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법원 2020.11.18. 선고 2019누13363 판결】

 

• 수원고등법원 제1행정부 판결

• 사 건 / 2019누13363 불합격처분취소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1. B시인사위원회위원장, 2. B

• 제1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2019.9.26. 선고 2018구합70937 판결

• 변론종결 / 2020.09.23.

• 판결선고 / 2020.11.18.

 

<주 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B시인사위원회위원장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B시인사위원회위원장이 2018.7.24. 원고에 대하여 한 2018년 제1회 경기도 B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 최종 불합격처분을 취소한다.

2.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 B시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B시는 원고에게 5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2018.7.24.부터 2020.11.1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피고 B시에 대한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소송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5. 제2항 중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피고 B시인사위원회 위원장

주문과 같다.

2. 피고 B시

주문 제2항의 위 500만 원에 대하여 2018.7.13.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구하는 것 외에는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는 청각장애 2급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 경기도인사위원회위원장은 2018.2.9. 피고 B시가 장애인 구분모집 전형으로 9급 일반행정 직렬에서 2명을 선발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2018년도 제1회(8·9급) 및 제2회(7급) 경기도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시행계획’을 공고하였다.

○ 원고는 B시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 전형에 지원하여 2018.5.19. 필기시험을 치렀고, 경기도인사위원회위원장은 2018.6.25. 원고를 위 전형의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로 결정하는 공고를 하였다.

○ 원고는 2018.7.13. 면접시험에 응시하였고, 추가 면접시험 대상자로 분류되어 2018.7.18. 다시 면접시험을 치렀다(이하 ‘이 사건 면접시험’이라고 한다).

○ 피고 B시인사위원회 위원장(이하 ‘피고 위원장’이라고 한다)은 2018.7.24. 원고를 제외한 2018년도 8·9급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였다(이하 원고에 대한 최종불합격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6,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 편의제공 의무 위반

피고 위원장은 이 사건 면접시험에서 장애인 응시자가 제공받을 수 있는 편의지원의 내용·방법 등을 미리 공고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 위원장은 면접위원들에게 원고의 장애 특성을 부정적으로 설명하였고, 시험시간을 연장해 주지 않았으며, 비전문가로 하여금 문자통역을 하도록 하였고, 원고의 좌석을 면접위원의 정면이 아닌 오른쪽 측면에 배치하는 등 장애인 응시자인 원고가 비장애인 응시자와 동등한 여건에서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편의지원 제공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 재량권 일탈·남용

- 면접위원들은 원고에게 ‘집·학교에서의 소통 방법,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에 대한 응대 방안, 장애로 오해나 갈등이 있었던 경험’ 등 여러 차례 장애 관련 질문을 하였다. 이와 같은 질문은 청각장애인이라면 수화를 배워야 한다는 선입견과 구화를 이용하여 동료나 민원인들과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에 기초한 것일 뿐 아니라, 다른 면접위원들에게도 잘못된 선입견과 편견을 강화시킬 수 있다. 또한 원고가 임용된다면 피고 B시가 원고에게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는 부수적인 사항에 관한 것이므로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면접위원들의 위와 같은 질문은 지방공무원임용령이 정하고 있는 평가기준을 벗어나거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과 헌법, 지방공무원법 등에서 정한 차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 원고는 2명을 선발할 예정이었던 9급(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 전형의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였다. 그런데 면접위원들은 원고의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을 모두 ‘하’로 평정하였고, 결국 원고는 이 사건 면접시험에서 ‘미흡’ 등급을 받아 이 사건 임용시험에 최종 불합격하였다. 최초 면접시험 대상자 61명 및 추가 면접시험 대상자 3명 중 면접시험에서 ‘미흡’ 등급을 받아 불합격한 응시자는 원고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장애인인 원고를 장애가 없는 사람과 다르게 ‘미흡’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불리하게 대우한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사실

○ B시인사위원회는 2018년도 총 11개 직렬에서 48명의 지방공무원을 충원하는 계획을 수립하였고, 그 중 8·9급 공개경쟁임용시험(이하 ‘이 사건 임용시험’이라고 한다)을 통해 선발할 43명에 대한 시행계획공고, 필기시험 실시 등을 경기도인사위원회에 위탁하였다.

○ 경기도인사위원회위원장은 2018.2.9.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임용시험 시행계획과 함께 ‘장애유형별(임신부) 편의지원 제공 안내문’을 공고하였다. 위 공고에는 편의지원 제공 대상, 편의지원 신청 절차, 신청 시 유의사항 등이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다음 생략>

○ 원고는 2018.3.9. 이 사건 임용시험에 원서를 접수하며 장애인 편의 지원 제공 신청을 하였고, 2018.5.19. 실시된 필기시험에서 ‘응시요령 등 서면자료 제공’ 등의 편의를 제공받았다.

○ 피고 위원장은 이 사건 임용시험의 필기시험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2018.6.25.과 2018.6.27. 이 사건 면접시험의 일시와 장소, 대상, 면접방법, 최종합격자 결정방법, 응시자 준수사항 등을 공고하였다. 그러나 면접시험 시 제공되는 장애인 편의지원에 관한 부분은 따로 공고하지 않았다.

○ 원고의 어머니는 2018.7.2. B시인사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원고가 필담 또는 전산 장비를 동원한 메신저 대화방 형식으로 면접시험을 치르게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후 B시인사위원회 담당공무원은 2018.7.2.부터 2018.7.12.까지 원고의 어머니와 4차례 통화를 하며 원고에 대한 면접시험 진행 방법 등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 필기시험 합격자 61명을 대상으로 한 최초 면접시험은 2018.7.13.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원고는 오전 면접조(6명)의 마지막 순서로 면접시험을 치렀다.

○ 면접위원들은 2018.7.13. 09:20부터 09:40까지 면접시험을 위한 사전교육을 받았다. 당시 배부된 교육자료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 원고의 면접이 이루어진 면접시험장의 구조는 아래와 같다. 면접시험은 전담요원이 원고 앞에 놓인 노트북과 연결된 별도의 블루투스 키보드로 면접위원의 질문내용을 입력하면 원고가 노트북으로 답변을 작성하는 방식(이하 ‘문자통역 방식’이라 한다)으로 진행되었고, 질문과 답변은 면접시험장 내에 설치된 대형 TV 모니터를 통해 원고와 면접위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생략>

○ 원고는 면접위원들로부터 ‘B시에 지원하게 된 동기, B시의 경쟁력, 본인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력, 성적우수 장학생이 된 후 달라진 점, 집·학교에서의 소통 방법,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동료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을 어떻게 응대할 것인지,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 디자인경영을 공직사회에 적용할 구체적인 방안, B시 인구증가 방안, B시 산업발전 방안, 전통문화와 차세대 산업의 조화 방법, 본인 성격의 장단점’의 순서로 질문을 받았다.

○ 이 사건 임용시험의 최종 합격자는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50조의3에 따라 필기시험 성적과 면접시험 평정결과(판정 등급)로 결정된다. 면접시험의 평정요소는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44조제3항에서 정하는 ㉠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 전문지식과 그 응용능력, ㉢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 예의·품행 및 성실성, ㉤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 등 5개 항목이다. ‘우수’는 면접위원의 과반수가 평정요소 5개 항목 모두를 ‘상’으로 평정한 경우이고, ‘미흡’은 면접위원 과반수가 평정요소 5개 항목 중 2개 항목 이상을 ‘하’로 평정하였거나 면접위원의 과반수가 어느 하나의 동일한 평정요소를 ‘하’로 평정한 경우이며, 그 이외의 경우는 모두 ‘보통’이다. ‘우수’ 등급이나 ‘미흡’ 등급을 받은 응시자에 대해서 면접시험을 추가로 실시할 수 있고, 최초 면접시험과 추가 면접시험에서 모두 ‘미흡’ 등급을 받은 응시자는 불합격으로 한다. 원고는 면접시험 결과 3명의 면접위원들로부터 ㉢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에서 ‘하’ 평정을 받았다.

○ 피고 위원장은 2017.7.17. 원고를 포함하여 위 면접시험에서 ‘미흡’ 등급을 받은 3명을 대상으로 추가면접의 일시와 장소, 면접대상자 유의사항 등을 공고하였다. 그러나 면접시험 시 제공되는 장애인 편의지원에 관한 부분은 따로 공고하지 않았다.

○ 원고는 2018.7.18. 최초 면접시험과 같은 조건의 면접시험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추가 면접시험을 치렀다. 원고는 면접위원들로부터 ‘자기소개, 본인이 잘하는 분야, 하고 싶은 말, 평등에 대한 생각, 편견에 대한 생각, 사전조사서에서 성실의 의무와 복종의 의무가 있다고 했는데 무엇을 보고 생각한 것인지, 집중력을 발휘한 사례, B시를 위해 어떤 전문성을 발휘하고 싶은지, 내 의견과 지시가 다르면 어떻게 할 것인지’등의 질문을 받았고, 3명의 면접위원들로부터 ㉢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에서 ‘하’ 평정을 받았으며, 결국 ‘미흡’ 등급으로 이 사건 임용시험에서 최종 불합격하였다.

○ 원고의 최초 면접시험에서는 B시 자치행정과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던 C이, 추가 면접시험에서는 같은 과에서 대외교류업무를 담당하던 D이 각각 원고의 전담요원으로서 응시자 교육과 평정표 및 사전조사서 작성, 면접실 안내, 문자통역 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C과 D은 속기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고, 면접시험 동안 원고에게 시험시간 연장이나 장애특성 사전고지 등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의 지원 제공에 관한 안내를 하지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6, 8, 9, 19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 을 제4, 5호증의 각 1 내지 3, 을 제6호증, 을 제7호증의 1, 2, 을 제11호증, 을 제12호증의 1, 2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증인 C, D에 대한 각 증인신문결과, 이 법원의 원고본인신문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편의제공 의무 위반 주장에 대하여

가) 장애인복지법 제46조의2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의 장은 해당 기관·단체가 실시하는 자격시험 및 채용시험에 있어서 장애인 응시자가 비장애인 응시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여야 하고(제1항), 편의제공의 내용·기준·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항),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8조제1호는 장애인복지법 제46조의2에 따라 장애인 응시자에 대하여 편의를 제공하여야 하는 기관·단체 및 대상시험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채용시험’을 규정하고 있으며,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37조의2 제1항은 편의 제공의 내용 및 방법으로서 각호에서 11. 장애인보조기구 지참 허용, 2. 시험기간 연장, 3. 확대 문제지 및 확대 답안지 제공, 4. 시험실 별도 배정, 5. 그 밖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사항’을 들면서 시험의 특성, 장애인 응시자의 종류 및 장애등급에 따라 편의 제공의 내용 및 방법을 달리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제2항은 시험을 실시하려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기관·단체의 장은 편의제공의 기준을 마련하여 시험 공고와 함께 게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시험 편의제공의 내용·방법 등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제2016-120호, 이하 ‘편의제공고시’라고만 한다) 제4조는 시험실시기관의 장은 [별표 1]의 “장애 종류별 편의제공내용·방법 예시”를 참고하여 해당 시험에 맞는 장애종류 및 장애등급별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의제공 기준과 증빙서류 목록을 마련하여 시험 공고와 함께 게시하여야 하고, 장애인 응시자는 원서접수 당시 제공받고자 하는 편의제공 사항을 신청하여야 하며, 시험실시기관의 장은 장애인 응시자에게 제공할 편의제공 여부 및 그 세부사항에 대해 안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5조 [별표 1] “장애 종류별 편의 제공내용·방법 예시”는 청각 장애인인 응시자에 대한 편의제공 내용 방법으로 ‘수화통역사 등 의사전달 보조원 배치, 응시요령 등 관련자료 서면자료 제공, 장애인 보조기구 지참 허용, 필요한 경우 시험실 별도 배정, 장애 특성에 대해 면접위원에게 사전고지, 필담 면접허용, 의사전달용 컴퓨터 제공’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하여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등을 금지되는 차별행위로 규정하면서(제4조제1항제2호, 제3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차별받은 장애인 등의 권리를 구제할 책임이 있으며, 장애인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차별 시정에 대하여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야 하고, 장애인 등에게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제8조), 사용자는 모집·채용 등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위와 같은 장애인복지법령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과 체제,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시험실시기관인 피고 위원장은 이 사건 면접시험을 시행함에 있어 응시자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경우 해당 응시자의 장애의 유형 및 정도 등을 고려하여 편의 제공의 기준 등을 공고하고, 장애 특성에 대한 사전고지, 시험시간의 연장, 의사전달보조원의 배치 등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와 같은 공고를 하지 않거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장애인복지법령 및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

나)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3호증의 2, 갑 제14, 15호증, 갑 제16호증의 2, 3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거나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

○ 피고, 위원장은 이 사건 면접시험 공고를 하면서 편의지원 제공 기준과 증빙서류 목록을 공고하지 않았다. 원고의 어머니가 면접시험 전에 B시인사위원회에 직접 연락하여 필담 또는 메신저 대화방 형태로 면접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편의지원 신청을 하여 문자통역 방식으로 면접이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그 당시에는 물론 면접시험 동안에도 B시에서 마련한 편의제공의 기준 등에 대한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원고는 신청할 수 있는 편의제공 사항과 기준 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 사건 면접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 편의제공고시 [별표 1]은 청각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의 하나로 ‘장애 특성에 대해 면접위원에게 사전고지’를 들고 있는데,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은 장애인 응시자가 비장애인 응시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위 사전고지 조항의 취지는 면접위원이 장애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응시자에게 차별적인 질문을 하거나 응시자의 장애종류 및 정도에 관하여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피고 위원장은 이 사건 면접시험에 앞서 면접위원들에게 ‘원고가 청각장애 2급이고 대화 및 수화가 불가능하다’고 기재된 자료를 배부하였는데, 청각장애인들은 수어 외에도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보청기, 필담, 구화)을 사용하고 있고, 최근 젊은 청각장애인 중에는 수어통역보다는 구화나 문자통역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장애특성을 ‘대화 및 수화 불가능’이라고만 안내한 것은 면접위원들에게 ‘수화를 못하여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갖게 할 수 있어 장애특성 사전고지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 피고 위원장은 이 사건 면접시험이 15-20분 정도 진행된다고 공고하면서도 시험시간 연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고나 안내를 하지 않았다. 원고의 면접시험은 문자통역 방식으로 진행되어 통상의 구술면접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였는데[원고가 제출한 참고자료(CD) 참조], 시험시간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원고는 15-20분 내에서 최대한 빨리 답변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조급함 속에서 최초 면접시험과 추가 면접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설령 면접시험 진행 과정에서 면접위원들이 원고의 장애특성을 고려하여 질문을 천천히 하고 원고에게 답변할 시간을 추가로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위와 같은 압박감 속에서 시험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면 비장애인 응시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시험환경을 제공받았다고 할 수 없다.

○ 편의제공 고시 [별표 1]은 편의제공의 하나로 ‘수어통역사 등 의사전달 보조원 배치’를 들고 있는데, 청각장애인 응시자가 문자통역 방식으로 면접시험에 응시하는 경우 면접위원의 질문은 문자통역을 통해 응시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질문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정도의 속기능력을 보유한 사람이 의사전달 보조원으로 배치되어야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피고 위원장은 속기사 자격이 없고 문자통역의 경험도 없었던 B시 소속 공무원들을 원고의 전담요원으로 배치하여 문자통역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 사건 임용시험은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으로 이루어지고, 면접시험의 평정요소는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그 응용능력,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 등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사항들인바, 면접위원의 과반수가 평정요수 중 2개 항목 이상을 ‘하’로 평정하거나 어느 하나의 동일한 평정요소를 ‘하’로 평정할 경우 ‘미흡’ 등급을 받게 되어 있어 면접평정결과가 최종 합격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면접위원들의 평정은 자유재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그 판단이 현저하게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닌 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공개경쟁임용시험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면접시험 절차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쟁과 평가의 전제가 되는 절차적 요건이 더욱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한다.

다) 위와 같이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위원장은 이 사건 면접시험에서 편의 제공 기준 등을 미리 공고하지 아니하였고 면접위원들에게 원고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줄 수 있는 장애 내용을 사전고지 하였으며 시험시간 연장 및 충분한 속기 능력을 보유한 의사전달 보조원 배치 등의 편의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면접절차에는 장애인복지 법령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설령 이 사건 면접시험 이전에 편의 제공에 대한 안내가 공고되지 않은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담요원을 배치하여 원고를 지원하고 원고의 장애 특성을 면접위원들에게 사전고지 하였으며 충분하고 연장된 시험시간을 제공하는 등 모든 편의제공의무를 이행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하자는 치유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하자 있는 행정행위의 치유는 행정행위의 성질이나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예외적으로 행정행위의 무용한 반복을 피하고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이를 허용하는 때에도 국민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인데(대법원 2002.7.9. 선고 2001두1068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면접시험에서 원고에 대한 정당한 편의지원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하여

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제1항제1호는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를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제3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금지된 차별행위가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차별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2호증, 갑 제27호증의 1, 2, 갑 제28, 2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거나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

○ 면접시험에서 장애인 응시자에게 장애에 대한 내용을 질문하는 것은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는 물어보지 않는 내용을 물어보는 것으로서 장애인과 장애가 없는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질문은 면접위원의 의도와 관계없이 다른 면접위원에게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장애인 응시자를 당황하게 하거나 위축되게 할 수 있으며 다른 질문에 할애할 시간을 빼앗기 때문에 장애인 응시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애인 응시자에게 장애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 이 사건 최초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들은 ‘집·학교에서의 소통 방법’,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동료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을 어떻게 응대할 것인지’,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 등 원고의 장애와 관련된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청각장애인 공무원은 근로지원인으로부터 대화·전화통화 지원 등을 제공받을 수 있고, 위와 같은 편의제공 의무는 근로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에서 위 질문들은 원고가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공무원으로서 수행할 업무와 관련된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

○ 또한 면접위원들의 장애 관련 질문들은 원고의 의사소통 방법과 능력에 대하여 묻는 것으로서 원고의 장애를 평가요소로 삼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피고 위원장은 이 사건 면접시험에 앞서 면접위원들에게 ‘원고가 수화를 못하여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자료를 배부하였던 점, 면접절차에서 면접위원들이 원고에 대하여 ‘하’로 평정한 요소가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면접위원들이 원고에게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에서 모두 ‘하’로 평정하여 ‘미흡’ 등급을 부여한 행위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7조제2항은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차별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입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앞서 본 여러 사정들을 감안할 때, 이 사건 이전의 B시 공무원임용시험에서 원고와 같이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에서 ‘하’ 평정을 받아 불합격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거나, 추가면접시험에서는 장애 관련 질문이 없었음에도 원고가 최초 면접시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에서 ‘하’ 평정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그렇게 인정할 자료가 없다.

다) 위와 같이 최초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들이 원고에게 직무와 무관한 장애 관련 질문을 하고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에서 ‘하’ 평정을 하여 ‘미흡’ 등급을 부여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하여 위법하므로, 면접위원들에게 부여된 재량권의 범위를 현저하게 일탈하였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할 것이다.

3) 소결론

이 사건 면접시험에는 중대한 절차적 위법과 면접위원들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으므로, 이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피고들은 추가 면접시험에서는 장애 관련 질문이 없었음에도 ‘미흡’ 등급을 받아 최종 불합격 처분을 받은 것이므로 최초 면접시험의 일부 질문에 장애 관련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 자체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는 주장도 하나, 추가 면접시험은 ‘면접시험의 객관성 및 공정성 확보, 면접시험에서 낮은 평정을 받은 응시자에게 재평가의 기회 부여를 통한 구제’라는 취지에서 기존 면접시험에 참여한 면접위원을 배제하고 새로운 면접위원들로 구성하여 치러진 것으로 기존의 면접시험과 별개의 독립된 면접시험이라고 할 수 없고, 원고가 기존 면접시험과 추가 면접시험에서 모두 ‘미흡’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최종 불합격 처분을 받게 된 것이며, 추가 면접시험에도 정당한 편의지원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절차적 위법이 있으므로, 추가 면접시험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사유가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 위원장은 이 사건 면접시험에서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정한 편의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원고를 비장애인 응시자에 비하여 불리하게 대우하였고 원고의 장애를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여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 따라서 피고 B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제1항에 따라 원고에게 위자료 5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위원장은 이 사건 면접시험에서 편의제공 기준 등을 공고하지 아니하였고, 장애 특성에 대한 사전고지, 시험시간 연장 및 자격 있는 의사전달보조원 배치 등의 편의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며, 면접위원들은 직무와 무관한 장애 관련 질문을 하고 원고의 장애를 이유로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에서 ‘하’ 평정을 하여 ‘미흡’ 등급을 부여하였다. 원고가 위와 같은 차별행위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피고 B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제1항, 국가배상법 제2조제1항에 따라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위와 같은 차별행위의 내용과 정도, 이로 인해 원고가 입은 불이익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 B시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를 5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 B시는 원고에게 5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피고 위원장이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2018.7.24.부터 피고 B시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0.11.1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2018.7.13.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원칙적으로 위법행위 시에 성립하지만 위법행위 시점과 손해 발생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고, 여기서 손해의 발생 시점이란 이러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을 의미하는데,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18.9.28. 선고 2015다6985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의 손해는 피고 위원장이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을 때 그 결과 발생이 비로소 현실화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의 지연손해금 청구 중 2018.7.13.부터 같은 달 23.까지의 부분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원고의 피고 위원장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피고 B시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피고 위원장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제1심판결의 피고 B시에 대한 부분 중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 B시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피고 B시에 대한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광만(재판장) 도정원 양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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