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 소속 임직원들은 이 사건 채용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현저하게 훼손하였고 그 정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정도에 이르러 위법하며, 원고는 최종 임원면접 단계에서 합격권에 넉넉히 있었던 자로서 이 사건 채용절차 진행과정에서 형성된 신뢰와 나머지 채용절차의 공정한 진행에 대한 기대가 법적 보호의 영역에 포섭된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결국 피고 소속 임직원의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라는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9.21. 선고 2020가합543787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5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0가합543787 손해배상(기)

• 원 고 / A

• 피 고 / 주식회사 B

• 변론종결 / 2022.06.22.

• 판결선고 / 2022.09.21.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6.12.5.부터 2022.9.21.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3/4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10,000,000원 및 그중 10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6.12.5.부터, 11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7.1.1.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은행법에 의한 은행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C대학교를 졸업한 원고는 아래 나.항 기재와 같은 피고의 2016년도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전형(이하 ‘이 사건 채용절차’)에 응시한 지원자이다.

2) D은 2016.1.경부터 2016.12.경까지 피고 신입행원의 채용업무를 담당하는 HR본부 소속 인사부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채용절차 업무를 주관하였고, E는 2013.1.경부터 인사부로 발령받아 근무를 시작하여 2015.4.경 팀장으로 승진한 이후 2020년경까지 근무하면서 인사부장을 보좌하여 이 사건 채용절차 업무의 실무를 총괄하였으며, F은 2012.8.경부터 인사부로 발령받아 근무를 시작하여 2017.8.경 과장으로 승진한 이후 2020년경까지 신입행원 공개채용 업무의 실무를 담당하였다.

 

나. 피고의 2016년도 신입행원 채용계획 수립 및 채용공고

1) 이 사건 채용절차를 공개경쟁 전형으로 진행하기 위하여, 피고의 인사부 내부에서 신입행원 인력 수요 현황과 타행 채용 계획 등을 파악하여 신입행원의 채용 규모, 예산(안), 세부 일정 등을 수립하여 인사부 팀장, 부장, 은행장의 결재를 거쳤다.

2) 피고는 2015.9.경 이 사건 채용절차 계획을 수립하기로 결정하고, 아래 표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계획을 수립하였다. <표 생략>

3) 위 계획에 따라 피고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응시자격, 채용부문, 전형절차, 지원방법 등이 기재된 채용공고를 게시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표 생략>

 

다. 이 사건 채용절차의 진행 경과

1) 피고의 신입행원 공채절차는 해마다 세부적인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3단계에 걸쳐 서류전형 → 실무면접(1차 면접) → 임원면접(2차 면접)의 순서로 이루어졌다. 경우에 따라서 필기전형이 추가되거나 실무면접이 2단계로 실시되기도 하였다. 이 사건 채용절차는 ‘서류전형 → 필기시험(인·적성검사) → 합숙면접→임원면접’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2) 피고의 인사부 채용업무 담당자(이하 ‘채용담당자’)는 지원자들이 제출한 입사지원서를 취합하여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 학점, 전공 등을 반영하여 인사부 내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여기에 자기소개서 평가 내용을 반영한 평가 결과를 엑셀파일에 정리한 뒤, 서류평가 점수의 순서에 따라 일정한 수의 지원자들을 합격 가능한 범위에 포함시켰다. 그 뒤 담당자들은 몇 차례 합격자 조정을 거쳐 서류 전형 합격자를 확정, 발표하였다.

3) 합숙면접은 피고의 실무책임자 중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면접위원으로 위촉하여 실시한다. 2~3인의 면접위원들이 1개 조를 구성하여 서류전형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행동사례면접, 개인별 PT, 조별과제수행 등을 진행하여 지원자들에 대한 면접 평가 등급과 의견을 작성하였다. 채용담당자는 그 결과를 취합하여 엑셀파일에 정리한 뒤, 인사부 내부에서 정해둔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들을 제외하고 면접평가 점수의 순서에 따라 일정한 수의 지원자들을 합격 가능한 범위에 포함시켰다. 그 뒤 담당자들은 몇 차례 합격자 조정을 거쳐 실무면접 합격자를 확정, 발표하였다.

4) 임원면접은 피고 또는 관련 회사의 임원들을 면접위원으로 위촉하여 실시하였다. 1차 면접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보통 5인의 면접위원들이 1개의 조를 이루어 조별로 면접을 진행하였고, 면접위원들이 각자 지원자들에 대한 면접 평가 등급을 평가표에 수기로 작성하였다. 채용담당자가 평가표를 수거하여 점수를 엑셀파일에 옮겨 기재한 뒤, 면접평가 점수의 순서에 따라 일정한 수의 지원자들을 합격 가능한 범위에 포함시켰다. 그 뒤 담당자들은 몇 차례 합격자 조정을 거쳐 최종 합격자인 임원면접 합격자를 확정, 발표하였다.

피고는 2016년부터 임원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에게 지원자들의 출신대학을 공개하지 않는 이른바 블라인드 면접 방식을 채택하였다.

 

라.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

1) 원고는 이 사건 채용절차 중 서류심사, 인·적성검사, 합숙면접을 통과하였고, 임 원면접 점수로 4.3점(순위: 96위)을 받아 임원면접관별 점수 평균의 고득점 순으로 선정한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었다.

2) 한편 피고 측은 이 사건 채용절차 계획이 공고된 무렵부터 피고 임·직원들로부터 공채에 지원한 전 지점장 자녀, 전 주식회사 G 임원의 지인의 자녀, 그 밖에 지인이나 주요 거래처 관련자 등에 대한 추천을 받으면 이를 인사부 팀장 등에게 전달하여 정리하게 하였고, 이에 따라 위와 같이 추천을 받은 지원자들의 성명, 수험번호, 추천사유, 추천자, 전달자 등 정보가 기재된 채용 추천자 리스트(이하 ‘추천 리스트‘)가 작성되었다. 피고 측 인사부 채용담당 팀장은 2016.10.17.경부터 같은 해 12.12.경까지 추천 리스트를 출력하여 보관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리하였다.

3) D은 2016.12.5.경 E와 F으로부터 임원면접에 응시한 지원자 404명의 임원면접결과와 임원면접관별 점수 평균의 고득점 순으로 선정한 합격자 명단을 보고받은 후,‘상위권 대학 출신 합격자들이 너무 부족하니 H대, I대, J대, K대 등 상위권 대학 지원자들을 합격시키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E와 F은 2016.12.6.경 위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I대학교 출신 지원자 2명(L, M), K대학교 출신 지원자 1명(N), H대학교 출신 지원자 2명(O, P), J대학교 출신 지원자 3명(Q, R, S), T대학교 출신 지원자 1명(U)을 기존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지원자 대신 합격시키기로 한 후, F은 그 무렵 별지 2016년 임원면접 목록 순번 1에서 9 기재와 같이 임원면접 평균점수 엑셀파일에 입력된 위 9명의 임원면접 평균점수를 합격자 커트라인을 상회하는 점수로 변경하였다.

계속하여 D은 2016.12.7.경 추천 리스트에 기재되어 있으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지원자로서 은행장이 추천한 V을 ‘글로벌 인재’라는 명목으로, 지원자 W을 ‘주요 거래 대학인 X대학교 출신 지원자이고, X대학교 출신 합격자가 없다.’라는 명목으로, 지원자 Y을 ‘B 입점 대학인 Z대학교 출신’이라는 명목으로, 지원자 AA을 ‘AB대학교 출신 기존 합격자가 입행을 포기하였는데, AA이 나머지 불합격한 AB대학교 출신 지원자 중 임원면접 평균점수가 가장 높다.’라는 명목으로, J대학교 출신 지원자 AC은‘기존 J대학교 출신 합격자가 졸업불가로 입행할 수 없게 되었는데, AC이 불합격자 중 J대학교 출신 지원자’라는 명목으로 각각 최종 합격자에 포함시킬 것을 지시하였다.

E와 F은 위와 같은 지시에 따라 기존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지원자 대신 위 5명을 합격시키기로 하고, F은 그 무렵 별지 2016년 임원면접 목록 순번 10에서 14 기재와 같이 임원면접 평균점수 액셀파일에 입력된 위 5명의 임원면접 평균점수를 합격자 커트라인을 상회하는 점수로 변경하였다.

F은 위와 같이 2회에 걸쳐 지원자 14명의 임원면접 평균점수를 변경한 후 마치 지원자들의 임원면접관별 점수 평균의 고득점 순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정한 것처럼 합격자 명단을 작성하여 피고의 인사부 차장 AD에게 전달하고, AD은 그 무렵 위와 같이 전달받은 합격자 명단을 첨부하여 ‘2016년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 최종합격자 선발의건’ 품의서를 기안한 후 E, D과 HR본부장 AE, 은행장 AF에게 순차적으로 결재 받아 위 14명을 최종합격자로 선정하였다.

한편 원고는 위와 같은 임원면접 점수변경 과정에서 임원면접 점수가 4.3점에서 4점으로, 다시 4점에서 3.5점으로 2회에 걸쳐 변경되었고, 결국 전체 순위 163위로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탈락하였다(이하 위와 같이 일부 인원들의 임원면접 점수를 합격자권 점수로 높이고 원고의 같은 점수를 낮춘 피고 측 행위를 합하여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라 한다).

 

마. D, E에 대한 관련 형사판결

1) 검사는 서울서부지방법원 2018고단1160호로 D, E 등을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 및 아래 표 기재 행위(이하 ‘추천 리스트 관련 행위’)에 관한 업무방해죄 혐의로 기소하였고, 위 법원은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를 무죄로, 추천 리스트 관련 행위를 유죄(업무방해죄)로 판단하였다. <표 생략>

2) 이에 검사 등은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노1607호로 항소하였고, 위 법원은 2022.2.14.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 및 추천 리스트 관련 행위의 유무죄 판단이 변경되지는 않았다(이하 합하여 ‘관련 형사사건’).

 

바. 관련 규정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에서 4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 이하 같다)과 을 1, 2, 4에서 11,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피고는 이 사건 채용절차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를 하여 원고를 불합격시키고, 원래는 탈락되었을 사람들을 합격시켰다. 이는 신입행원 채용이라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재량권 행사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2) 원고는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가 없었으면 2017년경부터 피고 행원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 피고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원고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급받을 수 있었던 미지급 임금 상당액 159,538,831원 중 일부인 11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100,000,000원 역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채용절차는 피고의 채용의 자유 및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진행되었다. 실제 채용과정에서 인원이 변경된 것은, H대, AM학교, AN대, I대, J대, K대 출신 지원자들이 예년보다 부족하여 대학별 균형을 고려한 사정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원고와 같은 C대학교 출신 지원자 중 임원면접 점수에 따른 합격권에 있었던 4명을 3명으로 줄이게 된 결과에 불과하다. 그리고 사기업인 피고로서는 피고가 입점해 있는 대학 출신을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우대할 필요도 있었다.

 

3.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가. 법리

1) 채용절차에 있어서 응시자에 대한 인사권자의 행위가 법령이나 내부기준에 위배되거나 다소 부적절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는 결정권자의 재량이 부여되는 영역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그러한 사유만으로 해당 행위가 당연히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채용예정기관이 스스로 채용절차나 규정 등을 제정하여 이를 공고하고 그에 따라 상당하게 절차가 진행되어, 응시자가 정해진 채용절차 중 중요한 대부분의 단계를 통과하여 나머지 일부의 심사단계를 거쳐 채용을 상당한 정도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그러한 응시자는 나머지 채용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지닌다고 할 것이며(대법원 2004.6.11. 선고 2001두7053 판결 취지 참조), 인사권자의 행위가 위와 같은 기대와 신뢰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그러한 정도가 건전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라고 평가된다면, 이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민사법이 위법하다고 평가하는 불법행위의 범주에 포섭된다.

2) 그렇다면 인사권자의 행위가 응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사회상규상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므로, 결국 채용절차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피고가 지니는 인사재량권의 내재적 한계는, 건전한 사회통념상 피고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요구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다.

3) 피고는 기본적으로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기업으로서 기업 운영상 필요에 의하여 신입행원 채용의 규모, 방식, 조건 등을 결정할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은행은 일반적인 사기업과는 달리 은행법, 같은 법 시행령,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은행이 부실화 될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국가로부터 감독과 보호를 받는 금융기관이다. 피고의 인수·합병 과정, 공적자금 투입 내역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금융기관으로서 상당히 높은 정도의 공공성을 가지고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무를 부담한다. 이에 따라 피고는 신입행원 채용에 있어서도 관련 법령과 내부의 규정 등을 준수하여 사회통념상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게 절차를 진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4) 이러한 점에 비추어 인사권자의 합리적 재량이 아닌 자의에 의해 피고 소속 행원의 채용이 좌우될 경우 공공성과 신뢰성 훼손에 대한 위험이 통상의 민간 법인보다 높다고 할 것이고, 공공성을 지닌 1차 금융권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에 대하여 사회가 기대할 수 있는 신뢰의 정도와 피고 또한 인사관리규정을 두어 인사권자의 자의를 억제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 인사절차를 확립하고자 하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의 인사권자가 채용절차에서 행사할 수 있는 재량권 역시 관련 법규, 인사관리규정 및 피고가 공고한 채용계획 등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의 제한을 받는다.

 

나. 판단

을 3, 13, 15호증의 각 기재,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소속 임직원들은 이 사건 채용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현저하게 훼손하였고 그 정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정도에 이르러 위법하며, 원고는 최종 임원면접 단계에서 합격권에 넉넉히 있었던 자로서 이 사건 채용절차 진행과정에서 형성된 신뢰와 나머지 채용절차의 공정한 진행에 대한 기대가 법적 보호의 영역에 포섭된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결국 피고 소속 임직원의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1)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의 성격

피고가 주장하는 이른바 ‘사정 절차’나 추천 리스트 기재 지원자에 대하여 고려하였다는 개별적인 사유들은 피고 소속 임직원들이 사후에 관련 형사사건으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추측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 절차는 인·적성검사와 합숙면접 후의 단계에서도, 채용과정에서 우대사유로 공지된 적이 없는 사유로 각각 이루어졌는데,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와 위 각 사정 사이에 일관되거나 투명한 기준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의 절차상 문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이 사건 채용절차에 관하여 피고 인사관리규정 제20조가 원칙으로 규정한 공개경쟁 방식을 선택하였고, 이 사건 공고를 통하여 채용절차가 ‘서류전형 → 인·적성검사 → 합숙면접 → 임원면접’ 순서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➀ 채용공고나 채용계획안, 피고 내부 규정, 그 밖에 신입행원 공개채용과 관련한 피고 내부의 품의문서 어디에도 기준에 따라 평가된 점수나 등급을 사후에 출신대학교나 특정 인물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사유로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➁ 피고의 내부 계획안에 따르면 임원면접 다음의 채용절차로는 입사검진이 예정되어 있고, 피고 인사관리규정 제22조제1항 역시 면접과 신체검사 사이에 별다른 절차를 두고 있지 않은 점, ➂ 채용담당자들은 면접위원들에게 그들이 평가한 내용을 인사부 내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사후에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사전에 설명하지 아니하였고, 평가 후 점수나 순위 변경에 대하여 양해를 구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는 위 규정 제20조의 공개경쟁 채용 원칙의 취지를 상당 부분 잠탈시키는 행위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면접위원들이 관련 형사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이 부여한 점수만을 가지고 점수 순으로 지원자들의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인사부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점수를 수정하는 것이 인사부의 합리적인 사정의 범위 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진술하였으므로,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뒤에서 살펴보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는 면접위원들이 언급하는 ‘합리적인 사정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의 실체상 문제

가)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는 출신 대학교별 조정이라는 사유 외에도 추천 리스트에 있으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V을 합격시키기 위해서도 이루어졌다. 특히 위 V은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사유 없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판단된 행위에 의해 서류심사 없이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인·적성검사 합격권, 합숙면접 합격권에 포함 되지 않다가 사후적으로 포함되었으며,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를 통해서는 최종 합격권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나) 다음으로 출신 대학교별 조정이라는 사유의 경우, ① 채용담당자들은 지원자들에 대한 서류심사 단계에서 학교별로 A부터 L까지로 등급을 나누어 점수를 차등 부여하여 이미 이른바 상위권 대학 출신 지원자들을 우대하였음에도, 임원면접이 끝난 이후의 단계에서 다시 출신 대학교를 고려하여 합격 여부를 변동시킨 점, ② 피고 측은 합격 예상자 중 J대학교 출신 지원자들의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J대학교 출신 지원자 중 일부를 일괄하여 탈락시키고 그 수에 상응하는 H대학교 출신 지원자들을 일괄하여 합격하도록 하며, 원고와 같은 C대학교 출신 합격권자들의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원고를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조정하였는데, 그 과정에 학교별 인원 배분 기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J대학교 출신 지원자 대신 전체 지원자 중 차순위자를 선정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점, ③ 피고는 공식 홈페이지에 ‘임직원에 대한 인권’과 관련하여 학연에 따른 일체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사유 역시 합리적인 사정의 범위 내에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다) 원고 외에도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로 인해 당초에 합격권에 속하였다가 불합격으로 변경된 지원자가 다수 존재하고,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로 인해 임원면접 점수가 상향된 사람들의 전반적인 상향 폭이 지나치게 크다(O과 P은 2배에 육박할 정도로 임원면접 점수가 향상되었다). 이는 지원자의 면접 능력만을 평가하기 위해 이 사건 채용절차의 임원면접 단계에서 도입된 블라인드 면접 방식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4)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 전후의 정황

피고 소속 임직원들은 ‘서류전형 합격자를 확정하고 다음 전형 단계인 인·적성검사를 첨부와 같이 실시하고자 품의합니다.’와 같은 형태로 각 채용단계를 거칠 때마다 인사부 내부와 은행장에게 단계별 결과를 보고하고 그 다음 단계 전형 실시 계획을 알리는 품의와 결재 절차를 거쳤다. 위 품의문에는 확정된 해당 전형 합격자들에 대한 전형 평가 기준이 ‘총점기준 고득점 順’, ‘점수 합산 후 상위자 선발’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마치 점수 조정이나 순위 변경 행위 없이 해당 단계의 평가 점수만을 근거로 점수순서대로 합격자가 확정된 것처럼 되어 있다. 이와 같은 품의 절차는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진행되었다.

5) 기타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로 인하여 비로소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합격하게 된 지원자들은 모두 추천을 받았다는 사실 또는 출신 대학이 고려되었기 때문에 다음 단계에 응시할 수 있게 된 사람들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해당 전형의 합격자로 선정하였다면 이는 인사재량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위 지원자들은 공정한 업무 처리의 전제가 되는 ‘다음 단계에 응시할 수 있는 정당한 자격을 가진 지원자‘라고 할 수 없다.

한편, 관련 형사사건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D, E 등이 임원면접 절차가 종료된 이후에 면접점수 결과와 다르게 최종합격자를 선발한 행위를, 임원면접관들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는 지원자들에 대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 즉 인사권자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 경우 위계의 상대방이 존재하여야 하는데, 검사가 주장하는 최종 인사권자인 피고의 은행장 역시 2015.9.경부터 피고인들과 공모하여 부정채용을 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어 있는 상태이다.”는 취지일 뿐이어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임직원들이 신입행원 채용에 있어서 부여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객관성 및 공정성을 갖추지 못한 채용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채용절차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행에 대한 원고의 기대와 신뢰라는 법적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라는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의 행원 채용은 기본적으로 사법상의 고용계약으로서 누구를 행원으로 채용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피고의 자유의사 내지 판단에 달려 있는 점, ② 피고의 행원으로 고용되기 위해서는 임원면접 전형뿐만 아니라 그 이후 신체검사와 신입행원 연수 수료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 등이 공정성 및 객관성을 상실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고, 원고가 임원면접 합격권 점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당연히 고용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피고의 행원으로 채용되었을 것임을 전제로 이와 같이 채용되었을 경우 지급받았을 임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임금 상당액의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원고가 임원면접 단계에서 애당초 획득한 점수와 순위, 이 사건 점수 변경 행위의 태양과 규모 등을 고려하면, 위 행위로 인하여 합격자가 변동되고 이것이 원고가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합격자로 결정되지 못한 주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설령 피고에게 채용의 자유가 있어서 원고에 대한 사정 절차가 객관적으로 실시되었어도 고용계약이 체결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이루어진 위 임직원들의 부당한 행위는 원고가 이 사건 채용절차의 공정한 진행을 통하여 평가받을 기회와 합리적인 기대를 침해한 것이다. 원고가 이러한 침해행위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인정할 수 있고, 피고는 소속 임직원들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사용자로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2) 나아가 적정한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① 이 사건 채용절차의 전 과정을 통해 높은 점수를 취득한 원고가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절차만으로 자신의 노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기회를 박탈당함으로써 느꼈을 상실감과 좌절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 측은 채용업무를 담당하면서 추천받은 지원자이거나 특정 대학교 출신 지원자라는 이유로 사전에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점수를 변경, 조작하는 방법으로 특정 지원자에게 다음 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고 채용절차에 임한 원고 등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은행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대한 신용도 현저하게 훼손한 점, ③ 청년 실업이 만연한 현재 채용비리는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인 점, ④ 절차와 내용의 합리성을 구비한다면 사후 사정절차를 두는 것 자체가 금지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및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 이르게 된 경위, 민영화된 피고의 지위, 피고 임직원들의 불법행위의 태양 등 이 사건 변론 전체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그 액수는 5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최초의 불법행위일인 2016.12.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2.9.2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수(재판장) 한웅희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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