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렌즈 제조회사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자인 피고인이 그에 관한 표시를 하지 않은 채 일반 종이컵에 담아둔 과실로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피해자가 이를 물로 오인하여 마시게 하여 중상해에 이른 경우 피고인과 그 회사에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직원인 피고인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위 피고인이 소속된 회사에게는 부실한 유해화학물질 관리체계를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


【의정부지방법원 2024.04.19. 선고 2023고단3786 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3고단3786 가. 화학물질관리법위반, 나. 업무상과실치상

• 피고인 / 1.가. A, 2.가.나. B, 3.가. C

• 검 사 / 이승훈(기소), 강기보(공판)

• 판결선고 / 2024.04.19.

 

<주 문>

 

[피고인 A]

피고인을 벌금 8,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게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B]

피고인을 징역 10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피고인으로부터 흰색 플라스틱 통 1개(증 제10호)를 몰수한다.

[피고인 C]

피고인을 벌금 20,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 A은 2012.10.8.부터 2019.6.30.까지, 피고인 B은 2013.4.15.부터 현재까지 동두천시 F에 있는 C의 코팅팀 근무자이고, 피고인 C는 광학렌즈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1. 피고인 A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해당 유해화학물질의 용기에 명칭 등이 포함되어 있는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표시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5.3.경부터 2019.6.30.경까지 위 회사 내 피고인 근무 사무실에서, 유해화학물질인 산성불화암모늄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보관 및 사용하면서 그 용기에 위 산성불화암모늄에 대한 명칭 등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표시를 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 B

가. 표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화학물질관리법위반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해당 유해화학물질의 용기에 명칭 등이 포함되어 있는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표시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9.7.1.경부터 2023.6.28.경까지 위 회사 내 피고인 근무 사무실에서, 유해화학물질인 산성불화암모늄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보관 및 사용하면서 그 용기에 위 산성불화암모늄에 대한 명칭 등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표시를 하지 아니하였다.

나. 취급기준 위반으로 인한 화학물질관리법위반

누구든지 유해화학물질을 운반하는 경우 운반 도중 파손되거나 유출·누출 위험이 있는 용기를 사용하지 말고, 용기는 취급자가 사용 후 다시 잠글 수 있는 밀봉 뚜껑을 갖추어야 한다(화학물질관리법 시행규칙 제8조제3호, [별표 1]의 4.다., 4.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3.6.28. 16:32경 위 회사 내 피고인 근무 사무실에서, 렌즈 손상여부 확인에 사용하기 위해 위 사무실에 있던 유해화학물질인 산성불화암모늄 불상량을 밀봉 뚜껑 없이 유출·누출 위험이 있는 일반 종이컵을 이용하여 위 회사 내 검사실로 운반하였다.

다. 업무상과실치상

피고인은 2023.6.28. 16:41경 위 회사 내 검사실에서, 품질팀으로부터 렌즈 손상여부 확인을 의뢰받아 렌즈와 코팅을 분리할 수 있는 위 산성불화암모늄을 옆에 놓고, 현미경을 이용하여 렌즈를 관찰하고 있었다.

위 산성불화암모늄은 인체에 유해하게 작용할 수 있는 무색·무취의 유해화학물질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위 물질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게 표시를 하거나, 주변에서 업무 중인 동료들에게 알리는 등 위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발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제2의 나항 기재와 같이 위 산성불화암모늄을 종이컵에 담고, 겉면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아니한 과실로, 위 회사 품질팀 직원인 피해자 G(여, 39세)으로 하여금 이를 물로 오인하여 마시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치료일수 미상의 저산소성 뇌병변 등의 중상해를 입게 하였다.

 

3. 피고인 C

가. A의 행위에 대한 양벌규정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장소에서, 종업원인 A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이 위반행위를 하였다.

나. B의 행위에 대한 양벌규정

피고인은 제2의 가, 나항 기재 각 일시·장소에서, 종업원인 B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2의 가, 나항 각 기재와 같이 위반행위를 하였다.

다. I의 행위에 대한 양벌규정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유해화학물질을 보관·저장하는 장소에 명칭 등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표시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안전보건파트 담당자인 I는 2023.6.29.경부터2023.8.21.경까지 유해화학물질인 노닐페놀에톡시레이트가 들어 있는 용기 1개를 위 회사 내 창고에 보관·저장하면서, 그곳에 위 노닐페놀에톡시레이트에 대한 명칭 등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표시를 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위 일시·장소에서, 종업원인 I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위반행위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A, B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 주식회사 C 대리인 L의 일부 법정진술

1. M에 대한 검사 진술조서, I, N에 대한 각 검사 피의자신문조서

1. O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고발장(한강유역환경청장)

1. 입건전조사보고서(사건현장 CCTV 녹화영상 열람) 및 첨부된 CCTV 캡처 사진, 입건 전조사보고서(2층 사무실 CCTV 녹화영상 열람) 및 첨부된 CCTV 캡처 사진, 현장감식결과보고서, 입건전조사보고서(피해자 남편 진술 및 성분표 첨부)에 첨부된 성분표, 입건 전 조사보고서(참고인 P 전화통화), 수사보고서(참고인 Q 전화통화), 수사보고(피해자가 마신 코팅박리제의 인체 치명성 확인)

1. 등기사항전부증명서, 각 감정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각 현장사진, 상해진단서

 

<피고인 C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

피고인 C는 소속 직원들에 대한 관리 감독 및 교육 등을 철저히 하였고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였으므로 양벌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

 

2. 판단

이 법정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산성불화암모늄(이하 ‘이 사건 화학물질’이라고 한다)은 피고인 A이 회사 몰래 반입한 것이 아니라 회사 사출팀 직원이 가지고 있던 것을 실험적으로 사용해 보려고 요청해서 받은 것인 점, ② 그 후 비록 1년에 1, 2회 정도였다고는 하나 렌즈에 하자가 있을 때 코팅을 벗겨내고 렌즈 자체에 크랙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이 사건 화학물질을 사용해 온 것으로 보이는데 그 기간이 8년 정도의 장기간이며 그 사이 피고인 A에서 피고인 B으로 인계되어 그대로 사용된 점, ③ 피고인 A, B은 이 사건 화학물질을 사무실 내에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 사용하였는데 다른 직원들에게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보이는 점, ④ 위와 같이 렌즈 하자를 확인해야 할 때 회사의 품질팀에서 피고인 A, B이 근무하던 코팅팀에 의뢰하게 되고 코팅팀에서는 이 사건 화학물질을 이용해 확인한 후 이를 품질팀에 보고하게 될 것인데 그 과정에서 어떤 방법이 사용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피고인 A은 경찰에서 “품질팀에서는 코팅팀에서 코팅 박리제를 사용해서 불량품의 원인을 찾는 것을 알고 있던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아무래도 저희가 불량품을 받아서 작업을 한 뒤 품질팀에 코팅 박리를 해서 어떤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하였고(증거기록 제276쪽), Q도 “코팅팀에서 코팅 박리제를 사용하여 렌즈와 코팅을 분리한 뒤 작업하는 것은 품질팀에서도 알고 있었을 것이고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95쪽)], ⑤ 2016년경까지 코팅팀 팀장으로서 피고인 A, B의 상사였고 그 이후 이사, 전무 등으로 근무한 M은 2016년경 이 사건 화학물질에 대한 MSDS를 받지 못하여 코팅팀 생산관리담당이었던 R 과장에게 폐기를 지시하였다고 하면서도 폐기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제656쪽)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피고인 C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관리체계가 부실하여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C와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피고인 A: 화학물질관리법 제59조제4호, 제16조제1항(벌금형 선택)

피고인 B: 화학물질관리법 제59조제1호, 제13조제6호(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위반의 점, 징역형 선택), 화학물질관리법 제59조제4호, 제16조제1항, 제2항(유해화학물질 표시의무 위반의 점, 징역형 선택),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상의 점, 금고형 선택)

피고인 C: 화학물질관리법 제63조, 제59조제1호, 제13조제6호(A의 위반행위의 점), 각 화학물질관리법 제63조, 제59조제4호, 제16조제1항, 제2항(B, I의 각 위반행위의 점)

1. 경합범가중

피고인 B: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제1항제2호, 제2항, 제50조

피고인 C: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제1항제2호, 제50조

1. 노역장유치[피고인 A]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1. 집행유예[피고인 B]

형법 제62조제1항

1. 사회봉사명령[피고인 B]

형법 제62조의2

1. 몰수[피고인 B]

형법 제48조제1항제1호

1. 가납명령[피고인 A, C]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양형의 이유>

 

1. 피고인 A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화학물질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애초에 이 사건 화학물질을 회사에서 사용하면서 그 성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회사에 보고하지 않은 채 종이컵에 담아서 사용한 사람으로서 화학물질관리법위반죄의 죄책을 가볍게 볼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은 2019년경 D 퇴사한 사람이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2. 피고인 B

가.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개월∼7년 6월

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 01. 과실치사상 > [제2유형] 업무상과실·중과실치상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가중요소: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4개월∼10개월

다. 선고형의 결정: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피고인이 선임자로부터 인계받은 이 사건 화학물질을 그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만연히 종이컵에 담아 아무런 표시도 없이 놓아둔 실수로 인하여 너무나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용하던 현미경을 사용하려고 기다리면서 현미경이 왼쪽 끝에 놓여 있는 긴 책상의 오른쪽 끝에 종이컵을 내려놓았는데, 피해자는 피고인을 위해 자리를 비켜준 후 한동안 피고인의 오른쪽 옆에 앉아 일을 하다가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피해자의 오른손이 닿는 위치에 있는 종이컵을 가져가 마신 것으로 보인다. 누구 것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마신 피해자의 실수를 탓하기에는, 사고가 발생한 실험실은 피해자의 팀에서 주로 사용하는 곳이고 피고인은 거의 가지 않는 곳인 점,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다루는 법을 잘 배운 사람일수록 종이컵에 화학물질이 들어있으리라고는 더 상상하기 어려운데 평소 피해자가 종이컵에 물을 담아 마시는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업무공간에 손닿는 거리에 놓인 종이컵이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과실이 훨씬 중대하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다만, 피고인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피해자 대신 피해자의 배우자에게 사죄하고 피해보상을 하여 합의한 점, 피고인은 아무런 처벌전력이 없는 초범으로서 상당한 경력을 쌓아온 회사에서 이 사건으로 인해 퇴사하게 되었고 자신의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3. 피고인 C

피고인 회사는 회사 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였고, 성분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병원에 간 피해자가 적절한 조치를 더 빠르게 받지 못하였다고 보이는바,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피고인 회사가 피해자의 치료비 등 지원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이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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