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지>
광산에서 15년간 일하다가 진폐증에 따른 폐렴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원고)이 근로복지공단(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망인이 앓던 진폐증과 위 사망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추단하기에 부족하고, 그 밖에 그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판결을 선고한 사안.
◆ 울산지방법원 행정부 2014.12.18. 선고 2013구합2932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4.12.04.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3.11.7.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B(1948.1.11.생)는 1976.11.22.부터 1991.7.1.까지, 1991.9.25.부터 1997.2.28.까지 태백시에 있는 대한석탄공사 C광업소에서 근무를 하다가 퇴직하였다.
나. B는 2008.8.25. D병원에서 진폐 제2차 건강진단 결과 1형(1/1) 진폐에 동반된 기관지염(br)으로 요양판정을 받고 요양을 받던 중 2013.8.17. 22:57 사망하였는데, 사망진단서에 직접사인 패혈증 쇼크, 그 원인은 폐렴, 그 원인은 진폐증으로 기재되어 있다(이하 위 사망 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원고는 2013.8.26. 피고에게 B의 사망에 대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3.11.7.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와 진폐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B는 진폐증이 악화되어 신체기능 및 면역기능이 저하됨으로써 폐렴이 발병하여 패혈증 쇼크로 사망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진폐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생략]
다. 인정 사실
1) B의 진폐증 병력
B는 2008.8.25. 실시된 진폐 제2차 건강진단 결과 진폐병형 1/1로 요양등급판정을 받았고, 그 이전에도 건강진단을 받았는바, 그 진단결과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2) B의 치료 경과
B는 2008.8.경 D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왔고, 호흡곤란이 지속되어 흉부방사선 촬영결과 기흉으로 진단되어 2013.5.18. 기흉 치료를 위한 흉부삽관술을 받았으며, 2013.7. 초경 기침, 가래, 고열 등이 발생하고 흉부 방사선 촬영에서 우측 폐야의 음영이 관찰되어 항생제를 투여받았음에도 증상이 악화되어 2013.8.6. 동국대학교 E병원으로 전원되었다. 이후 조직검사결과 기질화 폐렴을 동반한 폐쇄성 세기관지염(BOOP)으로 판명되었고, 스테로이드 치료 등을 받았으나 증상이 악화되고 패혈증, 급성신부전 등이 진행되어 이 사건 사고에 이르렀다.
3) 의학적 소견
가) 주치의 1(동국대학교 E병원 의사)
(1) 2013.12.18.자 소견서
- 임상적 추정 : 탄광부 진폐증, 섬유화 폐포염(잠재성), 상세불명의 호흡부전, 상세불명의 급성 콩팥(신장) 기능상실, 패혈성 쇼크
- 치료의견 : 평소 진폐증으로 호흡곤란 있던 분으로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폐렴으로 내원하여, 폐조직검사 시행 후 호흡부전과 급성신부전,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폐조직검사결과는 진폐증과 섬유화폐포염이다. 사망에 이른 주원인은 진폐증에 의한 폐기능 저하로 보이고, 악화요인은 섬유화폐포염과 패혈증 쇼크로 보인다.
(2) 2013.12.24.자 소견서
- 근무기록지(분진작업직력 확인서)에 의하면 1976.11.부터 20년간 광부로 근무하였고 본원 기록에 의하면 2008. 탄광부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본원 기록에 의하면 진폐증으로 인한 호흡곤란이 평소 있었으며,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폐렴으로 본원에 내원하였다. 폐조직검사 시행 후 호흡곤란과 급성 신부전,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사망에 이른 주원인으로는 진폐증에 의한 폐기능 저하가 의심되어 탄광업무에 의한 업무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3) 사실조회 결과
- 진폐증환자의 폐렴은 진폐증이 없는 환자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발생위험이 높으며, 폐의 구조적 파괴로 인해 심한 경우 예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 B가 사망에 이른 구체적인 원인은 폐렴의 발생과 악화이고, 이에 진폐증의 기여도는 높다고 판단된다.
- BOOP가 진폐에서 호발한다는 보고는 없지만 발생한 BOOP의 수술 후 악화경로를 유발한 것은 진폐증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진폐증이 BOOP를 직접적으로 유발했는지 여부는 대규모 연구가 없기 때문에 원인이 아니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 본원 기록에 의하여 진폐증과 이로 인한 폐렴,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 쇼크, 진폐증에 의한 폐기능 저하가 주원인이라면 업무관련성을 배제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나) 주치의 2(D병원)
- B와 같은 난치성 진폐증에서 기관지염이 병발되어 있어 전신상태가 악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세균감염이 잦아 기관지 폐렴이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진폐증 환자에게 발생한 폐렴은 위협이 되고 예후가 불량한 경우가 많다.
다) 피고 자문의
- B는 BOOP가 발병한 상태에서 폐렴이 패혈증으로 악화되어 사망하였다고 판단된다.
- BOOP는 급성 또는 아급성 폐손상이나 섬유화로 처음에 독감처럼 시작하면서 호흡곤란, 기침, 발열이 특징적이고, 폐 하부에서 악설음이 들리며 흉부 방사선영상에서 주로 폐 하부의 이상 소견이 발견되고, 기관지 폐포세척액의 림프구가 증가한다.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로 완쾌 또는 호전되어 간질성 폐렴 중에서 예후가 가장 좋지만 드물게는 재발 또는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 BOOP는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인 경우도 많지만 폐야 방사선 조사, 자가면역질환, 약물, 감염(미코플라스마, 홍역, 아데노바이러스, 클라미디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말라리아 등), 악성 종양(백혈병, 림프종), 장기이식 등이 원인 또는 이들과 동반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BOOP가 진폐에서 호발하거나 진폐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는 없다.
- B가 사망하기 9일 전 기관지내시경을 통한 기관지 폐포세척액에서 확인된 메티실린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 균 또는 진균인 칸디다 알비칸스(C. albicans)가 BOOP의 원인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발생한 BOOP에 동반된 이차감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 B는 사망하기 5년 전인 2008.8.25.부터 2008.8.29.까지 D병원에서 실시한 마지막 진폐 제2차 건강진단에서 무장해(F0) 심폐기능장해로 판정받았는데, 이후 사망하기 약 1개월 전이면서 BOOP의 증상이 시작된 2013.7.11. D병원에서 실시한 폐기능검사에서도 노력성 폐활량(FVC)이 3.09L(정상 예측치의 95%)이고, 1초간 노력성폐활량(FEV1)이 2.16L(정상 예측치의 94%)이어서 일초율(FEV1/FVC)이 70%로 폐환기능장애가 없었다.
- 따라서 B의 진폐 및 폐환기능은 BOOP 및 폐렴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된다.
라) 감정의(F대학교병원 작업환경의학과)
- B의 주된 사망 원인은 폐렴으로 여겨지고 폐렴의 악화로 인해 폐혈증으로 진행되고 이로 인해 사망으로 진행되었다.
- B의 사망 원인에 대하여 단순히 폐기능 저하 소견이 있다고 하여 폐렴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폐기능 저하는 폐기능 검사에서 관찰되지 않고 다만 호흡곤란을 일부 호소하였다는 의무기록은 확인되나 이 경우도 진폐로 진단받은 2008년 이후 최근 기흉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호흡곤란에 대한 증상호소가 거의 관찰되지 않아 진폐증에 의한 폐기능 저하가 직접적으로 폐렴을 유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BOOP가 진폐에서 호발하거나 진폐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는 없다. 업무로 인한 진폐증의 진단과 B의 사망에 이르게 한 폐렴이 직접적으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 진폐증을 분류할 때 음영의 크기에 따라서 단순형과 복잡형으로 구분하는데, B의 경우 1형(1/1)으로 진단을 받았으므로 단순형 진폐증으로 볼 수 있다.
- 폐환기 기능 저하가 항상 폐렴을 유발하지는 않고, 폐환기 기능이 정상이라고 해서 폐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B의 폐환기 기능과 폐렴의 발생은 직접적으로 연관을 지어서 논의할 수 없다.
[인정 근거] 갑 제4, 5, 6, 8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F대학교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D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이 법원의 동국대학교 E병원에 대한 2014.10.30.자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
2) 이 사건에서, 위 인정 사실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B가 앓던 진폐증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추단하기에 부족하고, 그 밖에 그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B는 BOOP가 발병한 상태에서 폐렴이 패혈증으로 악화되어 사망하였는데, BOOP가 진폐에서 호발하거나 진폐와 관련이 있다는 의학적 보고는 없고, B의 진폐증 및 폐환기능저하가 BOOP 및 폐렴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이 제시되어 있다.
나) B는 단순형 진폐증인 1형(1/1)으로 진단을 받았고, 사망 1개월 전까지 노력성 폐활량(FVC)이 정상 예측치의 95%, 1초간 노력성 폐활량(FEV1)이 정상 예측치의 94%로 측정되어 폐렴의 발생 및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폐환기능장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B가 사망에 이른 주원인으로 진폐증에 의한 폐기능 저하가 의심되어 탄광업무에 의한 업무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의학적 소견 및 B가 사망에 이른 구체적인 원인은 폐렴의 발생과 악화이고, 이에 진폐증의 기여도는 높다고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이 제시되어 있으나, 이들은 모두 진폐증환자의 폐렴은 진폐증이 없는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것보다 발생위험이 높으며, 진폐증으로 인한 폐기능 저하가 폐렴의 예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일반적인 소견을 전제로 한 것으로 앞서 본 의학적 소견에 비추어 보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대(재판장) 김정진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