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인 고인이 2차 음주 회식 진행 중 별다른 말없이 노래주점 밖으로 나가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에 누워 있다가 사망한 사안에서, 음주에 이른 경위, 회식 후 사고에 이르기까지 고인의 행동, 사고발생 장소 및 경위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피고 회사 등이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고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유족인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한 사례.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6.14. 선고 2022가단285213 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2가단285213 손해배상(자)
• 원 고 / 1. A, 2. B, 3. C
• 피 고 / 주식회사 ○○○
• 변론종결 / 2023.05.17.
• 판결선고 / 2023.06.14.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A에게 57,714,285원, 원고 B, C에게 각 133,340,494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2.5.1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고 장○○(이하 ‘고인’이라 한다)은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 제공업 등을 영위하는 피고 회사에 고용되어 솔루션개발팀장으로 근무한 사람이고, 원고 A는 고인의 배우자, 원고 B, C는 고인의 자녀들이다.
나. 피고 회사는 주식회사 P(이하 ‘P사’라 한다)와 ○○인재창조원에서 사용할 ‘○○러닝플랫폼 2단계 학습활동 데이터 수집체계 구축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과 관련하여 고인은 2022.5.11.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X 등과 함께 ○○인재창조원에서 진행된 업무성과 보고를 위한 회의에 참석한 후, 같은 날 18:00경부터 21:00경까지 X 및 P사 관계자들과 인천 남동구 장도로 ○○-○ 소재 횟집에서 1차 회식을 하면서 식사 및 음주를 하였고, 이후 인근인 인천 남동구 소래역남로○○번길 ○-○○ 소재 2층 노래주점으로 이동하여 2차 회식을 하면서 음주를 하였다.
다. 고인은 2차 회식 진행 중 별다른 말없이 노래주점 밖으로 나갔고, 2022.5.11. 23:15경 위 노래주점이 있는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에 누워 있다가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역과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여 같은 날 23:45경 다발성 외상 등으로 사망하였다.
라.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의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원고 A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 7 내지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고인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의 회식 과정에서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피고 회사는 회식의 종료와 안전한 귀가 과정을 살피는 등으로 고인의 생명·신체를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불법행위자로서 고인의 상속인들인 원고 A에게 57,714,285원(= 고인의 위자료 상속분 37,714,285원 + 고유의 위자료 20,000,000원), 원고 B, C에게 각 133,340,494원(= 고인의 일실수입 상속분 98,197,637원 + 고인의 위자료 상속분 25,142,857원 + 고유의 위자료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9.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3.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나.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고인은 2차에 걸쳐 진행된 회식 자리에서 스스로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일 뿐이고, X 등이 고인에게 음주를 권유하거나 강요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 점, ② 고인은 2차 회식 진행 중 별다른 말없이 노래주점 밖으로 나가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에 누워 있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점, ③ 2차 회식이 이루어진 노래주점은 건물 2층에 있었고, 이 사건 사고는 건물 밖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는 내리막길에서 발생한 점을 비롯하여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장소 및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 또는 X 등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사건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회사나 X 등이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고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고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조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