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5.22. 선고 2024구단50424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4구단50424 요양보험급여결정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의 소
• 원 고 / 망 A의 소송수계인 1. B, 2. C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5.08.
• 판결선고 / 2024.05.22.
<주 문>
1. 피고가 2023.6.26. 망 A에게 한 요양·보험급여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A(1974.*.*.생)는 2021.*.**.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로우더 상차와 장비 관리 업무를 수행하다가, 2022년 말경 임시로 로우더 팀의 반장업무를, 2023.2.*.경에는 정식으로 작업반장 업무를 맡았다.
나. E는 2022.2.**.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 로우더 기사로 근무하던 자로서, 2023.3.*. 23:00경 안양시에 있는 A의 회사 숙소 안으로 A를 뒤따라 들어가 길이 25㎝의 일자 드라이버를 왼손에 들고 A의 우측 이마 부위, 우측 뒤통수 부위, 좌측 측두골 부분을 약 4~6회 찔렀다(이하 ‘이 사건 범행’이라 하고, E를 ‘가해자’라고 한다).
다. A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기타 두개내손상, 미만성 뇌손상, 두개골 및 안면골의 상세불명 부분의 골절’을 입어 치료를 받았고, 2023.4.12. 피고에게 위 상병에 대하여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
라. 피고는 2023.6.26. ‘이 사건 범행은 평상시 A와 가해자와의 마찰로 인한 사적인 감정이 주된 원인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범행 직전에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및 대화내용상 상호 간 직무의 한도를 넘어 서로 자극하거나 도발한 경우로 판단되는 점, 업무종료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범행이 발생하였고, 범행 발생 장소가 사업장에서 제공한 숙소이나 업무종료 후 일상생활을 하는 거주지인 사적 공간으로 판단되어 업무와 이 사건 범행 사이에 시간적·장소적 연관성이 미흡한 점 등을 종합하면, 재해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A에게 요양급여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A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인 2024.2.27. 사망하였고(이하 A를 ‘망인’이라 한다), 그 자녀들인 원고들이 이 사건 소송을 수계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2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범행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망인과 가해자 사이에 업무적인 갈등 및 다툼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 범행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 내재하거나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서 망인의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 사실
1) 망인은 2021.6.**.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여 로우더 상차와 장비 관리 업무를 담당하였고, 2022년 말경 반장 김○○이 퇴사하자 로우더 팀의 최선임으로 임시 반장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23.2.*.경 정식으로 작업반장으로 진급하였다.
가해자는 2004년 ~ 2017년경까지 폭력범죄로 인하여 2회 징역형의 집행유예, 2회 벌금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2022.2.**.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여 로우더 기사 업무를 담당하였다.
2) 망인과 가해자가 2022.4.**.부터 2023.3.*.까지 주고받은 F 대화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부분은 아래 기재와 같다. <아래 생략>
3) 가해자는 2023.3.*. 망인과 앞서 본 메시지를 주고받은 직후에 망인의 숙소를 찾아가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가해자는 2023.3.22.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3고합**, 2023전고*(병합) 살인미수 등으로 기소되었고, 위 법원은 2023.9.15. 징역 10년 등의 형을 선고하였다.
가해자와 검사는 위 판결에 대해 수원고등법원 2023노****, 2023전노**(병합)으로 항소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2024.2.7. 제1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하였다. 위 형사판결은 2024.3.13. 그대로 확정되었다.
4) 가해자는 검찰 조사에서 “처음에 사이가 좋았는데 망인이 작업반장으로 승진하기 직전인 2023년 1월경부터 개인적으로 잦은 다툼이 있었다. 덤프트럭에 골재를 싣는 과정에서 포크레인 팀과 업무를 조율해야 해서 선임자인 망인에게 그 부분에 대해 빨리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망인은 듣기 싫다고 하며 화를 냈다. 망인이 작업반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예정되면서부터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직원들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그때부터 관계에 조금씩 금이 갔다. 2023년 1월 경부터 작업현장에서 저에게 계속 지적을 심하게 하였고, 일 끝나고 대화를 하려고 해도 저를 계속 무시하기만 하였다. (이하 비실명화로 생략)”고 진술하였다.
5) 동료 근로자는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가해자와 망인이 친하다고 볼 수는 없는 관계였다. 가해자는 평소 의견을 강하게 표출하는 편이고, 술을 마시면 망인에게 자주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가해자는 성격이 괜찮은 편은 아니었다. 다른 팀원들과도 원활하지 못했고 평소 다른 팀원들과 자주 말다툼을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3~13호증, 을 제5~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다. 관련 법리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피해자와의 사적인 관계에서 기인하였다거나 피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8.8.21. 선고 2008두7953 판결 등 참조).
업무상 재해의 적극적 요건으로서 “폭력에 의한 재해가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가해자가 폭력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근로자와 가해자의 관계, 근로자가 담당한 직무의 내용 및 성질, 폭력이 발생한 시간과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업무상 재해의 소극적 요건으로서 “근로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가해자의 관점이 아닌 객관적·합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근로자가 폭력을 당한 데 고의·중과실 정도의 책임이 있는지, 근로자 스스로 피해의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의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2) 근로관계는 사용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기업조직 내에서 동료 근로자와의 관계 및 고객 등 제3자와 형성하는 사회적 관계의 형태로 전개되는데, 그러한 관계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갈등이 표출됨에 따라 언제든지 물리적·정신적 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다. 실제로 동료 근로자들 사이에 또는 고객과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과 폭력으로 인한 재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2019.1.15. 법률 제16270호 개정으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가 신설되었으며, 같은 날 법률 제16273호 개정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2호 다목에 ‘직장 내 괴롭힘 및 고객의 폭언 등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이 업무상 질병의 인정 기준에 추가되었다. 직장 내 동료 근로자나 고객의 폭력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 사건에서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근로관계 자체에 내재된 갈등과 폭력의 위험성,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라. 판단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범행은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범행으로 발생한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망인과 가해자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사이이고, 망인이 작업반장 업무를 맡기 전까지는 같은 로우더 팀에 소속된 동료 근로자의 관계였으며, 작업반장 업무를 맡은 이후에는 상사·부하직원의 관계였다. 망인과 가해자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업무로 맺어진 관계이다.
2) 망인과 가해자가 주고받은 F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망인이 작업반장 업무를 맡기 전까지는 망인과 가해자의 관계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망인이 작업반장 업무를 맡은 2022년 12월경 무렵부터 망인과 가해자 사이에 업무적인 부분, 특히 가해자가 상급자인 망인의 업무지시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기하고 다른 직원들과 갈등을 야기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마찰이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2023년 1월 중순경에 그러한 갈등이 고조되어 관계가 매우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해자는 2023.*.*. 망인이 가족들을 동반하여 대표와 함께 식사를 한 사실을 문제 삼으면서 망인에게 인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모욕적인 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참지 못한 망인이 욕설이 포함된 메시지를 보내자, 가해자는 망인을 상대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망인과 가해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그 갈등이 반복·악화되어 모욕적 언행과 이 사건 범행으로 이어진 일련의 경위를 살펴보면, 이 사건 범행의 주된 원인은 업무상 상하관계에 내재되어 있는 상사·부하직원 간의 감정적인 마찰의 문제로 귀결된다.
3) 원고가 맡은 로우더 팀 작업반장 업무에는 로우더 기사들 사이의 업무 조정 및 갈등 해소 등 전반적인 지시·관리업무가 포함되어 있다. 직무의 내용과 성질상 원고의 작업반장 업무에는 로우더 기사들과의 감정적 마찰·분쟁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4) 피고는 망인과 가해자 사이의 사적인 감정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하였다고 보고 있으나, 망인과 가해자 사이에 평소 업무 외적인 이유로 갈등과 다툼이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리고 직장 내 인간관계는 장시간에 걸쳐 계속적으로 형성되므로, 처음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갈등이 사적인 감정의 문제로 이어져 업무에서 비롯된 갈등과 사적인 감정에 기한 갈등이 뒤섞일 수밖에 없다. 망인과 가해자 사이에 사적인 감정·갈등이 일부 엿보인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F 대화 내용을 살펴볼 때 그러한 사적인 감정·갈등은 업무상 감정·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5) 피고는 망인과 가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서 서로 자극하거나 도발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가해자의 입장이 아닌 제3자의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가해자는 상급자인 망인의 업무지시에 불만을 제기하며 망인에게 비아냥거리는 듯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냈고, 이 사건 범행 당일에는 망인의 가족까지 언급하며 참기 어려운 수준의 모욕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망인이 이에 대응하여 가해자에게 한 차례 욕설이 포함된 메시지를 보내기는 하였으나, 그 이전까지 가해자에게 정당한 업무상 조언 내지 지시의 범위 내에서 언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이 직무의 한도를 넘어 가해자를 자극하거나 도발하여 스스로 이 사건 범행의 발생을 초래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3.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