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7.11. 선고 2023도3915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3도3915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1. A, 2. B 주식회사, 3. 주식회사 C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2023.2.17. 선고 2021노2978 판결

• 판결선고 / 2024.07.11.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누구든지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하거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아서는 아니 되고,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대상으로 근로자파견사업을 하거나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아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 A은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2009.4.21.경부터 2015.6.30.경까지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B’라 한다) 구미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의 Cold 공정, Gut 공정 등 플랫판넬 디스플레이용 유리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피고인 주식회사 C(이하 ‘피고인 C’라 한다) 소속 근로자 178명을 파견하여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근로자파견사업을 하였고, 피고인 C는 그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이 피고인 C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하였으며, 피고인 B는 그 대표이사인 D가 피고인 B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 B는 피고인 C에 도급인으로서의 지시권이나 검수권을 행사하였다고 보일 뿐이며, 피고인 C의 근로자들에게 개별적인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고인 C의 근로자들이 피고인 B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 C가 도급받은 업무는 그 범위가 구체적으로 한정되며, 피고인 B의 업무와 구별될 뿐만 아니라 이를 수행하기 위해 전문성·기술성이 필요하였다. 또한 피고인 C는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과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 B와의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생산조직을 갖추었다. 따라서 피고인 C의 근로자들이 피고인 B와 근로자파견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3.  대법원의 판단

 

가.「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조사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C의 근로자들은 이 사건 공장에서 피고인 B로부터 지휘·명령을 받으며 피고인 B를 위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피고인 B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1) 가) 피고인 B는 피고인 C의 Cold 공정 상근 근로자 중 리더에게 직접 업무상 연락을 하거나 작업지시서 등 생산 관련 서류를 전달하였다. 이러한 생산 관련 서류에는 라인의 정지 및 가동이나 인력 운용 관련 사항 등 업무수행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 내용대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나) Gut 공정의 경우에도 피고인 B는 피고인 C의 현장관리자나 리더에게 매일 유동계획서 등의 생산지시서류를 교부하였다. 거기에는 생산해야 하는 글라스의 사양, 수량, 유동순서, 1시간당 투입될 글라스의 매수, 투입개시 예상시간 등 생산에 관한 정보는 물론 업무수행 방법에 대한 피고인 B의 추가적인 지시사항도 기재되었고, 피고인 C의 근로자들은 그 내용 그대로 작업을 수행하였다.

다) 피고인 B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 C의 정사원들에게 피고인 B의 결점분류기준, 지침 등을 교부하여 이에 따라 결점 판정을 하도록 하였고, 매일 이들의 판정결과 중 일부를 선별하여 판정에 오류가 있는지를 검사하였으며, 결점 판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피고인 B의 직원이 최종적으로 판정하기도 하였다.

라)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B가 피고인 C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방법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하면 피고인 C의 현장관리자나 리더가 이를 임의로 수정·변경할 재량이 없이 그대로 피고인 C의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 B가 피고인 C의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가) Cold 공정은 피고인 B가 수행하는 선행 Hot 공정과 컨베이어 벨트로 이어져 있었기에, 피고인 C가 담당한 Cold 공정의 정사, 포장 등 업무의 작업량이나 작업속도는 Hot 공정의 영향을 받았다. Cold 공정은 피고인 B가 담당하는 업무와 피고인 C가 담당하는 업무가 전후로 이어져 상호 연동되었고, 샘플 절단과 같이 피고인 B의 근로자들과 피고인 C의 근로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한 업무도 있었다.

나) Gut 공정은 선행 Cold 공정에서 생산된 글라스 중 결함을 시정하거나 크기를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것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정으로, 그 작업량은 Cold 공정의 영향을 받았다. 피고인 B는 설비의 구동 속도를 설정하며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유동계획서 등을 피고인 C에 교부함으로써 실질적으로 Gut 공정의 작업속도를 통제하였다. 또한 피고인 C의 근로자들 중 입사 후 담당 공정이 변경된 근로자가 존재하는 등 이들의 담당 업무는 Cold 공정과 Gut 공정 중 어느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Cold 공정과 Gut 공정의 업무를 수행한 피고인 C의 근로자들은 모두 피고인 B의 글라스 기판 제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

3) 또한 앞서 살펴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C 근로자들의 작업시간, 휴게시간이나 휴가 등은 피고인 B의 생산 계획이나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사정 등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고인 C는 피고인 B가 결정한 공정별, 근무형태별 인원 배치 계획에 따라 근로자를 채용하여 현장에 배치하였고 독자적으로 이와 다른 내용의 인원 배치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 C는 피고인 B가 세운 인원 배치 계획 내에서 채용이나 작업배치에 관한 권한을 제한적으로 행사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4) 가) 피고인 B와 피고인 C가 작성한 도급계약서는 피고인 C가 수행할 작업 항목을 ‘작업 전반에 관한 관리’와 같이 포괄적으로 규정하면서 ‘협의 후 변경이 가능’하다고 정하여 당초 도급 대상이 아니었던 업무도 피고인 C의 근로자로 하여금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실제로 피고인 C의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범위는 피고인 B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었는바, 피고인 B와 피고인 C가 체결한 도급계약의 목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피고인 B가 피고인 C에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한 직후부터 피고인 C 근로자들의 이 사건 공장 출입을 제한하였음에도, 피고인 B의 계열사로부터 피고인 B로 전적한 근로자들이 별다른 인수인계 없이 해당 업무를 큰 차질 없이 수행하였다. 정사 업무는 피고인 B 직원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그 난도가 높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 C의 근로자들이 담당한 업무에 요구되는 전문성과 기술성은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고 보인다.

5) 피고인 C는 설립 이후 이 사건 공장에서 피고인 B로부터 도급받은 업무만을 수행하면서 피고인 B로부터 지급받은 도급금액으로 회사를 운영하였고, 도급계약이 해지되자 소속 근로자들을 해고한 다음 폐업하였다. 피고인 C는 도급기간 중 피고인 B로부터 현장사무실, 지게차 등을 임차하되 그 차임은 도급비에 계상하여 보전 받는 방식을 통하여 이를 실질적으로 무상으로 사용하였고, 생산 업무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근로자파견관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자파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다만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근로자 E, F(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67, 118 기재 근로자)를 비롯한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 피고인 C에 재직한 기간 중 일부 기간에 해당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담당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고, Gut 공정에서 각 조별 리더의 직책을 맡았던 근로자 G, H, I(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19, 169, 177 기재 근로자)은 나머지 근로자들과 달리 생산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작업지시를 하거나 현장관리자의 역할을 분담 또는 대행하는 등으로 각 조 소속 생산직 근로자들을 관리하는 업무만을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이러한 사정에 대해 추가로 심리하여 위 근로자들의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임을 아울러 지적해 둔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이흥구 오석준(주심) 엄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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