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요지>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지위 및 역할, 업무수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악화나 관리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면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되는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인이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채무자가 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한 사유, 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상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이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 업무수행의 내용과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협의 노력, 회생절차의 진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제1부 2015.02.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가. 근로기준법위반 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 피 고 인 / 피고인
♣ 상 고 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4.9.19. 선고 2014노60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10.9. 선고 2008도5984 판결, 대법원 2001.2.23. 선고 2001도204 판결 등 참조).
기업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56조제1항}. 그러나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하고(대법원 2013.3.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등 참조),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업무수행 등을 하는 것이고, 재산의 처분이나 금전의 지출 등의 일정 행위에 대하여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채무자회생법 제61조 등 참조), 채무자의 업무와 재산의 관리상태 등을 법원에 보고하여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된다(채무자회생법 제91조 내지 제93조 등 참조).
이러한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지위 및 역할, 업무수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악화나 관리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면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되는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인이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채무자가 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한 사유, 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상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이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 업무수행의 내용과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협의 노력, 회생절차의 진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①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는 실질 사주인 공소외 2의 퇴직금 중간정산금의 유용, 무리한 사업진행 등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2010.경부터 임금 등이 체불된 상황이었고 부채가 자산을 두 배 가까이 초과하는 등 파산에 이르게 될 염려가 있었던 점, ② 2011.11.24.경 총괄사장에 취임한 피고인은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 임원 연봉의 삭감 등 각종 구조조정의 시행, 근로자의 투자금 등 공소외 1 회사의 채무 변제를 위한 개인재산 약 13억 원의 출연 등 공소외1 회사의 경영 및 재정 상황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였던 점, ③ 그러나 공소외 1 회사는 매출채권 등 자산에 대한 유동화가 어렵게 되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어 대구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게 되었고, 회생법원은 2012.1.27. 10:00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면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어 피고인을 관리인으로 선임하게 된 점, ④ 피고인은 회생법원에 퇴직한 근로자의 임금이나 퇴직금의 지급 허가를 요청하였으나 공소외 1 회사의 재정적 상황과 다른 채권자와의 형평 등의 이유로 근로자 본인이 사망한 경우나 그 가족이 질병을 앓고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지급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점, ⑤ 피고인은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5년에 걸쳐 분할 변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수급계획을 세운 다음, 이를 토대로 한 회생계획안에 대한 이해관계인들의 결의를 거쳐 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은 점, ⑥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은 이후에야 공소외 1 회사는 근로자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이나 퇴직금을 상당 부분 변제할 수 있게 되었고,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근로자들이 상당수 있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공소외 1 회사의 관리인이었던 피고인이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근로자의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이인복 고영한 김소영(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