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1.9.8. 선고 2020구단60980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0구단60980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1.08.25.

• 판결선고 / 2021.09.08.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2.20.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81.7.1.부터 1995.3.20.까지 약 13년 8개월 동안 B 주식회사 C출장소(이하 ‘C출장소‘라 한다)에서 석탄 상하차작업 등을 수행하였다.

나. 원고는 2016.9.2. D의원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으로 진단받고 2017.10.20.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0.2.20. 아래와 같은 심의결과를 근거로 삼아, 위 신청을 불승인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직업환경연구원의 업무상질병심의위원회]
저탄장이 개방공간이면서 화물열차 위쪽이 열려 있다는 작업공간의 특성 및 단순 적재작업으로 발파가스에의 노출이 없다는 점, 과거 대형할석작업에서의 노출평가 결과 등을 모두 종합하면, 호흡성 분진의 전체 누적 노출량이 다소 적다고 판단된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원고의 폐기능 검사결과가 만성폐쇄성폐질환 장해등급 진단기준에 부합하지만, 원고가 고농도의 호흡성 분진에 노출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C출장소와 석재회사에서 석탄이나 돌가루 등 호흡성 분진에 20년 이상 노출되었는바, 이러한 분진 노출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 또는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으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5.9. 선고 2011두30427 판결 등 참조).

2)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7.12.26. 대통령령 제285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제3항 [별표 3] 제3호 (사)목은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장기간·고농도의 석탄·암석 분진, 카드뮴흄 등에 노출되어 발생한 만성폐쇄성폐질환’을 들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피고가 마련한 ‘만성폐쇄성폐질환 업무처리 지침’은 석탄·암석 분진 등에 20년 이상 노출되어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석탄·암석 분진 등에 노출된 기간이 20년 미만이더라도 지하공간이나 밀폐된 공간 등에서 작업을 수행하여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면 장기간·고농도의 석탄·암석 분진, 카드뮴흄 등에 노출된 것으로 인정하되, 천식의 악화나 기관지확장증 등 폐쇄성 폐환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기류 제한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는 피고 내부의 업무처리 지침에 불과하지만, 법원이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하나의 고려요소로 삼을 수는 있다.

나) 원고는 1981.7.1.부터 1995.3.20.까지 약 13년 8개월 동안 C출장소에서 저탄장의 석탄을 지게로 날라 화물열차 안에 싣는 작업을 반복하여 수행하였는데, 저탄장은 넓은 실외공간이고 화물열차도 위쪽이 뚫려 있었으므로, 밀폐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채탄이나 연탄제조와 달리 위 석탄 상하차작업 중 원고가 노출된 석탄 분진은 그 양이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로 고농도의 호흡성 분진에 노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고가 석재회사에서 대형할석작업을 한 것과 관련하여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근무기간은 2개월(1998.10.1.부터 1998.11.29.까지 F에서 근무)에 불과한 점, 원고가 2010년경 피고에게 진폐증을 이유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을 당시 ‘1995년 C출장소에서 퇴사한 이후에는 농사를 짓거나 가끔 일용직으로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였을 뿐, 분진작업장에서 근무한 사실이 없다.‘라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약 10년 동안 석재회사에서 대형할석작업을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을 발생 또는 악화시킬 정도로 호흡성 분진에 20년 이상 노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그 근무기간이 10년이라 하더라도, 대형할석작업은 마찰열 방지 등을 위해 물을 뿌리면서 습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호흡성 분진의 노출 수준은 상당히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라)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위험인자에는 흡연, 직업성 분진과 화학물질, 실내외 대기오염, 사회·경제적 수준, 만성기관지염, 호흡기 감염 등 외부인자 및 유전자, 노령, 성별, 폐 성장, 기도 과민반응 등 숙주인자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흡연이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라고 알려져 있다. 흡연력에 대한 원고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기는 하나, 2010.11.경 작성된 G병원의 추가소견서에 ‘35pack-years’(35갑년)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2013.3.25. 작성된 건강검진 문진표에 ‘현재도 흡연 중‘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흡연력은 적어도 35갑년 이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 사건 상병으로 진단받을 당시 원고는 만 67세로 만성폐쇄성폐질환의 호발 연령에 해당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가 흡연력과 노령 등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장기간·고농도의 석탄 등 분진에 노출되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는 없는 이상, 막연히 석탄 상하차작업으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생 또는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마)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무증상기나 잠복기가 있다고 알려진 질환이 아닌바, 원고가 C출장소에서 퇴사한 1995년으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2016.9.2.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사건 상병으로 진단받은 점(원고가 진폐요양급여를 신청한 것도 C출장소에서 퇴사한 때로부터 약 15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진 일이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또는 악화의 주된 원인이 원고의 업무라고 볼 수는 없다.

바) 감정의는 아래와 같은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다.

○ 기관지확장제 흡입 후 실시한 폐기능 검사결과(2018.4.10.자), FEV1/FVC(1초율)이 62%, FEV1(노력성 1초 호기량)이 67%로 확인되어 만성폐쇄성폐질환 소견이 관찰됨
○ 미국 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가 제시한 기준을 토대로 계산해 보면, 원고는 석탄 상하차작업 중 이 사건 상병을 발생 또는 악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호흡성 분진에 누적 노출되었다고 보기 어려움
○ 대형석재의 할석작업을 습식으로 진행할 경우 호흡성 분진 노출이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함을 확인할 수 있음. 할석작업 시 호흡성 분진 및 결정형 유리규산 분진 농도는 노출기준 미만이었을 것으로 추정됨
○ 현재의 인정기준 및 원고가 근무했던 환경, 직무내용을 종합해 보았을 때, 이 사건 상병을 유발시킬 정도로 호흡성 분진 및 결정형 유리규산의 누적 노출량이 높다고 보기 어려움. 그러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특정할 수 없음
○ 원고의 흡연력과 연령은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가 될 수 있음
○ 직업환경연구원의 업무상질병심의위원회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의견에 동의함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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