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3.8.10. 선고 2023고단443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3고단443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1. A
2. B 주식회사
• 검 사 / 배관성(기소), 진아름(공판)
• 판결선고 / 2023.08.10.
<주 문>
피고인들을 각 벌금 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 A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게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 B 주식회사는 서울 중구 C에서 신용카드의 발행 및 관리업무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인 A은 2013.12.부터 2018.12.까지 피고인 B 주식회사에서 인사팀장으로 근무하며 신입직원의 채용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였던 사람이다.
1. 피고인 A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7.10.24.경 위 B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2018년도 정규직 신입 사원 공개 채용’에 있어 4개 직무(디지털, 신사업/핀테크, 빅테이터, ICT)에 지원한 총 3,720명[남성 2,097명(56%), 여성 1,623명(44%)]의 지원자들에 대하여 각 직무별로 남성 지원자 순위와 여성 지원자 순위를 구분하여 서열화하는 작업을 한 후, 미리 정해 놓은 남녀 비율(7:3)에 맞추어 1차 서류 전형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법으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남성 지원자와 점수가 같거나 남성 지원자보다 점수가 높은 여성 지원자 92명을 탈락시키고 같은 수에 해당하는 남자 지원자를 합격시켜 1차 서류 전형에서 남성 257명(68%), 여성 124명(32%)을 각각 선발함으로써 근로자를 모집·채용함에 있어 남녀를 차별하였다.
2. 피고인 B 주식회사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자·장소에서, 피고인의 인사팀장인 A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근로자를 모집·채용함에 있어 남녀를 차별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A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D의 법정진술
1. D에 대한 각 사측관계자 진술조서
1. - 인력구조현황 검토자료, - 2018년 신입사원 공개채용(案), - 2018년 신입사원채용 단계별 성별 합격자 인원, - 2018년 신입사원 공개 채용 서류전형 결과 보고, - 2018년 신입사원 공개 채용 실무자 면접 결과 보고, - 2018년 신입사원 공개 채용 최종 합격자 선정 보고, - 2018년 입사자 명단(23명), 2019년 신입사원 전형별 남녀 현황 남성 24명, 여성 16명, 2018년도 공개 채용 관련 실무자 면접 및 임원 면접결과 분석, - 압수파일 출력물(`18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서류전형 결과 보고), - 압수파일 출력물(공채 8기 서류심사 결과), - 압수파일 출력물(공채 8기 서류접수 결과 보고), - 2017.10.24. 1차 서류전형 심사 결과, 분야별 남녀 합격선, - 2017.10.24. 1차 서류전형 심사 결과, 분야별 남녀 합격선 최종 분석, - (Digital Insight분야) 남성순위, - (Digital Insight 분야) 여성순위, -(신사업/핀테크 분야) 남성순위, - (신사업/핀테크 분야) 여성순위, - (빅데이터 분야) 남성순위, - (빅데이터 분야) 여성순위, - (ICT 분야) 남성순위, - (ICT 분야) 여성순위, - 1차 서류전형심사 결과, 피해여성지원자 현황(92명)
1. 법인등기부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B’)는 신용카드 업무의 특성상 휴일 및 야간·심야에도 업무가 이루어지고, 영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야간 근무의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B의 주 업무인력인 사원급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이 2012년경부터 남성의 두 배 이상으로 성비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었는데, 근로기준법상 여성근로자의 경우 야간(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및 휴일 근로, 시간외근로에 제한이 있고, 의무적으로 보장되는 휴가가 많아, B는 보다 많은 남성근로자를 채용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2018년도 공개채용 과정에서 1차 서류전형에서만 미리 정해둔 성비에 따라 합격자를 선발하였을 뿐, 이후 2, 3차 면접절차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등대우를 하지 않았고,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도 여성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았다. 따라서 B가 미리 정해둔 비율에 따라 1차 서류전형 합격자를 정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B는 성비 불균형 해소 및 사업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경영상 필요에 따라 적어도 2009년부터 정해둔 성비에 따라 서류전형 합격자를 정해왔다. 피고인 A은 10여 년간 유지되어온 회사의 방침대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도록 한 것일 뿐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다는 인식이나 의사가 전혀 없었다.
2. 판단
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되고(남녀고용평등법 제7조제1항), “차별”이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제1호). 다만,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나 법률에 따라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제1호 가, 나목).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판단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2018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성별을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여성에게 불리한 조치를 하였고, 피고인 A에게 남녀를 차별하여 채용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또한 B는 인사팀장이었던 피고인 A이 위와 같은 채용과정에서의 차별행위를 함에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감독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보기 충분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B는 2017.9. 말부터 2017.11. 말까지 2018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하였다. 피고인 A은 당시 B 인사팀장으로서 위 공개채용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공개채용은 ① 서류전형(Digital PR 전형 및 학교 우수인재추천 병행), ② 실무자 면접, ③ 임원 면접, ④ 최종 합격자 선정의 절차로 진행되었다. 그 중 서류전형은 지원자들의 스펙(학력, 전공, 학점 등), 자기소개서를 각 평가항목에 따라 종합평가한 후 채용인원(40명)의 7~8배수를 실무자 면접 대상자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2) 2018년 신입사원 공개채용에는 남성 2,097명(50.6%), 여성 1,623명(39.2%), 블라인드 422명(10.2%) 합계 4,142명이 지원하였는데, B 인사팀은 서류전형심의 과정에서 지원자들을 직무별, 성별로 서열화 후 직무별(Digital Insight, 신사업/핀테크, 빅데이터, ICT) 서류전형 합격선을 성별에 따라 다르게 결정하여 서류전형 합격자를 미리 정해 높은 남녀 비율(7:3)에 맞추어 선정하였다. 그 결과 남성 257명(67.5%), 여성 124명(32.5%)이 실무자 면접 대상자로 선정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실무자 면접대상자로 선정된 남성 지원자보다 서류전형 종합평가 점수가 높거나 같은 일부 여성지원자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였다.
3) 이후 진행된 실무자 면접 과정에서는 면접 대상자를 남녀 구분하여 조 편성하였고(28개 조 중 1개 조제외), 각 조별 종합평가 우수자를 선발한 후 직무별, 성별 채용인원수를 고려하여 추가 선발하였다. 그 결과 서류전형심의와 유사한 성비인 남성 80명(66.7%), 여성 40명(33.3%)이 임원 면접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이후 임원 면접을 통하여 남성 33명(82.5%), 여성 7명(17.5%)이 최종 합격자로 선발되었고, 그 중 그 중 남성 20명, 여성 3명 입사하였다.
4) B는 이 사건 이후인 2019년 신입사원 공개채용부터는 서류전형 합격자 남녀비율을 정하지 않고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한 합격선을 적용하여 서류전형심사를 진행하였는데, 그 결과 남성 24명(60%), 여성 16명(40%)이 최종 합격자로 선발되었다. 이는 2018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최종 합격자의 성비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5) 피고인들은 신용카드업에서 사고 조사 및 사후 조치, 전산시스템 개발 및 24시간 운영, 제휴사업을 위한 외부업체 영업 등의 업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경영상 이를 담당할 남성 근로자의 채용이 필요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업무에 종사할 사원을 채용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사고 조사 및 사후 조치, 전산시스템 개발, 제휴사업을 위한 외부업체 영업 등의 업무가 남성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근거한 것으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신입사원 공개채용으로 B가 사원을 채용하려고 한 직무들(Digital Insight, 신사업/핀테크, 빅데이터, ICT)의 성격상 야간·휴일 근무가 반드시 필요하다거나 여성이 부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2018년 입사자 배치현황(증거기록 493면)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신입사원 공개채용으로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야간·휴일 근무가 필요한 직무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6)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2017년 기준 B의 사원급 근로자 중 여성의 비율은 69.8%로 남성의 2배가 넘는 수준이었고, 카드회사의 특성상 휴일 및 야간에도 업무를 할 직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신입사원 공개채용으로 채용하려는 직무에서 성격상 휴일 및 야간 근무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점, 피고인들은 신용카드업의 특성상 과거에는 여성을 위주로 채용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고 사원급 근로자 중 여성의 비율이 높다는 사정만으로 남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들은 이 사건 공개채용에서 서류전형 합격자 남녀성비를 미리 정하여 남성을 우대할 합리적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7)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B의 일부 직무에 있어 휴일 및 야간 근무가 필요한 경우, 해당 직무에 관한 채용과정에서 휴일 및 야간 업무가 필요함을 지원자들에게 알림으로써 지원자들이 휴일 및 야간 업무 가능성을 고려하여 지원하도록 하거나, 채용 후 다른 근로자들이 꺼려하는 휴일 및 야간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에게 보다 좋은 근무평정을 주는 등의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내부적으로 서류전형 합격자 성비를 정함으로써, 일부 여성지원자는 서류전형 합격자로 선정된 남성지원자보다 좋은 서류전형 종합평가 점수를 받고도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불이익을 입었다.
8) B는 2009년 내지 2010년부터 위와 유사한 방법으로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남성을 우대하여 선발하여 왔고, 그 기간 이러한 남녀 차별적 신입사원 공개채용 방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피고인 A: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37조제4항제1호, 제7조제1항
나. 피고인 B 주식회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37조제4항제1호, 제7조제1항
1. 노역장유치
피고인 A: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1. 가납명령
각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들은 사원급 이하 직원 중 남성이 여성에 비하여 현저히 적다는 이유만으로 2018년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여성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남성과 차별하였다. 그 결과 일부 여성지원자들이 서류전형 남성합격자보다 좋은 서류전형 종합평가점수를 받았음에도 서류전형심사에서 탈락하였다. 피고인 A은 인사팀장으로 이러한 신입사원 채용의 실무적인 절차를 총괄하고 중요사항을 결정하였다.
다만, 피고인들이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고 있다. 피고인 A은 상당기간 B에서 계속되어 온 잘못된 신입사원 채용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유지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 피고인 A이 이 사건 범행으로 개인적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이후 채용절차에서 남녀차별적 관행을 시정하였다.
그 밖에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조건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유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