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1.12.10. 선고 2019나2046214 판결 : 확정】

 

•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9나2046214 임금

• 원고(선정당사자),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주식회사 B

• 제1심판결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8.13. 선고 2012가합104180 판결

• 환송전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5.3.25. 선고 2013나2017740 판결

• 환송판결 / 대법원 2019.10.17. 선고 2015다213568 판결

• 변론종결 / 2021.11.12.

• 판결선고 / 2021.12.10.

 

<주 문>

1. 이 법원에서 변경된 청구에 따라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1) 원고(선정당사자)에게 16,979,099원 및 이에 대하여 2010.8.17.부터,

2) 선정자 H에게 19,356,321원 및 이에 대하여 2011.8.26.부터,

3) 선정자 E에게 11,985,436원 및 이에 대하여 2011.4.21.부터,

4) 선정자 M에게 4,669,497원 및 이에 대하여 2012.2.21.부터,

5) 선정자 N에게 7,004,245원 및 이에 대하여 2012.2.21.부터,

6) 선정자 F에게 9,572,440원 및 이에 대하여 2010.9.17.부터,

7) 선정자 G에게 41,182,112원 및 이에 대하여 2012.3.3.부터

각 2021.12.10.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30%는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 A에게 24,406,205원 및 이에 대하여 2010.8.17.부터, 선정자 H에게 25,987,574원 및 이에 대하여 2011.8.26.부터, 선정자 E에게 17,723,327원 및 이에 대하여 2011.4.21.부터, 선정자 M에게 6,017,975원 및 이에 대하여 2012.2.21.부터, 선정자 N에게 9,026,963원 및 이에 대하여 2012.2.21.부터, 선정자 F에게 13,744,810원 및 이에 대하여 2010.9.17.부터, 선정자 G에게 55,905,960원 및 이에 대하여 2012.3.3.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및 선정자들에게 160,576,302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로부터, 500여 세대의 숙소 2개 동과 너싱홈(nursing home), 스포츠센터 등으로 구성된 실버타운인 ‘D’의 시설 점검, 운전 및 유지보수 등 시설관리 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하고 있는 회사이다.

2) 원고 및 선정자 E, F, G은 피고의 전기팀에서, 선정자 H, 망 I는 피고의 설비팀에서 각 아래 표 기재 기간 동안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한편 망 I(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9.4.6. 사망하였고, 선정자 M은 망인의 어머니, 선정자 N은 망인의 배우자로 망인의 상속인들이다(이하 원고 A 및 선정자 E, F, G, H, 망인을 통틀어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하고, 원고 및 선정자들을 ‘원고 등’이라 한다). <표 생략>

 

나. 피고 소속 직원들의 근무형태

1) 피고 소속 근로자들 중 전기팀 직원들은 D의 표시등, 전압계, 전류계의 점검, 전구 안정기, 스위치류의 교체 또는 정비, 케이블 작업, 안전점검 및 순찰 등 전기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유지·보수 업무를, 설비팀 직원들은 배관 보수, 모터 교체, 용접 등 설비시설에 대한 점검·유지·보수 업무를 각 담당하였다. 다만 피고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규모의 공사성 업무나 보수는 외부 업체에 그 처리를 맡겼다. 또한 피고는 주간에는 애프터서비스 전담 직원을 두고 D 입주민 등으로부터 서비스 요청이 있으면 출동하도록 하여 각종 설비의 수선, 전구 교체 등 즉시 처리가 가능한 설비 및 전기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였다.

2) 피고는 애프터서비스 전담 직원이 아닌 설비 및 전기팀 직원들을 4교대(주간근무, 주간근무, 주간 및 당직근무, 비번) 순서로 근무하도록 하였는데, 당직근무는 4명(전기팀 선임, 후임 각 1명, 설비팀 선임, 후임 각 1명)의 직원이 하도록 하였고, 전기팀, 설비팀의 선임 2명은 지상 3층 방재실, 후임 2명은 지하 4층의 중앙감시실에서 각 근무하였다. 피고는 당직근무 다음날인 비번은 유급휴무로 운영하였다.

3) 당직근무시간은 평일의 경우 17:00부터 익일 08:00까지(15시간), 토요일의 경우 08:00부터 익일 09:00까지(25시간), 일요일의 경우 09:00부터 익일 08:00까지(23시간)이다.

4) 피고는 08:00부터 17:00까지의 주간근무 시간대에는, ① 당직근무자가 아닌 설비 또는 전기팀 직원들에게는 출근 시 그날 처리할 각 업무를 배분하여 이를 처리하도록 하였고, ② 당직근무자들에게는 방재실이나 중앙감시실에서 D의 시설·설비의 운영상태를 나타내는 계기판을 확인하고, 입주자 등으로부터 애프터서비스 요청을 접수하는 일과 애프터서비스 요청에 따른 각종 전기 및 설비시설 관련 업무 등을 처리하도록 하였다.

5) 피고는 17:00부터 다음날 08:00까지 야간근무 시간대에는 당직근무자들로 하여금 위와 같은 계기판 확인, 애프터서비스 요청 접수 및 처리 업무 외에도 남·여 사우나실 역세(逆洗) 및 린스, 남·여 사우나실 전등 점검 및 교체, 전기실 및 기계실 야간순찰 등의 업무를 추가로 하도록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9, 10, 14, 15, 20 내지 22, 26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등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근로자들이 당직근무를 할 당시 그 근로 내용은 단순히 일·숙직 근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D 전체를 관리하고, 입주민들의 애프터서비스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며, 각종 기계 및 시설을 점검·수리하고,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통상근무의 연장이나 야간 또는 휴일근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위 당직근무에 관하여 당직수당을 지급하였을 뿐이므로, 원고 등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특잔업수당 및 그에 따라 계산된 퇴직금 중에서 각 지급받지 못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근로자들의 당직근무에 따라 피고는 근로계약의 내용에 따른 소정의 ‘제수당’을 지급한 것 외에 추가로 ‘당직/조정수당’을 지급하였고, 당직근무 다음 날을 유급휴일로 보장하여 왔다. 위 당직근무는 감시 또는 단속적 성격으로 업무의 강도가 낮아 통상근로의 연장으로 볼 수 없으므로, 연장·야간·휴일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숙·일직이라 함은 정기적 순찰, 전화와 문서의 수수, 기타 비상사태 발생 등에 대비하여 시설 내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자체의 노동의 밀도가 낮고 감시·단속적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러한 업무는 관행적으로 정상적인 업무로 취급되지 아니하여 별도의 근로계약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며 원래의 계약에 부수되는 의무로 이행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정상근무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고, 야간·연장·휴일근로수당 등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관례적으로 실비변상적 금품이 지급되고 있다는 등의 특징이 있으나, 이러한 감시·단속적인 숙·일직이 아니고 숙·일직 시 그 업무의 내용이 본래의 업무가 연장된 경우는 물론이고 그 내용과 질이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초과근무에 대하여는 야간·연장·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때 초과근무에 포함되어야 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바,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중도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 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이를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3.5.27. 선고 92다24509 판결, 대법원 1995.1.20. 선고 93다46254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1) 당직근무 시 근무인원 및 근무장소

가) 당직근무조 총 4명은 설비팀 2명(선임 1명, 후임 1명), 전기팀 2명(선임 1명, 후임 1명)으로 이루어졌다.

나) 설비팀 및 전기팀의 선임은 지상 3층 방재실에 배치되었고, 이들은 시설·설비의 운영 상태를 나타내는 계기판을 확인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다) 설비팀 및 전기팀의 후임은 각 지하 4층 중앙감시실에 배치되었고, 이들은 애프터서비스 처리나 순찰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필요한 경우 방재실에서 근무하는 당직근무자들과 함께 애프터서비스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였다.

2) 시설·설비 운영 상태를 나타내는 계기판 확인 업무

가) 3층 방재실에서 근무하는 당직근무자들은 당직근무시간대에 위 방재실에 상주하면서 BAS(Building Automatic System) 그래픽 보드에 나타나는 주요 설비의 운영 상태를 모니터를 통하여 확인하였고, 장비 이상 알람이 발생하는 경우 책임자에게 보고하거나 현장 점검이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상황기록·관리일지(이하 ‘당직일지’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나) 피고의 근로자들은 당직근무 시 계기판의 노후화로 인하여 수시로 울리는 알람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대응 여부를 결정하여야 했다. 알람 내용이 별다른 조치가 필요 없는 사항인 경우 알람을 끄기 위해 계기판 모니터를 클릭하여야 했고, 알람을 확인한 후 현장 점검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당직근무 시 1~2차례는 현장을 점검하였다.

3) 애프터서비스 요청 접수 및 처리 업무

당직근무자들은 D의 입주자들의 애프터서비스 요청을 받고 애프터서비스 전담 직원들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하였고, 간단한 요청의 경우 직접 해결하기도 하였다.

4) 남·여 사우나실 역세 및 린스 등 업무

‘남·여 사우나실의 역세(逆洗, Back Washing) 및 린스’란 사우나실 여과기를 세척하는 것으로 단계별로 밸브를 조작하는 설비팀의 업무이고,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위 업무와 남·여 사우나실 전등 점검 및 교체 업무는 사우나실의 영업이 종료되는 22:00 이후에야 처리할 수 있었다.

5) 야간 순찰 업무

야간 순찰 업무는 당직근무 시 전기팀 소속 근로자들이 30분~1시간가량 전기실 및 설계실 등의 취약장소를 순찰하고 검침하는 업무이다.

6) 상황기록·관리일지의 작성

가) 당직근무자들은 당직일지를 작성하여 그날 처리한 업무를 기재하였는데, 애프터서비스 접수대장에 기재된 업무처리내역과 당직일지에 기재된 업무처리내역을 비교하면 당직근무자들이 처리한 모든 업무가 당직일지에 기재되어 있지는 않았다(예를 들면, 2011.4.2. 토요일 애프터서비스 접수대장에는 13개의 처리 업무가 기재되어 있는데, 같은 날의 당직일지에는 그에 관한 기재가 전혀 없다).

나) 2011.4.4.부터 2011.4.15.까지 애프터서비스 접수대장에 기재된 평일 주간의 애프터서비스 요청 건수와 같은 기간 평일 당직근무시간의 애프터서비스 요청 건수를 비교해 보면, 야간의 요청 건수도 상당하고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또한 당직근무자들만 근무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토요일 및 일요일의 요청 건수는 평일의 요청 건수보다 많았다.

7) 당직근무조의 근무에 대한 근태관리

가) 피고의 현장관리자가 18:00경, 특근자가 22:00경 각 퇴근한 후에는 당직근무자들을 지휘·감독하는 사람이 별도로 현장에 존재하지는 않았다. 당직일지에는 21:00경 및 06:00경 피고 소속 당직근무자들이 C 소속 당직자에게 당직보고를 하였던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나) 일정 기간 동안은 D나 C 직원이 피고 소속 당직근무자들과 중앙감시실에서 함께 근무하였으나, 그 후 사무실이 분리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3호증, 을 제3, 4, 8 내지 2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제1심법원의 원고에 대한 일부 본인신문결과, 이 법원의 선정자 E에 대한 일부 본인신문결과, 제1심 증인 L의 일부 증언, 제1심 및 당심 증인 J의 일부 증언, 제1심 및 당심 증인 K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이 사건 근로자들의 당직근무가 통상근로의 연장인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가.항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자들의 당직근무 중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식사나 수면시간 등 휴게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의 근로는 그 내용과 질에 있어서 통상근로의 연장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① 방재실이나 중앙감시실에서 계기판을 확인하고, 애프터서비스 요청을 받아 처리하며, 기계실과 전기실을 순찰하고 점검하는 업무는 주간근무시간에도 항상 피고의 당직근무자들이나 애프터서비스 전담 직원 등에 의하여 처리되는 업무이다. 또한 이러한 업무들은 D의 전기 또는 설비시설의 점검·유지·보수 업무의 하나로 당직근무자들이 아닌 설비 또는 전기팀 근로자들이 주간에 처리하는 업무와도 상당히 관련되어 있다.

② 남·여 사우나실의 역세 및 린스 업무와 전등 점검 및 교체 업무도 D의 전기 및 설비시설 점검·유지·보수 업무로 필요한 것이고, 사우나실의 영업이 종료된 이후에 처리되어야 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간에 이루어지는 다른 업무와 내용과 질이 다르다고 볼 수 없다.

③ 당직근무시간에 접수되는 애프터서비스 요청이 주간에 접수되는 요청보다 다소 적기는 하다. 그러나 주간에는 애프터서비스 전담 직원과 당직근무자들이 애프터서비스 처리 업무를 하였지만 당직근무시간에는 당직근무자들만이 그 업무를 처리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당직근무시간에 처리하는 애프터서비스 처리 업무의 강도가 주간의 것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애프터서비스 접수대장에 기재된 업무처리내역과 당직일지에 기재되어 있는 업무처리내역에 다소 차이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직근무자들이 업무처리 내용 중 일부는 기재하지 않았던 것으로도 보인다.

④ 피고는 주간에도 큰 규모의 공사성 업무나 보수는 외부 업체에 처리를 맡겼고, 당직근무 중에도 사우나실의 샤워헤드나 골프장의 램프를 교체하는 등 자재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당직근무시간에 처리하는 애프터서비스 처리 업무의 질이 주간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⑤ 방재실이나 중앙감시실에서 계기판을 확인하는 업무는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하는 업무로 보이고, 사우나실의 역세 및 린스 작업에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야간순찰에 관하여도 피고 스스로 원칙적으로 2명의 직원이 수행하여 30분가량 소요되는 업무라고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당직시간 중 식사시간[아래 라. 1)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평일 1시간, 토요일이나 일요일 각 2시간]이나 아래 라. 2) 나)항에서 인정되는 ‘야간근무시간 중 휴게시간 3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당직근무시간에 당직근무자들에게 수면이나 휴식이 보장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⑥ 이 사건 근로자들의 당직근무가 피고가 미리 정한 4교대제 근무의 일부를 이루고, 당직근무 시 당직보고도 2차례씩 이루어지는 점, D나 C의 직원이 일정 기간 동안 피고 소속 당직근무자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당직근무 중 식사나 수면시간 등 휴게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의 근무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당직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식사·수면시간 등)의 범위

1) 당직근무시간 중 주간근무시간 내 휴게시간의 범위

먼저 당직근무시간 중 야간근무시간(평일은 18:00부터 익일 08:00까지, 토요일은 18:00부터 익일 09:00까지, 일요일은 18:00부터 익일 08:00까지)에 해당하지 않는 주간 근무시간의 휴게시간에 관하여 본다.

당직근무가 평일의 경우 17:00, 토요일의 경우 08:00, 일요일의 경우 09:00에 각 시작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에서 본 주간근무시간 중에서 평일의 경우 저녁시간 1시간(17:00~18:00), 토요일 및 일요일의 경우 점심, 저녁시간 각 1시간씩 합계 2시간이 각 식사시간으로 휴게시간에 해당함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당직근무시간 중 야간근무시간 내 휴게시간의 범위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당직근무시간 중 앞서 본 야간근무시간의 휴게시간과 관련하여, 원고 등은 피고로부터 해당 시간에 수면을 취하라는 지시를 들은 바 없고 별도로 마련된 휴게실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업무가 과중하여 수면을 취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는 야간근무시간 중 특히 심야근무시간(24:00부터 익일 05:00까지)에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해당 시간에 계기판의 알람을 끄고 수면을 취하라고 지시하였고, 취침을 위한 휴게실도 마련하였으며, 그 외의 나머지 야간근무시간에도 업무 강도가 낮아 당직자 중 1~2명만 근무하고 나머지는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는바, 그 범위에 관하여 판단한다.

나)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2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자들은 당직근무시간 중 야간근무시간, 특히 심야근무시간(24:00부터 익일 05:00까지) 내에서 “약 3시간”의 휴식·수면시간 등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휴게시간을 가졌고, 나머지 시간에 대한 근로만 통상근로의 연장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원고 등의 주장에는 위와 같이 야간근무시간 중 일부만이 통상근로의 연장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된다).

① 피고의 당직근무자들은 당직근무 시 수시로 울리는 계기판의 알람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대응 여부를 결정하여야 했고,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직접 현장점검을 하기도 하였다. 즉, 당직근무시간 중 야간근무시간, 특히 심야근무시간 전체가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식시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기계의 노후화로 인하여 알람시스템의 알람이 수시로 울려 실질적으로 이에 대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피고 측에서도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알람에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이 사건 근로자들도 모든 알람에 대응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제1심 증인 J, K, L, 당심 증인 K의 각 일부 증언).

② 이 사건 근로자들의 당직근무는 피고가 미리 정한 4교대제 근무의 일부를 이루고, 당직근무 시 당직보고도 2차례씩 이루어지며, D나 C의 직원이 일정 기간 동안 피고의 당직근무자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였던 것으로도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야간근무시간, 특히 심야근무시간의 당직근무도 그 전체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일정 시기 이후로는 D나 C 직원과 사무실을 분리하여 썼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 소속 특근자는 22:00에 퇴근하였고 별도로 당직근무자들의 근무를 계속적으로 주시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이 취침을 위하여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는 지하 4층의 휴게실은 침대나 이불, 베개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는 2011년 이후 휴게실에 있던 사물함의 배치를 변경하였음을 인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근로자들이 근무하던 때에는 사물함의 배치 등으로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측에서 작성한 시설부분품질평가 개선안(갑 제22호증)에서도 당직근무 시 24시간 연속근무에 대하여 휴게시간 보장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던 점, 피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당직근무자들이 당직근무 시 해야 하는 순찰업무나 간단한 애프터서비스 업무를 마치고 난 후에야 수면을 취하였고, 비상상황에 연락을 받으면 대기 중인 당직근무자와 함께 일을 처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을 포함한 당직근무자들에게 휴게장소를 제공하였다거나 야간근무시간 전체에 걸쳐 자유롭게 휴게장소를 이용하도록 보장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피고의 직원인 O이 2013.4.경 원고에게 “… 위에 2명, 밑에 2명 있으니까 밑에서는 거의 사람들이 자고 그래요, 자는 거야 그때 뭐, 일 터졌을 때 뭐 연락해서 같이 일을 처리하면 되는 거고 …”라고 말하기도 한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당직근무시간 중 특히 심야근무시간에는 당직근무자들을 비교적 느슨하게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조차 제1심의 원고본인신문에서 “깊게 잠을 자지는 못했지만 약간의 휴식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제1심 및 당심 증인 J은 “당직근무자들이 소파나 의자에서 가면을 하거나 이불이나 돗자리를 깔고 와 수면을 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당직근무자들이 일정 시간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경우는 빈번했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 측 주장에 의하더라도 당직근무시간 중 24:00부터 05:00까지 사이에도 방재실에서 최소 1명 이상이 상시 대기하여 계기판 확인 업무를 수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해당 직원은 방재실을 비울 수 없기 때문에 방재실에 상시 대기하는 직원 1명 외에도 그 외의 당직근무자들이 애프터서비스 접수나 야간 순찰, 사우나실 역세 및 린스 업무를 담당하여야 했으므로 완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직근무자들이 작성한 애프터서비스 접수대장을 보면 2011.4.5. 00:17경 세대 정전으로 애프터서비스 요청이 접수되자 선정자 G이 이를 접수하였고, 다른 당직근무자인 P이 차단기 복구조치를 하는 등 애프터서비스의 접수자와 조치자가 대체로 서로 상이하고 2명 이상이 조치한 경우도 있어 위 근무시간 중 적어도 2명 이상은 업무를 수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수면을 취하고 있는 근무자들이라 하더라도 화재, 정전, 누수 등의 비상상황 수습이나 기타 업무 처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방재실에서 대기 중인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업무를 처리해야 하므로 숙면을 취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 피고는 ‘당직근무는 당직근무자 4인 중 1인만이 교대로 번갈아가며 수행하였고 나머지 3명은 휴식을 취하였다’고 주장하고, J과 K은 제1심에서 “피고는 당직근무자들에게 24:00부터 06:00까지는 교대로 돌아가면서 대기하는 사람 1명을 정하고 그 외의 근무자들은 휴게실에서 취침하도록 지시하였으며, 실제로도 피고의 지시와 같이 당직근무자들 중 1명만이 근무하고 나머지는 취침을 하는 등 휴식을 취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여 이를 뒷받침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과 비슷한 시기에 근무하였던 E도 당심에서 “당직근무 중 적어도 1~2시간은 수면과 식사 시간으로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3) 소결론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당직근무시간 중 이 사건 근로자들의 휴게시간은 평일 당직근무의 경우 4시간(= 주간근무시간의 휴게시간 1시간 + 야간근무시간의 휴게시간 3시간), 토요일과 일요일 당직근무의 경우 각 5시간(= 주간근무시간의 휴게시간 2시간 + 야간근무시간의 휴게시간 3시간)으로 봄이 타당하고, 나머지 시간에 대한 근로에 한하여 통상근로의 연장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마. 미지급 수당 및 퇴직금의 산정

1)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청구기간 동안 당직근무를 통상 근로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특잔업수당 및 이를 기초로 재산정한 퇴직금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이 이미 지급받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퇴직금을 공제한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당직근무시간 중 이 사건 근로자들의 휴게시간이 평일 당직근무의 경우 4시간, 토요일 및 일요일 당직근무의 경우 각 5시간임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특잔업수당 및 이를 기초로 재산정한 퇴직금의 합계액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이 이미 지급받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퇴직금을 공제한 차액의 금액이 별지2 인용금액표의 각 이 사건 근로자별 ‘차액’란 기재와 같은 사실에는 당사자 간 다툼이 없다. 또한 망인이 2019.4.6. 사망하여, 그 어머니인 선정자 M의 상속비율이 2/5, 배우자인 선정자 N의 상속비율이 3/5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그렇다면 피고는 ① 원고에게 16,979,099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0.8.17.부터, ② 선정자 H에게 19,356,321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이후로서 위 선정자가 구하는 2011.8.26.부터, ③ 선정자 E에게 11,985,436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이후로서 위 선정자가 구하는 2011.4.21.부터, ④ 선정자 M에게 4,669,497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이후로서 위 선정자가 구하는 2012.2.21.부터, ⑤ 선정자 N에게 7,004,245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이후로서 위 선정자가 구하는 2012.2.21.부터, ⑥ 선정자 F에게 9,572,440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이후로서 위 선정자가 구하는 2010.9.17.부터, ⑦ 선정자 G에게 41,182,112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이후로서 선정자 G이 구하는 2012.3.3.부터 각 이 판결 선고일인 2021.12.10.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 등은 위 지연손해금 기산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그러나 원고 등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중 일부만이 인용되는 이상, 근로기준법 제37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제18조제3호에 따라 피고가 원고 등이 주장하는 지연손해금 기산일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위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법원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므로, 위 기간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지연손해금률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상법이 정한 연 6%의 지연손해금률을 적용한다(대법원 2021.6.10. 선고 2021다212771 판결 참조)].

 

5.  결 론

 

원고 등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일부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 등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숙연(재판장) 양시훈 정현경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