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입국한 피고인이 운전면허 없이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하여 구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입국 전 파키스탄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이 1968년 비엔나에서 체결된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에서 정한 양식과 다른 양식으로 발급된 사정을 심리하지 아니한 채 정상적으로 발급된 국제운전면허증이라고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입국한 피고인이 운전면허 없이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하여 구 도로교통법(2011.6.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으로 기소되었는데, 입국 전 파키스탄에서 발급받아 소지하고 있던 국제운전면허증에 1926년 파리협약에 따라 발급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파키스탄은 1968년 비엔나에서 체결된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이하 ‘비엔나협약’이라 한다)에 가입하고 있는 사안에서, 위 국제운전면허증은 비엔나협약 부속서 7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제운전면허증 양식과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 부속서 7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쇄사항 중 일부가 누락되어 있으므로, 위 국제운전면허증이 비엔나협약에서 정한 양식과 다른 양식으로 발급된 사정을 심리하여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이를 심리하지 아니한 채 위 운전면허증이 파키스탄에서 정상적으로 발급된 국제운전면허증이라고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국제운전면허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2.06.14. 선고 2010도9067 판결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의정부지법 2010.6.24. 선고 2009노145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원심은, 피고인이 2008.2.13. 파키스탄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사실, 파키스탄이 1968년 비엔나에서 체결된「도로교통에 관한 협약」(이하 ‘비엔나협약’이라 한다)에 가입한 사실,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국제운전면허증에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로 ‘Motor Car’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한 후, 비록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국제운전면허증에 1926년 파리협약에 따라 발급된 국제운전면허증이라고 기재되어 있지만, 비엔나협약에 가입한 파키스탄에서 발급된 국제운전면허증이 위조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구 도로교통법(2011.6.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6조제1항에서 정한 유효한 국제운전면허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구 도로교통법 제96조제1항은 ‘외국의 권한 있는 기관에서 1949년 제네바에서 체결된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 또는 1968년 비엔나에서 체결된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의 규정에 의한 운전면허증(이하 ‘국제운전면허증’이라 한다)을 발급받은 사람은 국내에 입국한 날부터 1년의 기간에 한하여 그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자동차등을 운전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의 종류는 그 국제운전면허증에 기재된 것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비엔나협약 제41조제2항은 체약당사국이 협약의 부속서(Annex) 7에서 정한 국제운전면허증을 유효한 운전면허증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위 협약의 부속서 7에서는 국제운전면허증은 148×105mm 크기의 수첩으로 하고, 앞 표지의 겉지에는 발급국가의 명칭, 국제운전면허증의 근거 협약, 유효기간, 발급기관, 발급장소, 발급일자, 국내운전면허증의 번호 등이 인쇄되어 있어야 하고, 그 속지에는 운전면허증이 그 소지자가 통상 거주하는 영토에서는 효력이 없고, 다른 모든 체약당사국의 영토에서 효력이 있다는 내용 등이 인쇄되어 있어야 하며, 마지막 속지에는 운전자의 성명 등에 관한 사항과 면허증이 효력을 가지는 차량의 종류 등이 인쇄되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을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국제운전면허증은 비엔나협약 부속서 7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제운전면허증 양식과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 부속서 7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쇄사항 중 일부가 누락되어 있는 사정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국제운전면허증이 비엔나협약에서 정한 양식과 다른 양식으로 발급된 사정을 심리하여 그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정을 심리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운전면허증이 파키스탄에서 정상적으로 발급된 국제운전면허증이라고 인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국제운전면허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안대희 이인복(주심) 박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