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8.29. 선고 2023구합63406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4부 판결
• 사 건 / 2023구합63406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 등 취소 청구의 소
• 원 고 / 1. A노동조합, 2. B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C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24.06.13.
• 판결선고 / 2024.08.29.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3.20. 원고들과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D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 한다) 사이의 중앙2023공정*/부노** 병합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 A노동조합(이하 ‘원고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전국 공공부문 정규직 및 비정규직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그 산하 E버스본부 서울지역지부 내에 설치된 C지회(이하 ‘원고 노동조합 지회’라 한다)에는 참가인 소속 근로자 약 48명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고, 원고 B는 원고 노동조합 지회의 대표자인 지회장이다.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직된 지역단위 노동조합이고, 그 산하에 있는 C지부(이하 ‘이 사건 지부’라 한다)에는 참가인 소속 근로자 약 460명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지부와 참가인은 2022.6.22. 노동조합 간부의 회의 참석으로 인한 휴무를 출근일로 인정하는 단체협약 제46조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단체협약 제46조의 부속합의서(이하 ’이 사건 부속합의서‘라 한다)’를 체결하였다.
다. 원고 노동조합은 이 사건 부속합의서 체결이 공정대표의무위반에 해당한다며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을 하였고, 원고들은 참가인이 이 사건 부속합의서에 근거하여 원고 노동조합 지회 간부들 10명의 상무집행회의 참석을 출근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하였다.
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2.12.14. 원고들의 위 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서울2022공정***/부노** 병합). 원고들이 이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3.20. 이를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중앙2023공정*/부노** 병합,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효력
이 사건 지부는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부터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권한을 사전 승인의 방식으로 적법하게 위임받지 못하였다. 이 사건 부속합의서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권한이 없는 이 사건 지부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이라 한다)에 규정된 노사협의회에 불과한 ‘소노사협의회’를 통해 참가인과 체결한 것이고, 단체협약의 위임을 받은 바도 없이 그 근본 취지에 반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2) 공정대표의무 위반
단체협약 제46조가 유급으로 보장하는 회의는 노동조합 자체의 존속·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조합활동이므로 조합원 수에 따라 보장의 정도가 달라질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지부와 참가인이 이 사건 부속합의서를 체결한 것은 형식적으로는 참가인 내 모든 노동조합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수 노동조합인 원고 노동조합 지회를 합리적인 사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3)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참가인은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체결을 통해 단체협약 제46조를 조합원 수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우대하고 원고 노동조합 지회의 조직력 약화를 도모하였는바, 이는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공정대표의무에 반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의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서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나.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 5 내지 20, 24호증, 을나 제1, 3 내지 6, 10 내지 18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2021년도 단체협약의 체결
가) 참가인의 교섭단위 내에는 원고 노동조합과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있고,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은 2019년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었다.
나) 참가인을 포함한 서울특별시 시내버스업체들은 업체별로 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대신 사용자단체인 F조합을 구성하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위임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산별교섭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다) F조합과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은 2021.9.14.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1년도 단체협약(유효기간: 2021.2.1. ~ 2023.1.31., 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음 생략>
라) 참가인과 이 사건 지부는 2022.2.18.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5,408시간으로 하는 합의를 체결하였다. 이 사건 지부는 그중 2,000시간을 먼저 이 사건 지부에 배정한 다음 조합원 수의 비율, 기존 면제시간 사용내역 등을 고려하여 원고 노동조합 지회에 남은 시간 중 450시간의 근로시간 면제 시간을 배분하였다.
2)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적용 현황
원고 노동조합 지회와 이 사건 지부는 노동조합 운영 및 현안 등과 관련하여 회의를 개최할 경우 참가인에게 공문을 보내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적용을 요청하였고, 참가인은 노동조합 간부가 근로시간 중 회의에 참석한 시간을 출근하여 근로한 시간(유급)으로 처리하였다. 2019년부터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체결 전인 2022년 6월 경까지 원고 노동조합 지회와 이 사건 지부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적용을 인정받은 내역은 다음과 같다. <표 생략>
3)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체결 경과
가) 참가인은 2022.5.30. 이 사건 지부에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적용 방안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였다. 참가인과 이 사건 지부는 2022.6.7. 임시 소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유급으로 인정되는 회의의 대상과 횟수, 인원수 등에 대하여 논의하였으나, 인정되는 회의의 횟수를 연간 1회, 인원수를 조합원 40명당 1명으로 각 제한하는 안건 등에 관하여 타협을 보지는 못하였다.
나) 이 사건 지부는 2022.6.10. 원고 노동조합 지회에 위 논의 사항을 알리면서 의견 제출을 요청하였고, 원고 노동조합 지회는 2022.6.13. 참가인이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를 성실히 이행하여야 하고 그 관련 사항은 소노사협의회에서 다룰 수 없는 사안이라는 취지의 회신을 하였다.
다) 참가인과 이 사건 지부는 다시금 2022.6.14. 및 2022.6.21. 각 임시 소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제한 기준 등에 관한 논의를 하였고, 결국 2022.6.22.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 사건 부속합의서를 체결하였다. <다음 생략>
2. 단체협약 제46조의 부속 합의 내용 가. 단체협약 제46조 적용하는 회의는 분기당 1회로 한정하며, 출근일로 간주되는 인원은 조합원 20명당 1명으로 한다(소수점 버림). 나. 단체협약 제46조는 지부, 지회, 분회 등 참가인 사업장 내부의 사항을 대상으로 하는 회의에만 적용하며, 상급단체의 회의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다. 회사는 사전에 협의하여 노동조합이 매년 말일까지 명단으로 제출된 인원에 한하여 위 가항을 적용하되, 연간 1회에 한하여 명단을 변경할 수 있고, 타임오프 적용 인원은 단체협약 제46조를 적용받지 아니한다. 라. 노동조합은 회의 개최 14일 전까지 회의 일시와 목적 등에 관한 사항을 회사에 제출하여 사전에 협의하여야 한다. 마. 회사는 위 가항의 회의에 참석하지만 출근일로 간주받지 못하는 노동조합 간부에 대하여는 배차조정, 연차휴가 허용 등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
라) 이 사건 부속합의서 제2의 가항에 따라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를 적용받는 인원수가 원고 노동조합 지회의 경우 분기당 2명으로, 이 사건 지부의 경우 분기당 23명으로 제한되었다.
4) 원고 노동조합 지회 간부들의 2022년 7월 회의 참석에 대한 처리 경과
가) 원고 노동조합 지회는 2022.6.21. 참가인에게 2022.7.1. 개최 예정인 상무집행회의에 지회장인 원고 B를 비롯한 상무집행위원 10명의 간부가 참석할 예정이니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를 적용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나) 참가인은 2022.6.23. 이 사건 부속합의서에 근거하여 위 회의에 참석할 사람들 중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적용을 받을 2명을 지정하여 달라는 회신을 하였고, 2022.6.27. 근로시간면제자인 원고 B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의 간부들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사용이 불가하니 2022.6.29.까지 연차를 신청하고, 신청하지 않을 경우 2022.7.1. 근무배정을 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다) 원고 노동조합 지회는 2022.6.30. 이 사건 부속합의서를 이용해 연차를 사용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조합활동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소수노조를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항의하였다. 참가인은 2022.6.30. 회의 참석예정자들에게 연차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2022.7.1. 자 정상근무 배정을 하였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무단결근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하였으나, 이들은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2022.7.1. 예정된 대로 상무집행회의에 참석하였다.
라) 참가인은 2022.7.5. 위 참석자들에게 무단결근 경위서를 요청하는 한편, 2022.8.13. 7월 급여를 지급하면서 2022.7.1. 자 무단결근을 반영하여 급여액을 일부 차감하여 지급하였다.
다.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효력 유무
앞서 든 증거들과 을가 제3,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부속합의서는 소노사협의회를 통한 몇 차례의 협의를 거쳐 참가인 및 이 사건 지부의 명의로 유효하게 체결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효력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단체협약 제6조제1항은 ‘회사와 지부(노동조합) 간에는 소노사협의회를 둔다. 임금에 관한 사항은 다룰 수 없다.’고 하여 소노사협의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 규약에 의하면, 산하 지부는 단체협약에 의한 소노사협의회 개최와 기타 노사합의·협의에 관한 사항, 지부 단위의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 및 쟁의 및 노사교섭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고(제13조제2항제3호 내지 제5호), 소노사 교섭의 대표자는 지부위원장이 된다(제84조). 물론 위 규약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의 체결권이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위원장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있지만(제89조), 앞서 본 규정들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참가인을 포함한 서울특별시 시내버스업체들이 사용자단체를 구성하여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과 하나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에 관한 근거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일 뿐이다. 따라서 전체 사용자들에 관하여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부속합의서와 같이 참가인과 이 사건 지부 사이의 개별적인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지부 단위의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는 위 규약 제13조제2항에 따라 이 사건 지부의 독립적인 체결 권한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단지 이에 대하여는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한이 따를 뿐이다. 실제로 이 사건 지부는 이미 2019.9.5.경에도 독립적인 지위에서 참가인 운행사원의 차량 및 휴일 배정기준 등을 정하는 단체협약인 ‘운행사원 배차기준에 대한 시행세칙’을 참가인 및 원고 노동조합 지회 등과 함께 체결한 바가 있다.
2) 원고들은 설령 이 사건 지부에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체결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지부가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부속합의서 체결일인 2022.6.22. 자로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 내에서 작성된 ‘업무일지’에는 ‘C 제46조 이행관련 합의서 작성 등 지원’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지부는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체결에 관하여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승인을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은 소노사협의회의 개최 자체에 관하여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사전 승인을 받았음을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점도 그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소노사협의회는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체결에 앞서 사전 협의를 위해 개최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체결 자체에 관하여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승인이 있었던 이상 원고들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지부가 소노사협의회 개최에 관한 사전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효력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원고들은 이 사건 지부가 근로자참여법에 규정된 노사협의회에 불과하여 단체협약의 체결 권한이 없는 소노사협의회를 거쳐 이 사건 부속합의서를 체결한 것도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지부가 참가인과 소노사협의회를 거친 것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6조제1항 및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 규약 제13조제2항의 내용을 그대로 따른 것에 불과하고, 무엇보다 이 사건 부속합의서는 ‘소노사협의회’ 명의로 체결된 것이 아니라 대표자인 지부위원장에 의하여 이 사건 지부 명의로 체결된 것이 분명하므로, 소노사협의회가 근로자참여법에 규정된 노사협의회에 불과한지의 여부 등은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효력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원고들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4)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부속합의서는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규정을 구체화하여 보충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을 뿐 기본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고자 하는 위 조항의 근본적인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 제6조에 따라 소노사협의회를 통해 이 사건 부속합의서를 체결한 것이 이 사건 단체협약의 위임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라.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
1)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규정에 의하면,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제5조),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나(제29조제1항),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조합이 그 조직형태와 관계없이 2개 이상 병존하는 경우 각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제29조의2 제1항 본문). 노동조합법이 이처럼 복수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은, 복수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반목·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그 주된 취지 내지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7.10.31. 선고 2016두36956 판결 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그 주장·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18.8.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21 내지 23호증, 을나 제2, 7 내지 9, 20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체결로 인해 원고 노동조합 지회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를 적용받을 수 있는 인원수가 분기당 2명으로 한정되었다는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체결이 원고 노동조합에 대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설령 이와 달리 차별행위 자체에는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참가인과 이 사건 지부가 이 사건 부속합의서를 체결한 것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제1항은 노동조합 간부가 회의에 참석하는 날을 출근일로 인정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을 뿐, 해당일의 급여 인정 여부 및 해당 조항을 적용받는 인원수나 인정 횟수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위 조항이 간부들의 노동조합 회의 참석을 지원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원활한 존속과 활동을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임은 분명하지만, 참가인이 그동안 위 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해당일을 유급 근무일로 처리하여 왔음을 고려하면, 해당 조항의 적용 횟수가 제한 없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고 버스 운행 업무에 종사할 인원의 수를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구체적인 적용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 자체는 충분히 존재하였다고 보인다. 실제로 앞서 살펴본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적용 현황에 의하면, 이 사건 지부의 경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4회씩 대략 70명 언저리의 간부들이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는 등 비교적 일정한 추세를 보인 반면, 원고 노동조합 지회의 경우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적용 횟수가 연 2회 내지 6회에 그치고 적용 인원수도 연간 총 40명 이내에서 유지되었으나 2022년에는 상반기에만 벌써 6회에 걸쳐 35명의 간부가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아 확연한 증가 추세를 보이는 등 그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원고 노동조합 지회 간부들은 2022년경부터 원고 노동조합 지회의 자체 상무집행회의가 아닌 상급단체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를 여러 차례 활용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나) 이 사건 부속합의서는 위와 같이 별다른 적용 기준이 없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적용 횟수를 분기당 1회, 인원수를 조합원 20명당 1명으로 제한하고, 대상이 되는 노동조합 회의 역시 참가인 사업장 내부의 사항을 대상으로 하는 회의에 한정하고 상급단체 회의를 배제하는 내용으로서, 그 자체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를 구체화하고 보충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아가 이 사건 부속합의서 제2의 마항은 노동조합 회의에 참석하지만 출근일로 간주받지 못하는 노동조합 간부에 대하여는 배차조정, 연차휴가 허용 등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종전과 달리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적용한도가 설정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노동조합 활동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까지 마련하고 있다.
다) 이 사건 부속합의서는 대상이 되는 노동조합을 따로 정하지 않아 원고 노동조합 지회 및 이 사건 지부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고, 그 내용 자체만으로는 특정 노동조합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물론 앞서 본 바와 같이 결과적으로 이 사건 부속합의서로 인해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적용 가능 인원수가 원고 노동조합 지회의 경우 분기당 2명, 이 사건 지부의 경우 분기당 23명으로 크게 차이나는 결과가 초래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는 노동조합 간부들의 회의 참석일을 유급으로 처리하여 노동조합의 원활한 존속 및 활동을 보장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고, 이와 비슷하게 근로시간 면제자로 하여금 근로제공의무가 있는 근로시간을 면제받아 경제적인 손실 없이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는 데 본연의 취지가 있는 근로시간 면제 제도에 따른 면제 시간 배분 역시 기본적으로는 노동조합 인원수에 어느 정도 비례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를 노동조합 인원수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 자체가 원고 노동조합에 대한 불리한 차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무엇보다 이 사건 부속합의서는 단지 노동조합 회의 참석을 유급 출근으로 처리하는 한도를 설정하는 내용에 해당할 뿐이지, 노동조합의 존속·유지를 위한 조합활동 자체에 직접적인 제한을 가하는 취지가 아니다. 원고 노동조합 지회 간부들은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존재와 무관하게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을 위한 회의를 개최하거나 이에 참석할 수 있고, 다만 이 사건 부속합의서에 따른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에 한하여만 원칙으로 돌아가 유급 처리의 예외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 원고들은 소수 노동조합에 기본적인 조합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거나 노동조합 교육시간을 단 10분만 부여한 경우와 같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정된 사례들을 근거로 이 사건 부속합의서도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위 사례들은 조합활동 자체를 위한 물리적 시간, 장소를 제한하는 경우로서 조합활동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고 단지 유급 처리 여부만이 달라지는 이 사건의 경우와 전혀 성격을 달리한다.
마) 원고들로서는 경제적 손실 없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기 위하여 이미 기존부터 마련되어 있던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원고 노동조합 지회의 경우 그동안 대표자인 원고 B가 해당 면제 시간을 사실상 전부 사용하여 왔고, 다른 간부들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를 활용하여 임금의 손실 없이 노동조합 회의에 참석하였다. 노동조합법 제24조제2항은 근로시간 면제자가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임금의 손실 없이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4조제4항은 이를 위반하여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내용을 정한 단체협약 등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고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부속합의서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사실상 이미 배분된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면서까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가 제한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서, 이는 위와 같은 근로시간 면제 제도의 내용에 비추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고들은 매월 최소 6명 이상의 간부들이 출석하여 상무집행회의를 개최하는 데에만 최소 연 576시간의 근로시간 면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이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450시간만을 원고 노동조합 지회에 배분한 것 자체가 불공평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위와 같은 산정부터가 매월 상무집행회의에만 하루 8시간이 온전히 소요된다는 것으로서 그대로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에 따라 요구되는 기본적인 조합활동에 차이가 있고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노동조합 활동에 필요한 인원수도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전체 근로시간 면제 한도 중 일부를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에 먼저 할당하고 남은 시간을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배분한 것이 그 자체로 불공평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바)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용자단체인 F조합도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범위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유급 처리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 중 ‘출근일로 인정한다’는 부분은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결근 시 근무일을 채운 경우에 인정되는 무사고포상금, 주휴수당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급이지만 출근일로 인정하여 결근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실제로 참가인과 같은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시내버스업체들 상당수는 노동조합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 아예 무급 처리를 하거나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를 근로시간 면제 한도 내에서만 적용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해석 및 다른 사용자들의 운영 형태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부속합의서가 원고들에게 불리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마. 부당노동행위 해당 여부
1)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호는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 조직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이유로 한 불이익취급행위를, 같은 조제4호는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행위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의 행위가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전체적으로 심리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 있다. 그러므로 필요한 심리를 다하였어도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존재하였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그 존재 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은 그것을 주장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징계나 해고 등 기타 불이익한 처분을 하였지만 그에 관하여 심리한 결과 그 처분을 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면, 사용자의 그와 같은 불이익한 처분이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인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7.11.15. 선고 2005두4120 판결, 대법원 2018.6.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속합의서 자체가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고, 참가인이 이 사건 부속합의서를 체결한 것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6조의 적용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 행위가 원고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행위로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달리 참가인에게 원고 노동조합 지회의 조직력을 약화시킬 목적이 있었다거나, 원고들에 대한 불이익취급 및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 개입을 하고자 하는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하여 볼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 따라서 참가인이 이 사건 부속합의서를 적용하여 원고 B를 비롯한 원고 노동조합 지회 간부들의 2022.7.1. 자 회의 참석을 무단결근으로 처리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