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 보조참가인(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원고 교육감과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중재재정(31개 조항)을 하였는데, 그 사용자를 원고 교육청으로 기재함. 이에 원고들이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① 주위적으로 당사자적격이 없는 원고 교육청을 교섭당사자로 한 이 사건 중재재정은 절차상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무효확인을 구하고, ② 예비적으로 이 사건 중재재정 각 조항이 교섭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를 구한 사안임. 원심은, 이 사건 중재재정의 당사자로 표시된 원고 교육청은 원고 교육감의 오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위적 무효 주장을 배척하고, 교원노조법 중재재정에 대하여도 비교섭 사항을 단체교섭 대상에서 제외한 공무원노조법 제8조제1항 단서와 그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후 이 사건 중재재정 중 13개 조항이 비교섭 사항에 대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최초로 설시하면서, 비록 원심판결 선고 후 이 사건 중재재정의 유효기간이 경과하였으나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사건 중재재정의 당사자 표시가 오기라고 보아 원고들의 주위적 무효확인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단을 수긍함. 그러나 원심이 공무원노조법의 비교섭 사항에 관한 규정과 법리가 적용됨을 전제로 위법하다고 본 5개 조항은 교육과정 등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이나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제한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적법하다고 보아, 이와 달리 본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4.4.16. 선고 2022두57138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22두57138 교원노동관계중재재정취소청구
•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대전광역시교육감 외 1인
•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 원심판결 / 대전고등법원 2022.8.18. 선고 2022누10618 판결
• 판결선고 / 2024.04.16.
<주 문>
원심판결 중 중재재정 제7조, 제9조, 제14조, 제15조, 제27조에 관한 원고 대전광역시교육감의 취소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대전광역시교육청의 상고로 인한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위 원고의 대표자로 표시된 ○○○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립신고를 마친 교원노동조합이다.
나. 참가인은 2013.7.31.부터 2021.4.28.까지 원고 대전광역시교육감(이하 ‘원고 교육감’이라 한다)과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2021.4.30. 중앙노동위원회에 교원노조법 제9조에 따른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였다.
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5.13.부터 2021.5.31.까지 조정절차를 진행하였으나, 참가인과 원고 교육감이 모두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을 거부하여 조정을 종료하고, 2021.6.1. 교원노조법 제10조에 따른 중재를 개시하였다.
라.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6.15. 원심 판결문 별지 2 기재와 같은 내용의 중재재정(중앙2021중재1, 이하 ‘이 사건 중재재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중재재정서에는 사용자(조정피신청인)의 표시가 ‘대전광역시교육청’으로 기재되어 있다.
마. 원고들은 주위적으로 이 사건 중재재정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원고 대전광역시교육청(이하 ‘원고 교육청’이라 한다)을 교섭당사자로 한 절차상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중재재정의 무효확인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 이 사건 중재재정의 각 조항들은 교원노조법 제6조제1항에서 정한 교섭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중재재정의 취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고 교육청의 상고에 관한 판단
원심은 원고 교육청의 당사자능력이 없다고 보아 이 부분 소를 각하한 제1심을 유지하고 원고 교육청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원고 교육청은 이에 관하여 상고를 제기하면서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그에 관한 구체적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제출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소의 법률상 이익의 존부(원고 교육감의 제2 상고이유)
1) 행정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가 제소 당시에는 소의 이익이 있어 적법하였는데, 소송계속 중 해당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에 처분이 취소되어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경우라도, 무효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거나 또는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 확대 등의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는 경우’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상황에 관한 대표적인 예시일 뿐이며, 반드시 ‘해당 사건의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반복될 위험이 있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0.12.24. 선고 2020두30450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행정처분의 일종인 중재재정에 대한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중재재정 제31조는 이 사건 중재재정의 유효기간을 2021.6.15.부터 2022.6.14.까지로 명시하고 있고, 원고 교육감은 그 유효기간 내인 2021.7.26.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나 이 판결 선고일인 2024.4.16. 현재 이 사건 중재재정의 효력이 소멸하였음이 분명하다. 중재재정의 효력 소멸 이후 현재까지 원고 교육감과 참가인 사이에서 이 사건 중재재정의 대상이 된 사항들에 관하여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참가인이 이러한 사항들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여 단체교섭이 결렬되는 경우 교원노조법에 따른 조정 및 중재절차가 다시 진행될 수 있다. 그 사항들이 교원노조법상 중재재정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한 법원의 분명한 판례가 없고, 이 사건에서 법원이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피고는 원고 교육감과 피고 사이의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유사한 사건에서도 이 사건 중재재정과 같은 내용의 중재재정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중재재정의 위법성의 확인 내지 법률문제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중재재정의 무효확인 및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
나. 이 사건 중재재정의 당사자에 관하여(원고 교육감의 제1 상고이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중재재정의 당사자로 표시된 ‘대전광역시교육청’은 ‘대전광역시교육감’의 오기임이 명백하고, 당사자들도 그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아 이 사건 중재재정이 원고 교육청을 당사자로 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원고 교육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중재재정의 당사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이 사건 중재재정이 위법 또는 월권에 의한 것인지 여부(원고 교육감의 제3 상고이유, 피고와 참가인의 상고이유)
1) 관련 법리
가) 교원노조법은 교원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의한 노동쟁의의 조정과 중재 제도를 마련하면서(제9 내지 11조) 관계당사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이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경우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2조제1항). 여기에서 ‘위법’ 또는 ‘월권’이란 중재재정의 절차가 위법하거나 그 내용이 교원노조법,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위법한 경우 또는 당사자 사이에 분쟁의 대상이 되어 있지 않는 사항이나 정당한 이유 없이 당사자 간의 분쟁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에 대하여 월권으로 중재재정을 한 경우를 말하고, 중재재정이 단순히 어느 노사 일방에 불리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이라는 사유만으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7.4.26. 선고 2005두12992 판결 등 참조).
나) 교원노조법 제7조제1항은 ‘단체협약의 내용 중 법령·조례 및 예산에 의하여 규정되는 내용과 법령 또는 조례에 의하여 위임을 받아 규정되는 내용’(이하 ‘비효력 사항’이라 한다)은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도 같은 조 제2항은 비효력 사항에 대하여도 사용자 측에 그 내용이 이행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5조는 사용자가 비효력 사항에 대한 이행 결과를 다음 교섭 시까지 교섭노동조합에 서면으로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교원노조법령이 비효력 사항에 대하여도 사용자에게 노력의무 등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중재재정이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점(교원노조법 제12조제5항) 등에 비추어 보면, 비효력 사항도 중재재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다만 그 중재재정 조항의 효력이 위와 같이 제한될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중재재정이 비효력 사항에 관하여 정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다) 교원노조법은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제1항 단서(“다만, 법령 등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와 같은 비교섭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교원노동조합의 단체교섭에는 위 비교섭 사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이 교원의 지위를 보장하면서 그 노동3권을 일정부분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라도 교육과정 등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이나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 보장을 위한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제한하는 내용을 정한 중재재정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어떠한 사항이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지는 해당 근로조건의 내용과 성격,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에 미치는 영향, 사용자 측에게 부과하는 부담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교원노조법이 교원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의 쟁의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 인하여(제8조) 노동조합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원의 근로조건의 실태와 단체교섭의 경과 등을 참작하여 적정한 근로조건을 설정해 줄 필요가 크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2) 중재재정 제7조, 제9조, 제14조, 제15조, 제27조에 관하여
이 사건 중재재정 제7조는 교육청이 유치원에 유치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시 기준 범위에서 유치원 운영시간을 정하도록 안내한다는 내용이고, 제9조는 유치원 교사의 대체인력이 없는 경우 전임원감이 보결수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며, 제14조는 교육청이 결석계 이외의 학생 출결에 관한 서류 제출의 기준, 절차, 방법 등을 각 학교 실정에 맞게 정하도록 안내한다는 내용이고, 제15조는 교사 전보의 유예, 전형전보의 예외를 축소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며, 제27조는 특수학급 교사의 방과후 교육비 및 통학비의 지급 방안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유치원 운영시간은 교원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제7조), 교사의 전보 기준 또한 근로조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해당한다(제15조). 유치원 보결수업을 누가 담당하는지(제9조), 학생 출결 관련 서류의 제출 범위와 처리 절차를 어떻게 정하는지(제14조), 특수학급 교사가 방과후 교육비와 통학비 지급 업무를 어느 정도 담당하는지(제27조)는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교원의 업무량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러한 사항들이 비록 교육기관이나 교육행정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에 속하기는 하나, 위 조항들의 내용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거나 적고, 안내나 노력의무만을 부과하는 것으로 원고 교육감이나 교육기관에 부과하는 부담의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위 조항들이 교육기관이나 교육행정기관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위 조항들이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중재재정 중 위 조항들에 대한 부분은 적법하다고 보아야 하는데도 원심은 달리 판단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교원노조법상 중재재정의 대상 및 불복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나머지 중재재정 조항들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중재재정 제1조, 제10조제2항, 제11조, 제12조, 제20조, 제23조, 제25조, 제26조는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위 조항들과 제7조, 제9조, 제14조, 제15조, 제27조를 제외한 나머지 조항들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위 각 조항들의 적법 여부에 관한 원심의 결론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교원노조법상 중재재정의 대상 및 불복사유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이유불비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중재재정 제7조, 제9조, 제14조, 제15조, 제27조에 관한 원고 교육감의 취소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들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교육청의 상고로 인한 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위 원고 대표자로 표시된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김선수(주심) 노태악 서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