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사소송법 제451조제1항제8호에 정한 ‘판결의 기초가 된 재판이 바뀐 때’의 의미
[2] 확정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461조, 제451조제1항제8호의 준재심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 및 그 판단 기준
<판결요지>
[1] 민사소송법 제451조제1항제8호는 판결의 기초로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기타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재판이 판결의 기초로 되었다고 함은 재판이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는 경우 또는 재판내용이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고, 그 재판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재판내용이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고 그 재판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이상 재심사유는 있는 것이고, 재판내용이 담겨진 문서가 확정판결이 선고된 소송절차에서 반드시 증거방법으로 제출되어 그 문서의 기재 내용이 증거자료로 채택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2] 당해 사건을 심리하던 수소법원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였는데 조정기일에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성립되지 않아 법원이 직권으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한 경우 이는 수소법원의 사실인정과 판단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만약 관련된 재판내용이 위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고 그 재판의 변경이 그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 당사자는 그 재판의 변경을 이유로 확정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461조, 제451조제1항제8호의 준재심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그 청구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은 수소법원이 당해 사건의 사실인정과 판단 외에도 여러 사정들을 모두 참작하여 하는 것으로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에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그 결정조서에 대한 준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판결에 대한 재심에 비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5.06.24. 선고 2003다55936 판결 [손해배상(자)]
♣ 원고(준재심피고), 피상고인 / 원고 1 외 4인
♣ 피고(준재심원고), 상고인 /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 원심판결 / 광주고법 2003.9.26. 선고 (제주)2003나82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의 인정과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소외 1은 2000.7.19. 03:20경 판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인천 강화군 소재 도로상에서, 그 도로에 누워 있던 소외 2를 역과하였고 위 행위에 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위반죄(음주운전)로 구속기소된 사실, 원고들(준재심피고들, 아래에서는 ‘원고들’이라 한다)은 2000.8.23. 판시 승용차에 관한 자동차종합보험계약상의 보험자인 피고(준재심원고, 아래에서는 ‘피고’라 한다)를 상대로 제주지방법원 2000가단14285호로 손해배상청구의 소(준재심대상사건)를 제기한 사실, 소외 1은 위 형사사건에서 일관하여 자신은 이미 사망하여 도로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역과하였을 뿐이어서 자신이 피해자를 사망케한 것이 아니라고 변소하였으나 1심 및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의 판결이 선고된 사실, 준재심대상사건의 1심법원은 소외 1에 대한 형사사건의 항소심 판결 선고 후 2001.6.13. 열린 제6차 변론기일에서 준재심대상사건을 수소법원 조정에 회부하여 같은 날 피고로 하여금 원고들에게 각 그 판시와 같은 금액의 지급을 명하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여 그 내용이 담긴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준재심대상조서)가 작성되었고 원·피고들 쌍방이 위 조서를 송달받고도 소정의 기일 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아니하여 2001.7.20. 확정된 사실, 그런데 그 후인 2001.8.21. 소외 1에 대한 위 형사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었고 환송받은 법원은 2002.9.12. 파기환송취지에 따라 도주차량의 점에 대하여는 소외 1이 아직 생존한 상태에서 도로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역과한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음주운전의 점에 대하여 벌금 1,000,000원을 선고(인천지방법원 2001노1989호)하여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하였다.
피고가 이 사건 준재심청구원인사실로서, 준재심대상조서는 소외 1의 과실로 소외 2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음을 전제로 하였고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당시 소외 1에 대한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점을 기초로 하였던 것인데 소외 1은 준재심대상조서가 확정된 후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 아무런 과실이 없음이 밝혀졌는바, 이는 민사소송법 제461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451조제1항제8호의 재심사유인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준재심대상조서는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심은, 확정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그것이 수소법원의 사실인정에 터잡은 종국적인 결정이기 때문이 아니라 수소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당사자가 상호 양보를 통하여 분쟁을 종료하려는 의사에서 이의 신청을 하지 아니하고 이를 수용하였기 때문이므로, 수소법원의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판단에 터잡은 판결을 전제로 하는 민사소송법 제451조제1항제8호의 재심사유는 성질상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는 적용될 수 없고, 따라서 이를 준재심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준재심청구를 각하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가 당사자에게 송달되어 소정의 기간 내에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신청이 취하·각하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므로(민사조정법 제34조제4항), 확정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당사자는 준재심청구를 할 수 있고 그 사유에 관하여는 재심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451조제1항이 준용된다(민사소송법 제461조).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451조제1항제8호는 판결의 기초로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기타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재판이 판결의 기초로 되었다고 함은 재판이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는 경우 또는 재판내용이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고, 그 재판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재판내용이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고 그 재판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이상 재심사유는 있는 것이고, 재판내용이 담겨진 문서가 확정판결이 선고된 소송절차에서 반드시 증거방법으로 제출되어 그 문서의 기재 내용이 증거자료로 채택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5.31. 선고 94다20570 판결 등 참조).
한편, 조정조서는 조정기일에 당사자 쌍방이 상호 양보를 통하여 분쟁을 종료시키기 위하여 이루어진 합의를 기재한 것으로서 여기에 법원의 사실인정이나 법률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지만(대법원 2005.2.17. 선고 2004다55087 판결 참조), 이에 비하여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은 조정기관이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하여 당사자의 이익 기타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행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와 나아가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성립되더라도 그 내용이 상당하지 아니한 경우 법원이 당사자의 의사에 불구하고 직권으로 결정을 할 수 있고(민사조정법 제30조),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하거나(민사조정법 제32조) 조정기일 외에서도 위 결정을 할 수 있으며(민사조정규칙 제15조의2 제1항), 수소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조정에 회부한 사건에 있어서는 수소법원이 스스로 조정기관이 되어 이를 처리할 수 있다(민사조정법 제6조, 제7조제3항).
위의 규정들을 종합할 때 당해 사건을 심리하던 수소법원이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였는데 조정기일에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성립되지 않아 법원이 직권으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한 경우 이는 수소법원의 사실인정과 판단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만약 관련된 재판내용이 위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고 그 재판의 변경이 그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 당사자는 그 재판의 변경을 이유로 확정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461조, 제451조제1항제8호의 준재심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그 청구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은 수소법원이 당해 사건의 사실인정과 판단 외에도 여러 사정들을 모두 참작하여 하는 것으로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에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그 결정조서에 대한 준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판결에 대한 재심에 비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위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제451조제1항제8호를 이유로 하는 준재심청구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앞서 인정한 사실에 기록에 의하여 적법하게 인정되는 사실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준재심대상사건은 소외 1이 승용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소외 2를 사망케 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이고 문제된 형사판결은 소외 1이 위 승용차의 운행 중 소외 2를 사망케 하였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으로 결국 위 형사판결의 범죄사실과 준재심대상사건의 청구원인사실은 핵심적인 쟁점을 같이 하는데, 확정된 형사판결의 내용은 소외 1이 도로에 누워 있는 소외 2를 역과할 당시 소외 2가 이미 다른 차량에 의하여 사고를 당하여 사망한 상태였다는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기 때문에 도주차량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고, 그 외에는 이 사건 기록상 소외 1이 일으킨 사고로 소외 2를 사망케 하였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가 없으므로 형사판결의 사실인정과 결론이 준재심대상사건에서 수소법원이 한 사실인정의 기초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의 결정사항란에는 원고들에게 지급을 명하는 금액과 함께 “(피해자 과실비율 65%)”라고 기재되어 있어 형사사건의 항소심판결을 기초로 소외 1의 사고로 소외 2가 사망하였다고 인정하되 소외 2가 당시 도로에 누워있던 점을 참작하여 피고의 책임비율을 35%로 제한하여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다고 추단되는 점, 준재심대상사건의 제1심법원이 형사사건 판결 결과에 따라 위 사건을 진행하기 위하여 두 번이나 변론기일을 추후지정하였다가 형사사건의 항소심판결이 선고되자 기일을 지정하여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으며 쌍방당사자가 위 형사사건의 수사기록과 판결문 외에는 다른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함으로써 법원과 당사자 모두 위 형사사건의 재판내용을 준재심대상사건의 심리에서 중요한 요소로 여겼으리라고 보여지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 형사 항소심 판결의 변경이 준재심대상사건에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의 사실인정과 결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에서 본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준재심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함으로써 준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에 나아가지도 아니한 채 이 사건 준재심청구를 각하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의 성질 및 이에 대한 준재심사유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유지담(주심) 배기원 김용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