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이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세력으로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
<요 지>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은 사용자인 한국철도공사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세력으로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함에도 원심은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이 한국철도공사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며, 열차 운행 중단으로 상당한 손해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는 사업장 자체의 성격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14.08.26. 선고 2013도875 판결 [업무방해]
♣ 피고인 / 1. A, 2. B, 3. C, 4. D, 5. E, 6. F, 7, G, 8. H, 9. I
♣ 상고인 / 검사(피고인들에 대하여)
♣ 원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2012.12.28. 선고 2011노107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2009.11.5.부터 2009.11.6.까지의 업무방해죄 부분과 2009.11.26.부터 2009.12.3.까지의 업무방해죄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하여는,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어야 하고,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 등 권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등의 여러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13.5.23. 선고 2010도1549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 쟁의행위로서의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인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은 아니며,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과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러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도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먼저 피고인 D에 대한 2009.9.8. 업무방해의 점과 피고인 E에 대한 2009.9.16.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본다.
원심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으로 볼 수 없다는 등 그 판단의 근거를 다소 달리하기는 하였지만,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쟁의행위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본 교섭을 해태하던 한국철도공사에 대한 단체교섭의 촉구를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목적이 정당하고 절차상 위법도 없다는 이유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관련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그릇 인정하거나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나아가 피고인들에 대한 2009.11.5.부터 2009.11.6.까지의 업무방해의 점(이하 ‘순환파업’이라 한다)과 2009.11.26.부터 2009.12.3.까지의 업무방해의 점(이하 ‘전면파업’이라 한다)에 관하여 본다.
가.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행위로 나아간다면, 비록 그러한 구조조정의 실시로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이 변경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쟁의행위가 추구하는 목적이 여러 가지로서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이나 진정한 목적을 기준으로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며, 만일 부당한 요구사항을 뺐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1.27. 선고 2010도1103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정부가 2008.12.경 한국철도공사의 정원 5,115명 감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4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였고, 그에 따라 한국철도공사가 2009.1.경 5,115명의 정원을 감축하기로 하는 철도선진화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한 후, 실제로 2009.4.경 열린 이사회에서 2012년경까지 정원 5,115명을 연차적으로 감축하기로 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안건을 의결하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이에 대응하여 정원감축 철회 등 구조조정저지 및 해고자 복직 등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또한 전국철도노동조합을 포함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 소속 공공부문 조합원들은 2009.9.경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여 공공부문 민영화 중단 등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저지를 목표로 대정부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을 발표하고 상호 유대를 강화하기로 하였다.
2) 한편 선행 파업이 끝난 뒤인 2009.9.30. 재개된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의 본교섭에서 전국철도노동조합은 당일 노사간 입장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교섭결렬을 선언하면서도 2009.10.27.까지 단체교섭을 계속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임금요구안에 대한 조정을 신청하였다가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임금 동결 취지의 조정안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3) 그런데 전국철도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는 2009.10.10.경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반대와 함께 정부가 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공동투쟁본부 소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2009.11.6.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비슷한 시기인 2009.10.12. 전국철도노동조합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철회 이슈화, 해고자 복직 합의 이행 등을 목표로 제1차 파업은 순환파업으로 진행하되 공동투쟁본부의 위 쟁의행위 예고 시점에 맞추어 2009.11.5.에는 서울 이외의 지역, 2009.11.6.에는 서울 지역의 파업을 실시하며, 제2차 파업은 대통령의 공기업 선진화 워크숍 일정(당초 2009.11.21. 예정)을 전후로 전면파업으로 진행하기로 결의한 다음(2009.10.29. 열린 확대쟁의대책위원회에서 이를 재확인하였다), 2009.10.23.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치고 2009.10.31. 순환파업 투쟁명령을, 2009.11.3. 투쟁지침을 각각 하달하였다.
공동투쟁본부는 2009.11.4.에 이르러 다시 2009.11.6.에 총파업 출정식을 하고, 대통령의 공기업 선진화 워크숍 일정(2009.11.28.로 변경)에 맞추어 전면파업을 하기로 하는 등의 투쟁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고,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009.11.5.부터 2009.11.7.까지 지역별 순환파업을 감행하였는데, 여객열차 327대, 화물열차 355대의 운행이 중단됨으로써 영업수익 손실과 대체인력 보상금 지출 등으로 한국철도공사에 큰 규모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4) 이후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철도공사 사이에 단체교섭이 2009.11.12.부터 재개되어 2009.11.24.까지 4차례에 걸쳐 특별 집중교섭 형태로 임금교섭과 실무교섭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이와 별도로 2009.11.9.과 2009.11.13. 및 2009.11.18.에 중앙상임집행위원회 또는 확대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대통령의 공기업 선진화 워크숍 일정 변경에 따른 전면파업 시점 연기를 논의한 끝에 최종적으로 신규사업 및 부족인력 증원, 해고자 복직 합의 이행 등을 목표로 2009.11.26. 전면파업을 실시하기로 결의하였으며, 2009.11.21. 전면파업 투쟁지침을, 2009.11.23. 결의대회 참석 투쟁지침을 각각 하달하였다.
이어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009.11.24. 마지막으로 개최된 특별 집중교섭에서 해고자 복직 요구 수용 등을 단체교섭 타결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한국철도공사의 거부를 이유로 한 전면파업 돌입을 언급하였다. 한국철도공사도 같은 날 늦게 대화를 통한 모범적인 단체협약의 체결은 어렵다고 판단하였음을 사유로 들어 효력연장조항에 따라 그 효력이 잠정적으로 유지되던 기존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5)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009.11.25. 투쟁명령을 하달한 뒤, 2009.11.26.부터 2009.12.3.까지 전면파업을 실행하였는데, 여객열차 999대, 화물열차 1,742대의 운행이 중단됨으로써 영업수익 손실과 대체인력 보상금 지출 등으로 한국철도공사에 큰 규모의 손해가 생겼다.
다. 위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임금 수준 개선 등의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없을지라도 그 경위나 전개 과정 등으로 미루어 위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은 공동투쟁본부가 정한 일정과 방침에 맞추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반대 등 구조조정 실시 그 자체를 저지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음이 뚜렷이 드러나는 점,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의 직전까지 계속 진행되었던 단체교섭이 완전히 결렬될 만한 상황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리고 한국철도공사가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한 것은 전면파업 돌입을 자제하고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에 한정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자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고, 그 때문에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6개월의 기간 동안 단체교섭의 진행이 방해받을 이유는 없었던 점, 덧붙여 사업장의 특성상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아 한국철도공사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공중의 일상생활이나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수공익사업을 영위하는 한국철도공사로서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위와 같은 부당한 목적을 위하여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을 실제로 강행하리라고는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평가함이 타당하고, 비록 그 일정이 예고되거나 알려지고 필수유지업무 종사자가 참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나아가 피고인들이 관여하여 전국적으로 진행된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으로 말미암아 다수의 열차운행이 중단되어 거액의 영업수익 손실이 발생하고 열차를 이용하는 국민의 일상생활이나 기업의 경제활동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적지 않은 수의 대체인력이 계속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 등 큰 피해가 야기된 이상, 이로써 한국철도공사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과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상황을 초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은 사용자인 한국철도공사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세력으로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이 한국철도공사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며, 열차 운행 중단으로 상당한 손해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는 사업장 자체의 성격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이인복, 박보영(주심),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