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기소된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사업장에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시행되었거나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음. 그러나 대법원은 위 법리에 따라,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없고, 이 사건 사업장에는 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하였으므로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도 없으며 설령 근로자들이 연장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은 것에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 중 이 부분을 파기·환송함.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위반으로 기소된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회사의 남성근로자와 여성근로자의 객실 업무의 내용은 기내를 청소하고 정리하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고 특별한 기술자격이나 경력조건이 요구되지 않는 점, 남성근로자와 여성근로자가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근로자만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는 등 성별에 따른 명확한 역할 분담에 의하지 않는 점, 남성근로자가 순간적인 근력을 이용하여 수행하는 중량물 처리 작업에 비하여 여성근로자가 기내 화장실과 주방을 청소하고 좁은 객실 사이에 들어가 오물을 수거하며 자리를 정돈하는 작업의 노동 강도가 더 낮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근로자가 근무한 기간의 출근 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근무일수에 연동하는 정근수당을 출근 성적이 아닌 성별에 따라 지급에 차별을 둔 것은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 부분에 관하여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함.
【대법원 2023.4.27. 선고 2020도16431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0도16431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근로기준법위반,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및 검사
• 원심판결 / 인천지방법원 2020.11.5. 선고 2019노3882 판결
• 판결선고 / 2023.04.27.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과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 중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맨파워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에 고용되어 인천국제공항 내 ◇◇항공 항공기 기내청소 용역 업무(이 업무가 이루어지는 사업장을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를 수행하며 연장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의 연장근로수당을 매월의 지급일(재직 근로자의 경우) 또는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퇴직 근로자의 경우)에 지급하지 않았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회사와 근로자들이 작성한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고 한다)에는 탄력적 근로에 관한 근로조건이 공통적으로 기재되어 있어 이를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업장에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 및 시행되었다고 보이고, ② 설령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형식과 내용이 미흡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통하여 장기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해 왔고,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관한 근로자들의 이의제기나 노사 간 의견대립 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구 근로기준법(2017.11.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1조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의 일정한 기간을 단위기간으로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구 근로기준법 제50조제1항과 제2항에서 정한 1주간 및 1일의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법률에 규정된 일정한 요건과 범위 내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므로 법률에서 정한 방식, 즉 취업규칙에 의하여만 도입이 가능할 뿐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하여 도입할 수 없다.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한다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한편,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 제109조제1항, 제36조, 제43조제2항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22도2188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사업장에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근로계약서와 별도로 존재하고, 근로시간을 포함하여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이 취업규칙에 규정되어 있으며,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계약서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취업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조항도 있는 사실, ②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적용할 단위기간을 포함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에 필요한 사항들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 ③ 이 사건 사업장에 고용된 상시 근로자의 수는 400명이 넘고, 이 사건 회사는 그 외에 다른 곳에도 사업장을 두고 각종 아웃소싱 사업 등을 영위한 사실을 알 수 있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본다.
가) 피고인은 취업규칙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정하지 아니한 채 연장근로를 제공한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시행됨을 전제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이를 도입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게다가 이 사건 사업장에는 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업장에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에 대하여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였어야 한다.
나)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은 취업규칙으로 정해야 함은 근로기준법에 명확하고 일의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시행을 위해 필요한 단위기간 등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그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정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 이 사건 회사가 수행하는 항공기 기내 청소 용역업은 탄력적인 인력 활용이 요청될 수 있는 업종이고, 이 사건 사업장 및 이 사건 회사의 규모에 비추어 피고인은 유효하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 및 시행되었으므로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설령 근로자들이 연장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은 것에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유효 요건,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의 구별 및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2. 검사의 상고이유 중 근로조건 명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으나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증법칙 위반, 근로조건 서면명시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의 상고이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① 이 사건 회사의 남성근로자와 여성근로자의 객실 업무의 내용은 기내를 청소하고 정리하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고 특별한 기술자격이나 경력조건이 요구되지 않는 점, ② 남성근로자와 여성근로자가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근로자만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는 등 성별에 따른 명확한 역할 분담에 의하지 않는 점, ③ 남성근로자가 순간적인 근력을 이용하여 수행하는 중량물 처리 작업에 비하여 여성근로자가 기내 화장실과 주방을 청소하고 좁은 객실 사이에 들어가 오물을 수거하며 자리를 정돈하는 작업의 노동 강도가 더 낮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근로자가 근무한 기간의 출근 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근무일수에 연동하는 정근수당을 출근 성적이 아닌 성별에 따라 지급에 차별을 둔 것은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하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증법칙 위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상 동일 가치 노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과 일죄 또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과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