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은 공장을 신축하는 공사 중 패널 공사 부분을 도급받았고, 건설현장에서 패널시공업체 대표자로서 팀원을 대동하여 지붕에서 용마루 고정 작업을 하다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여 두개골 골절, 뇌출혈 등의 상해를 입어 사망하였다. 망인은 사고 당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의 지위에서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서울행정법원 2021.10.7. 선고 2020구합79264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20구합79264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1.07.08.

• 판결선고 / 2021.10.07.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6.30. 원고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2011.6.24. ‘D’이라는 상호의 패널시공업체에 관하여 대표자로서 사업자등록을 마친 사람이다.

나. 건설업체인 E는 2020.2.24. 주식회사 F(이하 ‘F’이라고 한다)로부터 G산업단지에 위치한 주식회사 H의 공장을 신축하는 공사 중 패널 공사 부분을 도급받았고, 2020.3.16.경 망인과 사이에 “위 패널 공사 중 시공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고 한다)은 망인이 시행하되 패널 자재는 E가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이 사건 계약에 따라 망인은 5명의 인원(이하 ‘팀원’이라고 한다)을 대동하여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였는데, 2020.3.26. 08:00경 약 7미터 높이의 지붕에서 용마루 고정 작업을 하다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였고, 이로 인하여 두개골 골절, 뇌출혈 등 상해를 입어 같은 날 09:59경 사망하였다.

라.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망인은 사고 당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0.6.30.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이 외형상으로는 사업자등록을 마친 사업주로 보일 수 있으나, 이 사건 작업에 관하여는 F이나 E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고, 일당을 기초로 산정한 대가를 지급받았으며, 특히 F은 망인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망인에 대하여 4대 보험 가입신고까지 하였다. 이러한 전반적인 사정들을 두루 고려하면 망인을 근로자로 볼 수밖에 없음에도, 이 사건 처분은 위와 다른 전제에서 내린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판 단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②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③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④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⑤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⑥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⑦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⑧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⑨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⑩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⑪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7.9.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등 참조).

 

나. 법리의 적용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갑 제6 내지 8, 10, 12,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증인 I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이 근로자의 지위에서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망인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여부

가) F은 “패널 공사는 E에 일임하였으므로, F은 이 사건 작업에 투입된 인원의 채용, 업무, 임금 등을 알 수가 없다”라는 취지로(갑 제8호증 제3, 4쪽), E는 “이 사건 작업에 관한 작업일수, 작업시간, 투입 근로자 수, 근로자의 채용, 업무내용, 임금 등을 모두 망인이 결정하였다. E가 작업 지시를 하지 않아도 망인이 스스로 이 사건 작업을 진행하였다”라는 취지로(갑 제7호증 제3, 4쪽) 각 진술하였다.

위 각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작업의 수행 방식에 관하여 F이나 E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폭넓은 재량을 행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여기에 더하여 E는 “세부적인 작업일정은 E와 망인이 협의하여 진행했다”는 진술도 하였다(갑 제7호증 제4쪽).

위 진술은 E와 망인이 서로 의견을 조율하여 이 사건 작업을 진행하는 관계에 있었고, 달리 E가 망인에게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사항이 없었음을 잘 보여준다.

다) F은 공사현장의 일일 작업내용에 관하여 작업일보를 작성하였고, 전체적인 공사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갑 제7호증 제4쪽, 갑 제8호증 제3쪽), 이는 F이 복합적인 공정으로 구성된 공장신축공사의 도급인으로서, 공정별 진행 상황을 파악함과 동시에 각 공정의 일정이 충돌하거나 중복되지 않도록 조율한 것에 불과할 뿐, 나아가 개별 작업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라) 이에 대하여 E의 사업주인 I은 “F의 현장 관리자가 E와 망인에게 같이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해당 증인신문 녹취서 제3, 4쪽), 망인의 팀원들도 “F의 현장 관리자가 매일 공사현장에 와서 망인과 팀원들에게 이러저러한 일들을 시켰다”라는 취지의 사실확인서(갑 제13호증)를 제출하였으나, 위 각 증거만으로는 F이 망인에게 내린 업무 지시의 내용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마) 또한 I은 “기본적으로 F에서 정한 전체적인 공사 일정을 준수하여야 하는데다, E가 망인에게 패널 자재를 공급하는 일정도 유동적이었으므로, E는 위 각 일정에 맞추어 망인에게 이 사건 작업의 수행 방식을 지정하였고, 망인은 이에 따랐다”라는 취지의 사실확인서(갑 제12호증)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I은 위와 같이 제출한 사실확인서는 물론이고 이 법정에서 한 증언에서도 E가 망인에게 지정하였다는 작업 수행 방식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으므로, 위 사실확인서의 기재만으로는 E 역시 망인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

결국 위 사실확인서의 내용을 참고하더라도, 망인은 F에서 조정하는 전체 공사 일정 및 E에서 패널 자재를 공급해주는 시기에 따른 제약만을 받았을 뿐, 그 밖에 이 사건 작업의 제반 사항에 관하여는 여전히 독자적인 결정권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 따라서 망인이 이 사건 작업의 수행과정에서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2) 망인이 사용자가 지정한 근무시간의 구속을 받았는지 여부

가) E는 “망인은 출·퇴근시간의 구속을 받지 않았고, 지각이나 결근에 관한 제재도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갑 제7호증 제6쪽), I도 “당일 공사현장의 날씨에 따라 작업을 일찍 또는 늦게 시작할 수 있으므로, 근무시간이 특별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증언하였다(녹취서 제3쪽).

나) 실제로 망인은 이 사건 작업 현장에서 다른 공사가 선행됨에 따라 이 사건 작업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날에는 평소보다 일찍 귀가하기도 하였다(갑 제7호증 제4쪽).

다) 한편 I은 “이 사건 작업은 작업자가 하루 8시간을 채워주어야 한다”라는 증언을 하기도 하였으나(녹취서 제3쪽), 앞서 살핀 사정들을 아울러 고려한다면, 위 8시간은 이 사건 작업을 계약기간 안에 마치기 위하여 설정된 작업시간으로 볼 수 있을 뿐, 이 사건 작업의 완성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근로를 제공하여야 할 근무시간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라) 따라서 사용자가 망인에게 근무시간을 지정하였다거나, 망인이 그 근무시간에 구속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망인이 약정한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F은 “E와 망인은 이 사건 계약 대금을 패널 시공 면적 1,500헤베(㎡)에 헤베당 단가 7,000원을 곱한 1,050만 원으로 정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갑 제8호증 제2쪽), E도 “공사 종료 후 망인에게 작업일수나 팀원들 수와는 무관하게 헤베당 단가로 정한 대금 1,000만 원을 주기로 하였다”라고 하여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위 각 진술에 따르면, 이 사건 계약의 대금은 이 사건 작업에 투입될 노동력의 양이 아니라 이 사건 작업의 물적인 규모를 기준으로 산출된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I은 “사실 E가 이 사건 작업의 팀원별 일당을 사전에 책정해 두었다. 그리하여 이 사건 작업의 대금은 실질적으로는 팀원별 일당에 작업일수를 곱하여 계산한 총 인건비에다 소정의 경비를 더하여 나온 금액이다”라고 하여 사뭇 다른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갑 제12호증, 녹취서 제5, 7, 13쪽).

그런데 한편으로 F은 “망인이 사고로 사망하자, 망인의 팀원들이 F에 임금을 청구하였다. 이에 팀원들의 작업일수는 E에 확인하였고, 일당의 금액은 팀원들이 각자 요구한 액수대로 맞추어 주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갑 제8호증 제4쪽).

만일 앞서 본 I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F은 E에 팀원들의 작업일수를 확인하는 기회에 E가 미리 책정하여 둔 일당의 금액까지 문의하여 알아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팀원들이 요구하는 일당 금액을 모두 인정해 주었다는 것이 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팀원들의 일당이 사전에 책정되어 있었다는 I의 진술은 믿기 어려우므로, 그 일당을 기초로 이 사건 계약 대금이 산정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망인의 팀원들은 “망인은 종전에 수령한 계약 대금에서 팀원들의 일당을 모두 지급하고 나면 본인의 일당 정도가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이 사건 계약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진술하였다(갑 제13호증). 위 진술은 이 사건 계약 대금이 사실상 망인과 팀원들의 일당을 합산한 액수와 다름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위 진술과는 달리 F이 이 사건 작업에 관하여 작성한 노무비 지급 명세서(갑 제1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F이 망인과 팀원들을 직접 일당제로 고용하였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작업기간 동안 발생한 일당을 모두 합산하여 보더라도 583만 원에 그치는 바, 위 금액은 이 사건 계약 대금 1,050만 원과는 현저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차액 중 400만 원은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을 보전하기 위한 경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일당 자체에도 일정한 범위의 실비를 보전하는 금액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인데, 여기에 더하여 전체 계약 대금의 40%에 육박하는 금액이 모두 실비 변상 목적의 경비로 책정되었다는 것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라) 따라서 이 사건 계약 대금은 근로 자체가 아니라 이 사건 작업의 완성에 대한 대가로 판단된다.

4) 망인이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는지 여부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F이나 E의 간섭 없이 이 사건 작업에 투입될 팀원의 수와 팀원에게 지급할 임금을 정할 수 있었다. 또한 망인은 E로부터 제공받은 패널 자재와 크레인을 제외한 나머지 소형 작업도구를 소유하고 있었고(갑 제7호증 제5쪽), 이 사건 계약 대금에서 기타 소모용품의 비용을 충당하였다(녹취서 제4쪽).

그렇다면 망인은 이 사건 계약 대금에서 공제될 인적·물적 비용의 액수를 스스로 조절함으로써 자신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될 이익의 범위를 결정할 권한이 있었다 할 것이다.

나) I은 “망인을 대신하여 다른 사람이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하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녹취서 제10쪽), 망인은 자신과 함께 일할 팀원들을 자유로이 고용할 수 있었으므로, 최소한 망인이 이 사건 작업 전체를 직접 수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 부분을 제3자로 하여금 대행하도록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 한편 원고는, E의 패널 공급이 늦어져 이 사건 작업이 뒤따라 지연되자, 도중에 F은 망인에게 하루 23만 원의 일당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고, 위 합의에 따라 망인은 이 사건 계약의 기간이 연장되더라도 더 이상 손실을 입지 않게 되었으므로, 망인이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면서 사업을 영위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원고의 위 주장은 F이 작성한 노무비 지급 명세서(갑 제10호증)에 망인의 일당이 23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런데 ① E는 “종전 계약에서 망인의 보수를 중간에 일당으로 전환할 때에는 일당을 30만 원으로 계산하여 주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갑 제7호증 제8쪽), 유독 이 사건 계약에서 망인의 일당을 23만 원으로 급락시킬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② F은 “망인과 같은 오야지(작업반장)의 일당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지 못한다. 노무비 지급 명세서에 기재된 망인의 일당은 오야지의 최소 인건비를 기입한 것이다. 만일 이 사건에서 망인이 아니라 팀원이 사망하였다면 F이 위 명세서를 작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해명한 점(갑 제8호증 제3, 4쪽) 등에 비추어 보면, 노무비 지급 명세서의 신빙성은 매우 떨어지므로, F이 망인의 보수를 일당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

설령 위와 같은 약정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그 뒤부터 F이나 E가 망인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위 약정은 도급인이 자신의 책임으로 발생한 지연손해를 수급인에게 배상하는 취지의 특약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므로, 이로써 망인의 독립성 내지 사업자성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라) 따라서 망인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5) 망인의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E는 “망인은 이 사건 작업에 투입된 팀원들 외에는 다른 팀원을 두고 있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다른 공사현장에는 가지 않았고, 설령 망인이 다른 공사를 병행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작업만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상관이 없었다”라는 취지로(갑 제7호증 제5쪽), I은 “망인이 이 사건 작업 중에 잠시 다른 공사현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하루 종일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경우라면, 미리 F과 E에 통보하여 양해를 구하여야 한다”라는 취지로 각 진술하였다(녹취서 제11쪽).

위 각 진술을 종합하면, 망인이 E와 사이에 일정 기간 동안 오로지 이 사건 작업만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전속 계약을 체결하였다고는 보기 어렵고, 그럼에도 망인이 이 사건 작업을 하는 동안 틈틈이 다른 공사를 병행하지 않은 이유는, 단지 망인이 이 사건 작업과 동시에 다른 공사의 업무량까지 소화할 만큼의 팀원을 보유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상의 제약에 따른 것이라 보인다.

따라서 망인이 E에 전속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사실상의 전속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정도가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6) 망인이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여부

지금까지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이 여러 모로 근로계약의 실질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F이 망인을 근로자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거나 망인에 대하여 4대 보험 신고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망인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F은 망인이 팀원들에 대한 4대 보험 신고를 마치지 못하고 사망하자, 망인을 대신하여 위 보험 신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편의상 자신이 망인과 팀원들을 모두 직접 고용한 것처럼 계약관계를 단순화하고, 팀원들과 함께 망인까지 일괄하여 신고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라 보일 뿐이므로(갑 제8호증 제4쪽), 처음부터 F이 실제 계약관계를 반영하려는 의도로 보험 신고를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처분은 위와 결론을 같이하여 적법하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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