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2024.8.16. 선고 2023가단210186 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3가단210186 임금

• 원 고 / 홍○○

• 피 고 / ○○증권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24.05.17.

• 판결선고 / 2024.08.16.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32,644,154원 및 그중 76,013,716원에 대하여는 2022.1.15.부터 2024.8.16.까지 연 6%,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나머지 156,630,438원에 대하여는 2023.10.6.부터 2024.8.16.까지 연 6%,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지연손해금을 위 76,013,716원에 대하여는 2022.1.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위 156,630,438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주문 제1항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변경 전 상호 : ○○투자신탁)는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집합투자업, 투자자문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고, 원고는 1990.1.8.경 피고의 직원으로 입사하여 2021.12.31.경 희망퇴직한 근로자이다.

나. 임금피크제의 도입

1) 구「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5.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이 2013.5.22.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9조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였는데, 위 개정 규정은 같은 법 부칙(제11791호, 2013.5. 22) 제1호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2016.1.1.부터 적용되었다. 그에 따라 기존 만 58세이던 피고의 정년은 2016.1.1.부터 만 60세로 간주되게 되었다.

2) 피고는 2017.2.14.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투자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이하 ‘변경 전 임금피크제’라고 한다)를 도입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2017.3.1.부터 시행되었다. <아래 생략>

3) 피고는 2021.3.23.경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이에 변경 전 임금피크제의 적용기간과 조정률 등을 아래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고 곧바로 시행하였다(이하 ‘변경 후 임금피크제’라고 하며, 변경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통칭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 <아래 생략>

다.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

원고는 만 55세에 달하는 해인 2019.9.1.경부터 희망퇴직일인 2021.12.31.경까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9.9.경부터 2020.8.경까지는 피크임금의 80%(변경 전 임금피크제 적용). 2020.9.경부터 2021.8.경까지는 피크임금의 60%(변경 전·후 임금피크제의 각 조정률 동일), 2021.9.경부터 2021.12.경까지는 피크임금의 50%(변경 후 임금피크제 적용) 수준으로 조정된 임금을 수령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호증, 을 제3, 15, 2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강행규정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4조의4 제1항, 헌법 제11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 규약)을 위반하였으므로 무효이다. 즉,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① 인건비 절감과 고령근로자들의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서 도입 목적이 타당하지 아니하고, ② 감액률이 크고 감액 대상인 임금의 범위가 광범위하여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가 강하며, ③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대상조치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업무량, 업무강도 등도 기존과 동일하며, ④ 구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됨에 따라 법정정년이 당연히 60세로 연장된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법정정년을 유지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고, 정년연장은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보상이나 대상적 조치가 될 수 없다.

2)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지 아니하였다면 퇴직 시까지 수령할 수 있었던 임금 등의 합계액 627,800,899원에서 원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은 기간 동안 수령한 임금 등의 합계액인 395,156,745원을 뺀 232,644,154원(= 627,800,899원 - 395,156,74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함에 따른 임금체계의 개편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상 차별금지의 예외사유(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도 해당하지 않아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즉,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가 부과하는 임금체계 개편조치 의무의 이행으로서 고령층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② 정년이 연장됨에 따라 근로자들이 추가적으로 수령할 수 있는 복리후생비와 개인성과급,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함께 실시된 특별퇴직제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한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과하다고 할 수도 없으며, ③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삭감에 대한 최대의 보상 내지 대상조치이고, 원고가 담당한 업무(리테일 영업) 특성상 대상조치를 도입할 필요성도 적었으며, ④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된 재원은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한 인건비와 신규사원 채용에 사용되었다. 이처럼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의 청구는 부당하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형

1)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에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는바(제19조의2), 이는 정년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정년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인 점, ②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던 점(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③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법상 임금체계 개편조치 의무화’를 그 도입의 이유로 든 점 등에 비추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고, 이와 같이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의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이상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이미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후인 2017.3.1.경 도입된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의 효과를 수반하지 않거나 정년연장과는 무관하게 도입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에 수반된 조치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이 유기적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 노사가 정년연장이 배경이 되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면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가 동시에 도입되지 않더라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사이의 시간적 간격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정년유지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원고는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중 종전 정년 구간인 만 58세의 반기말일까지의 구간 부분은 정년유지형에 해당하고, 이 부분에 대하여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따른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정년유지형에 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노사가 정년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이고, 정년의 변경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로 분류함이 타당하고,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하여 반드시 종전 정년 이후의 구간부터 임금조정을 시작하여야 할 근거는 없는 이상, 원고의 위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무효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가)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나)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2) 구체적 판단

가)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7, 8, 11 내지 14, 20 내지 22호증, 을 제7, 9 내지 12, 21, 25호증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적용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를 차별한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 제1항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위반을 인정하는 이상, 헌법 제11조제1항 위반 여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지급의 원칙,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 규약)의 위반 여부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1)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보장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이에 따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채용을 증가시켜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사 간의 입장을 적절히 조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피고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고령 직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층의 신규채용 기회를 확대한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는바, 그 목적 자체는 일응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2) 다만,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 소정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로써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여 그 목적의 타당성이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정년을 연장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고 하여 무조건적으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 따른 연령차별금지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실질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로써 작용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인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와 같은 근로자들을 차별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한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살피면 다음과 같다.

(1) 당초 피고의 근로자들이 만 58세에 퇴직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음을 고려하여 정년이 연장된 2년의 기간 동안 근로자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지급받게 될 임금을 근로자들의 추가 이익이라고 평가하더라도, 피고의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만 55세에 도달한 때부터 정년인 만 58세에 이르기 전까지 3년간 고정급여의 300%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만 55세부터 만 60세에 이르기 전까지 5년간 지급받을 수 있는 고정급여는 변경 전 임금피크제에 따르면 260%, 변경 후 임금피크제에 따르면 310% 수준에 불과하다. 변경 전 임금피크제에 따르면 근무기간이 연장됨에도 오히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와 대비하여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되고, 변경 후 임금피크제에 따르더라도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제공하는 근로에 상응하는 보상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원고의 경우에도 정년에 이를 때까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다면 만 55세부터 5년간 고정급여의 290%를 지급받을 수 있었는데, 이 역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받을 수 있는 고정급여인 300%에 비하여 오히려 감액된 수치이다. <표 생략>

(2) 피고가 원용하는 ‘고용노동부 업종별 임금피크제 일반모델안’에 의하더라도 은행권은 기간 평균 40~50%, 피고와 같은 기타 금융권은 기간 평균 25~30% 내외의 감액률이 일반적으로 적절하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는 같은 계열의 은행권인 ○○은행에 준하여 임금 감액률을 결정하였다. 그 결과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의 평균 감액률은 48%(변경 전 임금피크제, 5년 평균) 내지 47.5%(변경 후 임금피크제, 4년 평균)에 이른다.

(3) 기본급의 삭감으로 인하여,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퇴직금, 연차수당, ROE성과급, 특별퇴직금 등도 연쇄적으로 감액되었다.

(4) 정년연장이 근로자에게 이익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근로자가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추가적으로 급여를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년연장과 함께 시행되는 임금피크제의 임금 조정률이 과도하여,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의 시행 전과 비교할 경우 연장된 근무기간을 실질적으로 무임금으로 일하는 것과 다름없거나 오히려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액이 감소한다면, 정년연장이 근로자에게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5) 피고는 복지규정에 따라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와 개인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연장된 근로기간 동안 추가적으로 복리후생비 등의 혜택으로 임금 삭감에 따른 근로자의 불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복리후생, 개인성과급 등의 혜택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인한 근로자의 불이익을 상쇄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정년연장에 따른 복리후생비, 개인성과급 추가 지급의 이익은 2년간 지속되는 것이지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고정급여 감소 등의 불이익은 4~5년간 지속된다. 나아가 감액의 대상인 고정급여가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조정률 또한 큰 편이다.

② 피고 시행의 복리후생 제도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요양비’와 ‘학자금’은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지급되는 것으로, 정년연장 기간 반드시 추가 수령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수혜조건이 되지 않아 지급받은 이력이 없는 직원이 상당수 존재함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표 생략>

③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지급된 연평균 복리후생비 지급액을 연령대별로 살피면, 45세 이상의 근로자가 8,130,893원, 50세 이상의 근로자가 10,071,531원, 55세 이상의 근로자가 9,871,399원, 58세 이상의 근로자가 7,273,019원이고, 그중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지급된 연평균 요양비 지급액을 연령대별로 살피면, 45세 이상의 근로자가 1,624,229원, 50세 이상의 근로자가 1,691,333원, 55세 이상의 근로자가 1,706,951원, 58세 이상의 근로자가 664,478원이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지급된 연 평균 학자금 지급액을 연령대별로 살피면, 45세 이상의 근로자가 2,279,340원, 50세 이상의 근로자가 4,307,556원, 55세 이상의 근로자가 4,034,609원, 58세 이상의 근로자가 3,781,778원이다. 피고의 주장과 달리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고령근로자가 받은 요양비나 학자금, 기타 복리후생비의 혜택은 타 연령층 근로자에 비해 오히려 적다고 볼 수 있다.

④ 피고의 임금피크제 운영규정 제12조에서는 ‘임금피크 대상자에 대한 복리후생은 복지규정 및 복지규정시행지침에 따르며, 임금피크제 적용 전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복지규정 및 복지규정시행지침에서 정하고 있는 복지비의 일부인 중식대(복지규정 제10조), 교통비 또는 자가운전보조비(복지규정 제10조), 직원복지연금지원금(복지규정 제20조 및 복지규정시행지침 제8장)을 임금피크제에 의한 삭감대상 ‘월 고정급여’의 범위에 포함하여 임금 조정률에 따라 감액 지급하고 있다.

⑤ 피고는, ‘성과급여를 얼마나 지급받을지는 근로자 개인의 노력에 따른 영업실적에 달려 있으므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가 연장된 2년의 기간 동안 상당한 노력을 투입하여 거액의 성과급여를 지급받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몇몇 사례들을 들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고령근로자들의 생산력 저하를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도 하였으며, 피고가 제시한 사례들도 일반화하기 어려운 경우들이다.

(6) 피고가 변경 전 임금피크제와 함께 시행한 특별퇴직제도의 경우 변경 전 임금피크제의 임금조정률 260%를 곱한 기준급여에, 직급별 적용률(85%~90%)과 근속기간별 지급률(70%~100%)을 다시 곱함으로써 근로자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삼중으로 감액하고, 변경 후 임금피크제와 함께 시행한 특별퇴직제도도 임금조정률 310%를 곱한 기준급여에 근속기간별 지급률을 다시 곱함으로써 근로자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이중으로 감액한다.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특별퇴직제도를 선택하는 비중이 적은 것은 특별퇴직제도로 인한 이 같은 불이익이 더 크기 때문으로 볼 여지도 있는바, 이를 피고가 시행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라)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1) 감액되는 임금에 비례한 노동시간 단축, 업무경감 또는 감축, 목표수준 하향, 업무내용 변경 등 관련 대상 조치가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2) 피고는 원고 직무 특성상 업무 저감 조치 등의 대상조치를 도입할 필요성이 적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상조치 도입 필요성이 적은 직무가 일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직무에 대하여는 대상조치를 도입하여야 하며, 이 사안과 같이 아무런 대상조치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판단에 있어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고의 직무 특성을 논하고 있을 뿐인 피고의 주장만으로는 전사적으로 시행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일체의 대상조치를 도입하지 아니한 것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3)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과 함께 정년이 2년으로 연장되었지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이 지급받게 되는 임금 총액은 종전과 유사하거나(변경 후 임금피크제의 경우 310%), 오히려 줄어든다(변경 전 임금피크제 260%)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정년 연장이 피고 근로자들에게 가져다주는 이득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정년 연장 자체를 임금 감액에 대한 최대의 대상조치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마)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피고는 감액된 재원을 고령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활용하였다고 주장한다. 을 제2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각 연도별로 채용한 인원과 그들의 입사 당시 평균 연령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다음의 점들을 고려하면, 피고가 제시하는 을 제21호증 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감액된 재원을 활용하여 고령근로자의 고용을 안정화하고 청년 채용 규모를 확대하였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표 생략>

① 피고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총채용 인원은 1,440명이나 2015년 이후 채용한 인원중 선임·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당연면직은 282명, 의원면직은 750명으로 총 1,032명이 퇴직하였다. 피고는 임직원의 상당수를 계약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51.0%), 피고가 제시하는 신규채용 규모의 증가는 잦은 의원면직 내지 선임·계약기간 만료로 퇴직하는 인원을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② 또한 2017년경부터 피고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에 맞추어 피고의 임직원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피고의 신규채용 인원 증가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것이 아닌 경영실적 호전에 따른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③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전인 2015년, 2016년과 비교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신규입사자의 평균 연령이 더 높아졌고, 경력직 입사자의 비중도 늘었으며, 입사 연령 자체도 결코 낮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피고의 일자리 공급이 청년층을 주된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 소결론

1)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원고가 지급받았을 임금 등과 원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후 실제 지급받은 임금 등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원고가 지급받았을 임금 등과 원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후 실제 지급받은 임금 등의 차액이 232,644,154원인 사실(2024.4.30.자 청구취지변경 신청서 참조)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232,644,154원 및 그중 감액된 임금과 퇴직연금의 합계액인 76,013,716원(= 감액 임금 68,483,120원 + 감액 퇴직연금 7,530,596원)에 대하여는 원고가 퇴사한 때로부터 14일이 지난 2022.1.15.부터 피고가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4.8.16.까지 상법에서 정한 연 6%,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감액된 특별퇴직금 156,630,438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2023.9.25.자 청구취지변경 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3.10.6.부터 피고가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4.8.16.까지 상법에서 정한 연 6%,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다.

 

판사 김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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