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2.1.14. 선고 2020누56942 판결 : 확정】

 

•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0누56942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항소인 : 학교법인 A

• 피고, 피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1. B ~ 8. I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0.8.13. 선고 2019구합63485 판결

• 변론종결 / 2021.10.08.

• 판결선고 / 2022.01.14.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3.11.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들 사이의 J/K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대하여 한 재심판정 중 부당해고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상시근로자 약 1,250명을 고용하여 L대학교와 M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는 등 교육 및 의료업을 영위하는 학교법인이다. N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은 전국의 보건의료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직된 전국단위산업별 노동조합으로 그 산하에 이 사건 병원의 근로자 등으로 구성된 ‘O지부’(이하 ‘이 사건 지부’라 한다)를 두고 있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들은 용역업체인 주식회사 P(이하 ‘P’라 한다)에 입사한 용역근로자들로, 아래 표의 ‘P 입사일(이 사건 병원에서의 최초 근무시 작일)’란 기재 각 일자에 P에 입사하여 그때부터 P 소속으로 이 사건 병원에서 의무요원으로 근무하였다. <표 생략>

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2017.7.14. 이 사건 병원에 대한 ‘복수노조 사업장 부당노동행위 예방 지도점검’을 실시하면서, 위와 같은 용역근로자 사용이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9.4.30. 법률 제164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이라 한다) 제6조의2 위반에 해당한다며 원고에게 위 참가인들을 비롯한 용역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시정 지시하였다(갑 제3호증).

라. 이에 원고는 2017.9.1. 참가인들과 사이에 각 근로계약기간을 ‘2017.9.1.부터 2018.8.31.까지’로 하는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갑 제4호증의 1 내지 8, 이하 총칭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원고는 P 소속으로 2년 이상 근무한 자들은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참가인들과 같이 2년 미만 근무한 자들은 기간제 근로자로 전환하였다. 참가인들은 이 사건 병원에서 간호업무보조, 검체 접수, 환자인솔 및 응대, 물품정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의무요원으로 근무하였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활동하였다.

마. 원고는 참가인들과 함께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한 용역근로자 33명 중 12명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8명은 근로계약을 갱신하였으며, 참가인들을 비롯한 13명에게는 2018.8.31.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됨을 통보(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하였다.

바. 참가인들과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8.8.31.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원고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 겸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8.11.22. ‘참가인들에게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의 근로계약은 2018.8.31.자로 종료되었다. 또한, 원고가 부당노동행위의 의사로 근로관계를 종료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참가인들이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근로계약 갱신이 거절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참가인들과 이 사건 노동조합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AS/AT).

사. 참가인들과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8.12.27.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3.11. ‘참가인들은 갱신기대권이 있고, 원고의 갱신 거절에 합리적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재심신청 중 위 초심 판정의 부당해고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가 2018.8.31. 참가인들에게 한 계약만료 처분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며, 위 초심판정의 부당노동행위 부분에 관한 참가인들과 이 사건 노동조합의 재심신청은 위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J/K, 이하 위 재심판정 가운데 부당해고에 관한 부분에 한하여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갑 제4호증의 1 내지 8, 갑 제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개관

1) 원고

가)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제1, 2, 5호에 따라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는 경우 반드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가 참가인 C, D, E을 직접 고용하면서 그 계약기간을 P와 위 참가인들 사이의 근로계약상의 잔존 계약기간보다 짧은 1년으로 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통보를 한 것이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제2호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설령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제2호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직접고용의무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할 뿐 직접고용의무가 요구하는 내용대로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

나)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의 근로계약서와 원고의 취업규칙에는 계약기간이 만료되어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등의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고, 이 사건 병원에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참가인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참가인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거절 또는 계약 갱신 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2) 피고 및 참가인들

가)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은 구 파견법 조항을 위반한 사용사업주에게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과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그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는 참가인들이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날부터 참가인들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원고는 참가인들과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통보를 하였는바,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나) 설령 원고의 참가인들에 대한 고용의무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행되지 않아도 된다고 보더라도, 원고가 참가인 C, D, E을 직접 고용하면서 그 계약기간을 P와 위 참가인들 사이의 근로계약상의 잔존 계약기간보다 짧은 1년으로 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통보를 한 것은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제2호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다) 참가인 B, C, E, F, G, I은 이 사건 병원에서의 최초 근무 시작일부터 원고의 갱신거절 시까지의 총 근무기간이 2년을 초과하기 때문에 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20.5.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된다. 그럼에도 원고는 위 참가인들과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통보를 하였는바,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라) 위와 같은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참가인들에게는 정규직 전환 또는 계약 갱신에 관한 기대권이 있고, 원고의 갱신 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는 부분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2의 다.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 제1심 판결 6쪽 7~8행의 “주식회사 P(이하 ‘P’)로부터”를 “P로부터”로 고친다.

○ 제1심 판결 11쪽 맨아랫줄의 “2017.8.31.”을 “2018.8.31.”로 고친다.

 

라. 원고가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제1, 2, 5호에 따라 참가인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는 경우 반드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는지

1) 관련 규정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는 부분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2의 라. 1)항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 제1심 판결 16쪽 3행의 “(이하 ‘개정 파견법’)”을 “(이하 ‘2006년 개정 파견법’이라 한다)”로 고친다.

○ 제1심 판결 16쪽 아래로부터 2행의 “저하되서는”을 “저하되어서는”으로 고친다.

○ 제1심 판결 17쪽 1~3행의 “2012.2.1. 법률 제11279호로 개정되어 2012.8.2. 시행된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9.4.30. 법률 제164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현행 파견법’)은 제6조의2 제1항에서”를 다음과 같이 고친다.

『2012.2.1. 법률 제11279호로 개정되어 2012.8.2. 시행된 구 파견법 제6조의2는 제1항에서』

○ 제1심 판결 17쪽 13~14행의 “개정 파견법 및 현행 파견법하에서는”을 “2006년 개정 파견법 및 구 파견법하에서는”으로 고친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제정 파견법은 제6조제3항에서 불법파견 시 직접고용을 간주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으나, 2006년 개정 파견법에서는 위와 같은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으로 개정되었다(제6조의2). 이와 같이 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불법파견 시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되,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 없이 근로관계가 강제되어 사적자치의 원칙에 반하는 점을 고려하여 계약기간 및 고용형태는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 정하도록 한 것이다. 구 파견법에서는 직접고용의무 발생에 따라 당사자 간 근로계약 체결이라는 별도의 법률행위를 예정하고 있으므로,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 계약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파견법의 개정취지에 부합한다.

(2) ‘2년 초과 파견’의 경우에는 반드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채용하여야 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이와 달리 ‘절대적 파견금지 업무에서의 파견’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로 채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참가인들은 이 사건 병원에서 간호업무보조, 검체 접수, 혈액 운반 등 간호조무사의 업무에 해당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는데, 이는 구 파견법 제5조제3항제5호,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9.10.29. 대통령령 제301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2조제2항제3호가 정하는 절대적 파견금지 업무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고가 참가인들을 직접 고용한 2017.9.1. 당시 참가인들 중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한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면 원고는 참가인들과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피고 및 참가인들

제정 파견법의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의하여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성립하는 직접근로관계의 기간은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다는 취지의 위 대법원 2007두22320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와 마찬가지로, 2006년 개정 파견법 및 구 파견법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른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3) 구체적인 판단

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는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구 파견법 제7조제1항의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P’로부터 이 사건 병원에 참가인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을 파견받았고, 구 파견법 제5조제1항, 구 파견법 시행령 제2조제1항, [별표 1]에 의한 근로자파견 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에 참가인들을 비롯한 파견근로자들을 사용하였으며, 그중 참가인 B, C, E, I의 경우 구 파견법 제5조제3항, 구 파견법 시행령 제2조제2항제3호에 따라 근로자파견이 금지되는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참가인 B, C, E, I에 대하여는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제1, 2, 5호, 참가인 D, F, G, H에 대하여는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제1, 5호에 근거하여, 이들을 파견받은 날, 즉 참가인 B는 2016.6.1.부터, 참가인 C는 2015.12.1.부터, 참가인 D은 2016.11.1.부터, 참가인 E은 2015.12.1.부터, 참가인 F은 2016.1.25.부터, 참가인 G은 2016.1.1.부터, 참가인 H은 2017.3.20.부터, 참가인 I은 2015.12.7.부터 각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제1, 2, 5호가 정한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은, 업무의 특성상 기간의 정함이 불가피하다거나 기간의 정함이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서울고등법원 2019.5.28. 선고 2018나2062905 판결(미상고 확정), 대전고등법원 2020.10.15. 선고 2019나15234 판결(미상고 확정) 등 참조].

(1) 제정 파견법 제6조제3항 본문의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따라 성립하는 직접근로관계의 기간은, 기한의 정함이 있는 것으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한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위 대법원 2007두2232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후 2006년 개정 파견법은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대체하여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는 형식으로 정함으로써, 2년의 초과사용 사실로부터 곧바로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수 없고 사용사업주의 고용의 의사표시를 별도로 필요로 하게 되었으나[사용사업주가 이를 거절할 경우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수 있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5.11.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참조)], 그에 따라 성립된 직접고용관계의 내용까지 제정 파견법의 직접고용간주 규정에서와 다르게 보아야 할 정도의 규정의 변화는 없었다.

(2) 구 파견법은 간접고용 형태의 파견근로자들이 통상 직접고용된 근로자들보다 불안정한 신분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처해 있는 등 간접고용의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 중 하나로서,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구 파견법 제1조). 직접고용간주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에 관한 제한 규정을 위반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행정적 감독이나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私法)관계에서도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을 의제함으로써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그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고, 직접고용의무 규정 역시 파견근로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직접고용간주 규정과 그 입법 취지가 같다(위 대법원 2007두2232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11.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참조). 이러한 입법취지에 비추어 그 직접고용의 내용도 기존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필요가 크다.

(3) 이와 달리 기간제 근로형식으로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와 일시적으로 단기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기간 만료 시점에 계약 갱신을 거절함으로써 사실상 직접고용관계로부터 손쉽게 벗어날 수 있게 되어, 위 규정은 그 입법목적을 실효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규범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직접고용에 의한 근로계약의 기간 설정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직접고용관계에 따른 제약과 부담을 회피하고자 가급적 근로계약 기간을 단기로 정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시도가 있을 경우에, 경제적·사회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고용관계 지속을 위하여 사실상 이를 거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업무의 특성상 기간의 정함이 불가피하다거나 기간의 정함이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기간제 근로형식으로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구 파견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4) 구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가 직접고용관계 설정에 따른 제약과 부담을 회피하기 위하여 우회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에 다시 기간제 근로형태로 그 근로자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게 되면, 그 파견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2년의 기간제 근로기간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파견근로자의 지위를 더 열악하게 만드는 해석으로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5) 만일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위장 도급을 통하여 여러 해 동안 계속 근무한 파견근로자들이 뒤늦게 불법파견이 발견되어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경우에도 얼마든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6) 원고는,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각 호에서 정하고 있는 고용의무 발생사유를 기준으로, 직접고용의무 발생 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즉 ‘2년 초과 파견’의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나, ‘절대적 파견금지 업무에서의 파견’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과 같이 나누어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2년 초과 파견’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보면서, 오히려 그보다 불법성이 훨씬 커 구 파견법이 가장 강력한 규제대상으로 삼고 있는 ‘파견금지업무’의 경우에는 규범력을 완화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구 파견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

(7) 원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주장한다. ➀ 참가인들이 의무요원으로서 수행한 업무는 의료업무로서 환자의 생명 및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업무여서 원고로서는 의료 인력을 채용함에 있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➁ 이에 원고는 2017.9.1. P 소속 근로자들을 채용하면서 2년 넘게 근무하여 온 경우 업무능력 및 자질이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보고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하였으나, 2년 미만의 근로자들은 아직까지 업무능력 및 자질을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일단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로 채용하여 추후 계속 고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➂ 원고는 참가인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의료법 등 관련 법령에 비추어 장기적으로 일정한 자격과 업무수행 역량을 갖춘 간호조무사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➃ 참가인들은 이 사건 용역업체 소속 당시에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되어 있었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 즉 업무의 특성상 기간의 정함이 불가피하다거나, 기간의 정함이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

4)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근로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것은 아무런 효력이 없고, 파견근로자이던 참가인들은 2017.9.1. 사용사업주인 원고의 직접고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그때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같은 취지의 피고 및 참가인들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쌍방의 각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마. 이 사건 통보가 해고로서 유효한지

1) 위와 같이 원고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실질적으로 근로계약기간 중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에 해당한다.

2)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하는바(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 해고가 유효하려면 일단 근로자에게 해고사유가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10.27. 선고 2015다5170 판결 참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을 다투는 소송에서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부담한다(대법원 1999.4.27. 선고 99두202 판결, 대법원 2020.8.20. 선고 2018두34480 판결 등 참조).

3) 원고의 취업규칙(갑 제8호증) 제70조제2호 아.목은 ‘기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원고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주장·증명하지 않고 있는데, 이하에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정규직 전환 거절 및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에 해당하는 아래 가), 나)를 ‘해고의 정당한 이유’에 관한 주장으로 선해하여 살펴본다.

가) 참가인 B, C, D, F, G, H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평가절차를 거친 결과 하위 30%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았다.

나) 인사평가결과 상위 70%에 해당하는 참가인 E, I은 간호조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간호조무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이는 의료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파견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사항이다. 참가인 E, I은 달리 전환할 만한 업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4)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갑 제4호증의 1, 3, 4, 7, 8, 갑 제18호증의 3, 갑 제44호증, 을가 제4호증, 을나 제8호증의 1, 2,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참가인들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가) 참가인별로 인사평가 등급, 간호조무사 자격증 소지 여부, 재계약 심사 및 정규직 전환 심사 구분 등을 정리하면 아래 표 기재와 같다(갑 제23호증의 1 내지 4). <표 생략>

나) 구 의료법(2019.8.27. 법률 제16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면, 간호조무사가 되려는 사람은 소정의 요건을 갖추어 보건복지부장관의 자격 인정을 받아야 하고(제80조제1항),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하여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을 할 수 있다(제80조의2 제1항, 제2조제2항제5호). 갑 제10, 12,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의 병동 및 외래에서 수행하고 있는 간호부 소속 의무요원의 업무는 지원범위 한계 및 의료법 저촉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후임자 충원 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한 사실이 인정되고, 원고가 참가인 B, C, E, I의 후임자를 간호조무사 직렬로 신규채용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참가인 B, C, E, H, I에 대하여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1) 원고의 취업규칙에 의하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간호직’으로 분류되고, 참가인들과 같은 의무요원은 ‘고용직’으로 분류되는데, 참가인들은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이 사건 병원에서 P 소속의 ‘의무요원’으로 근무하였고, 원고는 참가인들을 이 사건 병원의 ‘의무요원’으로 채용하였다. 참가인 B, C, E, I이 간호부 소속 의무요원으로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수행한 것은 어디까지나 원고의 업무지시에 따른 것이었음에도, 원고는 위 참가인들이 2018.8.경 간호조무사 업무를 하고 있었음을 이유로 ‘간호조무사 자격증 미소지’라는 점을 근로관계 종료의 사유로 삼았다.

(2) 2017.9.1.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 51명 중 29명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없고(갑 제18호증의 1), 원고가 2017.9.2.부터 2019.12.18.까지 신규 채용한 의무요원 47명 중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없으며, 이중 원고가 위 참가인들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한 2018.8.31. 후 채용한 사람이 31명에 달한다(갑 제18호증의3). 그런데도 유독 참가인들에 대하여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3) 원고가 위 참가인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원고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협의 후 근무 장소 또는 업무를 변경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갑 제4호증의 1, 3, 4, 7, 8). 이에 따르면 원고는 위 참가인들을 간호조무사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로 배치전환하는 방법으로도 의료법위반의 소지가 있는 행위를 중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 특히 참가인 E, I은 인사평가에서 상위 70% 이상(C등급 이상)에 해당하는 등급을 받았음에도, 원고는 이들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부서장 의견을 참조하지도 않은 채 이들에 대한 근로관계를 종료하였다.

다)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참가인 B, C, D, F, G, H에 대하여 2017년도 직원평가 결과가 좋지 않음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1) 원고의 2017년도 직원평가의 평정대상기간이 ‘2017.1.1.부터 2017.12.31.까지’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원고가 참가인들을 직접 고용한 날짜는 2017.9.1.이므로, 참가인들의 2017년도 직원평가의 평가대상기간은 ‘2017.9.1.부터 2017.12.31.까지’가 되고, 이는 참가인들이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4개월이자, 위 참가인들의 근로계약 기간 중 3분의 1에 불과한 기간이다(심지어 참가자 B, C의 경우 총 48일 동안 파업에 참여하여 실질적인 평가대상 기간은 약 2개월에 불과하다). 원고의 직원평가 규정(을나 제7호증) 제7조에서는 재직자 중 평가년도 근속 6개월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평가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짧은 평정기간은 정량적 평가요소로 기능하는 ‘직무실적의 양’이라는 측면에서 참가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2) 2017년 직원평가의 평가항목은 고객지향성, 혁신적 사고, 전문가 의식, 문제 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설득(협상)력 등으로 모두 정성평가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어(갑 제44호증의 1 내지 8), 직원평가의 대상 근로자와 함께 근무하지 않는 이상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파악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도 참가인들과 함께 근무하지 않은 행정부원장 V이 평가자로 참여하였고, V에게 부여된 배점은 100점 만점 중 30점에 달하여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을가 제4호증 중 7쪽, 직상위자에게 부여된 배점은 20점 또는 25점에 불과하다).

원고는, V이 이 사건 병원의 행정 업무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참가인들이 근무하고 있는 부서의 직상위자 및 차상위자의 의견을 참작하여 인사평가 문항에 따라 참가인들을 비롯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을나 제1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 B, D, H의 경우 V의 역량평가 점수가 다른 평가자들의 역량평가 점수와 10점 이상 차이가 나는 사실이 인정된다(100점으로 환산하여 비교한 것이다). 이에 비추어 V이 과연 참가인들이 근무하는 부서의 직상위자 및 차상위자의 의견을 참작하였는지 의문이고, 특별히 V이 참가인들의 고객지향성, 혁신적 사고 등 2017년 직원평가 세부 평가항목에 대하여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참가인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위와 같이 점수 차이가 발생한 데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참가인들이 P 소속으로 근무할 당시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민원을 야기한 사례가 없다(을나 제8호증)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3) 원고는 인력현황과 필요에 따라 필요한 기준을 설정하여 근로관계의 종료를 결정한 것은 합리적인 인사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46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통보 당시 별도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참가인들에 대한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정도로 이 사건 병원의 운영이 어려웠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병원의 경영상 어려움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위 참가인들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한 2018.8.31. 후 31명의 의무요원을 채용하였는바, 인력현황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4) 갑 제3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2018.5.경 참가인 B는 2018.5.6.자 당직근무가 예정되어 있었는데도 원고의 승인을 받지 않고 2018.5.19. 당직근무가 예정되어 있던 AR과 당직근무를 변경한 후, AR은 2018.5.6. 참가인 B의 사번으로, 참가인 B는 2018.5.19. AR의 사번으로 근무한 사실,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진 후 참가인 B는 2018.5.23. 원고에게 ‘자신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이러한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시말서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참가인 B의 위 비위행위는 2017년도 직원평가가 종료된 후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위 비위행위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로까지 보기에는 부족하므로, 위 인정사실만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이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 바. 소결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제1, 2, 5호가 정한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근로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것은 아무런 효력이 없고, 파견근로자이던 참가인들은 2017.9.1. 사용사업주인 원고의 직접고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그때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통보는 실질적으로 근로계약기간 중 사용자인 원고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에 해당하는데,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참가인들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라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결과적으로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원형(재판장) 성언주 양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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