 소장협의회는 운영위원을 선임하고 2019년에 4회 운영위원회(1, 6, 10, 11월)를 개최하였는데, 기록상 확인되는 제9대 운영위원(2019.1. 이전의 운영위원들로 보인다)은 32명이고, 한편 2019년 소장협의회 안건 중에서는 ‘전지 작업 시 사다리 사용 금지’(6월), ‘A형 사다리 사용금지 완화 등 고용노동부 의견은 있으나 직원 안전에 최우선하여 업무처리’(10월), ‘안전용품 제공 등 대표회의 승인’(11월) 등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으나, 매 운영위원회 참석인원은 20명을 넘는 정도이다. F은 평소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시면담을 하여 고충 등을 청취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했던 것 같다’고 이 법정에서 진술하였으나, 한편으로 검찰 조사 당시에는 ‘코로나 전에 소장협의회에 몇 번 참석한 적은 있으나, 관리사무소 직원 등을 상대로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 등 관련 의견을 청취하고 그 결과를 본사에 보고한 사실은 없고, 본사에서 관련 지침이나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하였고(13권 1075-1076면), L도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소집하여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는 없었다는 듯이 진술하였다(14권 1412면). 한편 소장협의회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하여 개최되지 못하였다.

10)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작성된 2022.1.1.부터 사고 당일까지의 근무일지에 의하면, 2022.4.30., 5.17., 5.20., 6.24.(월요일인 6.27.까지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 6.29. 및 7.4. 각 오수관 역류 등이 발생하여 청소나 배관 분해 작업 등을 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2022년 5월까지는 외주업체에 배관 통수 및 청소 작업을 위탁하여 왔으나, 그와 별개로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배관을 확인하면서 배수를 위해 접합부를 해체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해 왔고(2022.4.30. 및 2022.6.29.의 경우 M가, 2022.6.24.에는 N가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위와 같은 작업을 하였다는 것이다), F은 외주공사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민원에 응하여 2022.6.24. 카카오톡 메신저로 직원들에게 “앞으로는 오배수관 막혀도 업체 안 부르니 옛날처럼 알아서 뚫어야 됩니다. 안전장구 잘 착용하시고 배관분리 및 소방호스로 청소 바랍니다 …(중략)… 비용절감 차원에서 기사들이 직접하라는 대표회의 의결”이라고 공지하기도 하였다(14권 1160면). 그리고 피해자도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까지 위와 같이 오수관의 접합부를 해체하는 작업을 하였고, F은 L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 당일 오전 09:43경 세대 내 변기가 넘쳐흐른 사진을 전송받았다(14권 1162면).

11) 피해자와 같이 근무한 M나 L, N의 진술에 따르면 오수관이 막혀 역류하는 경우 주민 민원 등으로 인하여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먼저 배관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위 10)항과 같이 연결부를 분리하여 배수를 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행하며, 그 과정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밖에 없으며, 야간이나 휴일에는 단독으로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관리소장인 F에게도 사후보고가 이루어졌으나 ‘수고했다’는 말 외에 안전모를 착용했는지 또는 사다리 작업을 왜 하였는지 문제삼은 적은 없다는 것이다(3권 438면, 10권 3135-3136면, 11권 182, 186, 219, 297, 303면). 그런데 F이 경찰 및 특별사법경찰관의 조사 당시 한 진술에 의하더라도 ‘사고 장소에 고소작업을 할 수 있는 비계나 안전대(安全帶)를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가 없고’, ‘작업발판이 있는 사다리는 이 사건 사고 후에 구매하였다’(1권 112-113면, 9권 2852면)는 것이다(실제로 안전난간이 구비된 사다리는 2022.7.5. 구매하였다).

12) 이 사건 사고에 가장 가까운 2022.6.8. - 9.자로 작성된 안전보건 교육일지에는 ‘코로나 발생현황 및 수면부족으로부터의 건강관리’ 외에 추가교육 내용으로 “사다리 작업 시 2인 1조로 반드시 안전모, 안전대 등 안전보호구 착용 후 작업할 것(사진 첨부). 착용법 강의”라고 수기로 기재되어 있고(3권 462면), 피해자를 포함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인영이 참석자 명단에 날인되어 있다. 나아가 교육일지에 따르면 2021년 1월, 6월, 12월, 2022년 2월에도 사다리 작업에 관한 안전교육을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3권 495, 510, 563, 606면). 그런데 2022.6.8.자 교육일지 중 수기 부분은 F이 사고 발생 후 가필하였고(13권 984면), 이 사건 사고 당시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였던 직원들은 안전교육이 형식적으로 실시되었다거나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듯이 진술하였다(10권 3105면, 11권 446면, 12권 633면).

13) 피고인 A의 2022.7.13. 노동청 조사 당시 진술에 따르면, ‘각 시설물에 점검목록표가 있는데 각 소장들에게 점검하고 위험요인이 있으면 본사에 보고하라고 한다. 1년에 한 번씩 위험성평가표를 만든다. 누수 같은 것은 외주를 준다. 그런 거는 본사에 보고할 사항이 아니다. 사다리 사용을 금지한 일은 없고 단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 사다리 몇 미터 쓴다 이런 거는 소장이 임의적으로 하는 거기 때문에 따로 지시하지 않는다. 외주를 주기 때문에 고소작업을 할 일이 많이 없다’(4권 805, 807면)는 것이고, 소장협의회에 관하여는 ‘각 단지 소장들 357명 중에서 20명 되는 임원들이 주로 와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 어떤 사고가 나고 단지 관리에 필요한 사항들 논의하면서 잘 한 부분은 전파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소장 인원이 많으니까 소장 외의 다른 직원이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장 협의회에서 각 종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의논하는 절차는 없다’라고 진술하였으며(4권 809-810면), 관리사무소 근로자들이 현장소장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에 관하여는 ‘자체적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소장이 교육도 하고 직원들 업무지시를 하고 있다’(4권 810면)라고 하여 일상업무 중의 의사소통 외에는 별다른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이 법정에서의 진술도 대동소이하다. 한편 K은 현장을 방문하여 사다리 작업이 실시되는 사실 및 안전모 등을 착용하지 않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중처법이 시행되고 하니 스스로 알아서 잘 하리라 생각하고 특별히 이러한 작업 방식에 대해서 지적하거나 작업방식을 변경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고, 회장님(피고인 A)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 특이한 사항 등이 있을 때만 회장님께 보고했고, 회장님도 특이점이 있는 경우에만 보고하라고 했다’라고 진술하였다(13권 1050면).

14) 피고인 회사의 2018.1.1.부터 이 사건 사고 발생 전까지 사다리 관련 산업재해 접수건수는 8건으로, 모두 사다리 위에서 작업 도중 작업자가 추락하여 발생한 것이고, 그 중에서는 지하공간에서 배관 관련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도 4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 외에 사망사고는 없었다.

나. 판단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공소사실에 적시된 각 안전확보의무의 위반 여부와 그에 관한 피고인 A의 고의 및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 유무에 관하여 본다.

1)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의 설정(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1호) 여부

2022.6.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피고인 회사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반영한 안전보건관리계획서를 일선 관리사무소에 하달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도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적용될 안전보건관리계획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본사 차원의 안전보건관리계획서에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1호에서 요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은 명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비롯하여 피고인 회사의 개별 사업장에서 본사와 다른 내용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수립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 이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이 (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기하여 작성된 것이나) 피고인 회사의 2021년도 안전보건관리계획서에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 회사가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1호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설령 견해를 달리하여 보더라도 추상적인 목표와 경영방침을 다소 늦게 설정한 것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였는지(제4조제3호) 여부

전술한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대하여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3호 단서 및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를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었다거나 그 절차에 따라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실시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피고인들은 매월 실시하는 ‘법규준수체크리스트’와 연 단위의 ‘봄맞이 환경정비 및 시설물관리 경진대회’, 매월 업무지침 및 (2022년 6월 배포한) 안전보건관리계획서의 하달, 본사 임원 등의 방문에 의한 직무감독을 통하여 각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절차가 구비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므로 그에 관하여 본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3항 단서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로 동항 본문의 조치에 갈음할 수 있도록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규정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는 적어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위험성평가에 준하는 수준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의 것임을 요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법규준수체크리스트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의 크기를 평가하고 그 시정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내용을 소개하고 그 준수 여부를 자율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수준에 불과하고(피고인 A의 법정진술에 의하더라도 교육 차원에서 요약적으로 만든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F이 사고 후 작성한 위험성평가서 양식을 보더라도 사다리 작업에만 6개 문항이 배정되어 있고 ‘노후사다리 폐기’와 같이 기존의 문항에 없더라도 작업자들이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문제점들을 수기로 기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9권 2836면 참조) 단순히 주어진 문항에 ‘예’ 또는 ‘아니오’를 선택하는 데 불과한 법규준수체크리스트에 비하여 현저히 상세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업무지침(2022년 6월 업무지침으로 배포한 안전보건관리계획서도 포함된다)을 통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지시하더라도 그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한 공람에 그칠 뿐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절차라고는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법규준수체크리스트와 같은 단순한 방식의 자율점검에는 일반적으로 점검자에 의하여 형식적으로 작성될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할 것인데, 피고인 회사의 경우 본사 측 임원의 정기(봄맞이 환경정비 및 시설물관리 경진대회) 또는 수시감사 외에는 이와 같이 자율점검이 부실화될 위험성을 포착하고 차단할 별다른 경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1인의 임원이 다수의 단지를 관리하는 상황[피고인 A의 피고인신문 당시 진술에 따르면 전국에 350여 개 현장이 산재한 반면 본사 직원은 20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나아가 그 중에서는 임원급에 해당하지 않는 직원도 다수 있을 것이다. 실제 2022년 2/4분기 산업안전보건교육 교육참석자 명부(6권 1495면)에 기재된 참석자는 대리, 주임, 과장 등을 포함하여 총 20명이다]에서 현실적으로 각 단지의 법규준수체크리스트가 형식적으로 작성되고 있음을 파악하여 시정을 요구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 A도 경영책임자로서 이와 같은 한계를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 A가 적어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그 개선을 위하여 특별한 노력을 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고, 오히려 F의 사고 직후 행동을 보더라도 피고인 회사에서는 위험성평가를 하였다는 외관을 갖춤으로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의 시비를 피하려고 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더라도’(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제1항 참조), 피고인 회사에서는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절차가 불비되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3)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였는지(제4조제7호) 여부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피고인 회사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7호 단서 및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에 따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정상적으로 설치 및 운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고인 회사의 소장협의회는 부수적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이 논의된 적은 있어도 그 주된 목적과 기능이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2020년부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22년까지는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정상적으로 소집, 운영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소장협의회는 관리사무소장들로 구성된 기구에 불과하여 소장 외의 관리사무소 근무 직원들(이들도 피고인 회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제7호의 ‘종사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절차로서는 한계가 있고, 피고인 A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일 뿐 수강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로 보기는 어려운 ‘온라인 교육’을 제외하면) 이러한 직원들의 의견은 제도화되지 않은 이른바 ‘수시면담’의 방식으로 관리사무소장을 통해서 수렴할 수밖에 없으며, 관리사무소장이 관리사무소 근무 직원의 의견을 들어 본사에 전달하는지 여부는 사실상 관리사무소장의 양식과 재량에 일임되어 있었다고 보인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유해·위험요인이 있는 작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은 직군은 관리사무소장이 아니라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와 같이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이라 할 것이고,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공모하여 판시 제2의 가항과 같이 산업재해 발생사실을 은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관리사무소장과 그 외의 직원들이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가지는 입장이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 피고인 회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제7호 소정의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였다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고, 피고인 A도 그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나아가 피고인 회사의 2022년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안은 근로자측 위원을 ‘소장’으로만 구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별책 4-1권 5-1, 2022.4.25.자 문건이다), 피고인 A의 피고인신문 당시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고인들은 관리사무소장 외의 직원들로부터 직접 의견을 청취하여야 할 필요성 자체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피고인 A는 F이 2022.6.24.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앞으로 오수관 통수작업을 직접 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보고받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피고인신문 당시 진술하였는바, 이 또한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4)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 유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에 있어서도 경영책임자의 안전확보의무 위반이 중대산업재해의 발생 및 이로 인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하여 유일한 원인이거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원인이 개재되어 그것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안전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산업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전술한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은 적절한 안전조치 없이 사다리를 이용한 고소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방임한 관리사무소장 F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 회사 본사 차원에서 평소 이와 같은 고소작업에서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나아가 피해자와 같이 관리사무소장이 아닌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개선방안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여 왔다면, 개별 사업장(즉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관리사무소장의 노력으로 위험성이 높은 작업에 관하여는 적어도 그에 필요한 장비 등을 조기에 확보하는 등 최소한의 개선방안이 시행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사고 바로 다음 날 안전난간이 있는 사다리를 구입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그와 같은 최소한의 개선방안을 시행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아주 어렵거나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성격의 것도 아니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아니하는 등의 피해자의 과실이 사고로 인한 중대한 결과의 발생에 가공하였다 하더라도,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안전확보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피고인 회사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는지 여부

피해자가 오수관 점검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사고 이전에도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유사한 작업을 종종 해 왔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 현장은 천장고 5.2m이고 작업 대상인 오수관은 3.9m 높이에 설치되어 있으며 바닥에 특별한 장애물이 없어 이동식 비계를 사용한 작업이 가능한 공간(1권 135면 참조)일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에 관하여는 안전모를, 높이 2m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에 관하여는 안전대를 각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여야 함에도(2024.6.28. 고용노동부령 제417호로 개정 전의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제1항제1, 2호, 제42조제1항) 전술한 바와 같이 F은 그와 같은 조치 없이 소속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행하는 고소작업을 묵인 내지 방관하였는바,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조치를 다하였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한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가 2024.6.28. 개정되면서 이동식 사다리를 사용하여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제4항)가 신설되었으나,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는 작업높이 2.5m 지점에서 작업 중이었으므로 개정규정에 의하더라도 적어도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였어야 한다(동항제6호 참조). 따라서 위와 같은 규칙의 개정은 그 이전에 발생한 이 사건에서 안전조치의무의 위반이 있다고 판단함에 지장이 되지 않는다.]

한편 피고인 회사가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이동식 사다리 안전사용 지침’을 업무지침으로 하달하고 또한 매월 실시하는 법규준수 체크리스트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하여 온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현장에서는 위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 사다리를 이용한 고소작업이 계속하여 이루어져 왔고 F도 이를 특별히 제지하거나 문제삼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제2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회사 차원에서 각 아파트관리사무소장의 안전조치의무 해태 등을 감시하고 적절하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인 회사가 그 사용인인 F에 대한 상당한 주의나 감독을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F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나 감독을 하였는지 여부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 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2.25. 선고 2009도582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에서 거시한 증거들에 더하여 수사보고(산업재해 발생 시 산업재해 보상요양급여 청구 절차 등), T 아파트 산업재해 처리절차표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적어도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사다리를 이용한 고소작업과 관련하여서는 관리사무소장인 F이 안전조치의무를 해태하여 온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특히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산업재해보상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구조로 인하여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지시 내지 상호간의 공모 하에 산업재해 발생사실을 은폐할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고 발생 전까지 본사 차원에서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거나 위법행위를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별다른 제도적 장치는 없었다고 보이고, 오히려 피고인 A의 피고인신문 당시 진술에 의하더라도 ‘관리소장이 산재 발생사실을 신고해야 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해서 신고하지 않으면 본사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 회사가 관리사무소장인 F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 내지 감독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 회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벌금형에 관하여는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근로자 사망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뿐 아니라, 나아가 피고인 회사의 사업장에서 이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빈발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으로 인한 피해를 일부나마 배상하고(기록에 따르면 1억 3,000만 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하였다)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한 점, 이 사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채 6개월이 경과하기도 전에 발생한 사고이고, 전국에 소규모 사업장이 산재한 피고인 회사의 영업상의 특성에 비추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단시일 내에 적정하게 이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회사가 종사하는 아파트 관리업무의 경우 안전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각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가 부담하므로 종사자 안전의 필요성에 대한 입주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위탁관리업자 단독의 노력으로 안전확보의무를 이행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아파트의 경우에도 사고발생 얼마 전 관리비용 절감을 위하여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위험한 작업을 요구하는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와 같은 현실을 도외시한 채 법률상 사용자라는 이유로 피고인 회사에 대해서만 산업재해 발생의 책임을 묻는 것이 상당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피고인 A에게 동종 범죄의 전력이나 금고 이상의 형의 전과가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 A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유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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