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4.8.16. 선고 2022가합512237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2가합512237 손해배상(기)

• 원 고 / A

• 피 고 / 1. B ~ 4. E연구원

• 변론종결 / 2024.06.21.

• 판결선고 / 2024.08.16.

 

<주 문>

1. 피고 E연구원은 원고에게 500만 원 및 그중 100만 원에 대하여는 2022.3.12.부터, 400만 원에 대하여는 2023.7.15.부터 각 2024.8.16.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 C는 피고 E연구원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제1항 기재 돈 중 1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22.3.15.부터 2024.8.16.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피고 B, D에 대한 각 청구와 피고 C, E연구원에 대한 나머지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B, D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C, E연구원 사이에 생긴 부분의 9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 C, E연구원이 각 부담한다.

5. 제1, 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1. 원고에게, 피고 B, D은 각 1,000만 원, 피고 C는 2,000만 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고, 피고 E연구원은 위 피고들과 공동하여 위 각 돈을 지급하라.

2. 피고 E연구원은 원고에게 3,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및 관계

1) 피고 E연구원(이하 ‘피고 연구원’이라 한다)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고, 피고 B, D, C(이하 이들을 통틀어 지칭할 때에는 ‘피고 B 등’이라 한다)는 모두 피고 연구원 소속 근로자이다.

2) 원고는 2012.3.16.부터 2021.4.30.까지의 기간 동안 아래와 같이 피고 B 등과 함께 피고 연구원의 연구원 내지 선임연구원으로서 근무하였다. <아래 생략>

 

나.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 및 그 처리결과

1) 원고는 2017.8.7. 피고 연구원 고충처리위원회에 “피고 B이 원고에 대하여 실시한 2016년 인사평가(이하 ‘이 사건 인사평가’라 한다)가 부당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인사평가 제도개선, 평가자 피고 B에 대한 피고 연구원의 경고 등 조치, 원고의 타부서 인사발령을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라 한다).

2) 고충처리위원회는 2017.9.6.부터 2017.9.14.까지 3차례 면담조사를 실시한 다음, 원고에게 ‘인사평가기준이 정성적 평가로 되어 있어 양측의 입장을 확증할만한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이 사건 인사평가의 부당함을 객관적으로 확증할 수는 없으나, 원고의 요청에 따라 원고를 타부서에 전보조치할 수 있도록 기관장 등에게 건의하도록 하겠다’고 통보하였다.

 

다. 이 사건 민원 및 그 처리결과

1) 원고는 2021.3.23. 국민신문고를 통해 ‘피고 B 등이 원고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들을 하였고, 피고 연구원이 이를 제재하지 않고 계속 묵인하였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였고(갑 제17호증, 이하 ‘이 사건 민원’이라 한다), 이 사건 민원의 담당 처리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4.19. 위 민원을 피고 연구원의 자체감사부서에서 직접 조사한 후 통보할 것을 지시하였다.

2) 피고 연구원의 감사부 윤리팀은 2021.4.19.부터 2021.7.5.까지 노동조합의 의견을 참조하여 이 사건 민원에 관하여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원고는 위 조사과정에서 감사부장 H을 조사대상에 포함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피고 연구원은 내부조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노무법인 I(이하 ‘노무법인’이라고만 한다)에 조사를 의뢰하였고, 노무법인은 2021.7.6.부터 2021.8.18.까지 신고인 원고, 피신고인 피고 B 등 및 참고인 13명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직장 내 괴롭힘 조사보고서(을나 제2호증, 이하 ‘노무법인 보고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3) 피고 연구원은 2021.8.31. 감사부 및 노무법인 조사결과를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라고만 한다)에 상정하였다. 심의위원회는 ① 피고 D의 원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피고 D에 대하여는 특별한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으나, ② 피고 B, C의 경우 원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일부 인정하여 관련 규정에 따른 인사 조치를 권고하는 내용으로 의결하였다.

4) 피고 연구원 감사부는 2021.9.14. 인사관리팀에 위 심의위원회 의결결과에 따른 인사조치를 요청하였고, 인사관리팀은 2021.10.경 감사부 조사결과 및 심의위원회의결결과를 참조하여 인사조치를 검토하였다.

5) 피고 연구원은 2021.10.7. 심의위원회 의결결과 및 인사관리팀 검토보고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피고 B에 대하여 경고처분을, 피고 C에 대하여 주의촉구 처분을 하였다. <아래 생략>

6)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2021.12.14. 피고 연구원에 대하여 원고가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진정을 행정종결 처리하고, 재발방지를 위하여 행정지도를 실시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6 내지 20호증, 을나 제1 내지 5, 7, 10 내지 12, 16,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피고 B 등의 불법행위책임 및 피고 연구원의 사용자책임

피고 B 등은 직속 부서원인 원고에 대하여 각기 아래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들을 저질러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으므로, 피고 B 등은 민법 제750조에 따라, 사용자인 피고 연구원은 민법 제756조에 따라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원고에게, 피고 B, 연구원은 공동하여 위자료 1,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피고 D, 연구원은 공동하여 위자료 1,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피고 C, 연구원은 공동하여 위자료 2,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아래 생략>

 

나. 피고 연구원이 독자적으로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

피고 연구원은 이 사건 민원이 제기되기 이전까지 원고의 피해사실을 계속하여 묵인, 은폐하였고, 이 사건 민원 제기 이후에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조치,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적절히 취하지 아니하였다. 즉,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게 주위적으로 불법행위, 예비적으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위자료 3,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 B 등의 불법행위책임 및 피고 연구원의 사용자책임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이에 위반하는 행위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11.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등 참조).

 

나. 피고 B의 불법행위책임 및 피고 연구원의 사용자책임에 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가) 순번 2, 3, 4, 5, 6, 8, 10 기재 행위 : 불법행위 인정

앞서 든 증거, 갑 제4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B이 원고에 대하여 순번 2, 3, 4, 5, 6, 8, 10 기재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고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2019.1.15.에 신설되어 2019.7.15.부터 시행된 규정이므로 위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으나, 피고 B이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는 위 순번 기재 각 행위를 저질러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끼친 것은 사회통념상 위법하다고 보이므로, 이를 불법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 B과 그 사용자인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게 순번 2, 3, 4, 5, 6, 8, 10 기재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위자할 책임이 있다.

(1) 순번 3, 5, 8은, 피고 B이 2012.3.경부터 2017.4.경까지의 기간 중 원고의 개인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원고의 휴가 중 또는 그 직전 무렵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였다는 것이다. ① 피고 B은 노무법인 조사 당시 원고의 개인차량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였던 점, ② 당시 원고와 함께 피고 B의 팀원으로 근무하였던 L는 원고에게 사내 메신저를 이용하여 “심지어 수요일인가부터 휴가시면서ㅠㅠ 8월 1일 발표시라니ㅠㅠ”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그 대화 전후의 맥락에 비추어 위 기재내용은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업무지시에 관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러한 이유로 노무법인은 순번 3, 5, 8 기재 사실관계가 있었다고 판단하였고, 피고 연구원은 2021.10.7. 심의위원회, 인사관리팀 검토를 거쳐 피고 B에 대하여 경고 처분을 한 점, ④ 피고 B이 심의위원회의결이나 경고 처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B이 순번 3, 5, 8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순번 2, 4, 6은 피고 B이 회식자리에서 원고의 머리나 배를 툭툭치는 폭행 내지 추행행위를 하고 술값부담을 강요하였다는 것이다. ① 노무법인은 해당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후 심의위원회에서는 폭행행위에 관한 원고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다고 보아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정하였고 피고 연구원은 이를 피고 B에 대한 경고처분의 근거로 삼았던 점, ② 이러한 심의위원회의 의결결과나 피고 연구원의 경고처분에 대하여 피고 B이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B이 순번 2, 4, 6 기재와 같이 원고의 머리나 배를 툭툭치는 폭행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다만, 순번 6 기재 중 술값 부담 강요 부분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제외한다).

(3) 순번 10은 피고 B이 이 사건 인사평가 당시 원고에 대하여 ‘소속센터의 고급전문인력들 다수(3인)에게 심한 말을 자주하고, 회식자리에서 술을 강권하였다’고 거짓된 기재를 하였다는 것이다. 노무법인 및 심의위원회는 피고 B이 이 사건 인사평가 당시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이 기재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이 부분을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정하지 않았고, 피고 연구원의 경고처분 사유에서도 이 사건 인사평가에 관한 부분이 배제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한편, ① 원고는 당시 함께 정책연구부 소속으로 근무하던 사람들 중 고급전문인력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사람으로 M, L, N, O를 거론하고 있는데, 이들 중 3인은 원고에게 ‘원고가 심한 말을 하거나 술을 강권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점, ② 피고 B은 노무법인 조사 당시 ‘계약직 여직원이 팀장인 본인에게 원고가 술을 강권하거나 기분 나쁜 발언을 하였다는 식으로 고충을 토로하였기 때문에 2016년 인사평가에이를 기재한 것이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이는 그 자체로 이 사건 인사평가의 ‘고급전문인력들 다수(3인)’이라는 기재와 배치되는데다가, 당시 함께 근무하였던 계약직 여직원 P은 2017.9.11. “원고는 계약직이고 거의 동년배인 본인에게도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며, 사소한 작은 어려움도 먼저 물어와 도움을 줄 정도로 드물게 사려깊고 예의바른 성격임”이라고 기재한 서면진술서를 작성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사평가의 위 부분 기재가 진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노무법인 보고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에 관하여 “피고 B이 평가이유서에 ‘고급전문인력에게 술을 강권했다’고 기재한 사실은 인정되나, 당시 고급전문인력의 성별은 특정되지 않았던 점, 기재사실만으로 원고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평가이유가 외부에 알려진 바 없고, 관련자들이 신고인을 ‘성희롱 가해자’로 지칭한 사실도 인정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노무법인은 ‘이 사건 인사평가가 허위로 작성된 것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다기보다는 단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이에 관해 판단을 한 것에 불과하고, 심의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로 보이므로, 노무법인 조사 및 심의위원회 의결 당시 순번 10에 관한 원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여 해당 사실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4) 이러한 피고 B의 순번 2, 3, 4, 5, 6, 8, 10 기재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은 경험칙상 분명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원고는 피고 B과의 근무기간 중부터 또는 그 기간이 지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우울감, 의욕저하 등의 증상이 발생하여 정신과 외래 진료를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나) 나머지 각 행위 : 불법행위 불인정

앞서 든 증거, 을가 제2, 3,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순번 1, 7, 9 기재 각 행위의 경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 행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거나 그 행위가 사회통념상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1) 순번 1은 피고 B이 2012.경 원고에게 식권 구매 및 비용처리방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고, 피고 B은 이러한 사실관계 자체에 대하여 다투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통상 팀장이 팀원에게 식권구매 및 비용처리방법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다른 부서원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한 부분이라고 여겨지는 점, 원고가 당시 입은 손해는 해당 과제 참여원 전부가 동일하게 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B이 원고에게 식권 구매 및 비용처리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순번 7은 피고 B이 Q, R 등의 이름을 이용하여 과제 관련 활동비를 받아 이를 임의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원고가 이에 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기는 하나, R은 노무법인 조사 당시 피고 B의 임의 사용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진술만으로 피고 B이 순번 7 기재 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순번 9는 피고 B이 2017.5.경 조직개편에 따라 원고가 진행한 자산관리 업무 이관 요청을 거절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원고와 피고 B 사이 오간 이메일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인수자를 잘못 표시하여 피고 B에게 결재요청을 하였고, 피고 B은 이를 지적하면서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을 지시하였으며, 이에 원고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절차대로 수행하겠다고 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 B이 원고의 업무 이관 요청을 거절한 것이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 시효소멸 여부

가) 피고 B, 연구원은 ‘이 사건 소는 원고가 불법행위로 주장하는 피고 B 각 행위 당시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22.2.21.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제1항에 의하여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하고,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원고가 손해를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던 이 사건 민원을 제기일인 2021.3.23. 또는 피고 연구원이 피고 B에 대하여 경고처분을 한 2021.10.7.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보아야 한다’거나 ‘피고 B 등의 행위는 개별적인 각각의 불법행위가 아닌 일련의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포괄적인 불법행위로 보아 시효소멸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제1항 소정의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의 발생과 가해자를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안 때를 의미하고,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결과 손해도 역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하여 발생하는 손해로서 민법 제766조제1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9.3.23. 선고 98다30285 판결).

피고 B의 위 각 행위는 직접 원고를 상대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원고는 위 각 행위 당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민원제기 또는 피고 연구원의 위 경고처분 이전까지 이 부분 주장과 같은 손해배상청구가 불가능한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 B과 다른 피고들의 행위를 하나의 포괄적인 불법행위로 볼만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피고 B의 위 각 행위당시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은 명백한 이상,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연구원은 직장 내 괴롭힘 상황에 대한 원고의 피해 호소를 묵살·은폐하고 원고가 권리행사를 할 수 없도록 협박한 점, 피고들로부터 받은 정신적 고통은 점차 누적·심화되다가 중증도 우울증으로 발현된 점, 원고의 근로자로서의 지위 및 피고 B 등과 수직적 관계 등으로 인하여 원고로서는 퇴사할 무렵에야 공식적인 문제제기나 법적 대응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으므로,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재항변한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고, 또한 위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5.29. 선고 2011다95847 판결 참조).

피고 연구원이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 및 민원에 대하여 미흡하게나마 절차에 따라 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한 부분이 있는 점에다가 피고 B 등의 불법행위 태양, 원고의 피고 연구원에서의 지위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시효 완성 전에 원고의 주장을 묵살·은폐하고 원고를 협박하여 권리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원고가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재항변은 이유 없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 B, 연구원의 시효소멸 항변은 이유 있고,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피고 D의 불법행위책임 및 피고 연구원의 사용자책임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 D이 순번 1 내지 5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기는 하나, 원고의 진술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노무법인 조사, 심의위원회 의결에서도 위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아가 설령 피고 D이 순번 1 내지 5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고 이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 D, 연구원은 이에 대하여 소멸시효 항변을 하고 있고, 앞서 피고 B의 경우에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피고 D의 각 행위 당시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은 명백한 이상,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피고 C의 불법행위책임 및 피고 연구원의 사용자책임에 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 발생 여부

가) 순번 2 기재 행위 : 불법행위 인정

앞서 든 증거, 갑 제28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르면, ① 원고는 2019.12.3. 피고 C와 면담한 이후로 피고 C가 순번 2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여 온 점, ② 피고 C는 노무법인 조사 당시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있었을 수 있다’고 인정하였던 점, ③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노무법인 보고서에는 피고 C가 순번 2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기재되어 있고, 피고연구원은 2021.10.7. 심의위원회 의결, 인사관리팀 검토를 거쳐 피고 C에 대하여 주의촉구 처분을 한 점, ④ 피고 C가 심의위원회 의결결과나 주의촉구 처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C가 2019.12.3. 원고에 대하여 순번 2 기재 ‘나와 척지면 끝까지 괴롭힌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위 발언의 내용, 피고 C의 지위 등에 비추어 보면 경험칙상 원고가 피고 C의 위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연구원은 피고 C의 사용자로서 책임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 C와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게 순번 2 기재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위자할 책임이 있다.

나) 나머지 각 행위 : 불법행위 불인정

앞서 든 증거, 갑 제3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르면 원고는 그간 피고 C의 나머지 순번 기재 각 행위에 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여 온 사실, 2019.11.경부터 피고 C의 지시를 받으며 근무하던 원고는 2020.3.경 결국 휴직한 다음 퇴사에 이른 사실, 당시 원고와 함께 피고 C의 지시를 받으며 근무한 S 역시 타부서 전출을 요청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앞서 든 증거, 갑 제15호증, 을가 제10, 14, 18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 증인 T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 C의 불법행위 중 순번 2를 제외한 나머지 순번 기재 각 행위의 경우에는 위 인정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그 행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거나 사회통념상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1) 순번 1은 피고 C가 2019.11.경 필요한 업무출장에 대하여 이유 없이 결재를 여러 차례 거부하였다는 것이고, 원고가 2019.11.26. 피고 C에게 K 1호기 소방호스 동파방지작업을 위하여 필요한 인력인 U, V의 출장을 요청하였는데, 피고 C는 ‘V은 서울에 집이 있어 출장을 가려는 것이 아니냐, 서울에 집이 있으니 출장비에서 숙박비를 제외하고 신청하여야 한다’는 사유를 들며 결재하지 않다가 2019.11.29.에야 결재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런데 출장 및 비용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것은 G센터 센터장인 피고 C의 업무 범위에 해당하고, 피고 C가 든 사유가 사회통념상 납득하기 어렵거나 특별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해당 출장 결재를 특별히 단시간 내에 처리하여야 했던 사정 내지 당시 출장 결재에 3일가량 소요된 것이 지나치게 장기간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2) 순번 3, 4는 피고 C가 2019.12.4. 및 2019.12.19. ‘원고와 S 단 2명에게 K 해체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맡긴다’는 취지로 통보한 것이 원고에게 과중한 업무를 부담시키고 부당한 업무지원중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9.12.경 K 해체현장에 파견되어 있던 직원 3인(원고, S, W) 모두 대학원 위탁교육을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이어서 매주 이틀 가량 현장근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피고 C는 이를 고려하여 F관리단장 X와의 논의 하에 2020.1.1.경 W을 본원으로 복귀시키고 2020.1.12. Y을 K 해체현장으로 파견조치 한 것으로 보인다. 즉, 실제 원고와 S 단둘이 K 해체 현장에서 근무한 기간은 2주가 채 되지 않고, 피고 C가 이와 같이 인력을 재배치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당시 피고 C에게 원고에 대한 퇴사를 종용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거나 인력재배치 과정에서 원고의 업무량이나 근무시간이 과도하게 늘었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

(3) 순번 5, 6, 7, 9는 피고 C가 2020.1.경부터 2020.2.경까지의 기간 중 ‘K 관련 계획안’, ‘2차 해체계획서 질의 답변서’ 등에 관한 검토요청을 고의적으로 회피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고 C는 원고뿐만 아니라 Y 등 다른 연구원의 메일에 관하여도 답장을 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으므로, 원고에 대하여만 의도적으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당시 G센터에는 4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고, 피고 C는 과제책임자, 실장에게 사전 협의 및 보고를 하는 등의 보고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였던 점, 그 무렵 피고 연구원 소속 직원들의 상당수가 2020.1.20.경 발생한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에 대응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센터장인 피고 C로서는 원고가 과제책임자나 실장에 대한 보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하였거나 당시 상황에서 모든 직원의 메일에 일일이 직접 답변을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여겨 답장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고, 이러한 피고 C의 업무방식이 직장 내 괴롭힘의 범주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4) 순번 8은 피고 C가 2020.2.20. 방사성액체폐기물 폐액을 무단방류하라고 지시하였다는 것이고, 원고가 갑 제12호증으로 제출한 이메일에 ‘피고 C가 액체폐액의 방류를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이메일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 C가 방류에 찬성하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일 뿐 방류를 지시하였다는 것은 아닌 점, Y, 폐기물총괄관리실장 Z은 노무법인 조사 당시 ‘피고 C로부터 액체폐기물을 방류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이메일 기재만으로 피고 C가 무단방류를 지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5) 순번 10은 피고 C가 2020.2.25. 원고의 퇴사 관련 업무처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휴직 중이던 2021.3.12. Z에게 유선상으로 퇴직의사를 전달하였고 Z은 이를 당시 단장 직위에 있던 피고 C에게 보고한 사실, 원고는 2021.3.19. Z에게 유선상으로 피고 C와 면담을 요청하였고, Z은 이를 당시 센터장에게 보고한 사실, 센터장은 그로부터 일주일가량 내에 원고와 통화하면서 원고에게 ‘퇴직은 절차대로 진행하고, 실장, 센터장, 단장(피고 C)이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니 사무실에 와서 자연스럽게 진행하면 된다’는 취지로 안내한 사실, 피고 C는 원고가 퇴직신청서를 제출한 당일 이를 즉시 결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 C가 원고의 퇴사처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6) 이 사건 민원을 조사한 감사부나 노무법인, 이를 검토한 심의위원회 모두 순번 2를 제외한 나머지 순번 기재 각 행위에 관하여는 그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거나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일련의 사실관계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살피지 않은 데에 기인한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하나, 불법행위로 인정된 순번 2 기재와 함께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되는 순번 1, 3, 4, 5, 6, 7,9 기재 각 행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위 각 행위가 사회통념상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 사건에서 드러난 피고 C의 순번 2 기재 행위의 경위, 내용, 정도 및 변론 전체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 C의 순번 2 기재 행위로 인한 원고에 대한 위자료는 그 액수를 100만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 C와 피고 연구원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1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피고 C는 2022.3.15., 피고 연구원은 2022.3.12.)부터 피고 C, 연구원이 이행의무의 존재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4.8.1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피고 연구원이 독자적으로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고용관계 또는 근로관계는 이른바 계속적 채권관계로서 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 고용계약에 있어 피용자가 신의칙상 성실하게 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함에 대하여, 사용자로서는 피용자에 대한 보수지급의무 외에도 피용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피용자가 그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손해를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피용자의 생명, 건강, 풍기 등에 관한 보호시설을 하는 등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피용자를 보호하고 부조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8.2.10. 선고 95다39533 판결, 대법원 2001.7.27. 선고 99다56734 판결, 대법원 2021.8.19. 선고 2018다270876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연구원은 근로계약에 수반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므로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 등 업무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가능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따라서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게 이러한 보호의무 해태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이 부분 청구에 관하여 주위적으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예비적으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책임을 구하고 있는데, 이는 양립할 수 있으므로 선택적 병합에 해당하고, 이러한 경우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인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할 수 있기는 하나,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피고 연구원이 시효소멸 항변을 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예비적으로 구하는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이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1) 피고 B은 2013.경부터 2017.6.경까지 원고에 대하여 회식자리 폭행, 개인차량사적 이용, 휴가 직전 부당한 업무지시, 허위 인사평가 자료 작성이라는 불법행위(순번 2, 3, 4, 5, 6, 8, 10)를 저질렀고, 피고 C는 2019.12.3. 원고와의 개별면담에서 충성을 강요하며 ‘나와 척지면 끝까지 괴롭힐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는 불법행위(순번 2)를 저질렀다. 이러한 피고 B, C의 행위는 피고 연구원의 업무를 수행하던 중 일어난 것이므로, 그 자체로 피고 연구원이 원고가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 적절한 인적 환경을 마련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원고가 이러한 피고 B, C의 행위에 대하여 절차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였다면, 근로계약에 따라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피고 연구원으로서는 이를 조사하고 파악된 사실관계에 따라 신고자 및 행위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피고 연구원은 2017.8.7. 제기된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에 대하여 원고와 2차례 면담을, 피고 B과 1차례 면담을 실시하였을 뿐, 문제된 회식에서의 동석자에 대한 조사 등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채, 원고 및 피고 B에 대한 면담결과만을 토대로 ‘이 사건 인사평가의 부당함을 객관적으로 확증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 연구원이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와 관련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게다가 원고는 이 사건 민원에서도 이 사건 인사평가의 부당함을 지적하였는데, 노무법인 보고서 중 이 사건 인사평가와 관련된 부분의 참고인 진술란이 공란으로 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노무법인 조사 당시에도 이 사건 인사평가와 관련하여 참고인 조사가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 연구원으로서는 노무법인에 이 부분 조사를 추가로 의뢰하거나 자체적으로라도 객관적 진술 확보를 위한 조사를 진행하였어야 하나, 추가적인 조사 없이 이 부분을 피고 B에 대한 처분사유로 삼지 않았으므로, 피고 연구원은 이 사건 민원과 관련하여도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4) 원고는 2017.경부터 2020.경 3.경까지 노조위원장에게 수차 고충상담을 하고, F관리단장 X에 대한 면담요청을 하는 것을 비롯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피고 연구원의 구성원들에게 상급자인 피고 B 등과의 관계의 어려움, 행위의 부당함을 호소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 연구원은 원고가 2021.3.23. 외부기관 국민신문고에이 사건 민원을 제기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지시가 내려오기 이전까지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에 대한 조사를 제외하고는 관련 조사나 대응방안 마련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피고 연구원이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에 따른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는 볼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휴직 및 파견근무를 통해 원고의 요청에 따른 전보조치는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민원에 대한 조사 역시 불충분한 부분은 있으나 피고 연구원은 그 조사과정에서 원고의 요청사항 반영 및 객관성 확보를 위하여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연구원은 피고 C의 불법행위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별도로 부담하는 점과 함께 원고가 처한 인적 환경, 원고가 입은 불이익의 정도 및 원고가 결국 피고 연구원을 퇴사하기에 이른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 연구원이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를 400만 원으로 정한다.

따라서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게 4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 연구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2023.7.14.자 준비서면 부본이 송달된 다음날인 2023.7.15.부터 피고 연구원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4.8.1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하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이행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하므로(민법 제387조제2항, 대법원 2017.5.31. 선고 2015다22496 판결 등 참조), 위 인정범위를 초과하는 원고의 지연손해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C, 연구원에 대한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각 청구 및 피고 B, D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욱진(재판장) 김민지 김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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