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이 분진작업 종사 이력에 따른 진폐병형 2형, 합병증 기관지염으로 요양 중 폐렴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진폐증은 폐렴 발생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지 않고, 뇌경색에도 영향이 없으며, 망인은 급성 뇌경색으로 인한 연하곤란 등으로 발생한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 결과를 토대로 망인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정당하다고 한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4.21. 선고 2021구합54606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7부 판결
• 사 건 / 2021구합54606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2.04.07.
• 판결선고 / 2022.04.21.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6.18.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A(1935.*.**.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62.9.1.부터 1965.4.1.까지 B에서 선산부로 근무하며 분진작업을 한 사람이다.
나. 망인은 2003.4.4.경 시행된 진폐정밀검사에서 진폐병형 1/2형, 심폐기능 F0(정상), 장해등급 11급 9호를 진단받았고, 2005.1.10.경 시행된 진폐정밀검사에서 진폐병형 2/2형, 합병증 비활동성 폐결핵(tbi), 심폐기능 F0(정상), 장해등급 11급 9호를 진단받았다. 이후 망인은 2009.12.4.경 시행된 진폐정밀검사에서 진폐병형 2/2, 심폐기능 F1(경도장해), 장해등급 7급 15호를 진단받았고, 2010.8.31.경 시행된 진폐정밀검사에서 진폐병형 2/2형, 합병증 기관지염으로 진단받고 요양대상으로 판정되었다.
다. 망인은 2011.1.31.부터 C에서 흉통, 호흡 곤란, 기흉 등을 이유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2019.4.28. 폐렴(직접사인)으로 사망하였다.
라.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이 진폐증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망인은 진폐와 무관하게 발생한 흡인성 폐렴이 악화되면서 사망하였다고 판단된다’는 직업환경연구원의 자문결과 등을 근거로 2020.6.18.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0.11.10. 위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부터 5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인정사실
1) 망인의 진폐정밀진단 이력 <생략>
2) 망인의 사망 전 입원치료 내역 <생략>
3) 망인의 사망 원인에 관한 의학적 소견
가) 사망진단서
○ 직접 사인: 폐렴
○ 선행 사인: 진폐증
나) C 호흡기내과 전문의
망인은 2019.4.17. 뇌경색 진단 후 운동신경마비로 인하여 2019.4.22. 연하곤란이 발생하였음.
2019.4.23.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된 폐렴증상이 나타난 것은 연하곤란에 따른 것(흡인성 폐렴)으로 보이고, 망인의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폐기능 장애 등으로 폐렴이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직업환경연구원 자문의
○ 망인은 C에 입원한 기간 중 사망하기 1년 9개월 전인 2017.7.15.부터 매 주말과 명절에 외박을 나갔고, 사망하기 15일 전인 2019.4.13.부터 4.14.까지 마지막으로 1박 2일 외박을 다녀왔다. 이틀 후인 2019.4.16. 오전에 어지럼증을 호소하여 경구약을 추가하였고, 이를 가지고 외출하였다가 어지럼증이 생겨 119를 통해 응급실로 귀원하였다. 다음날에도 어지럼증이 지속되어 D를 방문하여 촬영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다발성의 대뇌경색이 확인되었고, 약물치료만 하기로 하고 항혈소판제를 투여하면서 침상고정 상태로 4.19. C로 전원하였다.
○ 사망하기 9일 전인 4.19. 망인의 의식수준은 명료하였고 두 손은 조금 움직이지만 걷지 못하여 거동이 어려운 상태였다.4.20. 오전 6시에는 묻는 말에 어눌한 말투로 대답할 수 있었으나 저녁부터는 지남력은 있음에도 완전한 구두소통이 어렵고 연하곤란이 지속되면서 4.22. 비위관을 삽관하였다.
○ 사망하기 5일 전인 4.23. 오후 네 시에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혈압이 188/67, 맥박이 분당 124회로 체크되고, 구토하면서 비위관이 제거되었다. 오후 6시에는 혈압이 134/62, 맥박이 분당 88회로 안정되었으나, 의식의 변화는 없었다. 오후 6시 30분에 다시 구토 증상이 있어 흡인하면서 항구토제를 투여하였고, 다음날에도 혈압이 간헐적으로 상승하면서 오후 2시에는 혈압이 204/64, 맥박 103회, 체온이 38.1℃로 발열이 있어 해열제를 정맥 투여하였다. 이후에도 의식이 점차 저하되면서 오후 6시 15분에 중환자실로 전실하여 … 다음날 오전 기관삽관하기로 결정하여 기관삽관한 후 말초혈액 산소포화도가 93~95%이어서 기계환기 하지 않고 T자관으로 분당 15L의 산소를 흡입하도록 하였다. 사망하기 하루 전인 4.27. 오전 7시에 말초혈액 산소포화도가 89~90%로 낮아서 기계환기를 시작하였고, 의식이 더욱 저하되어 점차 통증에도 반응하지 않았으며, 오후 2시경에는 체온이 38℃로 높아서 해열제를 투여하고 얼음백을 대주었다. 사망 당일인 4.28. 오전 6시 30분경에는 혈압이 56/19, 맥박 분당 138회, 말초혈액 산소포화도가 94%로 확인되었고, 승압제를 수액에 섞어 지속 투여하였으나 점차 혈압이 감소하면서 사망하였다.
○ 이러한 경과를 감안하면, 망인은 급성 뇌경색으로 연하곤란과 구토 등의 증세가 반복되면서 흡인성 폐렴이 발생하고 악화하여 사망하였다고 판단된다. 망인의 기흉은 흉막유착술 시행 후 호전되었고, 이후 재발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망인의 사망과 관련이 없다. 또한 망인에게 중등증에 해당하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있었으나, 망인의 사망 무렵에 폐렴이 호발하고 일단 발생한 폐렴이 쉽게 악화하거나 언제라도 사망에 이를 만한 중증의 폐환기능장애는 없었다고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망인은 사망 당시 흡인성 폐렴의 경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진폐와 연관된 중증의 폐환기능 저하가 없는 상태에서 흡인성 폐렴의 발생 및 악화로 사망하였으므로, 이는 진폐와는 무관한 사망이라고 판단된다.
라) E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이하 ‘제1 감정의’라 한다)의 진료기록감정 결과
○ 망인이 2019.3.5. 시행한 폐기능검사 결과 심폐기능은 경도장해(F1)에 해당하고 이는 신뢰성 있는 검사로 확인된다. 이는 2017년, 2018년도 검사에 비해 호전된 양상이고, 2010년 진폐정밀진단시에도 망인의 심폐기능은 F1로 평가되었으므로, 망인의 폐기능이 시간이 지날수록 유의미하게 악화하고 있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
○ 망인의 진폐증, 진폐합병증과 심폐기능장해와 뇌경색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할 수 없다.
○ 직업환경연구원의 소견과 같이 망인이 폐렴으로 인해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동의한다. 발병 경위상 흡인성 폐렴의 가능성이 있으나, 흡인에 의하지 않은 폐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흡인성 여부와 관계 없이 폐렴 발생 시 심폐기능장해가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 판단한다.
○ 망인은 2019.4.17. 진단된 뇌경색 후 발생한 폐렴에 의해 2019.4.28. 사망하였으며, 진폐증이 폐렴 발생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을 수 있으나, 진폐증으로 인해 경도장해(F1)로 악화된 심폐 기능은 폐렴으로 인한 사망에 일정 기여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 F 호흡기내과 감정의(이하 ‘제2 감정의’라 한다)의 진료기록감정 결과
○ 망인의 사망 전 검사결과에 비추어, 진폐병형은 2/2형이고, 합병증은 없다.
○ 망인의 2019.3.5.자 폐기능 검사상 가만히 있을 때는 호흡곤란을 느끼지 않고, 빨리 걷거나 운동을 할 경우에는 타인에 비해 호흡곤란이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
○ 망인의 진폐증은 심폐기능장해의 발생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망인의 흉부 영상에서 진폐증이 악화되지 않으므로, 심폐기능의 악화에 뚜렷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수 없다. 망인의 진폐합병증인 비활동성폐결핵과 기관지염은 심폐기능의 발생 및 악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기흉은 정도에 따라 폐기능의 저하가 발생할 수 있지만, 망인의 기흉은 흉관 삽입을 통해 완치되었다.
○ 진폐증은 폐렴 발생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지 않으므로, 진폐증 환자는 폐렴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폐렴에 자주 이환될 수 있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 망인의 진폐증, 진폐합병증 및 이로 인한 심폐기능장해가 망인의 뇌경색 발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폐렴은 병원획득 폐렴이라고 할 수 있고, 원인은 흡인의 가능성이 높다. 망인이 2019.4.22. 연하곤란이 있었고, 다음날 구토가 있었던 점, 망인에게 급성 뇌경색이 있었던점, 흡인성 폐렴 발생 부위인 우상엽과 좌하엽의 상분절에서 폐렴의 소견이 있는 점, 2019.4.23.부터 의식이 정상적이지 못한 점(의식이 정상적이지 못하면 흡인성 위험이 증가) 등에 비추어, 망인은 급성 뇌경색으로 연하곤란과 구토 등의 증세가 반복되어 발생한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호증, 이 법원의 G, H에 대한 각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C, D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나. 관련 법리
분진작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하였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진폐, 합병증 등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근로자의 진폐병형, 심폐기능, 합병증,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하였을 때 진폐, 합병증 등과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된다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대법원 2017.3.30. 선고 2016두55292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발생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존의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망하게 되었거나, 업무상 발병한 질병으로 인하여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4.11. 선고 2002두12922 판결 등 참조).
다. 판 단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과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망인은 2011.1.31. 흉통, 호흡 곤란, 기흉 등으로 입원할 당시 75세의 고령이었다. 그런데 망인에 대하여 2013.8.22. 시행된 폐기능 검사에서 노력성폐활량(FVC)이 67%, 일초량(FEV1)이 57%로, 2019.3.5. 시행된 폐기능 검사에서 노력성폐활량(FVC)이 82%, 일초량(FEV1)이 66%로 각 측정되었고, 달리 망인의 심폐기능 악화를 추단할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으므로, 망인의 심폐기능은 2011년경 이후로 사망 무렵까지 점차 악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망인이 앓았던 진폐증 관련 합병증으로는 비활동성폐결핵, 기관지염, 기흉이 있다. 그런데 제2 감정의의 소견에 의하면, 비활동성폐결핵은 폐결핵을 치료하고 난 후 흉터가 폐에 남아있는 것을 의미하여 별도의 치료가 필요 없고, 비활동성폐결핵과 기관지염은 심폐기능의 악화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며, 기흉은 심폐기능의 악화에 영향은 미칠 수 있으나, 망인의 기흉은 사망 전 완치되었고 기흉이 호전되면 폐기능도 호전된다는 것인바, 망인의 진폐증 관련 합병증이 사망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3)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된 폐렴은 2019.4.17.경 급성 뇌경색이 발생한 후 연하 곤란 및 구토 등이 반복되면서 발생한 흡인성 폐렴일 가능성이 높고, 망인의 진폐증과 그 합병증 및 그에 따른 심폐기능 장해를 폐렴의 발생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제1, 2 감정의, C 호흡기내과 전문의 및 직업환경연구원 자문의의 소견이 대부분 일치하고, 이러한 의학적 소견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볼 특별한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4) 제1, 2 감정의는 ‘망인의 진폐증과 합병증, 그에 따른 심폐기능장해는 뇌경색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일치된 견해를 제시하였고, 달리 망인의 진폐증과 그 합병증 등이 뇌경색 발병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5) 제1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 중 ‘망인의 진폐증으로 인해 경도장해로 악화된 심폐기능은 폐렴의 발생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을 수 있으나, 폐렴으로 인한 사망에 일정 부분 기여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제1감정의도 ‘망인의 폐기능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유의미하게 악화하고 있었다고 판단할 수 없고, (망인과 같은) 고령자의 경우 진폐에 이환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노화에 의한 폐 변화로 인해 면역세포 기능이 저하되고 객담 배출 능력이 저하되어 폐렴이 취약해지게 된다. 역학적으로 진폐증 환자와 일반인구집단에서 폐렴의 위험도 증가는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진폐증으로 인한 폐기능 저하가 없었다면 망인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적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고 밝히고 있는 점, 제2 감정의 역시 ‘심폐기능 장해가 있는 사람에게 흡인성 폐렴이 발생한 경우와 심폐기능이 정상인 사람에게 흡인성 폐렴이 발생한 경우의 예후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없다.’는 의견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 내용은 ‘진폐증으로 인한 심폐기능 장해가 심한 경우, 폐렴 발생 시 사망에 이를 위험이 더 높다’는 의학적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이러한 내용만으로 망인의 사망과 진폐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상규(재판장) 정우용 박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