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14.2.7. 선고 2013나30983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3나30983 해임무효확인청구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주식회사 B
• 제1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2013.4.26. 선고 2012가합15018 판결
• 변론종결 / 2014.01.17.
• 판결선고 / 2014.02.07.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원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2.7.5.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3. 원고와 피고 사이의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방송사업, 문화서비스업 및 광고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방송사업자이고, 원고는 2005.11.경 피고에 입사하여 편성제작국 제작부(2012.5.3.경 조직개편에 의해 편성제작국 편성제작팀으로 바뀜) 소속 프로듀서로 근무하다가 2012.7.5. 피고로부터 경영합리화 조치에 의한 인력 구조조정을 이유로 해고(이하 ‘이 사건 정리해고’라 한다)되었다.
나. 이 사건 정리해고의 경위
1) 방송광고 판매시장의 변화와 피고의 경영상황
가) 구 방송법(2012.2.22. 법률 제11373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3조제5항에 의하여 지상파방송사의 방송광고판매대행권을 독점하고 있던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재정상태가 어려운 군소·종교방송을 보호함으로써 여론의 다양성과 공익성·공공성을 확보하고 광고단가 인상을 억제하여 중소기업의 광고활동을 지원하며, 수도권 지상파와 지역·종교방송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에서 지상파 3사(C, D, E)의 방송광고와 피고와 같은 중소방송사의 방송광고를 연계하여 함께 판매하는 이른바 ‘연계판매 제도’를 실시하였고, 피고 또한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하여 E의 방송광고와 연계하여 피고의 방송광고를 판매해 왔다.
나)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08.11.27. 선고 2006헌마352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와 이로부터 출자를 받은 회사가 아니면 지상파방송사업자에 대해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 방송법 제73조제5항은 직업수행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2009.12.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결정하였다. 위 헌법불합치결정이 있은 후 대체법으로 논의되던 이른바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 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의 제정이 지연되면서 입법 공백상태가 계속되자, E의 지주회사 F는 2011.11.경 민영 방송광고대행사인 ‘G’를 설립하여 2012.1. 1.부터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하지 않은 방송광고 직거래를 하려고 시도하였다. 다만 G는 독자적인 광고대행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 약 한 달 만에 직거래를 중단하였다.
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위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대체법으로 2012.2.22.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미디어렙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었는바, 미디어렙법 제20조제1항에서도 ‘지상파방송광고를 대행하는 광고판매대행자는 네트워크지역 지상파방송사업자 및 중소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를 다른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와 결합하여 판매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연계판매 제도가 유지되게 되었다.
그러나 미디어렙법은 공영 방송광고판매대행업체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한국방송광고공사가 미디업렙법이 제정되면서 전환된 것이다) 외에 민간 방송광고판매대행업체도 지상파방송사업자와 광고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하고 방송광고판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E의 광고판매를 대행할 자로 G가 결정되었으며, 종합편성방송채널사업용사업자는 사업승인일부터 3년간 연계판매가 면제되고 직접 광고판매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등 종전에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하고 있던 방송광고 판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였다. E처럼 독자적인 미디어렙을 준비해오던 D는 미디어렙법 하에서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 외에는 방송광고를 하지 못하는 제한을 받게 되자(미디어렙법 제5조제2항), 2012.3.경 위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고, 위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이 내려질 경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이탈하여 독자적인 민영 미디어렙을 설립하고 방송광고 직거래를 추진할 계획을 수립 중이다.
라) 피고는 2011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 중 방송광고수입이 50.7%(48억 800만 원), 협찬수입이 37.3%(35억 3,800만 원), 행사수입이 11.6%(11억 원), 임대료수입이 0.3%(2,900만 원)를 각 차지하는 등 매출 대부분을 E의 방송광고와 연계하여 판매하는 광고수입과 지방자치단체(경기도)의 협찬 및 행사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E가 G를 설립하여 광고의 직접 판매에 나서자, 이 사건 정리해고 무렵인 2012.6.까지 피고의 방송광고매출액이 아래와 같이 감소하였다. <아래 생략>
마) 위와 같은 제도적인 변화 외에도,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 등 광고매체의 다양화와 대중의 매체에 대한 선호 변화로 TV, 라디오 등 지상파방송의 광고비는 1996년 GDP 대비 0.38%를 점유하였던 것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여 2010년에는 GDP 대비 0.20%를 차지하였으며, 그 밖에도 최근 국내외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이 지속되면서 전체적인 광고물량이 감소하였다. 지방자치단체 또한 재정 악화로 홍보성 예산을 지속적으로 축소함에 따라 피고의 또 다른 주요한 수입원인 협찬·행사수입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2) 피고의 자구노력
가) 피고는 2012.2.14. 개최된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관사(임대보증금 2억 3,000만 원), 콘도(임대보증금 1억 2,000만 원), 골프회원권(7,500만 원), 부회장 법인 차량(벤츠 리스차량, 차량가액 9,800만 원, 리스료 월 280여만 원) 등 5억 2,300만 원 상당의 자산을 매각하고, 임원들의 2012년도 급여를 전년도 대비 30% 삭감하며, 업무추진비 등 제반 수당도 대폭 삭감하기로 결의하였다.
반면에 주주 이익 배당에 관하여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1주(1주의 금액은 10,000원)당 600원(발행주식 총수가 519,900주이므로 총액은 311,940,000원임)을 배당하기로 하였다.
나) 또한, 피고는 2012.3.27.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원의 보수 한도를 연간 10억 원에서 7억 원으로 변경하고, 주주 이익 배당에 관하여 1주당 600원을 배당하기로 의결하였다.
3) 피고의 구조조정 및 이 사건 정리해고의 시행
가) 방송광고판매의 감소로 2012.4. 기준 피고의 현금보유액은 1개월분 제작비 5억 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악화되었다. 이에 피고는 2012.4.13. 이사회를 열어 회사의 조직을 개편하여 인력을 재배치하기로 하였으며, 3개월분의 통상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되 신청자가 없을 경우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구조조정을 하는 등 경영합리화 조치를 단행하기로 의결하였다.
나) 피고는 2012.4.17. 회사 측 대표 3인 및 근로자대표 3인이 토론자로 참가한 ‘조직개편 토론 및 공청회’를 개최하여 조직개편에 관한 의견을 수렴한 후, ‘5국 1실 4부 5팀’으로 편제되어 약 40명의 직원 중 15명이 팀장급 이상의 간부로 구성된 피고의 기존 조직을 ‘3국(경영지원국, 편성제작국, 보도국), 6팀(경영전략기획팀, 사업·마케팅팀, 편성제작팀, 기술팀, 보도팀, 심의자료팀)’으로 간소화하였다. 이에 원고가 소속된 편성제작국 제작부 또한 편성제작국 편성제작팀으로 변경되었다.
다) 피고는 2012.5.2.경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가 소속된 K노동조합 L지부(이하 ‘노동조합’이라고만 한다) 측에 ‘기존 통상급여의 30% 삭감, 수익사업(협찬 등) 매출에 따른 수당 50% 삭감, 제작비 30% 삭감, 공개방송 등 평일 진행비 전액 삭감, 향후 2년간 신입사원 채용 전면 중단’ 등의 조치를 포함하는 경비삭감안을 제시하고 협의를 시도하였으나, 노동조합은 피고의 위 제안은 근로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조직개편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상을 거부하였다.
라) 한편 피고는 2012.4.9. 및 같은 해 5.10. ‘3개월분 통상임금 상당의 위로금 지급, 전직 지원, 향후 인력 충원시 우선 재고용’ 등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였고, 이에 영업부장 M, 경영관리국장 N이 희망퇴직을 신청하여 퇴사하였다.
마) 피고는 희망퇴직자가 2명에 불과하자 앞서 본 조직개편에 맞추어 인력을 감축하기 위하여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거쳐 40명의 정규직원 중 20% 내지 30%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하기로 하였다. 이후 사용자 측 O 경영지원국장, P 경영전략기획팀장, 노동조합 측 Q 노동조합장, R 노동조합 사무국장 및 이 사건 정리해고와 관련된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노무법인 S 소속 T 노무사 등이 참석하여 2012.5.11.부터 2012.5.24.까지 5차례에 걸쳐 노사협상이 이루어졌다. 위 협상에서 피고는 노동조합에 대하여 국내외의 전반적인 경제상황 악화, 민영 미디어렙의 등장으로 인한 방송광고시장의 격변 등에 대해 설명하고, 광고판매 감소에 대비하여 자산매각과 임원들에 대한 급여 삭감 등 경비절감 대책을 수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도 광고판매가 전년도에 비해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피력하였다. 이에 노동조합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동감하면서, 미리 합격자로 내정되어 있다가 형식적인 공개채용만을 거쳐 입사한 자, 회사 간부의 자녀 또는 친인척으로 계약직으로 입사하였다가 정직원으로 채용된 자, 입사지원서류에 허위사실을 기재하여 합격한 자 등 부정입사자를 우선하여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하라고 요구하였다. 피고와 노동조합은 또한 그동안 피고 내부에서 지속적인 파벌싸움이 있었고 인사권을 가진 측에서 감정적·자의적으로 인사고과를 하여 왔던 사정 등을 고려하여 기존 인사고과는 대상자 선정기준에 포함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협의를 거쳐 피고와 노동조합은 2012.5.24. 정리해고의 규모와 객관적 기준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는바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바) 피고는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에 객관성을 기한다는 이유로 자문회사인 노무법인 S에 위 협의 내용과 39명 직원 전원에 대한 인사정보를 제공하였고, 노무법인 S은 위 협의안에 따라 조직개편 후 유휴인력에 해당되는지를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하여 조직개편(조직축소·통폐합 또는 폐지된 주재기자에 해당하는 경우), 유휴인력, 효율성(인건비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지 여부), 대기발령자, 나이(1969년 이전 출생자인지 여부), 직급(차장급 이상), 해사행위로 인한 징계전력, 부적정 입사자 등을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삼았으며, 그 밖에 근로자의 경제적 능력, 부양가족, 전과 등을 참고 사항으로 고려하였다.
사) 노무법인 S은 위와 같은 심사기준에 따라 피고의 정규직원 총 39명을 심사하여 별지 기재와 같이 원고를 비롯한 20명을 정리해고 우선 대상자로 선정하였고, 이들을 상대로 면담을 실시하여 2012.5.30.경 원고를 비롯한 아래 9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아래 생략>
아) 피고는 2012.5.30. 위 대상자들에게 피고의 경영합리화 조치에 따른 인력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되었음을 알리면서,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3개월분의 통상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지급하고 이직을 최대한 지원하며 향후 회사의 경영 상황이 호전되어 공개채용을 할 경우 우선 고용하겠다는 등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명예퇴직을 신청하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위 대상자 중 W, AB, AC이 명예퇴직원을 제출하였다.
자) 피고는 2012.6.5. 원고, Y, X, Z, AA, AD 등 명예퇴직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정리해고 대상자 6명에게 해고예고 통지를 하였고, 이에 위 대상자 중 AA, AD이 추가로 명예퇴직원을 제출하였다. 피고는 2012.7.5. 위 대상자 중 그때까지 명예퇴직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원고, Y, X, Z 등 4명을 해고하였다.
차) 위 명예퇴직자 중 AB, W, AD은 단기 기간제근로자로 피고에 재입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 4 내지 14, 16 내지 28, 34, 3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정리해고의 적법성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정리해고는 아래와 같이 근로기준법상의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무효이다.
가) 피고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줄곧 3억 원 내지 5억 원에 이르는 흑자를 달성하였고, 2011년 기준으로 이익잉여금이 41억 6,000만 원이었으며, 피고의 수입원은 방송광고수익 외에도 행사수익, 임대료수입, 협찬수입, 이자수익 등이 있었으므로, 2012년 상반기에 일시적으로 광고수입이 감소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정리해고를 단행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 또한, 피고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원의 보수한도를 10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줄였다고는 하나, 임원들이 실제로 지급 받은 금액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고, 콘도 및 골프장 이용권 등의 자산 매각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피고가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충분한 자구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도 없다.
다) 해고대상자 선정기준 중 효율성 부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자의적인 판단 가능성이 높아 적정한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이 될 수 없고, 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맡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였고, 공개채용절차에서 계약직 근무경력을 인정받아 공정한 절차를 거쳐 입사한 것이므로 부적정 입사자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피고는 합리적 근거 없이 원고를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라) 피고는 노동조합에 미리 통보하거나 협의한 바 없이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였고, 노동조합은 사측의 이익을 대변할 뿐 근로자들의 대표로서 기능하지 못하였으므로, 근로자대표와의 협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2)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정리해고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상의 정리해고 요건을 모두 갖추었고, 원고는 부적정 입사자에 해당하므로, 원고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해고이다.
가) 피고는 2012년 상반기를 전후하여 민영 미디어렙 출현 등 방송업계 경영상황의 변화 및 방송광고판매실적의 급격한 저하 등 경영상의 위기에 봉착하였고, 급속도로 변화하는 지역 중소라디오방송사업의 한계나 광고시장 수지 악화 등 곧 닥치게 될 경영상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인력구조조정이나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나) 피고는 이 사건 정리해고에 앞서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2012.2.14. 개최된 이사회에서 임원의 급여 삭감과 자산 매각을 의결하였고, 2012.3.27.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임원의 보수 한도를 삭감하기로 의결하였고, 실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였다.
다) 피고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무법인 S에 조직진단을 의뢰하여, 위 조직진단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을 마련하였다.
라) 또한, 피고는 노동조합과의 5차례의 협의과정을 거쳐 2012.5.24. 정리해고의 규모 및 대상자선정기준에 합의하였다.
나. 판단
1) 정리해고의 요건
근로기준법 제24조제1항 내지 제3항에 의하여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한편 위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하여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위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1.26. 선고 2003다69393 판결 참조).
2)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
가) 정리해고의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되지만, 그러한 인원삭감은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7.9. 선고 2001다29542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펴본다. 피고가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심각한 부도 위기를 겪지는 않았으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로서는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목적으로 급속도로 변화하는 방송광고업계의 상황에 맞추어 조직을 개편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인원을 감축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다만 이 사건 정리해고를 실제로 시행하기 직전인 2012.5. 및 6.에는 새로운 제도로 옮겨가는 과도기에 발생하였던 전년도 대비 당월 방송광고매출액의 급격한 감소가 멈추고 오히려 소폭이나마 증가하였는데, 이는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어 감에 따른 것으로 보이므로, 인원감축의 필요성이 아주 컸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정리해고는 일응 기업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서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① 국내외 경기침체로 피고의 주된 수입원인 광고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었고, 케이블TV, 종합편성방송사업의 개시, 인터넷의 확산 등으로 말미암아 피고의 최대 수입원인 라디오 방송광고 매출이 향후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이 명백하게 예상되었다.
② 2012.6. 미디어렙법이 시행되면서 민간 방송광고판매대행업체도 방송광고판매를 대행할 수 있게 되는 등 방송광고 판매 시장에 경쟁이 도입되어 구 방송법에 따른 연계판매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던 피고로서는 이러한 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여야만 했다.
③ 2012.1. E가 방송광고 직거래를 실시함으로써 실제로 2012년 상반기 피고의 광고매출이 급감하였다.
④ 이에 피고와 노동조합 모두 피고의 조직개편 및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하였다.
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억 원 내지 5억 원에 이르는 흑자를 달성하였고, 2011년 기준 이익잉여금이 41억 6,000만 원에 이르며, 방송광고수익 외에도 행사수익, 임대료수입, 협찬수입, 이자수익 등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정리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대하여 살펴본다. 원고의 위 주장사실 자체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을 제22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피고는 한 달 평균 프로그램 제작비로 약 5억 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는 사실, ② 피고가 수원시와 체결한 사옥 일부에 대한 임대차계약이 2013.12.31. 만료되어 피고는 2013년 말경 수원시에 임대차보증금 23억 원을 반환하여야 하는 사실, ③ 2013년 디지털방송이 전면 실시됨에 따라 장비구입비 약 10억 원 상당이 소요되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 이에 비추어 보면, 2011년 기준 5억 원의 흑자는 피고의 한 달 평균 제작비 정도에 불과하고, 만약 2012년 1/4분기의 피고의 매출현황과 같이 광고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면 2011년 기준 이익잉여금 41억 6,000만 원은 앞으로 2년 내지 3년 내에 모두 소진되고 자본잠식상태에 이를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은 위와 같은 판단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3)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는지 여부
가) 정리해고의 요건 중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은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과 희망퇴직의 활용 및 전근 등 사용자가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고(대법원 1992.12.22. 선고 92다14779 판결, 대법원 1999.4.27. 선고 99두202 판결 등 참조), 그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의 정도,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진다(대법원 2004.1.15. 선고 2003두11339 판결 참조).
한편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징계해고와 달리, 정리해고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 또는 경영부진 등에 의하여 사용자로서도 어쩔 수 없이 해고를 할 필요성이 있고, 기업 자체의 생존이 보장되어야만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보장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에게는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근로자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할 수 있는 해고를 허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가(주주)나 경영진이 먼저 고통분담을 충분히 하였을 때에 비로소 근로자에 대하여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정리해고가 정당화될 수 있고,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24조제2항의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에는 이러한 자본가나 경영진의 고통분담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펴본다. 피고가 임원 급여 및 업무추진비를 대폭 삭감하고, 고정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의한 사실과 노동조합과 수차례의 협의를 거쳐 이 사건 정리해고 시행 및 대상자 선정 기준 등에 대하여 합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다툼없는 사실, 을 제5, 6, 40 내지 4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각 사실도 인정된다.
(1) 피고는 2012.6.7. AE컨트리클럽 골프회원권을 75,000,000원에 매각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정리해고 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한 지 10개월이 경과한 2013.2.28.에야 비로소 전임 대표이사가 관사로 사용하던 용인시 기흥구 AF아파트 AG호의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았고, 같은 해 5.16.에야 비로소 AH 콘도회원권을 45,000,000원에 매각하였고, 피고가 임원 차량으로 매월 2,878,600원의 리스료를 주고 리스하여 사용하는 벤츠 차량은 당심 변론종결일까지도 처분하지 않았으며 리스계약기간이 끝나는 2014.8.까지 계속하여 사용할 예정이다. 피고는 위 고정자산 매각의 자구조치를 곧바로 시행하려고 하였으나 경제사정의 악화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그 시행이 지연되었다고 주장하나, 을 제40 내지 43, 46, 4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피고는 부회장인 H에게 2010년에 월평균 10,450,000원(2010년 지급총액 115,000,000원 ÷ 12)을 지급하였고, 2011.1.부터 2011.5.까지는 월평균 10,800,000원을 지급하였으며, 2011.6.부터 2011.12.까지는 대폭 인상된 금액인 매월 19,000,000원을 지급하였다(2011년 지급 총액 187,000,000원). 그리고 2012.1.에는 11,900,000원을, 2012.2.부터 2012.12.까지는 이사회 결의 대로 매월 12,500,000원을 각 지급하였다(2012년 지급 총액 149,400,000원). 한편 피고는 I 사내이사(사장)의 전임자인 J에게 2011.5.26.부터 2012.1.17.까지 급여로 합계 92,423,330원(매월 약 11,900,000원)을 지급하였고, I에게는 2012.2.8.부터 2012.12.31.까지 급여 및 상여로 합계 126,238,760원(매월 약 11,700,000원)을 지급하였다.
(3) 피고는 2002.2.14.자 이사회에서 주주에 대한 이익 배당은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1주당 600원(총액 311,940,000원)을 배당하기로 의결하였고, 이에 따라 2012.3.27.자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1주당 600원을 배당하기로 의결하였다.
(4) 피고는 이 사건 정리해고 직전인 2011년도에 9,475,899,464원의 매출을 하여 518,748,152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었고, 이 사건 정리해고를 한 2012년도에는 9,115,367,510원의 매출을 하여 619,477,464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었다.
(5) 노동조합은 해고회피방안의 하나로 임원진들의 자구노력(급여 및 업무추진비 등의 대폭 삭감, 골프회원권, 콘도, 법인 차량 등 자산 매각)을 인정하고, 피고와 사이에 회사의 회생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합의하였다.
다) 위 인정사실 및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정리해고에 이르는 과정에서 자본가(주주)나 경영진은 실질적으로 고통분담을 거의 하지 않았고, 근로자들에게 거의 대부분의 고통을 부담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1) 피고는 이 사건 정리해고가 시행되기 전인 2011년에도 518,748,152원의 당기순이익을 얻은 등 이 사건 정리해고를 할 당시에 심각한 부도 위기를 겪지는 않았다. 다만 피고는 최대 수입원인 방송 광고 매출이 앞으로 지속해서 감소될 것이 예상되고, 방송광고 판매시장 환경 변화에 대처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등 장래의 예상되는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이 사건 정리해고를 추진하였다.
(2) 위와 같이 장래에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경영상의 위기에 대처할 목적으로 정리해고를 시행할 경우에는 심각한 부도 위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시행할 경우에 비하여 더욱더 높은 정도의 자구조치(불요불급한 고정자산의 매각, 업무추진비의 대폭 감소,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의 중지 내지 감소 등)를 취한 경우에만 정리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3) 그런데 피고는 전년도에 비하여 주주의 이익 배당액을 전혀 줄이지 않았고, 골프 회원권 매각을 제외한 콘도 회원권 매각, 법인 차량 매각 등의 불요불급한 고정자산의 매각에 관하여는 이사회에서 결의만 하였을 뿐 실제로 이를 시행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다가(이사회 결의 당시에 이를 시행하려는 진지한 의사가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이 사건 정리해고 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한 후 10개월 내지 1년 1개월이 지난 후에 비로소 콘도 회원권 및 관사를 매각하였고, 부회장 H가 이용하는 법인 차량은 당심 변론 종결일까지도 매각하지 않았다.
(4) 더군다나 피고는 해고회피방안으로 임원 급여를 대폭 삭감하기로 하였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피고가 부회장 H의 보수를 이 사건 정리해고 직전 해인 2011.6.경에 종전의 월 10,800,000원에서 월 19,000,000원으로 대폭 인상하였다가, 이사회 결의로 2012.2.경에 12,500,000원(대폭 인상 전의 금액보다는 많은 금액이다)으로 삭감한 것이고, 사장 I의 보수(급여와 상여를 합한 금액)는 전임자인 J의 보수와 거의 차이가 없으므로, 실제로 임원 보수를 삭감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5) 노동조합은 해고회피방안으로 임원진들의 자구노력(급여 및 업무추진비 등의 대폭 삭감, 골프회원권, 콘도, 법인 차량 등 자산 매각)을 인정하고,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정리해고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이 주주의 이익 배당액이 감소된 바가 전혀 없고 실제로 피고가 대부분의 고정자산매각이나 임원 보수의 실질적 삭감 등을 시행하였다고는 보이지 않으므로, 노동조합이 그 조합원인 근로자의 이익을 위하여 성실하게 협의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6) 피고가 이 사건 정리해고에 앞서 주주 이익 배당의 중지 내지 감소, 고정자산의 매각, 업무추진비의 삭감, 임원 보수의 실질적 삭감과 같은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다면, 정리해고의 필요성이나 정리해고 규모가 달라질 여지가 있었다.
4) 소결론
피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감축이 필요한 경우이고 그 필요성이 아주 크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및 피고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리해고가 나머지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정리해고의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그런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따라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한다.
판사 정종관(재판장) 김복형 김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