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00.8.22. 선고 99구27282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99구27282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별지 기재와 같음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한국마사회
• 변론종결 / 2000.06.20.
• 판결선고 / 2000.08.22.
<주 문>
1. 피고가 1999.7.29 원고들과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99부해162호 부당해고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의 부담으로 하고, 그 나머지 부분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다만, 소장 기재 청구취지 중 재심판정일자 ‘1999.8.28’은 ‘1999.7.29’의 오기로 보인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법인’이라 한다)은 경마사업 및 축산발전기금 출연사업 등을 설립목적으로 한국마사회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법인이고, 원고들(원고 이○호, 이○추, 정○석은 1급 직원이고, 나머지 원고들은 2급 직원이다)은 참가인 법인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1998.11월경 해고된 근로자들이다.
나. 참가인 법인이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1998.11월경 원고들을 해고하자, 원고들은 위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원고들은 1999.3.5경 위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내용의 결정을 받게 되자,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1999.7.29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인정사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4호증의 1, 2, 3, 갑 제6호증의 1 내지 11, 갑 제9, 11호증, 갑 제12호증의 1 내지 5, 갑 제13, 14, 15호증의 각 1, 2, 갑 제16, 17호증의 각 1 내지 7, 갑 제18,20, 21, 38호증, 갑 제40호증의 1, 을 제2호증의 5 내지 12의 각 기재, 증인 유근창의 증언, 변론의 전취지
(1) 이 사건 해고의 배경
(가) 참가인 법인은 한국마사회법 제3조에 의해 독점적인 경마시행권을 부여받은 비영리 특수법인으로서, 위 법 제3, 4, 40, 41조의 규정에 따라 경마의 개최, 경마장의 설치 등 그 운영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자금운용이나 재산처분 등의 회계에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서도 문화관광부 장관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다.
(나) 참가인 법인은 1998년에 접어들어 전반적인 국내경기 불황으로 인해 매출액이 감소하고(참가인 법인의 마권 매출액은 1996년에는 약 2조7,169억원이었고, 1997년에는 약 3조1,110억원이었는데, 1998년 들어 약 2조7,721억원으로 감소하였다), 정부가 공공기업 경영혁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경영여건이 변화하게 되자,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1998.5.21 비정규직에 대한 인력감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영혁신을 위한 조직개편 추진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다) 그런데, 문화관광부는 1998.8.21 정부 출연기관 50개, 위탁기관 68개, 보조연구기관 15개 등 133개의 기관에 대하여 ‘정부 출연·위탁기관 경영혁신 추진계획’을 통보하면서, 참가인 법인에 대하여도 아래와 같은 내용의 경영혁신 방안을 지시한 다음, 위 경영혁신 방안에 따른 추진실적의 제출을 요구하거나, 경영혁신 방안에 따른 추진실적의 실태조사를 거쳐 시정지시를 하는 등 사후적인 관리·감독을 하였다.
① 환급률 및 매출관련 세제 등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이익률을 2000년까지 현행 4.7%에서 6% 이상으로 제고할 것
② 정규직 10%(89명), 계약직 70%(170명) 등 총 23%의 인력을 감축하되, 정규직은 1999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할 것
③ 인력감축 이외에 구조조정 차원에서 인건비(경마상금 포함)를 포함한 경상비를 삭감하되, 1998년은 경상비의 10%를 삭감하고, 1999년은 인건비20%, 기타 경상경비 25%를 삭감할 것
④ 축산발전기금의 지원 등을 현행 50% 이내에서 80%까지로 확대할 것
(2) 이 사건 해고의 경위
(가) 참가인 법인은 1998.8.31 제1차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참가인 회사의 노동조합(참가인 회사의 노동조합은 3급 이하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2급 이상의 직원들은 노동조합규약 제9조, 단체협약 제8조에 따라 조합원이 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과 고용조정에 관한 협의를 시작한 이래, 그때부터 1998.9.30까지 사이에 각 3회에 걸친 노사협의회 혹은 노사실무협의회를 통해 노동조합과 고용조정에 관해 협의하였다. 그런데, 당시까지 노사간에 중점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고용조정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였으며, 1, 2급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기준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었다{이에 대하여 참가인 법인은 “1998.8.20 이후 노사간에 공식, 비공식 협의를 거쳐 의견 조율이 있는 상태에서 1998.9.21 아래 2의 가.(2)(나)항과 같은 고용조정기준안을 노동조합측에 제시하였는데, 노동조합장으로부터 1, 2급은 비조합원이므로 회사측 안에 따르겠다는 동의를 얻게 되었으며, 이후 노동조합측에서 노사분규 야기자 등 3개항을 고용조정기준에 추가할 것을 요구하여 참가인 법인이 이를 수용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한다(결국 참가인 법인의 주장은 “최소한 비공식적인 형태로라도 노동조합장과 고용조정 기준에 대해 ‘협의’를 거쳤으며, 그러한 결과 노동조합장과 ‘합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위 주장에 부합하는 갑 제19호증, 을 제25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신○수의 증언은 ① 1998.9.23 오후에 개최된 제3차 노사실무협의회에서 노조측이 사용자측으로부터 통보받은 아래 2의 가.(2)(나)항의 고용조정기준은 객관성, 공정성이 결여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직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였던 점, ② 위와 같이 고용조정기준에 대한 공식적인 협의가 1998.9.23 제3차 노사실무협의회에서 거론된 이후 1998.9.30까지 사이에 해고대상자 선정기준과 관련한 공식적인 협의는 전혀 없었던 점, ③ 참가인 법인의 노동조합원들이 1998.9.24 및 9.27 “참가인 법인의 고용조정이 사용자측에 의해 일방적, 강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항의하는 취지로 철야농성을 하였던 점, ④ 노동조합장을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2급 직원들에 대한 고용조정대상자 선정통보가 있은 다음 날인 1998.10.1 “비조합원에 대한 인원정리를 조직의 공감대나 합의기준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여 인사발령하는 조치를 취하였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배포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
(나) 참가인 법인은 1998.9.21 노동조합장에게 “이권개입 및 금품수수 직원, 업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직원, 무사안일·복지부동 직원, 회사발전 저해·위화감 조성 직원,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 사생활 문란 직원, 회사 내 연고근무 직원(부부, 부모 자녀) 등”이라는 고용조정기준을 통보하는 한편, 당일 1급 직원들 중 12명을 고용조정대상자로 선정하여,1998.9.22 그들에게 고용조정대상자로 선정되었음을 통보하였다. 이후 참가인 법인은 1998.9.28 임원회의를 거쳐 2급 직원 66명 중 16명을 감축대상으로 선정하여 고등인사위원회의 적부 심의에 회부한 다음, 1998.9.30 개최된 제13차 고등인사위원회에서 위 16명 전원이 감축대상으로 결정되자, 당일 그들에게 고용조정대상자로 선정되었음을 통보하였다.
(다) 한편, 참가인 법인은 1, 2급 직원들 중 일부를 고용조정대상자로 선정하기 이전인 1998.9.19부터 명예퇴직 혹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하여 1998.10.31까지 5차례에 걸쳐 명예퇴직 혹은 희망퇴직을 실시하였는데, 위와 같은 절차를 통해 고용조정대상자로 통보받은 1급 직원 12명 중 9명이, 2급 직원 16명 중 5명이 명예퇴직 혹은 희망퇴직을 하게 되자, 나머지 1, 2급 직원들인 원고들을 대기발령 절차(1급: 1998.10.1, 2급: 1998.10.2)를 거쳐 직권면직(1급: 1998.11.9, 2급: 1998.11.2)의 형태로 해고하였다. 그런데, 참가인 법인은 위와 같이 명예퇴직 혹은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문화관광부가 1998.7.25 시달한 ‘공공기관 명예퇴직제도 개선방안’에 따른 보상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단체협약 제70조에 정해져 있는 보상기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라) 한편, 참가인 법인은 1998.9.23 임시이사회를 개최하여 ‘정규직 직원(청원경찰 제외’)의 정원을 817명에서 744명으로 감축하되 초과 현원은 1999.12월 말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직제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1998.9.28 문화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다음, 1998.9.30부터 이를 시행하였다. 그런데 참가인 법인이 1급 직원 12명, 2급 직원 16명을 고용조정대상자로 선정한 다음 그들 모두를 명예퇴직,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의 방법으로 감원하게 되자, 개정된 직제규정상의 정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 2급의 직급에서 상당수의 결원이 발생하게 되었다.
(3) 이 사건 해고 이후의 정황
(가) 참가인 법인은 원고들에 대한 정리해고 절차를 진행시킴과 동시에 3급 이하 직원들에 대한 고용조정과 관련하여 노사협의회 또는 노사실무협의회의 형태로 노동조합과 계속 협의하였는데, 그 결과 1998.11.16에 이르러 고용조정 기준을 ‘① 생계유지 가능 정도, ② 불법·부정경마와 관련된자, ③ 당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자격증 미소지자, ④ 장기근속자·고령자, ⑤ 특별채용자 중 3급 이상인 자 또는 최근 특채자, ⑥ 직원 준수의무(품위유지의무)위반자, ⑦ 93.2.25 이후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 ⑧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한 직원, ⑨ 단체협약 및 노사협의회 합의내용을 불이행하여 노사분규를 야기한 자’로 정하기로 하는 등 노사간에 최종적인 합의를 이루게 되었다.
(나) 참가인 법인은 이 사건 해고로 인하여 1, 2급의 직급에서 결원이 발생하게 되자 1999.1.1 승진인사를 단행하여 소속 직원 중 6명을 1급으로, 16명을 2급으로 각 승진시켰다.
나. 판 단
(1) 판단의 전제
기업이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는 이른바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하려면, 근로기준법 제31조에 따라 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여부, ② 사용자가 해고회피를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였는지 여부,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였는지 여부, ④ 그 밖에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에게 정리해고기준 등을 통보하고 성실한 협의를 거쳤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해 해고가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지닌 것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2) 정리해고의 요건에 대한 구체적 판단
(가) 정리해고의 한 요건인 인원삭감을 하여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란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① 참가인 법인은 한국마사회법에 의해 설립되어 그 운영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비영리 특수법인이라는 점, ② 정부가 1998년에 접어들어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라는 대전제 아래 정부투자기관 등에 대해 ‘경영혁신 추진계획’을 통보하는 등 행정지도를 단행하면서, 참가인 법인에 대하여도 인원 삭감, 경비 절감 등의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률 제고를 독려하였던 점, ③ 경마사업의 특성상 고객환급금 및 제반 공과금으로 구성된 매출원가가 고정된 상태에서 참가인 법인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사업이익률을 제고하기 위하여는 매출액을 현격하게 신장시키거나 인건비를 포함한 경비를 줄이는 방법밖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참가인 법인의 매출액 변화 추이에 비추어 전자의 방법은 기대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 법인이 위와 같은 상황 아래에서 경비 절감을 위한 한가지 방안으로 정리해고를 선택한 것에 대해 그 객관적 합리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인원을 삭감하여야 할 것이고, 필요한 범위를 넘어 인원을 삭감하는 것은 인원삭감의 객관적 합리성을 훼손시키는 것이거나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하지 못한 것이 된다).
(나) 그런데 ① 참가인 법인이 직제규정 개정으로 인해 조정된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을 삭감하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을 삭감한 다음, 이 사건 해고일로부터 불과 2개월도 지나지 않은 때에 결원 발생을 이유로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결국 이러한 사정은 참가인 법인이 이 사건 정리해고를 하는 기회에 인사적체를 해소하려던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며, 이는 1998.9.23 개최된 제3차 노사협의회에서 사용자측이 “상위직을 감축 정원보다 초과정리한 후 젊고 유능한 사람을 발탁하여 조직을 쇄신할 예정”이라고 밝힌 사실(갑 제16호증의 3)에 의하여서도 뒷받침된다}, ② 참가인 법인이 1, 2급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이외의 아무런 조치도 강구하지 않았던 점, ③ 참가인 법인이 실시한 명예퇴직조차 단체협약의 규정을 위반하여 명예퇴직금의 액수를 감액지급하는 것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 법인이 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참가인 법인은 “참가인 법인의 특성상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이외의 다른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고, 명예퇴직금을 감액하여 지급한 것도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 법인이 무급 휴직이나 임금삭감 등의 방법을 통해 경비절감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내부적인 사정은 엿보이지 않으며, 단지 정부의 방침이라는 외부적인 사정에 따라 인원 삭감 이외의 다른 방안을 선택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사정이 그러하다 하더라도 정리해고의 근본적인 목적이 인원 삭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개선에 있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참가인 법인으로서는 응당 인원 삭감 이외의 다른 방법을 통해 경비 절감이 가능한 것인지를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정부와 협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있었다 할 것이고, 명예퇴직금을 감액지급하라는 정부의 지침이 있었다 하더라도, 단체협약을 개정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부의 지침이 있었다 하더라도, 단체협약을 개정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부의 방침을 수용할 수 없을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도 보이지 않으므로,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내용의 명예퇴직제도 시행에 대해 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사유만으로 그 당위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다) 한편, ① 참가인이 1, 2급 직원들에 대해 적용한 정리해고기준 중 ‘무사안일·복지부동 직원이나 회사발전 저해·직원간 위화감 조성 직원’ 등은 그 자체로 불명확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러한 기준에 의거하여 해고대상자를 선정하는 것 자체가 부당할 뿐만 아니라, ② 사용자가 정리해고의 기준으로 수개의 항목을 설정하였다면, 항목간의 우선 순위를 정하거나 항목별 배점기준 등을 설정하여 해고대상자의 선정이 객관적·구체적·합리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인데, 참가인 법인은 아무런 우선 순위나 배점 기준조차 설정하지 않은 채 해고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및 ③ 해고기준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1, 2급 전직원을 대상으로 비교평가한 다음 그러한 결과를 토대로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할 것인데, 참가인 법인이 “노동조합과 합의한 고용조정기준에 따라 원고들의 개인별 귀책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임원회의와 고등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였다”라고만 주장할 뿐, 원고들과 해고되지 않은 나머지 직원들을 어떻게 비교평가 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충분하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지 않은 점(결국 참가인 법인은 위와 같은 해고기준을 내세워 임의적으로-객관성·구체성·합리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종합적 평가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임의적 평가와 다를 바가 없다-해고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 법인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기준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정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라) 또, 사용자가 근로자들 중의 일부 직급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하려면, 대상이 되는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원이라거나 노동조합원은 아니지만 그들의 의사에 따라 노동조합에 사용자와의 협상을 위임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상이 되는 근로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자와 정리해고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여야 할 것이고, 대표성을 지니지 못한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만약 이와 달리 해석한다면, 일부 계층의 근로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의사와 이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자에게 운명을 맡기는 것을 감수하도록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애당초 노동조합의 가입대상도 아닌데다가 노동조합과 갈등관계를 빚기 쉬운 중·상급 관리직 근로자들이 정리해고의 대상이 된 경우, 이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노동조합과 협의하도록 방치한다면, 이들을 정리해고 제한에 관한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死角地帶)에 놓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① 참가인 법인은 비조합원인 1, 2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정리해고를 진행하면서 그들을 대표할 수 없는 노동조합을 협의의 상대방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② 그마저도 노동조합과 사이에 1, 2급 직원들의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이나 그들에 대한 해고회피방안 등에 대하여는 별다른 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채, 노동조합장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을 통보한 직후 1, 2급 직원들 중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 법인이 근로자들과 성실한 협의를 거쳐 이 사건 해고를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다. 소결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참가인 법인이 원고들을 해고한 것이 정리해고로서의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지닌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결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이재홍(재판장), 마용주, 김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