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의 행정사무국장으로 근무하던 원고가 병원장 직무대행자로부터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자택대기하라’는 이 사건 대기발령을 통지받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의 사유가 부존재하고, 설령 대기발령 사유가 있더라도 사회통념상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되고 있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대기발령 전체의 무효 확인을 청구함.

원심은, 이 사건 대기발령 사유에 관한 심리를 생략한 채 이 사건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없어졌음에도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 원고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두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아, 이 사건 대기발령 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이 사건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없어진 시점부터는 대기발령이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되는 것이어서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원심의 판단 부분은 정당하나, ② 이 사건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관하여는 그 무효 사유를 별도로 따져 봐야 하고, 부당한 대기발령 유지 조치가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그 이전 부분까지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이 언제부터 무효인지 여부에 관한 추가 심리·판단이 필요하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4.9.12. 선고 2024다250873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24다250873 근로에관한 소송

• 원고, 피상고인 / A

• 피고, 상고인 / 학교법인 B

• 원심판결 / 부산고등법원 2024.5.9. 선고 2023나57244 판결

• 판결선고 / 2024.09.12.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대기발령에 관한 법리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현재의 직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계속 담당하게 되면 업무상 장애 등이 예상되는 경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해당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10.13. 선고 2009다8624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기발령과 같은 잠정적인 인사명령이 명령 당시에는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대기발령의 목적과 실제 기능,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만한 시점 이후부터의 대기발령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2.23. 선고 2005다3991 판결, 대법원 2013.5.9. 선고 2012다64833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대기발령 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즉 원고의 감사 방해를 저지하기 위한 데 주된 목적이 있는 이 사건 대기발령은 피고의 감사가 종료됨으로써 그 필요성이 없어졌음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원고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두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 등에 대한 법인자금 횡령 혐의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대기발령을 계속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없어진 시점부터는 대기발령이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되는 것이어서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원심의 판단 부분은 정당하고,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징계와 인사명령의 성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그런데 원심의 판단은 피고가 잠정적인 인사명령인 이 사건 대기발령을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하는 조치가 무효라는 것이므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는 피고의 감사 종료 이전 부분에 관하여는 그 무효 사유를 별도로 따져 봐야 하고, 감사 종료 이후의 부당한 대기발령 유지 조치가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그 이전 부분까지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대기발령이 전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리고 위 대기발령이 언제부터 무효인지 여부에 관한 추가 심리·판단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상 원심판결 전체를 파기할 수밖에 없다.

 

3.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노태악(주심) 서경환 노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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