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 2014.12.10. 선고 2014노389 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제3형사부 판결
• 사 건 / 2014노389 산업안전보건법위반
• 피고인 / 1. A, 2. C
• 항소인 / 검사
• 원심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2014.2.6. 선고 2013고정2309 판결
• 판결선고 / 2014.12.10.
<주 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사고 장소가 근로자들의 출입제한이 필요하지 아니하여 공사 현장과 무관한 곳이라고 볼 수 없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장소인 ‘지반을 굴착하거나 발파작업을 하는 장소’에 위 작업을 위하여 덤프트럭 등이 일시 대기하는 장소가 제외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들이 충분한 안전요원 배치 등 산업안전보건기준을 지키지 아니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 A은 원심 공동피고인 B 주식회사가 시공하는 동두천시 F에 있는 “G 신축사업 중 토공 및 부대토목공사”의 현장소장으로서 소속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다.
원심 공동피고인 B 주식회사는 전주시 완산구 H 3층에서 토목공사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1999.10.1. 설립된 법인으로서 “G 신축사업 중 토공 및 부대토목공사”를 원심 공동피고인 D 주식회사로부터 2,792,000,000원에 하도급받아 상시근로자 9명을 사용하여 공사를 시공하는 사업주이다.
피고인 C은 원심 공동피고인 D 주식회사가 시공하는 동두천시 F에 있는 “G 신축사업”의 현장소장으로서 소속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다.
원심 공동피고인 D 주식회사는 1971.8.25. 서울 광진구 I에서 건축토목공사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주)○○○○산업개발에서 발주한 “G 신축사업”을 68,313,920,000원에 도급받아 상시근로자 15명을 사용하여 시공하는 사업주이다.
2013.3.29. 07:24경 위 현장 내에서 굴착한 토사를 실어 외부로 반출하는 덤프트럭(24톤, J) 운전자 K이 차량 오른쪽 조수석 측에 있던 용접공 L을 발견치 못하고 덤프트럭을 오른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출발시키면서 L이 넘어져 바퀴에 깔려 사망한 중대재해(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와 관련하여,
1) 피고인 A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2항(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00조)에 따라 덤프트럭과 같은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운전 중인 덤프트럭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부딪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유도자를 배치하고 해당 차량계 건설기계를 유도하거나, 근로자 출입을 시켜서는 아니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현장 내에서 덤프트럭 사용작업으로 근로자가 부딪칠 위험이 있는 장소에 유도자를 배치하지 아니하였으면서도 근로자 L을 출입토록 하여 L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2) 피고인 C
도급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제3항(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30조제4항제6호)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건설업으로서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지반을 굴착하는 장소로서 덤프트럭과 같은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2항(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00조)에 의거 운전 중인 덤프트럭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부딪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유도자를 배치하고 해당 차량계 건설기계를 유도하거나, 근로자 출입을 시켜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현장 내에서 덤프트럭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면서도 이동 중인 근로자 L이 덤프트럭에 부딪칠 위험이 있는 장소에 유도자를 배치하지 아니하였으면서도 L을 출입토록 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원심은, 아래와 같이 위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1) 피고인 A
기록에 의하면, 덤프트럭 운전자 K은 M에 지입차주로 등록하여 M로부터 배차지시를 받아 작업을 해왔고, M은 피고인 B 주식회사와 덤프트럭 임대차계약을 맺고 지입차주들에게 배차를 지시한 사실, K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틀 전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 배차되어 굴착장소에서 토사를 상차하여 외부로 반출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사건 당일에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 배치되지 않았는데, 착각을 일으켜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입한 사실, K은 굴착장소로부터 약 70m 떨어진 대기장소에서 작업을 대기하던 중 작업반장으로서 신호수 업무를 맡고 있는 N으로부터 배차 차량이 아니므로 돌아갈 것을 요구받고 출입문으로 나가기 위하여 덤프트럭을 후진하였다가 전진하는 과정에서 망 L을 충격하여 사망하게 한 사실, 망 L은 원심 공동피고인 B 주식회사에 소속된 용접공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 토류판 더미를 슬링벨트로 묶고 107동 현장으로 가는 중에 덤프트럭 대기장소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 피고인 B 주식회사는 2012.10.3. N을 건설기계/차량 교통신호수로 하는 선임계를 제출하였고, 이 사건 당시 공사현장의 굴착장소에서는 신호수에 의한 차량 유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 즉,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장소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굴착, 채석, 하역, 벌목, 운송, 조작, 운반, 해체,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차량이 위와 같은 작업을 하기 위하여 대기하는 장소에 불과하며, K은 굴착 등 작업을 하기 위하여 덤프트럭을 운전한 것이 아니라, 착오에 의하여 잘못 공사현장에 출입하게 된 것으로 다시 공사현장 밖으로 나가기 위하여 운전하던 도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서 이러한 경우를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는 바와 같이 사업주가 굴착 등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근로자가 사망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 A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사망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2) 피고인 C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장소는 덤프트럭이 작업을 위하여 대기하는 장소이고, K은 굴착 등 작업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잘못 공사현장에 출입하게 되어 다시 공사현장을 빠져나가기 위하여 운전하던 중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제3항에 의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 C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사망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다. 당심의 판단
살피건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1호에 정한 ‘산업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하는바, 문언상 재해가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한편, 사전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고자 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사후적으로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등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단계를 달리 할 뿐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산업재해’를 해석함에 있어 그 범위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에 정한 ‘업무상의 재해’의 의미와 동일하게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에 정한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의 근로계약에 터 잡아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당해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7.9.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역시 재해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업무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에 기인하여 발생할 것을 요구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및 제23조제2항이나 같은 법 제68조제2호 및 제29조제3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당해 재해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영역에서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인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살피건대,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장소가 공소사실 기재 공사현장 내에 있고, 굴착공사 현장과 다소 근접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 공사현장에 배차되지 않았음에도 착각을 일으켜 이 사건 공사현장에 들어온 K이 공사현장 밖으로 나가기 위하여 덤프트럭을 운전한 행위는, 사업주인 B 주식회사와 도급사업주인 D 주식회사가 수행한 굴착 및 토사 운반 작업 또는 그 밖에 이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업무라고 보기 어렵고, 사업주나 도급사업주가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것이어서 사업주나 도급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사업주의 현장소장인 피고인 A과 도급사업주의 현장소장인 피고인 C에게 K의 위 행위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유도자를 배치하고 K의 덤프트럭을 유도하거나, 유도자가 없는 경우 근로자의 출입을 막는 조치를 취하였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K의 위 행위가 사업주와 도급사업주의 이 사건 공사와 관련이 있다거나 사업주와 도급사업주의 지배·관리 영역 내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그렇다면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설령 피고인들에게 위와 같은 주의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신호수로 선임된 N이 이 사건 공사 현장 출입문과 굴착 장소에서 차량계 건설기계를 유도한 점, 이 사건 재해 발생 장소가 공사 현장에 출입하는 차량들의 대기장소로 빈번히 이용되기는 하였으나 굴착한 토사를 상차하여 외부로 운반하는 작업의 특성상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았던 점, 이 사건 재해 발생 장소 부근에 임시로 근로자들의 통행로가 설치되기도 하였으나 성토 작업 등으로 인하여 통행로가 없어졌고, 공사 진행 현황에 따라 근로자들의 통행로가 변경된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D 주식회사에서 신호수인 N에게 신호수 안전교육 등을 실시하였고, D 주식회사와 B 주식회사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입하는 건설기계 운전자들에게 안전수칙 준수서약서를 받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재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정훈(재판장) 김윤희 이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