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회사 대표이사가 노동조합 탈퇴를 조건으로 하여 근로자인 피해자에게 금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피고인에게 피해자에게 전달할 금원을 송금하였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위 금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지 않아 횡령 혐의로 기소된 사안에서, 대표이사가 노동조합 탈퇴를 조건으로 송금한 금원은 그 원인된 행위의 내용, 성격 또는 목적이나 연유 등으로 볼 때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고, 그 불법원인이 급여자에게만 있거나 수익자인 피고인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위 돈의 반환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6.14. 선고 2023고단2783】
•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3고단2783 횡령
• 피고인 / A
• 검 사 / 곽계령(기소), 김주현(공판)
• 판결선고 / 2024.6.14.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주식회사 B의 전 대표이사였던 C 관련한 책을 출판한 도서출판 D의 대표이사이다.
위 주식회사 B는 2016.10.6.경 코스닥에 상장하고, 2018.11.경 전국 가맹점이 1,166개에 이르는 등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위 C은 2019. 하반기 B의 주식을 사모펀드운용회사인 E에 매각하게 되자, B의 근로자들은 회사의 구조조정, 임금삭감, 해고 등을 염려하여 반발하였고 피해자 F는 당시 G노동조합 H지회장으로 위와 같은 C의 결정에 반발하여 2021.1.25.경부터 같은 해 3.25.경까지 60일간 노숙천막농성투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피고인, C, 피해자는 2021.4.경부터 2021.8.경 사이에 ‘피해자가 B 회사를 그만두고 위 G노동조합 H지회장으로 노조에서 탈퇴하면 돈을 주겠다, 다만 1억 원 상당은 2021.8.경 지급하고, 나머지 1억 원은 1년 후 지급하겠다, 출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피고인을 통해 위 돈을 지급하겠다, 피고인은 세금 등을 제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라는 취지로 합의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위와 같은 합의에 따라 2021.8.10.경 C으로부터 피해자에게 전달하여야 할 돈 9,000만 원을 위 I(J) 명의의 K은행(계좌번호 1 생략) 계좌로 송금받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피해자로부터 이를 지급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2021.11.16.경 피해자에게 1천만 원을 이체해 준 것 외에 세금을 공제한 나머지 6,700만 원에 대해서는 정당한 이유없이 반환을 거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소유 재물을 횡령하였다.
2. 판단
기록에 의하면, ① L 주식회사(2021.3.29. 상호가 주식회사 B로 변경되었다. 이하 ‘B’라고만 한다)의 회장 C은 2019.11.5. 그가 소유하고 있던 L의 주식 전량을 사모투자펀드운용사인 E에 매각하였던 사실, ② 피해자 등 B 근로자들은 B가 사모펀드에 매각될 경우 사모펀드의 이익실현을 위하여 구조조정 등을 우려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던 사실, ③ 피해자는 2021.6.30. 퇴사할 때까지 G노동조합 H 지회장으로 활동하였고, 2021.1.25.경부터 3.25.경까지 B 본사 앞에서 C의 경영권 매각에 반대하는 노숙천막농성 투쟁을 벌이기도 하였던 사실, ④ 피고인의 중재 하에 피해자와 C은 2021.4. 중순경 ‘C이 피해자에게 2억 원을 지급하되, 그 중 1억 원은 H 노조가 M단체에서 탈퇴하면 1억 원을 2021.8.31.경 지급하고, H 노조가 1년 뒤까지 M단체에 재가입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1억 원을 지급하며, 위 돈은 피고인이 C으로부터 받아 세금 등을 공제한 후 피해자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한 사실, ⑤ 피해자는 2021.6.30. B에서 퇴사하였고, 피해자가 퇴사한 이후 H 노조는 2021.7.경부터 M단체에 조합비를 반납하여 2022.7.경 탈퇴처리가 되었던 사실, ⑥ C은 2021.8.10.경 피고인이 운영하는 I(J) 명의 K은행 계좌로 9,000만 원을 송금하였으나, 피고인은 2021.11.16.경 피해자에게 1,000만 원을 전달하여 주었을 뿐 세금을 공제한 나머지 6,700만 원은 피해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금원은 C이 G노종조합 H지회장으로 있던 피해자에게 H 노조의 M단체 탈퇴 등을 조건으로 지급된 것으로, 그 원인된 행위의 내용이나 성격 또는 목적이나 연유 등으로 볼 때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고(대법원 2017.4.26. 선고 2016도18035 판결, 2017.10.26. 선고 2017도9254 판결 등 참조), 그 불법원인이 급여자에게만 있거나 수익자인 피고인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결국 피고인이 위 돈의 반환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1999.6.11. 선고 99도275 판결 등 참조).
3. 판단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박석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