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보조참가인(1960년 7월생. ‘참가인’)은 원고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이 사건 요양시설에서 기간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였음. 2020.1.1. 계약기간을 ‘2020.1.1.부터 2020.7.31.까지’로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2020.1.1. 자 근로계약서에는 ‘계약의 갱신 또는 연장,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기재가 있음. 한편 원고의 취업규칙과 이 사건 요양시설 운영규정은 직원의 정년을 만 60세로 하고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말일에 퇴직한다고 정하면서, 원고가 업무의 필요에 의하여 정년퇴직자를 계약직(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음. 참가인은 원고로부터 ‘2020.7.31. 정년으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자, 이에 대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음. 중앙노동위원회가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취지의 재심판정을 하자, 원고는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
원심은, 이 사건 요양시설에서 정년 도래 근로자에 대한 촉탁직 체결 비율이 결코 낮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로서는 만 60세 이상의 촉탁직 근로자를 채용할 업무상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된다는 등의 사정을 종합할 때 참가인에게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원고가 참가인과의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을 거절한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음.
대법원은, 원고의 취업규칙과 이 사건 요양시설 운영규정은 촉탁직 근로자 재고용 여부에 관하여 원고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있으며 일정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재고용이 보장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참가인과 원고의 각 근로계약서도 원고에게 촉탁직 재고용 의무를 부여하는 취지로 보이지 않는 점,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요양시설에서 정년 무렵까지 근무한 근로자 5명 중 참가인을 제외하고도 2명이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지 않았으며 특히 참가인과 마찬가지로 정년 도달을 이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된 1명은 촉탁직으로 재고용되지 못한 사유가 무엇인지 기록상 불분명한 점, 원고의 정년 규정이 참가인과 같은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할 때, 참가인이 정년 이전에 기간제 근로자였다 하더라도 참가인에게 정년 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3.11.2. 선고 2023두41727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3두41727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상고인 / 사회복지법인 ○○
• 피고, 피상고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피고보조참가인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3.4.13. 선고 2022누50108 판결
• 판결선고 / 2023.11.02.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로자의 정년을 정한 근로계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대법원 2023.6.1. 선고 2018다275925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정년퇴직하게 된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3.6.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간제 근로자가 정년을 이유로 퇴직하게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 또는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보조참가인(1960년 7월생, 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노인의료복지시설인 이 사건 요양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원고와 계약기간을 ‘2018.3.15.부터 2018.12.31.까지’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8.3.15.부터 이 사건 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였다.
나. 이후 참가인과 원고는 2019.1.1. 계약기간을 ‘2019.1.1.부터 정년 시까지’로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가, 2020.1.1. 다시 계약기간을 ‘2020.1.1.부터 2020.7.31.까지’로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2020.1.1. 자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의 만료로 본 계약은 당연 종료된다. 단, 본 계약의 만료 전까지 계약의 갱신 또는 연장, 재계약을 할 수 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다. 원고의 취업규칙과 이 사건 요양시설 운영규정은 직원의 정년을 만 60세로 하고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말일에 퇴직한다고 정하면서, 원고가 업무의 필요에 의하여 정년퇴직자를 계약직(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원고에게 정년 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의 규정은 없고, 촉탁직 재고용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이나 절차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라. 원심이 인정한 바에 따르면 참가인을 포함하여 정년 이전에 이 사건 요양시설에 입사한 근로자는 5명인데, 그중 1명은 정년 도달을 앞두고 퇴사하였고, 2명은 정년 도달 후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참가인을 포함한 2명은 정년 도달을 이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
마. 원고는 2020.6.19. 참가인에게 ‘2020.7.31. 정년으로 계약이 종료된다’는 취지로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라 한다).
바.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취지의 재심판정을 하자, 원고는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원고의 취업규칙과 이 사건 요양시설 운영규정은 정년 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원고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있으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재고용이 보장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 참가인과 원고 사이에 작성된 각 근로계약서도, 참가인의 정년 퇴직일인 2020.7.31.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거듭 정하고 있을 뿐 원고에게 참가인을 정년 후에도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의무를 부여하는 취지로는 보이지 않는다.
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요양시설에서 정년 무렵까지 근무한 근로자 5명 중 참가인을 제외하고도 2명이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지 않았다. 특히 참가인과 마찬가지로 정년 도달을 이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된 1명의 경우, 촉탁직으로의 재고용을 원하였는데도 재고용되지 못한 것인지, 그러하다면 재고용 거절 사유가 무엇이었는지는 기록상 분명하지 않다.
다.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서에서 정년까지를 근로계약기간의 종기로 정한 점, 참가인 외에도 정년퇴직 처리된 근로자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정년 규정이 형식에 불과하였다거나 참가인과 같은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거나 원고의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참가인에게 정년 도달 후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 참가인이 정년퇴직 이전에도 기간제 근로자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와 달리 볼 수 없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참가인에게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민유숙 천대엽 권영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