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10.31. 선고 2023도3797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3도3797 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나. 업무상과실치사
다. 업무상과실치상
• 피고인 / 1.가.나.다. A, 3.나.다. C, 4.나.다. D, 5.나.다. E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창원지방법원 2023.2.15. 선고 2021노2348 판결
• 판결선고 / 2024.10.31.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A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성립,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B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C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C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피고인 D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D는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5. 피고인 E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에 양형심리에 관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83조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 E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김상환(주심) 박영재
【창원지방법원 2023.2.15. 선고 2021노2348 판결】
• 창원지방법원 제5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1노2348 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나. 업무상과실치사
다. 업무상과실치상
• 피고인 / 1.가.나.다. A, 2.가. 한국철도공사, 3.나.다. B, 4.나.다. C, 5.나.다. D
• 항소인 / 피고인들
• 검 사 / 조범진(기소), 손세희(공판)
• 원심판결 /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2021.8.31. 선고 2020고단353 판결
• 판결선고 / 2023.02.15.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를 벌금 2,000만 원에, 피고인 한국철도공사를 벌금 5,000만 원에, 피고인 B, C, D을 벌금 1,500만 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A, B, C, D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게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대한 항소이유
가) 피고인 A는 작업계획서를 직접 작성할 의무는 없고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감독할 의무가 있는데, 피고인 A는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였고, 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를 지급하였기 때문에 위험을 사고 예방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A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나) 피고인 한국철도공사가 피고인 A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예상하고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거나 감독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한 항소이유
가) 피고인 A는 사고 예방을 위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주의의무만을 부담하고 있을 뿐이고 작업현장에서 사고를 방지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는 없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경우에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할 수 없는데 원심은 피고인 A의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 위반만을 지적하고 있으므로 피고인 A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나) 피고인 B은 작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감독 업무를 담당하지만,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사고를 방지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데, 이 사건 작업계획서에는 6명의 작업원이 작업을 하는 것으로 서명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인 B은 현장에서 작업계획서대로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고 현장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A: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피고인 한국철도공사: 벌금 1억 원, 피고인 B: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 피고인 C: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D: 금고 8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검사가 피고인 A를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66조의 2, 제23조제2항의 위반행위자로서 기소한 것이지 양벌규정에 해당하는 경우로 보아 기소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피고인 A에 대한 적용법조 중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는 오기라고 보아 피고인 A에 대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제2항’만을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에서 말하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자, 즉 그 사업에서의 경영주체를 말하는 것으로서 개인기업에 있어서는 그 사업주 개인, 회사 등 법인에 있어서는 그 대표자가 아닌 법인 자체가 이에 해당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0.11.11. 선고 2010도288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한국철도공사가 사업주에 해당하고 피고인 A는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의 사용인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인 A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2항의 수범자인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아 위 규정을 직접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므로 직권파기 사유가 있고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다만,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사용인(관리감독자를 포함한다)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내지 제70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칙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주인 법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행위자나 사업주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주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주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므로(대법원 1995.5.26. 선고 95도230 판결, 대법원 2007.7.26. 선고 2006도379 판결 등 참조), 피고인 A가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의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2항의 위반 행위자에 해당하는 경우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
3.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관련법령 <생략>
나. 이 사건 발생의 경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E본부 F사업소 G부서은 피고인 C를 선임장으로 하여 피고인 D 및 H, I, J, K로 구성되어 있다. G부서은 2019.10.22. L 소재 M역구내 선로 유지·보수 작업(선로면맞춤 및 줄맞춤)을 하게 되었는데 I은 같은 날 출장으로 부재하여 나머지 5인(피고인 C, D 및 H, J, K)만이 작업에 참여하였다.
2) 면맞춤 및 줄맞춤 작업은 선로의 상하 또는 좌우 균형을 유지·보수하는 작업으로 ① 유지·보수 작업 위치 표시, ② 유압잭으로 레일 침목 들어올림, ③ 핸드핼드 타이 탬퍼 기계(철도선로 도상 다지기를 하는 기계)로 자갈채움, ④ 도상 정리 순서로 이루어진다.
3) 피고인 C는 2019.10.22. 09:00경부터 09:20경부터 G부서 사무실에서 작업에 참여하는 인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한 후 같은 날 09:20부터 작업을 개시하였다. 이때 피고인 C는 열차감시원으로 열차의 진입을 감시하고 열차가 진입하는 경우 이를 작업자들에게 무전기로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였고 나머지 인원(피고인 D, H, J, K)은 선로에서 면맞춤 및 줄맞춤 작업을 실시하였다.
4) 피고인 C는 작업현장으로부터 820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였는데 피고인 C가 위치한 곳과 작업현장은 굽은 선로 구간으로 서로의 위치에서 육안으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었다. 작업현장에서 무전기는 피고인 D이 소지하면서 피고인 C의 열차진입 경보를 전달 받기로 하였다.
5) 피고인 C는 2019.10.22. 10:14경 N(이하 ‘사고 열차’라 한다)가 진입하는 것을 확인하고 피고인 D에게 “O 하선 열차 접근”을 송신하였으나 피고인 D은 작업현장의 소음으로 인하여 위 무전을 수신하지 못하였고 작업자들은 선로에서 계속하여 작업을 하였다. 사고 열차는 열차감시자의 위치를 지나 사고 장소를 진입하며 작업자들을 뒤늦게 발견하고 작업현장 전방 49m 위치부터 비상제동 및 기적취명을 4초간 하였으나 H, J, K는 열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작업을 계속하다가 그대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6)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인 2019.10.22. 09:50경 M역에 정차하는 P 열차 및 같은 날 10:06 M역에 정차하는 Q 열차가 지나갈 때는 피고인 C와 피고인 D이 정상적으로 무전교신을 하여 열차접근 사실을 알고 작업자들이 현장에서 열차를 회피하였다. 무전교신 녹취에 의하면 작업자들은 사고 열차가 같은 날 10:16경 진입할 것이라는 것을 무전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7) 이 사건 사고 직전 사고 열차의 기적소음은 약 60dB, 핸드핼드 타이 탬퍼 기계의 소음은 약 100~103dB, 무전기의 소음은 약 85~86dB 정도이다.
8) 이 사건 면맞춤 및 줄맞춤 작업시에 작성된 작업계획서 양식 및 철도공사 세부세칙에 의하면 곡선부 등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곳에는 작업 상황에 맞게 열차 감시자를 추가 배치할 것을 안전조치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당시 열차감시자는 피고인 C 1인 만이 배정되었고 작업계획서에도 C만 열차감시자로 서명하였다.
다. 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부분에 대한 판단(피고인 A, 한국철도공사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A가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하는 안전조치(작업계획서 작성 및 이행 관리감독 및 작업내용에 적합한 신호기기 지급)를 다하지 아니하여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었고 피고인 한국철도공사는 피고인 A에 대한 상당한 주의의무 또는 관리·감독을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원심판결에 위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 A, 한국철도공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관련법리
가)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구 안전보건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9.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등 참조).
나) 사업주에 대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제1호, 제23조제2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안전보건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각 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0.11.25. 선고 2009도11906 판결, 대법원 2011.9.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등 참조).
다)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보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위 양벌규정이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며,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2.25. 선고 2009도5824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 A의 작업계획서 작성 및 이행 감독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
구 안전보건규칙 제38조제1항 및 별표 4에 의하면 사업주는 궤도나 그 밖의 관련 설비의 보수·점검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직접 작업계획서를 작성할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안전 조치를 다하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 담긴 작업계획서가 작성되고 그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이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한국철도공사가 제공하는 작업계획서 양식에 위험요인과 그에 대한 조치방법이 예시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의 경우 곡선부에는 추가적인 열차감시원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곡선부에서는 열차감시자 1인이 작업자와 열차의 진입을 동시에 관찰할 수 없어 열차와 작업자들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곳에 열차감시자를 추가로 배치하는 경우 이 사건과 같이 열차감시자의 무전송신을 미처 듣지 못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2차로 배치된 열차감시자가 열차와 작업자의 위치를 동시에 확인하고 뒤늦게 나마 기관사 또는 관제실에 무전송신하여 열차를 감속·정차시키거나 작업자들에게 추가 무전송신 등의 방법을 취할 수 있어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히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작업계획서가 사전적으로 위험요인과 그에 대한 조치를 정확히 반영하여 작성되도록 유도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내용이 포함된 작업계획서가 작성되고 그 내용대로 안전조치가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고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 A, 한국철도공사가 위험요인에 따른 안전조치가 포함된 작업계획서 작성 및 그 이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다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피건대, 증인 R, K, H, A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철도공사 세부 세칙에 급곡선부에는 열차감시원을 2명 이상 배치하도록 되어 있으나 급곡선부 선로에서 작업을 하더라도 실제 열차감시원을 추가로 배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일치하여 진술하여 사실상 열차감시원은 1명만 배치되는 관행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아도 이러한 작업 관행에 대한 시정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어 적절한 안전조치의 내용을 담은 작업계획서의 작성 및 이행에 대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인 A의 적합한 신호장비 미지급에 대한 판단
구 안전보건규칙에 의하면 사업주는 열차운행감시인에게 위험을 즉시 알릴 수 있는 확성기·경보기·무선통신기 등 그 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를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구 안전보건규칙에 열거된 신호장비는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하고 확성기, 경보기, 무선통신기가 작업에 충분하지 않다면 추가적인 신호장비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과 같이 열차 운행 중에 선로상에서 보수작업 등을 하는 경우 작업자가 열차 진입을 인지하지 못하여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견가능한 사고 유형이고 이미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전례가 많다. 따라서 사업주로서는 열차진입을 알리는 신호가 실수 없이 전달될 수 있는 충분한 성능의 신호기기를 제공하고 작업자들이 열차 진입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뒤늦게라도 이를 인지하게 할 수 있는 신호전달체계를 강구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사고 당시 지급된 무전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으나 핸드핼드 타이 탬퍼의 소음에 비하여 낮은 출력의 무전기였던 점, 이 사건 작업현장에 있었던 작업자들은 모두 무전기의 소리를 듣지 못하였고 심지어 충돌 직전 사고 열차의 기적취명 소리조차 인지하지 못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당시 지급된 무전기는 작업 내용에 비추어 위험신호를 즉시 전달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신호기기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발생 이후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에서 마련한 선로작업자 안전강화 대책에는 소음으로 인하여 무전기 및 확성기 소리를 미인지 할 경우를 대비하여 진동 등 신체적으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하거나, 열차 접근시 LED경광등 설치 및 경고 표출하는 방법 등이 포함되어있다. 이상과 같은 방법은 현대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물리적, 기술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열차감시자가 열차진입을 알리는 무전송수신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이 사건과 같은 작업내용에 비추어 충분히 예견가능한 것으로 피고인 A와 한국철도공사에게 그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안정강화 대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추가적인 신호기기를 선제적으로 갖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작업과 관련하여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포함하여 대비하도록 하는 부당한 요구라고 볼 수도 없어 이 사건에서 지급된 무전기만으로도 충분한 신호장비를 지급한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의 주의·관리감독 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A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요한 안전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는데 피고인 한국철도공사는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실제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어 피고인 A 피고인 한국철도공사가 피고인 A에 대한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업무상과실치사·상 부분에 대한 판단(피고인 A, B에 대하여)
1) 관련법리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과실은 업무와 관련하여 다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아니한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02.5.31. 선고 2002도1342 판결, 대법원 2010.11.11. 선고 2010도2887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 A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가 부담하는 작업계획서 작성 및 이행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및 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 지급의무는 일반적·추상적인 관리의무를 넘어서 이 사건 면맞춤 및 줄맞춤 작업시 필요한 안전에 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라고 판단된다. 나아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 A가 위 의무들을 위반하였으므로 피고인 A의 과실이 피고인 B, C, D의 과실과 경합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 A는 피고인 한국철도공사 E본부장이자 E본부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겸임하고 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9.4.19. 개정 및 시행,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11조에 의하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구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근로자의 위험 방지에 관한 사항을 총괄관리하여야 한다.
② 이 사건 면맞춤 및 줄맞춤 작업에 열차감시자가 추가 배치되고 소음의 크기가 적합한 무전기 또는 무전기 외 추가적인 신호장비가 제공되었다면 피해자들이 사고열차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피고인 A는 사업주를 대신하여 위와 같은 의무를 직접 부담하는 자이다.
③ 열차감시자 추가 배치 또는 적합한 신호장비의 휴대는 면맞춤 및 줄맞춤 작업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 및 그 작업 수행 자체에 필요한 장비에 관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작업을 안전하게 수행하도록 담보하는 피고인 A의 작업계획서 관리 감독 및 적합한 신호장비 준비 의무는 일반적·추상적 의무를 넘어 위 작업에 대한 구체적 직접적인 주의의무이다.
3) 피고인 B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B이 부담하는 작업계획서 검토 및 선로유지작업이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관리·감독할 주의의무는 이 사건 면맞춤 및 줄맞춤 작업에 필요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라고 판단된다. 나아가 피고인 B이 위 의무를 위반한 과실과 피고인 A, C, D의 과실이 경합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B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 B은 F사업소 G부서장으로 G부서의 작업관리, 안전교육, 궤도공사 관련 감독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다.
② 피고인 B은 G부서에서 올리는 주간작업계획 및 매 작업별로 별도로 작성하는 작업계획서를 보고받아 검토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피고인 B은 작업계획서를 보고받으면 이를 검토하여 전달사항을 기재하거나 잘못 기재된 사항은 수정하기도 하였다.
③ 피고인 B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일에도 이 사건 면맞춤 및 줄맞춤 작업계획서를 제출받아 사고 발생 당일 오전 08:40경 검토 후 확인하였다. 피고인 B은 작업계획서상 추가적인 열차감시자가 배치되지 않았음에도 이에 대하여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작업계획서를 승인하였다.
④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 피고인 D이 피고인 B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을 보고하였는데 이는 피고인 B이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관리자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마.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피고인들 모두에 대하여)
피고인들의 과실로 피해자 J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고 피해자 K, H가 입은 상해의 정도도 중하다.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조치를 관리하는 자들은 근로자들이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사고까지 철저히 대비를 하여야 한다. 산업재해는 이례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1회의 사고로 이 사건과 같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조치의무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하여도 부족하고 이를 위반한 과실은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사건 작업내용에 비추어 볼 때 직접 작업에 참여한 피고인 C, D이 무전송수신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위 피고인들의 과실도 매우 무겁다.
다만, 피해자 J의 유족들에게 피고인 한국철도공사가 가입한 산재보험급여, 종업원 복지보장보험, 단체상해보험의 보험금 등이 합계 3억 5,000여 만 원 지급되어 그 피해의 경제적인 부분은 일부 회복되었다. 피고인 J의 유족인 S는 원심에서 피고인 A, B, C, D에 대하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였고 피해자 K, H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들 전원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였다. 피고인 한국철도공사는 이 사건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피고인 A, D은 이 사건 이전에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고인 B, C는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피고인 A, B, C, D은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고인 A, B, C, D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 한국철도공사 인사규정상 당연 면직 사유에 해당하여 직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피해자 J의 유족이 위 피고인들에게 대한 처벌불원서를 작성하여 준 것은 피해자 J와 직장 동료들인 위 피고인들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한국철도공사를 떠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당심에서는 이러한 유족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밖에 동종사건과의 양형의 형평, 피고인의 건강상태,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며,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2항 및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 피고인 A: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본문, 제66조의2, 제23조제2항, 각 형법 제268조, 제30조
○ 피고인 한국철도공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본문, 제66조의2, 제23조제2항 ○ 피고인 B, C, D: 각 형법 제268조, 제30조
1. 상상적 경합
○ 피고인 A, B, C, D: 각 형법 제40조, 제50조
1. 형의 선택
○ 피고인 A, B, C, D: 각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 피고인 A, B, C, D: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1. 가납명령
○ 피고인들: 각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살펴본 여러 정상과 피고인 A, 한국철도공사는 사업주 및 관리자로서 구체적 행위자들보다 더 중하게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이와 같은 사고의 재발방지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보이는 점을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김병룡(재판장) 임락균 강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