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11.9. 선고 2018다288662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18다288662 정직처분 무효확인 등

• 원고, 상고인 / A

• 피고, 피상고인 / B 유한회사의 소송수계인 B 유한책임회사

• 원심판결 / 대전고등법원 2018.10.31. 선고 2018나12405 판결

• 판결선고 / 2023.11.09.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제출기간이 지난 서면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관한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12.31. 제정 당시 사업주의 작업중지의무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으나. 1995.1.5. 법률 제4916호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제2항에서 “근로자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직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직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이 신설되었고, 1996.12.31. 법률 제5248호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제3항에서 “사업주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 기타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산업재해 즉,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사망,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와 같은 사유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구 산업안전보건법(1996.12.31. 법률 제5248호로 개정되고 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제1항, 제26조제2, 3항, 한편 2019.1.15.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제52조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실관계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2016.7.26. 07:56 무렵과 09:30 무렵 두 차례에 걸쳐 세종시 C산업단지(이하 ‘이 사건 산업단지’라 한다) 내 주식회사 D 공장(이하 ‘D 공장’이라 한다)에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 약 300ℓ가 누출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누출사고’라 한다, 이하 달리 날짜의 표시가 없으면 같은 날 발생한 시각을 말한다)가 발생하였다.

나. 티오비스는 ‘특정 표적장기 독성 – 반복 노출: 구분2’로 분류된 기존 화학물질로서 반복적으로 노출이 되면 사람의 특정 표적장기 또는 전신에 유해 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티오비스는 저온에 보관되어야 하고 상온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분해되면서 황화수소를 발생시킨다. 황화수소는 독성이 강한 기체로서 낮은 농도의 황화수소를 흡입하는 경우 눈, 코 또는 목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고, 천식환자에게는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짧은 시간이라도 높은 농도의 황화수소를 흡입하는 경우에는 후각이 마비될 수 있다. 또한 황화수소에 피부가 노출되면 수분이 있는 부위에 심한 통증과 수축 및 홍반이 나타날 수 있다.

다. 07:56 무렵 D 공장 창고에서 연기가 발생하여 최초 신고가 접수되었고 08:06 무렵 세종시 소방본부 선착대가 도착하였다. 08:16 무렵 조치원소방서 현장대응단이 현장에 도착하여 누출된 화학물질에 대하여 조사하였고, 08:25 무렵 세종부대 505여단 7대대 5분대기조, 정보분석조, 32사단 화생방재단 등이 도착하였다. 소방본부는 그 무렵 D 공장 맞은편에 재난지휘통제소를 설치하였다.

라. 소방본부는 관계자로부터 ‘티오비스가 공기 중에서 반응을 하게 되면 황화수소로 변질되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말을 듣고 대피방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08:30 무렵 소방본부 현장지휘차량의 방송시설을 이용하여 ‘사고지점으로부터 반경 50m 거리까지 대피를 하라’는 취지의 대피방송을 하였다.

마. 화학물질연구원은 08:49 무렵 소방본부에 누출된 화학물질이 티오비스라고 통보하였고 08:56 무렵 화생장비(1톤 트럭)를 투입하였다.

바. 이 사건 산업단지 내에는 여러 공장이 밀집되어 있는데, D 공장과 접해 있는 주식회사 E 공장을 비롯하여 같은 블록 안에 주식회사 F, 주식회사 G이 있고, 소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 방향에 유한회사 H, 주식회사 I, 주식회사 J이 있으며, 위 소로와 교차하는 다른 소로를 사이에 두고 동쪽 방향에 피고 회사가 위치하고 있다. 위 각 소로가 교차하는 사거리의 대각선 방향에는 K 주식회사가 있고, 그보다 멀리 떨어진 위치에 주식회사 L이 있다(이하 회사 명칭에서는 ‘주식회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상호 부분만을 기재한다). 소방본부는 소로를 기준으로 통제선을 설치하였고, 위 통제선 안쪽에 있는 공장은 E, F, H, I, G, J이다.

사. 09:20 무렵 이 사건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500m~1km 거리에 있는 M·N·O 마을의 이장들을 통하여 마을 주민들에게 창문을 폐쇄하고 외부 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대피방송이 이루어졌고, 이 사건 산업단지 관리사무소장은 이 사건 통제선 내에 있는 공장의 근로자들에 대해 대피를 유도하였다.

아. 07:56 무렵 발생한 1차 누출사고에 대해서는 08:42 무렵 차단조치가 완료되었으나, 09:30 무렵 2차 누출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대해서는 10:00 무렵 차단조치가 완료되었다. 13:01 무렵 티오비스가 들어 있던 드럼통 8대에 대한 안정화조치가 완료되었고, 18:35 무렵 현장상황이 종료되어 출동했던 소방관들이 모두 철수하였다. 이 사건 누출사고의 수습을 위하여 소방관 70명, 중앙구조본부 대원 11명, 군인(화생방재단 등) 15명, 경찰 43명, 시청직원 10명, 기타 10명의 인원이 투입되었고 화생장비, 구급장비 등 24대의 장비가 동원되었다.

자. 소방본부는 화학물질안전원에 이 사건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200m 거리까지 황화수소의 검출을 의뢰하였고, 09:30 무렵을 기준으로 반경 5m 지점에서는 7ppm이 검출되나 반경 10m 이상의 지점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다. 10:00 무렵 다시 검출을 의뢰한 결과 반경 5~10m 지점에서 5~8ppm 정도가 검출된다는 회신을 받았다.

차. 09:07 무렵 D 직원 2명이 오심과 어지럼증으로 구급차를 이용하여 병원에 이송된 것을 비롯하여 누출사고 다음 날 20:32 무렵까지 D, E, F, H, I, G, K, L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 30명이 두통, 어지러움, 오심, 구토 등을 호소하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 위 근로자들 30명 중 27명은 이 사건 통제선 내에 있는 공장의 직원들이었으나 나머지 중 3명은 통제선 밖에 있는 K, L의 직원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카.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로서 P노동조합 Q 지회장이다. 원고는 누출사고 당일 09:00 무렵 L에 근무하는 R으로부터 이 사건 누출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09:40 무렵 고용노동부에 이 사건 누출사고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청하고 P노동조합 Q 지회장 명의로 피고 회사 측에 이 사건 누출사고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원고는 10:00 무렵 피고 회사의 노무이사 S, T위원회 근로자 대표 겸 U노동조합 위원장 V,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소속 W 등과 함께 이 사건 누출사고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였고 당시 W는 대피를 권유하였다. 위 V은 원고에게 이 사건 누출사고 현장에 함께 가 볼 것을 제안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10:21 무렵 소방본부에 전화를 하여 누출된 화학물질이 어떤 것인지, 인체에 유해한 것인지 등에 관한 질의를 하였고, 10:46 무렵 재차 소방본부에 전화를 하여 피고 회사에 대하여 대피명령이 내려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질의한 결과 소방본부로부터 ‘이미 대피방송이 있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작업장을 이탈하면서 당시 작업 중이던 P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28명에게도 대피하라고 말하였고, S에게 이러한 상황을 통보하였다. 이에 따라 11:30 무렵 조합원 25명이, 11:50 무렵 조합원 3명이 작업을 중단하고 피고 회사의 작업장에서 이탈하였다.

 

3.  판단

 

가.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의 도입 경위와 입법취지 및 관련 규정 등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사고로 누출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에서 발생한 황화수소는 흡입 시 눈, 코 또는 목에 자극을 일으키거나 호흡곤란 또는 후각 마비를 유발할 수 있고, 피부에 노출되는 경우 심한 통증과 수축 및 홍반이 나타날 수 있는 등 독성이 강한 기체이다.

당시 반경 100~150m 내에 있는 공장 근로자들에 대해 대피를 유도하였고, 반경 1km내에 있는 마을 주민들에 대해서는 대피방송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사건 누출사고지점으로부터 반경 10m 이상의 지점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아니하였더라도 황화수소의 분산으로 인한 피해 범위를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웠고, 상당한 거리까지 유해물질이 퍼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사건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24시간이 경과한 이후에도 오심, 어지럼증, 두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하였고,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200m 이상 떨어진 공장에서도 오심, 구토, 두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발생하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200m 정도의 거리에 있던 피고 회사 작업장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위치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 회사의 근로자이자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누출되었고 이미 대피명령을 하였다는 취지의 소방본부 설명과 대피를 권유하는 근로감독관의 발언을 토대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대피하면서, 노동조합에 소속된 피고 회사의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대피를 권유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누출사고 당시 피고 회사의 직원들에 대하여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V의 제안에 따라 재난지휘통제소를 방문하여 객관적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상황인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거부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할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원고가 노조활동으로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였다는 측면에서도 원고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적법하지 아니하다는 전제에서 징계사유의 존부와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를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앞서 본 작업중지권 행사의 요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의 판단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노태악(주심) 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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