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도주차량)에 있어서 구호조치 필요성 유무의 판단 기준
◆ 대법원 2007.05.10. 선고 2007도2085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인정된죄명: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대구지법 2007.2.14. 선고 2006노297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관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그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구 도로교통법(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위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가 되지 아니한다.
그런데 위 구호조치 필요성 유무는 피해자의 상해부위와 정도, 사고의 내용과 사고 후의 정황, 치료의 시작시점·경위와 기간 및 내용, 피해자의 연령 및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되, 대개의 경우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직접 대화함으로써 피해자에게 통증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피고인이 정차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여야 구호조치의 필요가 없는 경우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던 경우에는 구호조치의 필요가 없었다고 쉽사리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1.11. 선고 2001도2763 판결, 2002.1.11. 선고 2001도2869 판결, 2004.5.28. 선고 2004도1213 판결, 2004.6.11. 선고 2003도8092 판결, 2004.10.15. 선고 2004도530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사고 당시 피해자가 그 판시와 같은 상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고현장을 떠나 그대로 도주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와 같은 구호조치 필요성 유무에 관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즉 사고 당시 아반떼와 피해자의 충돌부위와 그 충격정도(아반떼는 우측 후사경이 탈락되었으나 앞 범퍼나 보닛 부위에 충돌의 흔적이 전혀 없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상해부위와 정도, 그 치료의 시작시점과 기간 및 경위와 내용,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의 연령, 성별 및 건강상태에다가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직후 사고차량의 등록번호를 확인하여 경찰관서에 112 범죄신고 전화로 사고신고를 하고 그 신고에 따라 출동한 경찰관과 함께 사고현장 주변을 수색하여 피고인을 검거한 후 사고현장조사에 참여하고 장시간 동안 사고경위에 관한 조사를 받고 귀가하였다가 사고 당시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점, 피해자의 신고에 따라 사고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도 만일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는 등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다면 즉시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였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사고현장조사에 참여시키고 장시간 동안 피해자를 상대로 사고경위에 관한 조사를 한 후 귀가를 시킨 점, 피해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혼자 외출을 하기도 하였던 점,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후 1주일 가량 경과한 시점에 피고인과 이 사건 사고에 관한 합의를 하자 즉시 퇴원하였고 대구카톨릭대학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특별한 상해가 발견되지 아니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상해를 입었지만 그로 인하여 피고인 등으로부터 구호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을 특가법위반(도주차량)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내린 위 결론은 수긍하기 어렵다.
왜냐 하면,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그 자체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이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후 차를 세울 듯 말 듯 하며 주춤주춤하다가 그대로 진행하여 가 버렸고, 피해자의 점퍼가 찢어지고 오른손과 오른 무릎에 찰과상이 있었으며, 아반떼의 우측 후사경이 부서져 있었던바, 이런 정도의 차량과 사람 사이의 충돌이 있은 경우에 구호조치의 필요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원심이 구호조치 필요성을 부정하면서 들고 있는 사정들을 보더라도, 차량과 인체가 부딪힌 사고에 있어서는 범퍼나 보닛 부위에 충돌 흔적이 없더라도 인체가 상당한 손상을 입을 수 있고, 피해자가 중상을 입지 않은 한 사고현장 주변에서 경찰관과 함께 가해차량을 찾는다든지 사고경위에 관한 수사에 협조한다든지 하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피해자가 한밤중에 사고를 당한 후 범인검거, 경찰조사를 마치고 귀가하였다가 같은 날 11:52경 병원에 간 것을 두고서 원심의 판시처럼 ‘사고 당시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 병원에 입원’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사고일로부터 1주일 후의 퇴원을 두고서 사고 당시의 구호 필요성이 없었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즉, 원심 판시의 사실만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상황이 피해자가 구호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 하여, 피고인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 원심판결에는 같은 법률상의 도주차량의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그 이유에 모순이 있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하겠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김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