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 2023.3.15. 선고 2020구단1209 판결】
• 전주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0구단1209 요양급여신청불승인결정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3.02.15.
• 판결선고 / 2023.03.15.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7.21.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3.8.17.부터 유한회사 B 소속 택시운전사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19.3.5. 17:00경 잠을 자던 중 앞쪽 가슴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껴서 2019.3.6. 17:34경 C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았고, 담당의사로부터 ‘불안정성협심증, 우측 경동맥 협착’(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등을 진단 받았다.
다. 원고는 2019.12.13.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라. 피고는 2020.7.21.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매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한 53.98시간을 근무하는 등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하였고, 원고의 택시운전 업무는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 복합적인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있었다. 또한 원고는 유한회사 B와의 법률적 분쟁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고, 법률적 분쟁으로 인하여 사용자 측으로부터의 장기간 괴롭힘을 당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2호 가목 및 다목에 해당하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고,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가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피고는 아래 첫 번째 법리를 근거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원고는 아래 두 번째 법리를 근거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인과관계의 증명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 다만,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 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02.2.5. 선고 2001두7725 판결 등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4.13. 선고 2011두3001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을 제2, 3, 4, 5, 7, 8,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D협회 의료감정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을 모아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가 유한회사 B 소속 택시운전사로서 운행하였던 택시의 타코미터 기록을 기초로 원고의 업무시간을 산정한 결과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일간의 업무시간은 36시간 20분(7일 중 4일 근무), 4주간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6시간 5분(28일 중 20일 근무), 12주간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9시간 8분(84일 중 64일 근무)이다. 위와 같은 업무시간만으로는 원고가 만성적으로 또는 단기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날(2019.3.4.) 05:52경 택시운행을 시작하였다가 같은 날 14:58경 운행을 마치고 귀가하였고, 이 사건 상병 발병일(2019.3.5.)에도 전날과 큰 차이 없이 운행을 하다가 귀가한 것으로 보이는바(원고 스스로 2019.3.5. 05:50경 택시 운행을 시작하였다가 같은 날 15:20경 운행을 마쳤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원고의 통상적인 업무수행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이 사건 상병 발병 24시간 이내에 원고의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예를 들어 고객응대업무로 인한 다툼, 교통사고나 인명사고의 발생 등)이 발생하였다거나 업무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
②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간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53.98시간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업무시간 산정내역(2021.9.13.자 준비서면의 첨부자료)을 제출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자신의 업무시간을 산정하면서 자신이 운행하던 택시의 타코미터 기록과 다르게 산정한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에 반하여 피고는 객관적인 자료인 타코미터 기록을 근거로 원고의 업무시간을 산정하였고(타코미터에 최초로 시동이 걸린 시간을 업무시작 시간으로, 최후에 시동이 꺼진 시간을 업무종료 시간으로 산정), 타코미터에 오류가 발생한 날짜에는 당일 지정된 근무시간을 전부 반영하는 방법으로 원고의 업무시간을 산정하였다.
③ 한편, 원고는 노동조합활동을 업무 관련 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노동조합활동을 업무 관련 행위로 보기 위해서는 회사의 노무관리업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서 사용자가 본래의 업무 대신에 이를 담당하도록 승인하는 등 그 자체를 회사의 업무로 볼 수 있는 경우여야 하는데(대법원 2014.5.29. 선고 2014두35232 판결 등 참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④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5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별표 제3호] 제1호 다목의 위임에 근거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7.12.29. 고용노동부고시 제2017-117호)‘에 의하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부담 가중요인(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의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부담 가중요인과 관련하여 원고의 업무가 교대제 업무에 해당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고의 업무가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휴일이 부족한 업무(발병 전 12주 동안 월 평균 휴일이 3일 이하 또는 발병 전 4주 동안 휴일이 2일 이하인 경우)나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별지 기재 [별표 2]의 기준 참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원고가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⑤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이전에 이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고, 흡연(과거 흡연 이력)이라는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도 갖고 있었다. D협회 의료감정원 소속 감정의는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관계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소견하였다.
1.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에 대하여 협심증 발병원인: 가장 흔한 원인은 죽상(동맥) 경화로 인한 관상동맥의 협착임. 고지혈증, 흡연, 고혈압, 당뇨병은 4대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죽상경화를 일으키고 동시에 죽상경화를 진행/악화시키는 위험인자임. 우측 경동맥 협착 발병원인: 죽상(동맥) 경화로 인한 협착이며, 고지혈증, 흡연, 고혈압, 당뇨병 등이 죽상경화를 일으키고 동시에 죽상경화를 진행/악화시키는 위험인자임. 2. 원고의 업무 내용, 스트레스 상황이 ‘건강한 상태’의 원고로 하여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으로의 발병 및 진행을 가속화 내지 악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하여 아직 증상은 없지만 기존 병리적 질환 상태가 있는(즉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으로 인한 죽상경화에 따른 협착 질환 상태) 경우 일시적인 증상의 악화를 유발시킬 수는 있으나, ‘건강한 상태’에서 새로운 원인 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발병이나 이로 인한 죽상경화로 인한 질환 상태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이야기하기는 어려움. 3. 이 사건 상병은 독립적으로 발병하는 것인지, 원고의 기저질환에서 발전하는 것인지 이 사건 상병은 기저질환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에서 발전하는 것임. 4. 이 사건 상병이 기저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의심 상태) 유병 상태에서 이 사건 상병으로의 발병 및 진행 가속화 내지 악화시킬 수 있는지 기존 기저질환 유병 상태에서 일시적 악화를 유발시킬 수 있으며, 안정형 협심증에서 불안정형 협심증 형태로 악화시킬 수 있음. 5.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스트레스를 포함한 자율신경계를 항진시키는 상태는 기존 기저질환의 악화를 가지고 올 수 있으나 이 사건 상병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는 보기 어려움 원고의 임상증상 중 불안정형 협심증 소견도 임상적으로 전형적이지 않다고 판단됨. 대개 운동이나 심박수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통증이나 불편함 발생되며 쉬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좋아지는데, 원고의 경우는 취침(심박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게 유지되는 상황) 중 증상이 발생하였고, 일상생활이나 운동 중 악화된다는 전형적인 형태의 의학적 기술 부분이 없음. 일부 새벽에 연축을 동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워 보임. |
⑥ 위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죽상(동맥)경화로 인한 관상동맥의 협착이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은 죽상경화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4대 위험인자이며, 원고는 위 4대 위험인자를 모두 가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런데 원고의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한 것이라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위 감정의는 스트레스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의 일시적 증상 악화를 유발할 수는 있으나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의 발병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소견하였다), 흡연은 원고의 업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발병 전에 원고가 만성적으로 또는 단기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상병 발병 24시간 이내에 원고의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업무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업무를 마치고 수면을 취하는 중에 발생하였다. 그렇다면 원고의 업무 또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주된 발생원인인 원고의 기저질환과 흡연이력에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을 악화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