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중앙노동위원회가 학교법인과 교수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에 관하여 내린 중재재정 중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1인을 징계위원으로 포함시킨다’는 조항에 관하여, 이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단체협약의 대상에 해당하고, 학교법인이나 대학교의 인사권, 경영권 등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하거나 제한한다고 볼 수 없으며, 교원노조법 제7조제1항에 의한 비효력사항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유효하다고 한 사례.
【서울행정법원 2024.5.2. 선고 2023구합63154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23구합63154 중재재정취소
• 원 고 / 학교법인 A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A 교수노동조합
• 변론종결 / 2024.01.25.
• 판결선고 / 2024.05.02.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4.11.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23중재○ 노동쟁의 중재개시 사건에 관하여 한 중재재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중재재정의 경위
가. 원고는 약 400여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A(이하 ‘이 사건 학교’라 한다)를 운영하는 법인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22.2.4. 이 사건 학교의 교원을 조직 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기업별 단위 노동조합으로서 교원 약 68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활동하고 있다.
나. 참가인은 원고에게 최초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기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원고와 참가인은 2022.3.31.부터 2022.12.16.까지 19차례 교섭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에 참가인은 2023.1.16. 중앙노동위원회에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이라 한다) 제9조제1항에 의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에 대한 조정을 신청하였다(중앙2023교원조정○, 이하 ‘이 사건 조정신청’이라 한다).
다. 이 사건 조정신청에 대하여 교원 노동관계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라고만 한다)는 2023.2.9., 2023.2.16., 2023.2.23. 각 1~3차 회의를 개최·진행하였고, 원고와 참가인 간에 일부 사항에 관한 노사합의가 이루어졌다.
라. 위 3차 회의에서 조정위원회는 별지1 기재와 같이 단체협약 12개항에 대한 조정안을 제시하였는데, 참가인은 이를 수락하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부함으로써 조정이 종료되었다.
마. 위와 같이 조정이 종료됨에 따라 2023.2.24. 교원노조법 제10조제2호에 의하여 중재(이하 ‘이 사건 중재’라 한다)가 개시되었고(중앙2023중재*),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3.16. 다시 교원 노동관계 조정위원회(이하 ‘이 사건 위원회’라고만 한다)를 구성한 뒤 2023.4.11. 별지2 기재와 같은 내용의 중재재정(이하 ‘이 사건 중재재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가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별지3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중재재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중재재정 중 ‘조합원을 징계하는 경우, 조합이 추천하는 1인을 징계위원회위원으로 포함시킨다’는 취지의 제5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은 징계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것인데, 이는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이하 ‘비교섭사항’이라 한다)이므로 단체협약의 교섭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교원노조법 제7조제1항에 의하면 단체협약의 내용 중 법령·조례 및 예산에 의하여 규정되는 내용과 법령 또는 조례에 의하여 위임을 받아 규정되는 내용(이하 ‘비효력사항’이라 한다)은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지 아니하는데, 징계위원회의 구성은 사립학교법 제62조에 의하여 규정되므로 위 비효력사항에 해당한다. 나아가 위 사립학교법 제62조는 징계위원회의 위원으로 일정한 자격 요건을 두고 있음에도,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참가인이 추천하는 1인을 위원으로 포함시키도록 하는 것은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가 추천될 경우에도 위원으로 위촉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사립학교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원고나 이 사건 학교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중재재정은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어서 취소되어야 한다.
나. 중재재정의 취소 사유
교원노조법은 교원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의한 노동쟁의의 조정과 중재 제도를 마련하면서(제9 내지 11조) 관계당사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이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경우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2조제1항).
여기에서 ‘위법’ 또는 ‘월권’이란 중재재정의 절차가 위법하거나 그 내용이 교원노조법,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위법한 경우 또는 당사자 사이에 분쟁의 대상이 되어 있지 않는 사항이나 정당한 이유 없이 당사자 간의 분쟁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에 대하여 월권으로 중재재정을 한 경우를 말하고, 중재재정이 단순히 어느 노사 일방에 불리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이라는 사유만으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7.4.26. 선고 2005두12992 판결, 대법원 2024.4.16. 선고 2022두57138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 조항이 비교섭사항을 정한 것으로 위법 또는 월권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교원노조법은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이라 한다) 제8조제1항 단서(‘다만, 법령 등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와 같은 비교섭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교원노동조합의 단체교섭에는 위 비교섭 사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이 교원의 지위를 보장하면서 그 노동3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라도 교육과정 등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이나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 보장을 위한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제한하는 내용을 정한 중재재정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어떠한 사항이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지는 해당 근로조건의 내용과 성격,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에 미치는 영향, 사용자 측에게 부과하는 부담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교원노조법이 교원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의 쟁의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 인하여(제8조) 노동조합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원의 근로조건의 실태와 단체교섭의 경과 등을 참작하여 적정한 근로조건을 설정해 줄 필요가 크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22두57138 판결 등 참조).
2) 징계위원회의 구성이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인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교원징계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내용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중재절차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가 발생한 경우에 노동쟁의의 대상이 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지는 것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제5호에서는 노동쟁의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근로조건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에 있어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을 말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근로기준법에 정하여진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뿐만 아니고 같은 법 제93조제1호 내지 제13호, 같은 법 시행령 제8조제1호, 제3호 소정의 사항이 포함된다 할 것이다(따라서 이러한 근로조건 이외의 사항에 관한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는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이 아니어서 현행법상의 노동쟁의라고 할 수 없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사항은 중재재정의 대상으로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징계위원회의 설치 및 그 구성 등 징계위원회 관련 사항도 그것이 사업장에서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나 제재를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근로기준법 제93조제12호 소정의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에 속하는 것으로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같은 이유로 중재재정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6.2.23. 선고 94누9177 판결 등 참조).
나) 대법원은 단체협약에서 징계위원회의 구성에 근로자 측의 대표자를 참여시키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징계절차를 위배하여 징계해고를 하였다면 이러한 징계권의 행사는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절차에 관한 정의에 반하는 처사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는 법리를 일관되게 판시해왔는데(대법원 1999.3.26. 선고 98두4672 판결, 대법원 2015.5.28. 선고 2013두3351 판결 등 참조), 이는 징계위원회의 구성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므로 단체협약에 이에 관한 내용을 정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전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가 주장의 근거로 드는 대법원 2017.1.12. 선고 2011두13392 판결 및 그 원심 판결인 서울고등법원 2011.5.19. 선고 2010누14192 판결은 공무원노조법 제8조제1항 단서가 적용된 사안인데,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교원노동조합의 단체교섭에는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위 판결을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하지 아니하다.
3) 이 사건 조항이 원고나 이 사건 학교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이 원고나 이 사건 학교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위 조항들이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가) 사립학교법 제62조제2항은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사건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교원징계위원회를 두고, 교원징계위원회는 5명 이상 11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24조의7 제2항제2호는 학생 수가 200명 이상인 학교의 경우 위원 수는 9명 이상 11명 이하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제62조제3항, 제4항은 ‘위원은 해당 학교의 교원, 학교법인의 이사 또는 일정한 경력이 있는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되(제3항), 외부위원을 최소 2명 이상 포함하여야 하고(제4항제1호), 외부위원은 해당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설치·경영하는 학교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제4항제2호)’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나) 위와 같이 사립학교법 제62조제3항, 제4항제2호 등에서 징계위원의 자격요건을 정한 것은 교원징계위원회의 심의·의결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하여 마련된 강행규정이므로, 이 사건 조항이 단체협약 또는 중재재정에 포함되더라도 위 규정에 부합하게 해석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참가인의 조합원을 징계하는 경우 참가인이 추천하는 징계위원 1인 역시 각 규정에서 정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여야 하고, 원고나 이 사건 학교로서는 위 1인이 규정상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 위촉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이 원고나 이 사건 학교에 대하여 사립학교법에 위반되는 징계위원회 구성을 강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이 사건 조항이 교육기관인 원고나 이 사건 학교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에 속한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위 조항의 내용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거나 적고, 참가인의 조합원을 징계하는 경우에 한하여 징계위원 중 1인 만을 참가인이 추천하는 자를 포함시키도록 하는 것으로 원고나 이 사건 학교에 부과하는 부담의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즉, 교원에 대한 징계는 한편으로는 사용자인 원고나 이 사건 학교의 인사권과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교원들의 근로조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으로서 사용자의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도 아니라고 보이므로 단체협약 또는 중재재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A 교원 및 직원 징계에 관한 규정 제22조에 의하면 이 사건 학교의 교원이 아닌 일반직원에 관한 징계위원회는 직원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3인을 포함한 9인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는데, 교원의 경우에는 일반직원과 달리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위원을 1인도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볼 만한 뚜렷한 근거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이 사건 조항은 적용대상을 참가인의 조합원을 징계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고, 그러한 경우에도 징계위원 중 1인만을 참가인이 추천하도록 하는 것은 징계절차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보인다.
마) 원고는 사립학교법 제16조제1항제4호에서 ‘임원의 임면(임용과 면직을 의미한다)’을 이사회의 심의·의결 사항으로 정하고 있음에도 징계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내용을 중재재정에 포함시키는 것은 사립학교법에서 정한 원고나 이 사건 학교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일정한 사유로 임원을 면직하는 경우 교원징계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동의를 받고(사립학교법 제58조제2항) 또한 이사회의 심의·의결도 거치게 되는 것이고, 이 사건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 또는 중재재정이 반영되어 구성된 징계위원회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이사회에서 의결하지 않는 한 임원을 면직시킬 수 없다고 할 것인바, 결국 원고가 주장하는 사립학교법령상 이사회의 심의·의결 관련 규정은 위와 같은 단체협약 및 중재재정과 별개로 이루어지는 그에 관한 심사의 문제일 뿐 그 자체로서 근무조건을 직접 규율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라. 이 사건 조항이 비효력사항을 정한 것으로 위법한지 여부
1) 이 사건 조항이 비효력사항을 정한 것인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이 교원노조법 제7조제1항에서 규정한 비효력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가) 교원노조법은 1999.1.29. 제정·공포되었는데, 당시의 교원노조법은 노동조합 활동의 주된 주체를 원칙적으로 초·중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원으로 한정하였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2018.8.30. 교원 노동조합의 가입범위에서 고등교육법상 교원을 조직대상에서 제외하는 부분이 교육공무원인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고(헌법재판소 2018.8.30. 선고 2015헌가○○ 결정, 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 한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2020.6.9.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따라 교원노조 가입범위에 ‘고등교육법 제14조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교원(다만, 강사는 제외한다)’을 포함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법률 제17430호).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교원노조법 제7조제1항은 교원노조법이 제정·공포될 당시부터 존재하던 규정으로 초·중등학교 이하 교원만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었던 때를 전제하고 있어, 이후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사립대학교 교원들이 실제로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에도 위 규정에 따른 ‘법령·조례 및 예산’에 의한 제한을 받게 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나 입법자의 의도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법령·조례 및 예산에 의하여 규정되는 내용과 법령 또는 조례에 의하여 위임을 받아 규정되는 내용은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지 아니한다’는 교원노조법 제7조제1항의 입법취지는, 교원의 임금 및 대부분 노동조건이 법정화되거나 예산에 의해 결정되고 있으므로 단체협약 체결권을 인정하고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회의 입법권·예산권 등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국회환경노동위원회,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 심사보고서(1998), 8쪽]. 교원의 복무자세와 교육에의 헌신 및 책임 정도, 교수의 자유의 향유 정도, 교육대상자의 자율적인 교육 선택권의 존중 정도에서 대학교 교원은 초·중등학교 교원과는 차이가 있고, 그렇다면 대학교 교원 노동조합의 경우 초·중등학교 교원 노동조합과 달리 근무조건에 관하여 자유로운 교섭을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공무원이나 교육공무원인 대학 교원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에는 그 근무조건이 헌법상 국민전체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법률의 형태로 결정될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가 사적인 주체에 불과한 학교법인인 사립대학교 교원의 경우, 공무원이나 교육공무원인 대학 교원과 달리 근무조건의 대부분이 헌법상 국민전체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법령, 예산 등의 형태로 결정되는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교원노조법 제7조제1항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헌법 제33조제1항이 근로자에게 근로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뜻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단체교섭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헌법재판소 1998.2.27. 선고 94헌바13·26, 95헌바44(병합) 결정 등 참조], 교원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목적은 교원의 근로조건의 개선,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 교육서비스의 효율성 강화, 단체를 통한 정보의 획득 및 공유, 그리고 이러한 단체의 주장 전달 등이다.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31조제6항에 따라 교원의 임용·복무·보수에 관하여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사립학교법 등의 법률에서 정하고 있기는 하나, 최근 들어 대학 사회가 다층적으로 변화하면서 사립대학교 교원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위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사회적 상황에 비추어 보면, 사립대학교 교원 노동조합은 사용자인 학교법인과 자유롭고 자발적인 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양 당사자의 교섭 자치는 교원노조법 제7조제1항에서 말하는 ‘법령·조례 및 예산’에 달려있지 않아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단체협약에 갈음하는 중재재정이 있더라도 사립학교법령에서 정한 징계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규정 때문에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사립대학교 교원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더라도 그에 관한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사립학교법 제62조에서 정한 징계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사항을 일부 정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효력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조항이 비효력사항을 정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중재재정이 위법 또는 월권에 의한 것인지 여부
가) 교원노조법 제7조제1항은 ‘단체협약의 내용 중 법령·조례 및 예산에 의하여 규정되는 내용과 법령 또는 조례에 의하여 위임을 받아 규정되는 내용’은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도 같은 조제2항은 위 비효력사항에 대하여도 사용자 측에 그 내용이 이행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5조는 사용자가 비효력사항에 대한 이행 결과를 다음 교섭 시까지 교섭노동조합에 서면으로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교원노조법령이 비효력 사항에 대하여도 사용자에게 노력의무 등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중재재정이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점(교원노조법 제12조제5항) 등에 비추어 보면, 비효력사항도 중재재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다만 그 중재재정 조항의 효력이 위와 같이 제한될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중재재정이 비효력사항에 관하여 정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위 대법원 2022두57138 판결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중재재정 중 이 사건 조항이 교원노조법 제7조제1항의 비효력사항을 정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중재재정 부분 자체가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어서 이 사건 중재재정에 대한 정당한 불복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1) 교원노조법이 제7조제1항에서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임의로 성립한 단체협약을 인정하면서 다만 비효력사항의 경우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은, 위 규정의 같은 제한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단체협약 자체의 공백을 막고자 하는 것이므로, 비효력사항에 관한 것이라도 우선 단체협약이 성립할 수 있듯이 중재재정 역시 가능하다.
(2) 따라서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된 사항에 대하여 당사자의 주장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의 중재재정을 할 수 있고, 이 때 중재재정의 내용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자유로운 재량판단에 맡겨져 있다.
(3) 다만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재정을 할 수 있는 사항은 노동쟁의의 범위에 해당하는 것에 한정되고, 이를 벗어나는 사항에 대하여 중재재정을 하는 것은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어 별도의 불복사유로 삼을 수 있을 뿐인데, 이 사건 조항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원고와 참가인 쌍방의 대립되는 주장을 그 주장 범위 내에서 절충한 것에 불과하다.
(4) 따라서 이러한 중재 내용이 교원노조법 제7조제1항의 비효력사항에 해당한다면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할 뿐이므로(다만 교원노조법 제7조제2항에 따라 사립학교 설립·경영자인 원고에게 중재재정의 비효력사항에 관하여도 그 내용이 이행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노력할 의무가 부과된다),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중재재정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어서 불복대상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