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대학교수인 원고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하여 피고(학교법인)가 원고에 대한 의원면직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데, 원고가 자신의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 의사표시이고 피고가 이를 잘 알면서도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함에도 관련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한 사안에서,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함에 있어 대학총장의 권유를 받은 것을 넘어 사직의 의사가 전혀 없는 원고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퇴직의 의사표시를 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강요나 협박을 받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사직서 제출을 통한 사직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


【대구지방법원 2023.8.31. 선고 2022가합658 판결】

 

• 대구지방법원 제1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2가합658 해고무효확인등

• 원 고 / A

• 피 고 / 학교법인 B

• 변론종결 / 2023.07.20.

• 판결선고 / 2023.08.31.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2.7.30.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9,411,23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로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2022.11.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5일에 6,470,410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C대학교(이하 ‘이 사건 대학’이라 한다)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원고는 1995.3.2.부터 2022.7.30.까지 이 사건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였다.

나. 당시 D과 소속 학생처장이었던 원고는 2021.12.경 ‘D과 소속인 E 교수가 피고 이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학과 일에 협조적이지 않고, D과 전임교원 비정년 계열 교원인 F에게도 E 교수가 학과 일을 더는 도와주지 말 것을 요청하였다’는 취지의 말을 총장 등에게 전달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D과 내에 갈등이 발생하였다.

다. 원고는 2022.2.28. 피고에게 일신상의 사유를 들어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제출하였고, 피고는 2022.7.30. 원고에 대하여 의원면직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해고무효확인청구

1) 원고는 이 사건 대학의 총장인 G의 요구에 따라 이사장 H의 화를 풀기 위하여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고, G과 H 모두 진의 아닌 의사표시임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며, 해고와 관련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무효이다.

2)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피고의 사무국에 전화하여 이 사건 사직서를 처리하지 말 것을 요청하거나, 피고의 교육지원처장에게 ‘사직서 수리는 부당하고, 징계 사유가 있다면 정식절차를 거쳐 징계위원회를 개최해달라’고 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처분 이전에 사직의 의사를 철회하였다.

3) 설령 원고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되더라도, 위 의사표시 이후 피고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와 피고의 고용계약은 민법 제662조제1항 본문에 의하여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

4) 피고는 의원면직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나. 임금 청구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해고에 해당하고, 이는 절차를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22.8.부터 10.까지의 임금 19,411,230원 및 2022.11.1.부터 원고가 이 사건 대학에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5일에 월 임금 6,470,41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해고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이 실질적으로 해고인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2.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참조).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5.8.27. 선고 2015다211630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사직의 의사가 없었는데도 사용자의 강요·협박 등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다는 사정은 해고를 주장하는 근로자가 증명하여야 한다.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2022.2.25. 총장인 G으로부터 ‘이사장님이 아직 마음이 그 용서되지 않은 거 같아서’, ‘사직서를 낸다 하고 날짜를 비워놓고’, ‘날짜를 비워놓고 이사장님 드리면은 어떨까’라는 말을 들은 사실, 원고가 2022.2.28. 피고에게 날짜를 기재하지 않고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한다는 취지의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E 교수에 관한 전달 발언으로 인해 사직서를 제출함에 있어 총장인 G의 권유를 받은 것을 넘어 사직의 의사가 전혀 없는 원고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퇴직의 의사표시를 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강요나 협박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총장인 G은 2022.2.25. 원고에게 사직서 제출과 관련한 말을 하면서 ‘근데 뭐 사실은 그래요. 내가 교수님 내도 이거 수리 안 되게 해줄게 이 소리는 사실 못해’, ‘이거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라고 말하여 사직서가 제출되면 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린 사실, ② 이에 대하여 원고는 실제로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와 관련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사실, ③ 원고가 이사장인 H에게 ‘절대 용서가 되지 않으면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하여 이 사건 사직서와 함께 제출한 사실, ④ 이 사건 사직서에는 ‘일신상의 사유’를 이유로 사직한다는 취지만 기재되어 있을 뿐,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에 한하여 사직하겠다는 취지의 기재가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총장인 G의 권유가 있기는 하였지만 그 당시 상황에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스스로의 의사에 기하여 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을 통한 사직의 의사표시가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볼 것이고,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하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비록 민법 제660조제3항 소정의 기간이 경과하기 이전이라 하여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으나,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해지를 청약하는 경우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657 판결).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가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인지 아니면 사용자에 대한 근로계약관계 합의해지의 청약인지 여부는 그 의사표시가 기재된 사직서의 구체적인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서 제출 이후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7.10.11. 선고 2007다11668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원고의 발언으로 인하여 D과 내에 갈등이 발생하여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수업을 진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는 근로계약관계의 합의해지를 청약하는 의사표시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는 피고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원고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의 승낙의사가 형성되기 이전에 원고가 피고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는지 여부

가) 관련 규정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660조제1, 3항). 고용기간이 만료한 후 노무자가 계속하여 그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 사용자가 상당한 기간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고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고용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662조제1항).

나)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경위, 사직서 제출 이후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근로계약관계의 합의해지를 청약하는 의사표시로 봄이 타당하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의 승낙의사가 형성되기 이전까지는 이 사건 사직서 제출로 인한 근로계약 해지의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원고가 해약의 고지로서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매달 25일에 급여를 지급받는 점, ② 원고는 2022.2.28.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점, ③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뒤에도 강의를 계속하다가, 피고가 2022.7.30. 이 사건 처분을 한 점, ④ 원고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피고에게 접수할 당시(2022.2.28.)에는 이미 2022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었으므로, 대학교를 운영하는 피고의 학사 일정상 학기말인 2022.7.30.에야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하면, 원고가 한 사직의 의사표시로 인한 고용계약 합의 해지의 효력은 민법 제660조제3항에 의하여 2022.4.1. 효력이 발생하고,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으로써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의원면직 절차 준수 여부

을 제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로서는 원고에 대한 의원면직 절차를 준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이 사건 처분이 해고로서 무효이거나 위 의사표시가 철회되었다고 볼 수 없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이 묵시적 갱신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를 수락한 이 사건 처분은 유효하며, 이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종료되었다.

 

나. 임금 청구에 대한 판단

위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이 무효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임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경희(재판장) 정소영 민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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