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 회사 인근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했고, 전국금속노조 지회장이던 원고는 조합원들에게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하라고 함. 피고 회사는 원고가 임의로 작업을 중지하고 무단이탈한 행위 등을 징계사유로 삼아 정직 처분을 했고, 원고는 징계 무효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함. 1, 2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정당한 작업중지권 행사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함.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대전고등법원은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계 무효확인 및 임금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함.


【대전고등법원 2024.04.04. 선고 2023나15675 판결】

 

•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3나15675 정직처분 무효확인 등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C

• 제1심판결 / 대전지방법원 2018.5.16. 선고 2017가합101663 판결

• 환송전판결 / 대전고등법원 2018.10.31. 선고 2018나12405 판결

• 환송판결 / 대법원 2023.11.9. 선고 2018다288662 판결

• 변론종결 / 2024.03.14.

• 판결선고 / 2024.04.04.

 

<주 문>

1.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7.1.18. 자 정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나. 피고는 원고에게 7,739,008원 및 이에 대하여 2017.4.8.부터 2024.4.4.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의 나.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주문 제1의 가.항 및 피고는 원고에게 7,739,008원과 이에 대하여 2017.4.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자동차 전자부품 등의 제조, 판매 및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로서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C 지회장이다.

 

나. 티오비스 누출사고의 발생 및 유관기관의 대응

1) 2016.7.26. 07:56 무렵과 09:30 무렵 두 차례에 걸쳐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라고 한다) ○○면 ○○리 소재 ○○산업단지(이하 ‘이 사건 산업단지’라 한다) 내 주식회사 E 공장(이하 ‘E 공장’이라 한다)에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 약 300ℓ가 누출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누출사고’라 하고, 달리 날짜의 표시가 없으면 같은 날 발생한 시각을 의미한다)가 발생하였다.

2) 티오비스는 ‘특정 표적장기 독성 – 반복 노출: 구분2’로 분류된 기존 화학물질로서 반복적으로 노출이 되면 사람의 특정 표적장기 또는 전신에 유해 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티오비스는 저온에 보관되어야 하고 상온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분해되면서 황화수소를 발생시킨다. 황화수소는 독성이 강한 기체로서 낮은 농도의 황화수소를 흡입하는 경우 눈, 코 또는 목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고, 천식환자에게는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짧은 시간이라도 높은 농도의 황화수소를 흡입하는 경우에는 후각이 마비될 수 있다. 또한 황화수소에 피부가 노출되면 수분이 있는 부위에 심한 통증과 수축 및 홍반이 나타날 수 있다.

3) 07:56 무렵 E 공장 창고에서 연기가 발생하여 최초 신고가 접수되었고 08:06 무렵 세종시 소방본부 선착대가 도착하였다. 08:16 무렵 조치원소방서 현장대응단이 현장에 도착하여 누출된 화학물질에 대하여 조사하였고, 08:25 무렵 세종부대 505여단 7대대 5분대기조, 정보분석조, 32사단 화생방재단 등이 도착하였다. 소방본부는 그 무렵 E 공장 맞은편에 재난지휘통제소를 설치하였다.

4) 소방본부는 관계자로부터 ‘티오비스가 공기 중에서 반응을 하게 되면 황화수소로 변질되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말을 듣고 대피방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08:30 무렵 소방본부 현장지휘차량의 방송시설을 이용하여 ‘사고지점으로부터 반경 50m 거리까지 대피를 하라’는 취지의 대피방송을 하였다.

5) 화학물질연구원은 08:49 무렵 소방본부에 누출된 화학물질이 티오비스라고 통보하였고 08:56 무렵 화생장비(1톤 트럭)를 투입하였다.

6) 이 사건 산업단지 내에는 여러 공장이 밀집되어 있는데, E 공장과 접해 있는 주식회사 F 공장을 비롯하여 같은 블록 안에 주식회사 G, 주식회사 H이 있고, 소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 방향에 유한회사 I, 주식회사 J, 주식회사 K이 있으며, 위 소로와 교차하는 다른 소로를 사이에 두고 동쪽 방향에 피고 회사가 위치하고 있다. 위 각 소로가 교차하는 사거리의 대각선 방향에는 L 주식회사가 있고, 그보다 멀리 떨어진 위치에 주식회사 M이 있다(이하 회사 명칭에서는 ‘주식회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상호 부분만을 기재한다). 소방본부는 소로를 기준으로 통제선을 설치하였고, 위 통제선 안쪽에 있는 공장은 F, G, I, J, H, K이다.

7) 09:20 무렵 이 사건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500m ~ 1km 거리에 있는 ○○ 1, 2, 3리 마을의 이장들을 통하여 마을 주민들에게 창문을 폐쇄하고 외부 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대피방송이 이루어졌고, 이 사건 산업단지 관리사무소장은 이 사건 통제선 내에 있는 공장의 근로자들에 대해 대피를 유도하였다.

8) 07:56 무렵 발생한 1차 누출사고에 대해서는 08:42 무렵 차단조치가 완료되었으나, 09:30 무렵 2차 누출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대해서는 10:00 무렵 차단조치가 완료되었다. 13:01 무렵 티오비스가 들어 있던 드럼통 8대에 대한 안정화조치가 완료되었고, 18:35 무렵 현장상황이 종료되어 출동했던 소방관들이 모두 철수하였다. 이 사건 누출사고의 수습을 위하여 소방관 70명, 중앙구조본부 대원 11명, 군인(화생방재단 등) 15명, 경찰 43명, 시청직원 10명, 기타 10명의 인원이 투입되었고 화생장비, 구급장비 등 24대의 장비가 동원되었다.

9) 소방본부는 화학물질안전원에 이 사건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200m 거리까지 황화수소의 검출을 의뢰하였고, 09:30 무렵을 기준으로 반경 5m 지점에서는 7ppm이 검출되나 반경 10m 이상의 지점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다. 10:00 무렵 다시 검출을 의뢰한 결과 반경 5~10m 지점에서 5~8ppm 정도가 검출된다는 회신을 받았다.

10) 09:07 무렵 E 직원 2명이 오심과 어지럼증으로 구급차를 이용하여 병원에 이송된 것을 비롯하여 누출사고 다음 날 20:32 무렵까지 E, F, G, I, J, H, L, M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 30명이 두통, 어지러움, 오심, 구토 등을 호소하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 위 근로자들 30명 중 27명은 이 사건 통제선 내에 있는 공장의 직원들이었으나 나머지 중 3명은 통제선 밖에 있는 L, M의 직원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 이 사건 누출사고에 대한 원고의 대응

1) 원고는 누출사고 당일 09:00 무렵 M에 근무하는 N으로부터 이 사건 누출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09:40 무렵 고용노동부에 이 사건 누출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C 지회장 명의로 피고 회사 측에 이 사건 누출사고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2) 원고는 10:00 무렵 피고 회사의 노무이사 O,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근로자 대표 겸 기업별노동조합 위원장 P,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 Q 등과 함께 이 사건 누출사고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였고 당시 근로감독관 Q는 대피를 권유하였다. 위 P은 원고에게 이 사건 누출사고 현장에 함께 가 볼 것을 제안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3) 원고는 10:21 무렵 소방본부에 전화를 하여 누출된 화학물질이 어떤 것인지, 인체에 유해한 것인지 등에 관해 질의하였고, 10:46 무렵 다시 소방본부에 전화하여 피고 회사에 대해 대피명령이 내려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문의한 결과 소방본부로부터 ‘이미 대피방송이 있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4) 원고는 피고 회사의 작업장을 이탈하면서 당시 작업 중이던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28명에게도 대피하라고 말하였고, O에게 이러한 상황을 통보하였다. 이에 따라 11:30 무렵 조합원 25명이, 11:50 무렵 조합원 3명이 작업을 중단하고 피고 회사의 작업장에서 이탈하였다.

5) 이후 원고는 2016.7.28.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하였다(이하 ‘이 사건 기자회견’이라 한다).

 피고 회사는 이 사건 누출사고 소식을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피해가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회사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접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직접 소방청에 전화를 하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사측은 파악 중이라며 대피를 비롯한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위험상황을 인지한 노동조합이 피고 회사에 계속해서 조치를 요구했으나 피고회사는 거부하였다.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인근 대피상황을 알리며 관련 조치를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거부했다. 결국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노동조합 대표자가 조합원들을 대피시켰다.

 

라.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

1) 피고는 2016.11.14.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아래와 같은 비위사실에 대한 심의를 거친 후, 취업규칙 제75조제3, 9, 12, 13호를 근거로 원고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다.

이 사건 누출사고와 관련하여,
 10:30경 작업장을 무단이탈한 후 C 지회 소속 주간 근무 중인 조합원 28명에게도 임의로 작업을 중지하고 집단으로 무단이탈할 것을 지시한 행위(이하 ‘제1 징계사유’라고 한다).
 11:00~11:20경 피고 회사 안전책임자의 수차례에 걸친 정당한 작업 복귀 요청에 불응하고, 소속 주간근무 조합원 28명과 함께 작업장 및 사업장을 무단이탈한 행위(이하 ‘제2 징계사유’라고 한다).
 2016.7.28.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회사를 비방한 행위(이하 ‘제3 징계사유’라고 한다).

2) 원고의 재심청구에 따라 피고는 2017.1.18. 재심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원심 징계위원회와 동일한 비위사실 및 징계사유를 근거로 원고에 대해 정직 2개월을 의결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의 대표이사는 2017.1.25. 원고에게 2017.2.1.부터 2017.3.31.까지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한다는 내용의 재심 징계위원회 결과통보서를 보냈고, 그 무렵 원고에게 위 통보서가 도달하였다(이하 ‘이 사건 정직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내지 11, 23, 29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P, R, Q의 각 증언, 원고에 대한 제1심의 당사자본인신문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정직처분 무효확인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징계사유의 존부

1)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제2항과 단체협약 제80조제2항에 따라 정당하게 작업을 중지하였고,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C지회장으로서 조합원들의 안전을 위해 조합원들에게도 위 조항에 따른 작업중지권을 사용토록 권유한 것이며, 이 사건 기자회견은 진실한 사실을 공익적 목적 아래 밝힌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비위사실은 모두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하므로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 피고의 주장

(1) 제1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이 사건 누출사고는 ‘사업주의 업무와 관계되는’ 사고가 아니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제2항과 단체협약 제80조제2항에 따른 ‘작업중지권’의 행사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고, 가령 산업안전보건법 및 단체협약에 따른 작업중지권의 행사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하더라도, 작업중지권은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대표가 아니라 ‘근로자 개인’만이 행사할 수 있는데, 이 사건 누출사고 당시 원고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지위에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였으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적법한 작업중지권 행사라고 볼 수 없다.

(2) 제2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피고의 안전관리담당자인 R 부장은 이 사건 누출사고 당일 10:40경 재난지휘통제소를 방문하여 소방본부장으로부터 근로자들의 정상조업이 가능함을 확인받은 후 당일 11:15경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작업장 복귀를 지시하였고, 피고의 O 노무이사도 11:00 ~ 11:20경 원고를 직접 만나 재난지휘통제소의 위와 같은 설명 내용을 전달하며 업무에 복귀할 것을 수차례 지시하였으나, 원고는 R이나 O의 정당한 작업 복귀명령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이에 불응하였다.

(3) 제3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는 이 사건 누출사고 당시 피고가 적절한 조치를 취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 사건 기자회견에서 마치 피고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하였다.

2) 관련규정 및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관한 법리

가) 관련규정

이 사건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고 한다) 및 관계법령의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취업규칙(갑 제3호증)]
제75조(징계해고) 회사는 종업원이 다음 각 호에 해당할 경우에는 징계해고 할 수 있다.
3.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회사의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케 하거나 작업장의 질서를 문란케 하였을 때
9. 사외에서라도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실추시켰을 때
12. 소속장의 정당한 직무상 지시에 따르지 아니하고 월권 또는 전단적 행위를 하여 직제를 문란케 한 때
13. 선동 또는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하거나 회사 사업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였을 때
[단체협약(갑 제4호증)]
제80조(작업의 중지)
1. 회사는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상황에 처하였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시키고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취한 후 작업을 재개하여야 한다.
2. 작업자는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에 처하였을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후 지체 없이 이를 직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직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3. 회사는 상기 제2항에 의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작업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작업중지 등)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나)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관한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12.31. 제정 당시 사업주의 작업중지의무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으나. 1995.1.5. 법률 제4916호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제2항에서 “근로자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직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직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이 신설되었고, 1996.12.31. 법률 제5248호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제3항에서 “사업주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 기타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산업재해 즉,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사망,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와 같은 사유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구 산업안전보건법(1996.12.31. 법률 제5248호로 개정되고 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제1항, 제26조제2, 3항, 한편 2019.1.15.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제52조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 판단

가) 제1 징계사유의 존재여부

(1)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제2항과 이 사건 단체협약 제80조제2항은 모두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근로자는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원고는 이 사건 누출사고 당시 위와 같은 작업중지권을 적법하게 행사하였으므로 제1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피고는 원고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이 사건 단체협약에 근거한 작업중지권을 적법하게 행사한 것이 아니라 무단으로 피고 회사 작업장을 이탈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 앞서 본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관한 법리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누출사고 당시 원고가 근로자로서 적법한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 피고 회사의 직원들에게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었고, 이에 원고는 피고 회사의 근로자이자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및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작업중지권을 적법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원고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되므로, 결국 제1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 이 사건 사고로 누출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에서 발생한 황화수소는 흡입 시 눈, 코 또는 목에 자극을 일으키거나 호흡곤란 또는 후각 마비를 유발할 수 있고, 피부에 노출되는 경우 심한 통증과 수축 및 홍반이 나타날 수 있는 등 독성이 강한 기체이다.

(나) 당시 소방본부는 반경 100 ~ 150m 내에 있는 공장 근로자들에 대해 대피를 유도하였고, 반경 1km 내에 있는 마을 주민들에 대해서는 대피방송이 이루어졌다.

(다) 따라서 이 사건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10m 이상의 지점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았어도 황화수소의 분산으로 인한 피해 범위를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웠고, 상당한 거리까지 유해물질이 퍼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라) 실제로 이 사건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24시간이 경과한 이후에도 오심, 어지럼증, 두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하였고,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200m 이상 떨어진 공장에서도 오심, 구토, 두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발생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200m 정도의 거리에 있던 피고 회사 작업장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위치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마) 나아가 원고는 피고 회사의 근로자이자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누출되었고 이미 대피명령을 하였다는 취지의 소방본부 설명과 대피를 권유하는 근로감독관의 발언을 토대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대피하면서, 노동조합에 소속된 피고 회사의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대피를 권유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원고가 화학물질이나 사고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점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소방본부의 설명 및 근로감독관의 발언을 토대로 당시 대피가 필요할 정도로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믿은 원고의 인식이 합리적인 근거를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바) 이에 대해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작업중지권은 입법취지상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가 아닌 근로자만이 행사할 수 있는데 원고는 노조활동의 일환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신설’된 것으로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근로자의 지위가 근로자대표라고 하더라도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면 근로자로서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작업중지권의 행사를 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런데 제출된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이 사건 누출사고 당시 원고가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없음에도 오로지 노조활동의 일환으로 조합 소속 근로자들로 하여금 작업을 중지하도록 강요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원고의 권유를 받고 각자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사) 비록 위 기초사실에서 본 것과 같이 원고는 누출사고 당일 09:40 무렵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C 지회장 명의’로 피고 회사 측에 이 사건 누출사고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다는 취지의 공문(갑 제10호증)을 보냈지만, 당시 원고가 보낸 공문 내용은 유해물질 노출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는 것일 뿐, 작업중지와 관련된 것은 없고, 원고가 피고 회사 작업장을 이탈하기 약 50분 전에 보낸 것이며, 이후 유사한 내용의 공문을 계속하여 보낸 것도 아니어서 원고의 작업중지권 행사와는 별개로 한 노조활동으로 보일 뿐이다.

나) 제2 징계사유의 존재여부

(1) 제2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피고는, 피고의 안전관리담당자인 R이 재난지휘통제소에 방문하여 소방본부장으로부터 근로자들의 정상 조업이 가능함을 확인받은 10:40경 또는 늦어도 11:00경 이후로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더 이상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었음을 전제로, 그럼에도 원고가 R이나 O의 수차례에 걸친 작업 복귀명령에 불응한 것은 정당한 조합활동 내지 작업중지권의 행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 한다.

(2)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누출사고 당시 황화수소의 분산으로 인한 피해 범위를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웠고, 상당한 거리까지 유해물질이 퍼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으며, 사고가 발생한 지 24시간이 경과한 이후에도 오심, 어지럼증, 두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하였던 사실, 원고는 소방본부와 근로감독관으로부터는 현장에서 대피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듣기도 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R이나 O이 원고에게 수차례에 걸쳐 작업 복귀명령을 한 사건 당일 11:00부터 11:20경까지 사이에도 원고로서는 여전히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인식하고,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실질적인 필요성이 존재하였다고 판단된다.

(3) 따라서 제2 징계사유 역시 부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다) 제3 징계사유의 존재여부

(1) 제3 징계사유 요지는 원고가 이 사건 기자회견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피고를 비방하였다는 것이다.

(2) 위 기자회견 당시 원고 측에서 작성해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갑 제29호증)의 주된 내용은 “이 사건 누출사고로 인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음에도 피고는 사고 소식을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피해가 있는지 확인 조차 하지 않았으며, 대피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이에 노동조합이 조치를 요구했으나 피고는 계속 거부하였고, 이에 노동조합 대표자가 조합원들을 대피시키자 회사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협박을 하였다.”라는 것인바, 을 제2, 9호증의 각 기재 등에 의하면, ① R이 재난지휘통제소를 방문하여 유출된 화학물질의 유독성과 피고 회사 근로자들의 대피 필요성 등에 대해 문의한 후 그 결과를 피고 회사 노무이사 O, 경영대리인 S,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근로자 대표이자 기업별 노동조합 위원장인 P, 노동조합 안전국장 T 등에게 보고하였으며, 누출사고 관련 상황을 점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사실 및 ② O은 피고 회사에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U와 보건관리자 V을 통하여 피고 공장의 근로자들 중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사실은 인정되므로, 당시 피고가 피고 공장 내 피해가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위 보도자료의 내용은 일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3) 그러나 앞서 본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가 피고 공장의 전체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누출사고 및 이에 대한 피해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널리 공지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 등이 제출되지 않았고, 오히려 피고의 주장 내용에 비추어 피고 측은 당시 일부 근로자들에게만 개별적으로 사고 발생 사실을 알렸다가 소방본부장으로부터 근로자들의 정상 조업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이후에는 근로자들에게 누출사고로 인한 피해 발생 가능성 등에 전혀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누출사고로 인한 피해 범위를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웠고, 사고가 발생한 지 24시간이 경과한 이후에도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하였음에도, 피고는 오히려 작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원고에게 작업 복귀를 지시하는 등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대피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③ 또한 원고 등이 피고에게 계속하여 대피 조치를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거부한 점, ④ 당시 피고 소속 직원인 위 R이나 O이 사고 당시 소속 근로자들에게 황화수소 누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근로자 개인별로 확인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오히려 피고는 소방본부장으로부터 근로자들의 정상 조업이 가능함을 확인받은 이후에는 근로자들의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보도자료의 내용은 대부분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4) 게다가 보도자료의 일부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누출사고로 인하여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본 원고의 인식은 합리적인 근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 사건 기자회견은 원고의 공익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5) 그러므로 제3 징계사유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라) 소결론

결국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이 사건 정직처분의 전제가 된 각 징계사유가 위 취업규칙 제75조제3, 9, 12, 13호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정직처분은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3.  임금 청구에 대한 판단

 

가. 관련법리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 지위는 계속되고, 그간 근로의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근로자가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임금은 근로기준법 제2조에서 정하는 임금을 의미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이에 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다면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이에 포함되며, 반드시 통상임금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2.9. 선고 2011다20034 판결, 대법원 2020.7.23. 선고 2020다221396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이 사건 정직처분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정직기간인 2017.2.1.부터 2017.3.31.까지 사이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갑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정직처분을 이유로 원고에게 미지급한 2017년 2월분 급여가 2,752,924원이고, 같은 해 3월분 급여가 2,977,294원이며, 분기별로 지급해야 하는 정기 상여금 중 미지급한 상여금이 2,008,790원인 사실 및 급여 지급일은 해당 근무월의 익월 7일인 사실이 인정된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정직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 등 합계 7,739,008원(= 2,752,924원 + 2,977,294 + 2,008,79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7. 3월분 급여 지급일 다음 날인 2017.4.8.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4.4.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해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봉길(재판장) 장정태 이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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