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에 정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의 의미

[2] 만취 운전자가 교통사고 직후 취중상태에서 사고현장으로부터 수십 미터까지 혼자 걸어가다 수색자에 의해 현장으로 붙잡혀 온 사안에서, 제반 사정상 적어도 위 운전자가 사고발생 사실과 그 현장을 이탈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만취 등 사유만으로 도주의 범의를 부인할 수 없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7.09.06. 선고 2005도4459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부산지법 2005.6.3. 선고 2005노90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제1심판시 택시 손괴 후 미조치에 의한 도로교통법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심판시 택시 손괴 후 미조치에 의한 도로교통법위반 부분에 관하여(1차 사고 관련)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당시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차량의 손상 정도, 사고 후 피고인이 취한 행동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1 운전의 택시와 스치듯 부딪혀 발생한 1차 사고를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이 위 사고 발생을 인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그 판단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형법 제10조제3항 소정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제1심판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부분 및 승합차 손괴 후 미조치에 의한 도로교통법위반 부분에 관하여(2차 사고 관련)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5.5.31. 법률 제75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구 도로교통법(2005.5.31. 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1.1.5. 선고 2000도2563 판결, 대법원 2004.3.12. 선고 2004도250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1차 사고를 낸 후 계속 위 승용차를 운행하다가 교차로에 이르러 공소외 2 운전의 카렌스 승합차를 정면충돌하는 2차 사고 직후 정지하자 피고인을 추격한 위 공소외 1이 먼저 피고인 차량으로 가서 운전석 문을 열었으나 열리지 않아 억지로 차 문을 연 후 열쇠를 뽑고 나서 피고인을 차에서 내리게 한 다음 당시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는 피고인을 선수촌 진입로 고가도로 밑 안전지대에 앉혀 놓고 다시 카렌스 승합차로 다가가 하차해 있는 위 공소외 2에게 다친 데가 없는지 확인하고 고개를 돌려 피고인이 앉아 있던 곳을 둘러보았으나 피고인이 사라진 사실, 공소외 1이 위와 같이 사라진 피고인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중 피고인이 원래 앉아 있던 곳에서 사고현장이 보이지 않는 우측 길로 돌아 들어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멀찍이 비틀거리면서 수십 미터를 걸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붙잡아서 사고현장으로 데리고 온 사실, 피고인은 카렌스 승합차와의 충돌로 인하여 정신을 차리고 보니 피고인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피해차량과 정면충돌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위 사고가 난 것을 알게 되었고, 위 사고 후 그 길을 왜 걸어가고 있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면서도 사고현장을 떠나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던 것은 기억하고 있는 사실, 공소외 1이 피고인을 뒤쫓아 와서 잡자, 손을 뿌리치면서 “팔을 놓아라”, “내가 내려가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인이 2차 사고의 발생 직후에는 충돌로 인하여 정신을 차려 사고발생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음에도 차량에서 나와 사고현장 부근에 앉아 있다가 이유 없이 사고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길로 걸어가 사고현장을 이탈하였고, 피고인 자신도 사고현장에서 이탈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사고 현장에서 이탈한 피고인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녀 피고인을 다시 붙잡아 사고현장으로 데리고 온 공소외 1의 노력이 없었다면 피고인은 사고현장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리라고 보이는바,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이 피고인이 잠시 동안 사고장소를 이탈하였다는 사정, 피고인이 당시 만취하였던 사정만을 근거로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도주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점 및 승합차 손괴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제1심을 유지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못하였거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 및 교통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제1심판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부분 및 승합차 손괴 후 미조치에 의한 도로교통법위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제1심판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부분과 일죄 관계에 있는 제1심판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부분과 판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제1심판시 택시 손괴 후 미조치에 의한 도로교통법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주심) 김황식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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