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고 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구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구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취지 및 사고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의 정도
◆ 대법원 2007.03.29. 선고 2006도7656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수원지법 2006.10.19. 선고 2006노223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에 관하여
가.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5.5.31. 법률 제75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구 도로교통법(2005.5.31. 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나,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 사고 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 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 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구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구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더라도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1.11. 선고 2001도2869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에 관하여,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사고운전자로서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들이 상해를 입었음을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고, 사고 직후 피고인이 피해자들이 대화할 때에 상해 여부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거나 피해 차량의 손괴 정도가 미약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들을 구호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의 차량이 언덕길에 뒤로 밀리면서 후방에서 신호대기 중인 피해차량을 충격하자 피해차량에 출렁거릴 정도의 움직임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피해차량 운전자 공소외 1의 무릎이 핸들 아래의 패널에 부딪힌 사실, 피고인은 공소외 1의 남편 공소외 2로부터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듣고 우선 차량을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로 한 다음 함께 편의점이 있는 인근의 성당 앞으로 가서 피해차량의 번호판이 꺾이고 앞 범퍼의 가드에 흠집이 난 것을 확인한 사실, 이에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수리비 20만 원을 요구함에 따라 피고인은 편의점에 있는 현금지급기에서 20만 원을 인출하여 피해자 측에 건네려 하였으나 가해차량에 동승한 공소외 3이 애들 때문에 합의를 봐준다는 등으로 기분 상하는 말을 하는 바람에 결말을 보지 못하고 공소외 2가 경찰을 부르려고 전화를 하자 피고인은 가해차량을 타고 가버린 사실, 사고 직후 피해자들은 피고인에게 통증을 호소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공소외 1은 사고 당일 경찰 조사에서 “현재 외상이 전혀 없고 다친 곳도 없다”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한 사실, 피해자들이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2일이 지난 2005.7.22. 의왕시 고천동에 있는 (명칭 생략)신경외과에 내원하여 진단을 받은 결과, 피해자들 모두 외상이 없었으나 공소외 1에 대하여는 그녀가 좌측 무릎, 경부·요부 및 좌측 견관절의 염좌로 인한 통증을 호소함에 따라 2005.7.22.부터 2005.8.3.까지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을 내용으로 한 입원치료가 시행되었고, 공소외 2에 대하여는 내원 당일 약물치료와 물리치료가 하루 동안 시행된 반면, 공소외 4, 5에 대하여는 일반 엑스선을 촬영한 것 외에 별다른 치료가 시행되지 아니한 사실, 가해차량의 보험회사는 피해차량 수리비로 105,100원을 지급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사고 직후 피해자들과 함께 차량을 인근의 성당 앞으로 이동시킨 뒤 피해자들과 피해 변상액을 협의하다가 다소 모욕적인 언사를 주고받으면서 상호 기분이 상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되자 경찰에 신고하는 피해자의 태도에 화가 나서 마음대로 하라면서 사고현장을 이탈한 점 등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그 뒤의 정황, 사고 당시 충격의 태양과 그 정도, 피해차량의 파손 정도, 피해자들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 및 사고 이후의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 내용과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에서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이 구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이탈하였다고 하여 피고인을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제2호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제2호 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2. 구 도로교통법 제106조 위반의 점에 관하여
가. 구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규정은 아니며, 이 경우 운전자가 현장에서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 피해의 태양과 정도 등 사고 현장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11.12. 선고 99도314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이 사건 교통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위 사고의 처리 과정에서 서로 기분이 상하여 피해자 공소외 2가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이에 피고인이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전혀 알려 주지 아니한 채 그대로 가해차량을 운전하여 도주한 것이라면, 피고인이 도주시 급히 자동차를 운전하는 등으로 새로운 교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도 크고, 또한 피해자들이 이를 제지하거나 뒤쫓아 갈 것이 예상되는데 이 경우에도 또 다른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야기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피고인으로서 구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 소정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해차량의 파손의 정도는 아주 경미하여 차량의 운행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부서지거나 파편이 도로에 떨어지지도 아니하였고 양 차량이 충격의 여력으로 위치를 이동하거나 조향력을 잃지도 아니하였으며, 사고 직후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장소를 옮겨 차량을 정차해 두고 합의를 시도하다가 결렬되자 상호 감정이 상하여 피고인은 그대로 운전하여 가버린 반면, 피해자는 가해차량의 번호판을 보면서 경찰에 사고 신고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면 피고인이 현장을 이탈한다고 하여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추격할 것으로 예상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실제도 그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도 아니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구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이탈하였다고 하여 피고인을 구 도로교통법 제106조 위반죄로 처벌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시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점에 관한 도로교통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구 도로교통법 제106조 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이홍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