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테마파크 내 셔틀버스, 관광시설용 차량 등 운행 업무를 수행한 협력업체 직원들인 원고들이 테마파크 운영 회사인 피고를 상대로, 주위적으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예비적으로 원고들에 대하여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것을 구하고, 비교대상인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가 지급받았을 임금과 원고들이 실제로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 상당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사안에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나,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으므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고용의무를 부담하고, 피고에게 비교대상인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가 지급받았을 임금과 원고들이 실제로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 중 일부로써 원고들이 구하는 금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사례.


【서울동부지방법원 2024.7.18. 선고 2021가합105963 판결】

 

•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가합105963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등의 소

• 원 고 / 1. A ~ 9. I

• 피 고 / J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24.05.09.

• 판결선고 / 2024.07.18.

 

<주 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

2.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5.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들의 주위적 및 제1예비적 근로자지위확인청구를 각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1. 근로자지위확인 또는 고용의사표시 청구 부분

주위적으로, 원고들은 별지 ‘원고들 최초 입사일’의 표(이하 ‘별지 표’라고만 한다) 기재 각 최초 입사일부터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제1예비적으로 원고 E는 2012.8.2.부터, 나머지 원고들은 별지 표 기재 각 최초 입사일부터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제2예비적으로 주문 제1항과 같은 판결.

2. 임금 차액 상당액 청구 부분

주문 제2항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서울 강동구 K에 본점을 두고, 리조트, 건설, 상사, 패션 부문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용인시 ○○구 L에서 테마파크인 M, 워터파크인 N, 골프클럽 등을 통해 오락, 문화 및 운동 관련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한편, 피고의 사명변경 또는 합병에 따라 위 ‘M’를 관리하는 회사는 ‘O 주식회사’, ‘P 주식회사’, ‘Q 주식회사’ 리조트부문, 피고 리조트부문으로 각 순차로 변경되었고, M는 대표이사 및 대표이사를 보좌하는 스태프(staff) 부서로 구성된 본사와 리조트사업부 등 각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다.

R 주식회사(이하 ‘R’라고 한다)는 2011년 설립 당시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M의 고객 및 임직원 수송을 위한 셔틀버스(저상버스), M 내 S 버스, T 수륙양용차량, 비상차(소방차, 구급차), 청소차 등 차량을 운행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였고, 원고들은 위 R 소속 근로자들로서 별지 표 기재 각 입사일부터 현재까지 2년을 초과하여 M 내에서 위 운행 업무를 수행하였다(다만, R 소속 근로자들은 T의 경우 2018.12.31.까지, S의 경우 2019.12.31.까지 위 특수제작된 버스를 운행하였다).

 

나. 피고와 R가 체결한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

피고와 R가 체결한 도급계약과 수송부문 과업지시서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2, 31, 187, 271호증, 을 제1 내지 3, 5호증(이하 특정하지 않는 한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R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3.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1) 원고들은 형식적으로는 R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지만, R는 사업주로서의 독립성을 결한 피고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사용·지휘하여 근로를 제공받았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 따라서 주위적으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기하여 원고들이 각 R에 입사한 날부터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한다.

2) 설령 R가 형식적·명목적인 존재가 아니라 하더라도, 원고들이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등 원고들과 피고는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는데, 원고들이 담당한 업무는 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않고, R는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파견업 허가를 얻은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 피고에게 원고 E의 경우 현행파견법 시행일인 2012.8.2.부터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고, 2012.8.2. 이후 입사한 나머지 원고들의 경우 각 최초 입사일부터 즉시 고용의무가 발생하며, 고용의무 발생일 이후 원고들은 계속 근로를 제공하고, 피고는 이를 수령하였으므로 묵시적 근로계약 체결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어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 원고들이 위 각 날짜부터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면 피고는 현행파견법 제6조의2에 따라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

3) 또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될 경우 피고는 원고들의 R 최초 입사일부터 피고 소속 근로자와 동일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임금과 원고들이 R로부터 받은 임금을 공제한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현행 파견법에 의하여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를 갖게 되거나 현행 파견법상의 직접 고용의무 조항에 의하여 위 근로자의 지위를 갖게 될 경우에는 고용의무 발생 이전 기간에 대하여는 현행 파견법 제21조제1항의 차별금지규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피고 소속 근로자가 받았던 임금에서 원고들이 R로부터 받은 임금을 공제한 나머지를, 고용의무 발생 이후 기간에 대하여는 주위적으로 미지급 임금을, 예비적으로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피고 소속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에서 원고들이 R로부터 받은 임금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원고들은 명시적 일부청구로서 각 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1) R는 형식적·명목적인 회사가 아니라 독립적인 기업조직을 갖추고 경영상 독립성을 갖춘 사용자로서 자신의 독립된 경영권에 기하여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임금을 직접 지급하였으며, 인사권 및 징계권을 행사하는 등 근로관계 전반에 걸쳐 사용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여 왔으므로, 원고들은 R의 근로자일 뿐이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할 수 없다.

2) 원고들은 R 소속 근로자들로서 위 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무하였고, 피고는 도급인으로서의 지시 이외에 근로자파견관계의 요건인 ‘사용자의 지위에서 지휘·명령’을 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의 업무인 이 사건 도급업무는 피고 리조트사업부의 본질적 업무와 명확히 구별되어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편입되지 않았고, R는 대형버스 및 특수차 운전에 관한 전문성·기술성을 보유하고 독립적인 기업조직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4.  판단

 

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8.7.10. 선고 2005다75088 판결 참조).

2) 판단

아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들의 근로관계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고,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하여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보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71호증, 을 제1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R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 및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R의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원고들이 피고에 종속되어 피고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으면서 피고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R는 2011.1.1.부터 소속 근로자들의 인사, 복무, 표창과 징계 등에 관한 취업규칙을 마련하였고, 2019.9.1.부터는 복리후생 규정을 두어 복리후생시설, 학자금, 경조금 등의 지급 규정을 마련하였으며, 자신의 명의로 채용공고를 내어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하거나 소속 근로자의 승진 및 징계 등에 관한 인사권·징계권 등을 행사하였다.

② R는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였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 수당 등을 직접 지급하고 그에 따른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연말정산 등의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③ R 소속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R와 사이에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하였고, R의 노동조합원들의 파업으로 저상버스를 제대로 운행하지 못하여 피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자 피고와 R는 2021년 및 2022년에 위 손해를 배상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다.

 

나.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현행 파견법 제2조제1호는 ‘근로자파견이라 함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①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참조).

2) 인정사실

갑 제3 내지 6, 8, 9, 13, 14, 16 내지 19, 22, 23, 31, 33, 34, 36, 38, 41, 44, 66 내지 68, 71, 73, 75 내지 80, 82, 84 내지 87, 89, 92, 97, 98, 100, 101, 107, 108, 111, 112, 119 내지 121, 123, 124, 126, 134 내지 139, 141 내지 154, 156 내지 158, 161, 163, 164, 167, 168, 174, 175, 176, 180, 181, 182, 187, 191, 197, 203의4 내지 7, 204, 209, 228의1, 229 내지 234, 236, 239, 240, 242, 270호증, 을 제2, 5, 7, 10, 17, 19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이 법원의 R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R가 수행한 업무 개관

(1) M는 어트랙션, 동물원, 식물원으로 구성된 테마파크이고, M 근처에는 워터파크(N), 숙박시설(X 호스텔), 직원 기숙사 등이 위치해 있다. 피고는 테마파크의 규모와 방문객의 편의, 주차장 위치(피고는 M를 방문하는 고객을 위하여 여러 개의 주차장을 구비하였으나 정문 유료주차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차장들은 M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고, 정문 유료주차장은 M를 방문하는 이용객들의 숫자를 고려하면 주차가능대수가 충분하지 않다) 등을 이유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방문객 및 직원들을 위하여 주차장, M, M 주변 시설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2) R는 2011년부터 M의 셔틀버스(저상버스), 동문 출퇴근 버스, Y와 정문행 출근셔틀 등 고객 및 임직원의 테마파크 단지 내 이동을 위한 차량운행과 제설차, 청소차, 구조 비상차(구급차, 소방차) 운행 업무 등을 수행하였고, 1년 365일 연중무휴로 개장하는 M의 특성상 R도 M 방침에 따라 1년 365일 위 차량들을 일일배차운행표대로 빠짐없이 운행하였다.

(3) 피고는 2013년 초식동물들이 있는 T를 만들면서 수륙양용차를 도입하고,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수륙양용차 운행업무를 R에 도급하여 R 소속 근로자들은 위 수륙양용차 운행을 맡았다. 또한 피고는 호랑이, 사자, 곰 등 육식동물들이 사는 S에 특수개조한 S 버스를 도입하고, 2011년부터 2019년까지 S 버스 운행 등의 업무를 R에게 도급하여 R 소속 근로자들은 S 버스를 운행하면서 그와 동시에 S 내 동물 소개 및 연출 업무를 수행하였다.

(4) R의 2018.6.13.자 일일배차현황에는 근무배치가 ① S파트, ② T파트, ③ 저상파트(셔틀버스), ④ 긴급차파트로 이루어져 있고, S파트에 차량 10대, T파트에 차량 8대, 저상파트에 차량 14대, 긴급차파트에 구급차와 소방차가 각 배정되었으며 그 중 S파트에는 책임자를 포함하여 18명의 근로자가, T파트에는 15명의 근로자가, 저상파트에는 16명의 근로자가 각 배치되었다.

나) 원고들의 근무장소 및 작업설비

(1) R는 피고로부터 용인시 ○○구 Z 등에 있는 사무실 3개소(그 중 위 Z은 R의 본점 소재지인 ‘용인시 ○○구 AA’이다) 121㎡를 임대차보증금 20,000,000원(월 차임 없음)에 임차하여 사무실로 사용하였고(다만, 제출된 2021년도 도급계약서 제18조에 의하면 사무실 3개소는 사용대차를 하고, 관리비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용인시 ○○구 AB에 있는 연립주택 4개 호실(AC호, AD호, AE호, AF호)을 임대차보증금 20,000,000원(월 차임 없음)에 임차하여 직원용 기숙사로 사용하였다. 피고는 R 소속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휴게공간에 불편함은 없는지 실태점검을 하기도 하였다.

(2) 피고는 R에 피고 소유의 저상버스, 특수차 등을 무상대차하였고, 위 차량의 연료 및 요소수 등도 피고가 관리하는 주유소에서 무상으로 제공하였으며 M 내부의 세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고, 피고 소속 기술팀이 차량 정비를 담당하였다.

다) 피고의 지휘·감독

(1) 피고의 CS혁신파트는 고객들로부터 R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근무태도 평가를 받아 R에 전달하거나 모니터링(고객으로 가장하여 서비스 상태를 점검하는 것)을 실시하였고, 매 분기마다 R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여 저상버스 운행 부적격자의 경우 파트를 옮기기도 하였다.

(2) 피고는 R의 현장책임자 등에게 이메일 등으로 근로자들의 업무 내용, 업무 수행 방법, 업무 시간 및 장소, 근무 태도 등에 관한 지시를 하고, R의 관리직원들은 위 이메일 등을 인쇄하여 사내에 게시하거나 네이버 밴드에 개설된 R의 업무용 밴드(이하 ‘업무용 밴드’라고 한다)에 게시하였다. 여기에는 무전기 사용 시 일부 채널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거나 셔틀버스에서 특정 안내멘트(피고 근로자들의 입수보행 및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내용)를 해달라는 것 외에도 건조기 산불대응 비상훈련시 차량 지원을 해달라는 요청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비상차를 운행하는 근로자들은 피고의 종합상황실 근로자들로부터 휴대전화 무전기 등으로 출동 지시를 받았고, 차량 운행 사항 등을 보고하였으며 비상차의 일일업무일지를 피고 직원에게 메일로 보고하였다.

(3) 피고의 CS혁신파트는 2016 내지 2019년경 협력업체들을 포함한 전체 현장 인원들에게 AG이라는 제목의 모니터링을 실시하였는데, R의 업무용 밴드에는 2016.2.27. “AG(모니터링) 13시부터 동물원 시행, 파크 이동시 2열 보행 준수, 용모 복장 AH 기준 준수, 입수 보행 금지 등 위 수칙 꼭 지켜 최고의 서비스 친절을 보여 주세요” 라는 글이 게시되었다.

(4) 피고 리조트사업부 AI그룹장 AJ은 R 소속 근로자인 AK에게 “본관~회차장간 메타길 청소차운행부탁”, “낼 9시경에 AL, 즉 애견사입구부터 죽 청소차좀 돌리셈”, “청소차 이제 겨울 다갓으니 원위치시키고 청소용으로 셋팅 청소량이 많아지면 두세대 투입”과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청소차 운행 등을 지시하였고, 그 외에도 “아침 출근자 5피에서 운행하는 저상시간 새벽부터 안하는 것 검토빨리하셈. AM 버스가 정문까지 가니깐 우리가 안해도 될 듯 지금 몇 명이 멀타고 와서 저상으로 출근하는지 물어보구”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버스 운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인원수 확인을 지시하기도 하였으며 “N직원, 캐스트가 10시30분에는 빠듯하니 10시40분에 막차 출발해달라는 민원임..낼부터 시행하는데 문제 있나요?”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배차시간을 조정하였다.

라) 피고의 교육 및 근태관리 등

(1) 피고는 R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서비스 교육을 시행하였고, 정비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으며, 안전교육이나 화재대응 훈련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R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피고의 교육은 차량이나 안전과 관련된 교육 이외에도 S 동물개체 표준화 교육이 이루어졌고, R 소속 근로자들은 M 동물원 사육사로부터 동물에 대한 주의사항 및 S 탈출 시 행동요령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하였으며, 피고 동물원 사육사가 S 버스를 운행하는 R 소속 근로자들에게 곰 방사장, 곰 놀이감 멘트를 직접 교육하였다. 또한 S 대기실 내 비치된 피고의 교육자료에는 하단 워터마크에 피고 직원인 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데 위 교육자료에는 손님 불만내용 대응 자료, 동물원 동물들의 개체별 사진과 특징이 적혀 있다.

(2) R가 작성한 안전환경교육일지(갑 제68호증)에는 2015.4.25. T 주차장에서 R 소속 근로자들을 상대로 안전환경교육(10대 안전수칙 준수)이 이루어진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위 일지 하단에 ‘R회사 T 파트’라고 기재되어 있다. 위와 같이 R 소속 근로자들은 자신이 맡은 피고의 파트에 따라 별도의 교육을 추가로 받았다.

(3) R 소속 근로자(주말직 사원)가 저상버스 운행 중 인터넷으로 양말 쇼핑을 하여 고객 불만이 접수되자 피고의 리조트사업부 AI그룹장 AJ은 2018.6.11. 당시 R의 부장이던 AN(R의 현재 대표자이다)에게 해당 근로자를 자르라고 하였고, R에서는 2018.6.13. 업무용 밴드에 불만 건이 접수되어 이후 당분간 주말직 사원 채용은 없을 것이라면서 근로자들의 맞교대 및 대휴신청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4) 또한 비상차 관련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는 2019.7.7. “본사 AO팀(피고의 안전, 보건, 위생 등 담당부서)에서 차량관리실태 불시점검을 파트별로 실시합니다. 구급, 소방차 평소 차량점검항목을 다시 숙지하시어 점검시 잘 응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점검사항 오일, 냉각수, 타이어, 계기판 이상유무 벨트장력(탑 오픈시 2인1조), 방수포, 조명등 이상유무 이상 발견시 AP씨에게”라는 메시지가 게시되었다.

3) 구체적 판단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R 소속 근로자로서 피고를 위한 업무에 종사한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받으며 차량운행업무 등을 수행하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실질적으로 피고의 사업에 편입되는 등 하여 원고들과 피고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는지

(1)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 리조트사업부 AI그룹장 AJ은 카카오톡 대화방 등을 이용하여 특정구간의 청소차 운행을 지시하거나 차량 운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차량 이용 인원파악을 지시하거나 배차 시간을 늦추는 등의 업무수행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였다. 또한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는 수시로 이메일 등을 통하여 R에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R로부터 업무 관련 사항을 보고받았다.

(2) 파크외곽 제설작업 표준운영절차(SOP, 갑 제22호증) 제1면을 보면 작성자는 ‘피고 M 리조트’라고 기재되어 있고, 소관부서는 ‘AI그룹’, 결정권자는 ‘AI그룹장’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기안일자란에 2001.1.30., 확정일자란에 2001. 02. 개정사유/내용에 제정이라고 되어 있으며 이후 2017.12.경까지 여러 차례 내용이 수정되어 왔다. 즉, 피고가 2001년경 위 표준운영절차를 만든 이후 적어도 2017.12.경까지는 이를 계속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제2면). 그런데 위 표준운영절차(SOP)는 피고가 요구한 결과물의 품질이나 성과에 대한 기준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업내용, 순서, 인원, 작업시간 등 R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수행에 필요한 일체의 사항에 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시하고 있으므로, 이는 업무수행에 관한 지시로 봄이 타당하다.

(3) 또한 R 소속 근로자들이 위와 같은 피고의 지시사항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자신의 전문성에 기하여 독자적인 결정을 내린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R 소속 근로자들에게 구속력 있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1) R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는 원래 피고가 직영으로 수행하던 업무이다. 그 중 특히 셔틀버스 및 S, T에서의 차량 운행은 상시·계속적인 업무로서 피고의 영업에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2019년 이후 S와 T에서의 차량 운행은 R의 업무범위에서 제외되어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이 차량 운행을 맡고 있다.

(2) 피고가 2017.12.경 운영하였던 ‘AQ 프로그램’은 고객들이 S 차량을 탑승하여 동물들을 관람하는 ‘S’와 수륙양용차를 탑승하여 동물들을 관람하는 ‘T’를 순서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결합된 상품인데, 당시에는 AQ를 체험하기 위해 고객들이 M가 개장하기 전 시간대에 M 정문에 모이면 피고 소속 직원들이 사전 예약한 고객들의 방문 여부를 확인하였고, 확인된 고객들은 R 소속 근로자들이 운행하는 S 버스를 타고 S로 이동하되 S에 도착하면 캐스트는 버스에서 하차하고, R 소속 근로자들이 관람객들에게 S 체험을 안내하고, 체험이 종료되면 관람객들은 T 관람에 사용되는 수륙양용차에 옮겨 탑승한 후 연이어 T를 체험하는 것이다. R 소속 AK는 업무용 밴드에 동물원 사무실에서 멘트 상위 클래스 분들로 선정된 근무자인 AQ 운행자 8명의 이름을 게시하면서 AQ 운행 시 좀 더 열심히 성의 있는 멘트를 해달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위 R의 업무용 밴드에는 동물원 건빵주문 전화번호를 공유하면서 누구나 주문할 수 있도록 (전화번호를) 숙지하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위 각 사정에 비추어 위와 같은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 R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3) R 소속 근로자들은 M 내에 화재나 환자가 발생할 경우 피고 안전팀의 출동지시에 따라 소방차와 구급차 등을 운행하여 화재를 진압하고 환자를 병원까지 이송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R 소속 근로자들이 구급차를 운행할 시 피고 소속 구조사나 안전팀 직원이 함께 탑승하여 구급차 내에서 응급처치, 인명구조 등의 업무를 함께 수행하였다.

(4) R는 제설차 운행 외에도 피고 리조트사업부 AI그룹장 AJ을 비롯하여 피고 직원인 AR, AS 등의 지시에 따라, 피고 정비실 AT 실장과 소통하는 등 하며 제설작업을 수행하였다.

(5) 그 외에도 R의 소속 근로자들은 대민지원 업무(인근지역에서 가뭄발생 시 물차 지원), 산불예방 순찰 업무, 파크 내 파트별(어트랙션근무자, F&B그룹 근무자) 소방교육 지원 업무 등도 수행하였는데, 이는 모두 피고 직원이 메일 등을 통하여 R 소속 근로자들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6) R의 업무용 밴드에는 2016.1.15. 원내 가상훈련에 대한 글이 게시되었는데, 특이사항으로 “가상훈련에 미참여 부서 및 불응 부서 AU 그룹장으로부터 질타와 질책받음(보고서 검토 예정) 소방 차량 출동과 훈련은 특이사항 없이 마쳤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R 소속 근로자들은 2015.5.18. 화재 가상훈련을 하기도 하였는데 위 훈련에는 S 전 근무자가 참가하는 것이었고 R 소속 근로자들도 함께 참여하였다. 이처럼 피고가 주관하는 가상훈련은 구속력 있는 지시로서 R 소속 근로자들은 위 훈련에 참여하여야만 했다. 또한 피고는 M 사업장 내의 협력업체들이나 입점한 식음료, 상품판매업체들의 근로자들에 대한 소방교육이 필요할 경우 R 소속 근로자들에게 교육 지원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7) 이에 대하여 피고는, T 체험 시 수륙양용차에 피고 직원인 캐스트가 동승하기는 하였으나, 캐스트는 관람객들에 대한 안내 업무를 수행하였고, R 소속 근로자는 수륙양용차의 운행만을 담당하였으므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T의 경우 R 소속 근로자들이 단순히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차량을 운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캐스트의 설명과 동물의 위치 등을 고려하여 차량을 운행 및 일정시간 정차 등을 하여야 하므로, 위와 같은 업무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실질적으로 공동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R 소속 근로자들은 수륙양용차를 운전하는 외에도 비상상황(아동이 울어 하차를 원하는 경우, 차량 밖으로 소지품을 떨어뜨리는 경우, 동물의 상태, 차량 이상)이 발생할 경우 이를 무전을 통해 알리기도 하였고 M 개장 전 T의 점검 업무도 수행하였다. 그리고 S 버스를 운행하는 R 소속 근로자들은 뒤에서 보듯이 버스 운전 외에도 엔터테이너로서 동물 관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의 직원들과 R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전체적으로 연관되어 있었고, R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의 직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작업을 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 R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는지

(1) R는 자신의 이름으로 근로자 채용공고를 올렸고, 피고가 R 소속 근로자의 휴가나 작업배치를 직접 지시하거나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① R는 2014년 피고에게 2015년 차량운행 계획 수립을 위한 운행기준 수립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2014년의 입장객별 운행 기준, 월별 차량 및 필요인력을 기재하였던 점, ②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와 R 사이의 도급계약에서 S 버스, 비상차 운행업무가 없어지고 ‘저상버스 운행 업무’ 위주로 업무범위가 축소되자 R가 근로자들을 퇴직시켰고, 그에 따라 R의 인력은 약 72명(2017.6.30.경)까지 늘었다가 2020.1.1. 기준 24명(운전직 21명)으로 줄었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R의 근로자 수는 피고의 ‘입장객 수’나 ‘운행 기준’과 직접적으로 연동되었음을 알 수 있다.

(2)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는 R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서비스 교육을 시행하기도 하였고, 정비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으며, 안전교육이나 화재대응 훈련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화재나 안전교육 뿐만 아니라 S 투어를 위한 동물 교육 등도 이루어졌고, 피고는 업무지침 등을 마련하여 R 소속 근로자들이 이를 준수하게 하였으며, 이를 위하여 피고 소속 직원이 직접 R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3) 또한 피고는 R의 현장책임자에게 차량 지원 요청, 차량의 추가배차, 운행구간 수정 등을 지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였고, 피고 리조트사업부 AI그룹장인 AJ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R 소속 AK에게 갓길청소를 요청하거나 직원용 출근버스의 배차를 줄이라는 등의 지시와 셔틀버스의 배차 시간을 늦추는 등의 지시를 하였다.

(4) 피고는 주말직 사원을 포함하여 R 소속 근로자들의 근태를 R 측에 전달하거나 직접 인사와 관련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5) 한편, R 소속 근로자들 중 일부는 2018.6.경 원고 E를 분회장으로 하여 AV노동조합 경기지부 AW지회 AX 분회를 조직하여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원고들은 2020.9.22.경부터 저상버스를 평소의 1/6 이하의 속도로 천천히 운전하거나 저상버스를 정차하는 방식으로 파업하였다. 그러자 피고 리조트사업부 AI그룹장인 AJ은 R의 현장책임자에게 조합원인 원고들의 출근 여부를 확인하고, 원고들이 저상버스를 서행할 경우 탄력봉을 치고 나오라거나 강제퇴근을 시키라는 등의 지시를 하였다.

라)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었는지

(1) 피고와 R 사이의 도급계약의 목적은 각종 차량 운전으로 그 범위가 한정되어 있었으나, R 소속 근로자들은 그 외에도 피고가 지시하는 여러 업무들을 수행하였다. 피고는 R의 현장대리인 등을 통하여 S 버스 운행 시 S 마지막 전동문 나오면서 마지막 멘트를 끝내고 ‘AY페스티벌’ 홍보 멘트를 해달라고 하거나, S 배웅인사 때 ‘T’ 도보체험 멘트를 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특히 T 도보체험의 경우에는 R의 업무용 밴드에 홍보 멘트를 해 줄 것과 이는 AZ원장의 지시이고 피고 측에서 해당 멘트 여부를 확인하니 말 나오지 않도록 당부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는 R에 고객들에 대한 홍보성 멘트 이외에도 피고의 근무자들을 수송할 경우 ‘근무지로 이동시 입수보행 및 휴대폰 사용을 금지해주십시오’라는 멘트를 근로자들 하차 시에 추가해달라면서 피고 근로자들에 대한 안내사항도 전달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2) R 소속 근로자들은 2016.12.경 조류독감 유입 차단을 위한 지원 업무, 화재나 가뭄 시 대민 지원, 파크 내 소방교육 지원, M 어린이집 직장연계 프로그램 관련 차량지원, 산불 예방순찰 등의 업무도 담당하였다.

(3) S나 T의 경우 넓은 공간에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하여 버스에 탑승하여 관람을 하도록 하였는데 R 소속 근로자들은 위 버스 운전 외에도 엔터테이너로서 피고 리조트사업의 주된 업무인 동물 관람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엔터테이너의 주요업무는 S 전시, 연출동물을 고객들에게 표준화된 안내멘트와 연출력의 끼를 바탕으로 안전한 운전과 함께 야생동물 탐험여행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신입사원은 M 캐스팅센터로부터 4일간 인사, 안전교육(8시간), 서비스아카데미(8시간), CS혁신그룹교육(8시간)을 이수하여야 한다. 위 교육을 이수한 R 소속 근로자들은 S 버스를 운행하면서 일정 구간에 정차하여 동물을 소개 및 설명하고, 동물의 재주를 유도하며 먹이를 주는 등의 연출을 하였다. T의 경우 피고 소속 직원인 캐스트가 R 소속 근로자와 동승하여 동물에 대한 설명을 하는 동안 R 소속 근로자는 버스를 운전하여 해당 동물이 위치한 곳에 정차시키고 버스가 정차하면 캐스트가 해당 동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 식으로 동물 관람을 하였다. 피고는 R 소속 근로자들에게 S나 T 투어 프로그램 진행 중 버스의 정차 위치, 시간, 방법, 운전 방법, 운전자의 대(對) 고객 행동 방침, 운전자의 멘트 등을 정하여 지시하였고, 동물이 추가되거나 변경될 경우 해당 동물의 특성, 동물에 관한 정보, 프로그램 진행에 사용할 멘트를 알리는 교육이 추가로 이루어기도 했다.

(4) R 소속 근로자들이 맡은 업무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해당 업무에 전문성, 기술성이 있는지 보건대, R에서 낸 신규직원 채용공고에는 자격요건으로 1종 대형면허만을 요구하고 경력조건, 학력조건, 기타 자격이 요구되지 않고, R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한 업무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피고는 S 내 전동카트 1대의 조향장치가 고장나자 R의 버스 1대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고, 피고 직원들은 패트롤 차량을 이용하여 S에 흩어져 있는 동물들을 R 소속 근로자들이 운행하는 버스가 이동하는 경로 주위로 유인하기도 하였다.

마) R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는지

R의 조직도 및 업무분장, 취업규칙 등을 보면 일견 기업조직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이를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라거나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설비를 갖추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① 피고 리조트사업부 AI그룹장 AJ은 2018.6.12. R의 주말직 사원에 대한 고객 불만이 접수되자 당시 R의 부장이던 AN에게 ‘해당 직원을 자르라’고 하였고, R에서는 다음날인 2018.6.13. 업무용 밴드에 불만건이 접수되어 이후 당분간 주말직 사원 채용은 없을 것이라면서 근로자들의 맞교대 및 대휴신청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②「파크 내 차량 운행시 안전수칙」에는 위 수칙을 위반할 경우 재발방지계획을 해당부서장 결재 상신 후 안전환경 및 AI그룹 통보 후 운행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거나 위반시 Data 누적관리 및 매월 위반내용을 리조트사업부 내 공유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 위 문건의 용지에는 피고 기업집단의 로고 및 “BA”가 배경으로 인쇄되어 있고, 위 문건 상단에는 “본 문서는 피고의 자산입니다. 허가없이 외부로 반출할 수 없습니다”가 인쇄되어 있으며, 위 문건 하단에는 R 소속 근로자인 AK 외에도 리조트 AI그룹 소속인 근로자의 이름이 함께 기재되어 있어 위 문건 작성 등에 피고가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가 R의 현장대리인에게 청소차 운행 지시, 셔틀버스 운행 시간 변경, 대민지원(소방차), 화재교육 지원, 차량 운행 후 축제·체험 홍보멘트 추가 등을 지시하면 현장대리인은 대부분 피고의 업무지시를 소속 근로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거나 업무에 그대로 반영하였을 뿐이고, R는 업무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결정할 권한을 거의 행사하지 못하였다.

④ R의 인력은 약 72명(2017.6.30.경)까지 늘었다. 그런데 2020년부터 M에 있는 피고 소유 차량의 운행, 차량유지 및 관리에 관한 도급계약 업무 중 S 버스, 비상차(소방차, 구급차) 운행업무가 없어지고, 그 업무가 고객 및 임직원 수송을 위한 저상버스, 청소차 등 ‘저상버스 운행 업무’ 위주로 축소되자 R는 2019년 11월경부터 12월경까지 근로자들로부터 희망퇴직을 받아서 근로자들을 퇴직시켰다. 그에 따라 2020.1.1. 기준 직원은 24명(운전직 21명)으로 줄었다. 그 이후인 2022.5.1. 기준 R의 직원은 총 28명인데 대표이사 AN과 행정 업무를 담당한 BC를 제외하면 R를 구성하는 인력의 대부분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피고 내에서 수송업무를 담당하였던 기사들이다. 또한 R는 매출액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도급계약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고 그 대가로 지급받는 대금에 의존하고 있다. R는 아래와 같이 물적 시설이나 설비도 갖추지 못하고 있어 R가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개척하거나 추가적인 이윤 획득의 기회를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R는 피고의 M 지역(테마파크 내는 아니지만, 주차장 등과 접해 있다) 내의 일부 공간을 임차하여 본점 소재지 등으로 사용하였을 뿐, 피고와 별도로 사업장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다. 2021년도 임대차계약서에 사무실과 직원기숙사의 임대차보증금이 각 20,000,000원으로 정해져 있었으나 R가 실제로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거나 반환받았음이 확인되지는 않는다[2018.12.28.자 임대차계약서(사무실)에는 임대차보증금을 도급비에서 상계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기간 만료 시 반환하여야 하는 금원이라는 점에서 위 계약내용의 진정성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리고 피고와 R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서(기숙사)에는 기숙사의 수도광열비는 임차인인 R가 지불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R나 R 소속 근로자들이 전기요금을 포함한 공과금 등을 실제로 지불한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2021년도 도급계약서에는 위 사무실을 무상사용대차하고, 관리비는 피고가 부담한다고 기재되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⑥ 2021년도 도급계약서에는 ‘R가 동원한 차량’과 같이 저상버스, 청소차, 제설차 등 R가 운행하는 차량을 R가 제공하는 것처럼 되어 있는 기재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R가 운행하는 모든 차량은 피고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을 뿐이고 R가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물적 시설이나 고정자산, 필요설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R의 차량 운행을 위하여 필수적인 주유와 정비서비스 등도 피고가 모두 제공하였다.

바) 기타 사정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R가 소속 근로자들의 4대 보험료를 납부하고, 취업규칙을 정해 인사권과 징계권을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자파견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위와 같은 자신의 사무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 고용의무의 발생 및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고용의무의 발생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R는 법인등기부등본상 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자이고 근로자파견사업은 법인의 목적이 아닌 사실이 인정된다. 그리고 R가 근로자파견사업에 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았다고 볼 증거도 없다. 그럼에도 원고들이 별지 표 기재 최초 입사일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R에 근무하며 피고에게 근로자파견의 업무를 제공하였으므로, 피고는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5호에 따라 원고들에 대한 고용의무를 부담한다.

다만, 원고들은 피고가 고용의무가 있음에도 원고들의 근로를 수령하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으로 근로계약 체결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고용의무가 발생한 상황에서 파견근로를 제공받았다고 하여 바로 근로계약체결사실을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제1예비적 근로자지위확인 청구는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관련 법리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와 비교대상 근로자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알았거나 통상적인 사용사업주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였으면 이를 알 수 있었는데도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으로 파견근로자가 비교대상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하고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 이는 현행 파견법 제21조제1항을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이 경우 사용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금 차별을 받은 파견근로자에게 그러한 차별이 없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적정한 임금과 실제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때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라 함은, 파견근로자를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리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문제가 된 불리한 처우의 내용과 정도, 불리한 처우가 발생한 이유를 기준으로 파견근로자의 업무의 내용과 범위·권한·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개정 파견법을 위반한 파견근로관계 및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정년을 경과하여 근로를 제공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대법원 2023.4.27. 선고 2021다229601 판결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들은 R와 사이에서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별지 표 기재 입사일부터 피고 M 내에서 수송업무 등을 담당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과 피고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점, ② 원고들은 피고에 대해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③ 사용사업주인 피고는 파견근로자인 원고들이 비교대상 근로자인 피고 소속 근로자와 차별 없는 임금을 받도록 할 의무를 부담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차별이 없었더라면 받았을 임금 상당액에서 실제 받은 임금을 뺀 차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손해배상액의 산정

한편,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관하여 살펴보면, 원고들이 차별이 없었더라면 받았을 임금 상당액에서 실제 원고들이 지급받은 임금을 뺀 차액이 원고별로 각 5,000,000원을 초과함에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로서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에서 R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을 공제한 차액으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들에게 각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1.5.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들의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는 이상 이와 선택적 관계에 있는 임금청구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주위적 및 제1예비적 근로자지위확인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제2예비적 고용의사표시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며, 임금 차액 상당 청구 부분은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

 

판사 조용래(재판장) 윤한나 신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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