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기발령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취업규칙이나 인사관리규정 등에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 위 처분이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한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사용자의 인사명령에 속하는 불이익한 처분이 잠정적 처분인지 확정적 처분인지 판단하는 기준

[2] 대기발령과 같은 잠정적인 인사명령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하는 조치의 효력(=원칙적 무효) 및 이는 근로자의 기존 직무범위 중 본질적인 부분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아무런 직무도 부여하지 않은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3] 갑 학교법인 산하 의과대학 교수이자 대학병원의 전문의인 을에 대한 진료정지처분의 효력이 문제 된 사안에서, 처분 당시에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였지만 갑 법인이 위 처분을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한 것은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대기발령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라도 취업규칙이나 인사관리규정 등에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인사명령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처분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한편 사용자의 인사명령에 속하는 불이익한 처분이 대기발령이나 보직의 해제와 같은 잠정적 처분인지, 전보 등 확정적 처분인지는 명칭과 상관없이 처분이 이루어진 구체적인 경위, 그로 인한 근로자 지위의 변화, 변경된 근로의 내용, 업무의 지속성 여부, 처분 당시 사용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것이다.

[2] 대기발령과 같은 잠정적인 인사명령이 명령 당시에는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명령의 목적과 실제 기능,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조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대기발령처럼 근로자에게 아무런 직무도 부여하지 않아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다음 보직을 기다리도록 하는 경우뿐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기존의 직무범위 중 본질적인 부분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아무런 직무도 부여하지 않은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 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3] 갑 학교법인 산하 의과대학 교수이자 대학병원의 전문의인 을에 대한 진료정지처분의 효력이 문제 된 사안에서, 처분 당시에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였지만, 을의 직능과 직책, 진료정지처분에 의한 을의 직무 제한의 정도 및 을이 입게 된 불이익의 내용, 잠정적인 인사명령 상태가 지속된 기간 등을 고려하면, 갑 법인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거쳐 을에게 연구전담교수로의 전환을 제안하기 훨씬 전에 을을 원래의 지위로 복귀시키거나 다른 보직을 부여하는 확정적인 처분을 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갑 법인이 위 처분을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한 것은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대법원 2013.05.09. 선고 2012다64833 판결 [진료정지처분무효확인등]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학교법인 ○○학원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2.6.22. 선고 2011나861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성격에 관하여

 

가. 대기발령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라도 취업규칙이나 인사관리규정 등에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인사명령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처분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6.23. 선고 98다54960 판결, 대법원 2005.2.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의 인사명령에 속하는 불이익한 처분이 대기발령이나 보직의 해제와 같은 잠정적 처분인지, 전보 등 확정적 처분인지는 그 명칭과 상관없이 처분이 이루어진 구체적인 경위, 그로 인한 근로자 지위의 변화, 변경된 근로의 내용, 업무의 지속성 여부, 처분 당시 사용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것이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원고의 환자 진료만을 정지시키는 것일 뿐 대학교수나 임상교원이라는 신분상 지위에 변동을 초래한 것이 아니고, 피고 병원의 인사규정 등은 진료정지처분을 징계의 종류에 포함시키고 있지도 않은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이유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일반적인 인사권의 범위에 포함되는 직무명령 또는 인사명령일 뿐 징계처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으로 인하여 임상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그 본질적 근로 내용인 진료를 제한받고 있으므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원고의 근로 종류나 내용을 확정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근로 내용을 잠정적으로 변경하는 것에 불과하여 원고의 피고 병원 의사로서의 지위에 관한 한은 대기발령과 유사한 처분이라고 봄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한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실질적으로 징계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이고, 반면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원고를 진료업무에서 배제시키는 배치전환과 유사한 것으로서 잠정적인 처분이 아니라 확정적인 전직처분이라는 취지이다.

 

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 당시 피고는 원고에 대한 추가적인 인사조치를 예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징계처분이 아니라 잠정적인 인사명령 처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위 각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한 쌍방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진료정지처분의 절차 등에 관하여

 

근로자에 대한 전직·전보처분,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인사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2.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대법원 2009.4.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 병원의 적정진료평가위원회에서 원고의 진료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하였고,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이 원고의 근로 내용을 잠정적으로 변경하는 것에 불과한 것인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이유로, 위 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여러 불이익을 감안하더라도 피고 병원으로서는 의료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원고에 대하여 진료정지처분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봄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원고가 피고 병원의 인사위원회에 참석할 것을 미리 통보받았고 문제되는 환자의 진료 경위 등에 관한 진술서를 준비하여 위 인사위원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기도 하였던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이유로, 피고로서는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함에 있어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도 모두 거쳤다고 보았다. 나아가 원심은, 결국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적어도 그 처분 당시에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였다고 봄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원심의 판단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원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은 없다.

 

3. 잠정적 인사명령의 한계 등에 관하여

 

가. 대기발령과 같은 잠정적인 인사명령이 그 명령 당시에는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명령의 목적과 실제 기능, 그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조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2.23. 선고 2005다3991 판결 참조).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대기발령처럼 근로자에게 아무런 직무도 부여하지 않아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다음 보직을 기다리도록 하는 경우뿐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기존의 직무범위 중 본질적인 부분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아무런 직무도 부여하지 않은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 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에 이르기까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원고는 피고 산하 의과대학 교수이자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교수의 지위와 임상의사의 지위를 겸하고 있지만 주된 업무는 의사로서의 진료이고 대학에서 강의를 맡은 것은 학기당 10시간도 채 되지 않는 정도였다.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임상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여 강의나 연구활동을 할 수는 있었지만 종전 직무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진료를 하지 못하게 되었고, 아울러 진료를 기초로 한 연구활동도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또한 진료수당 부지급, 호봉승급 배제 등의 급여상의 불이익도 받게 되었다. 그런데도 피고는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으로써 2009.10.1.부터 원고의 진료를 정지시킨 뒤, 그로부터 6개월이나 지난 2010.3.30.부터 실질적인 조사를 위한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시작하였다. 위 진상조사위원회가 2010.8.30.까지 5개월간 조사를 하여 2010.10.1.경 원고가 진료를 담당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뒤에도, 피고는 2010.11.29.에야 원고에게 연구전담교수로의 전환을 제안하면서 2010.12.10.까지 의견을 제시하라고 통보하였다.

위와 같은 원고의 직능과 직책,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에 의한 원고의 직무 제한의 정도 및 원고가 입게 된 불이익의 내용, 잠정적인 인사명령 상태가 지속된 기간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와 같은 조사를 거쳐 원고에게 연구전담교수로의 전환을 제안하기 훨씬 전에 원고를 원래의 지위로 복귀시키거나 다른 보직을 부여하는 확정적인 처분을 하였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적어도 원심이 인정한 위 2010.12.10. 이후에는 잠정적인 처분에 불과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 상태를 지속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2010.12.11. 이후에도 피고가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유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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