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11.17. 선고 2019가합588807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 판결

 사 건 / 2019가합588807 퇴직금 등 청구의 소

 원 고 / 1. A ~ 15. O

 피 고 / 주식회사 P

 변론종결 / 2022.07.21.

 판결선고 / 2022.11.17.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청구금액표 ‘퇴직금’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같은 표 ‘퇴사일 다음날’란 기재일부터 ‘퇴사일로부터 14일 되는 날’란 기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항공운송 대리점업, 항공화물 운송 대리점업, 해운화물 운송 주선업, 복합운송 주선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Q 주식회사(이하 ‘Q’라고 한다)로부터 Q가 생산·판매하는 전자제품의 원자재 공급, 제품 배송·설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나.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물류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표 기재 각 총 계약기간 동안 소속지점에서 피고가 지정한 전자제품의 배송·설치 업무를 수행하였다. <표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은 물류업무위탁계약이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의 일부 지급을 구한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은 자신의 재량과 판단 하에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한 개인사업자에 해당할 뿐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다툰다.

 

나.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된다(대법원 2010.4.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참조).

 

다. 구체적 판단

1) 앞서 든 증거에 갑 2, 3, 9, 12 내지 15, 18, 21, 28, 32, 36 내지 41, 44호증, 을 2 내지 7, 9, 10, 12, 14,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물류업무위탁계약 체결

① 피고는 ‘Q 가전제품을 고객 집에 배송 설치하는 사업’을 운영할 2인 1조로 구성된 ‘개인사업자’를 모집한다는 ‘Q제품 전문 설치기사’ 모집공고를 하면서 ‘자격요건’란에 ‘학력 무관함, 45세 이하 성인 남성, 1종 보통 운전면허 소지자’로 기재하였다.

② 원고들은 업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지역의 피고 물류센터에서 개별적으로 물류업무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위탁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아래 물류업무위탁계약서는 원고 O과 피고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원고 O은 원고, 피고는 피고로 지칭한다). <아래 생략>

나) 원고들의 업무시간·장소

① 원고들의 업무장소는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한 물류센터인데, 원고들은 계약체결시 업무 수행을 희망하는 지역의 물류센터를 직접 선택하였고, 배송·설치 업무를 수행할 세부 지역 단위도 해당 물류센터 담당 설치기사들 사이에 협의를 통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하였다. 피고가 원고들에게 전직·전보 발령을 하거나 업무장소를 임의로 변경 지정하는 경우는 없었다.

② 피고는 원고들의 출·퇴근 여부나 실제 근무시간, 조퇴, 휴가, 병가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감독하지 않았고, 근무시간 미준수 등을 이유로 징계한 적도 없다. 원고들은 당일 예정된 물량의 배송·설치를 완료하면 업무를 마칠 수 있었고, 업무를 마친 후 물류센터로 복귀하여 대기하거나 감독자로부터 퇴근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제한을 받지 않았다.

다) 원고들의 업무 내용과 수행방식

① 물류업무위탁계약에는 원고들의 업무를 ‘피고가 지정한 제품의 운반, 설치, 보관업무’로 정하고 있는데, 원고들은 피고가 배송·설치를 의뢰한 제품을 인수하기 위하여 매일 오전 업무장소로 지정된 피고 물류센터로 방문하였다.

② 원고들은 모바일기기(PDA단말기)를 통해 피고 물류정보시스템에 접속하여 고객명, 주소, 연락처, 설치제품 정보 등 당일 배송·설치가 예정된 물량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은 후 직접 고객들과 연락하여 방문일시와 순서를 결정하였다.

③ 원고들은 피고가 정한 설치요금을 고객들로부터 지급받아 이를 피고에게 전달하였고, 피고 명의의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여 고객들에게 교부하였다. 고객이 신용카드로 설치요금을 결제하는 경우에도 피고와 사이에 직접 신용카드거래가 이루어졌다.

④ 원고들은 배송·설치업무를 완료한 이후 원고들이 소지한 PDA단말기를 통해 피고 시스템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설치완료 사실을 통보하였다.

⑤ 원고들은 다른 설치기사와 협의하여 자신에게 배정된 물량을 이관할 수 있었고, 해당 변동내역을 피고 측 담당자에게 통보하는 외에 변동 여부에 관한 피고의 승낙이나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라) 차량, 작업도구 관리 및 보조인력 채용

① 원고들은 전자제품 탑재 및 배송을 위한 2.5톤 탑차와 영업용 차량 번호판, 전자제품 설치에 필요한 각종 비품, 작업도구 등을 스스로 마련하였다.

② 원고 B와 K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자체적으로 부기사를 채용하여 부기사에게 직접 급여를 지급하고, 배송·설치업무 수행에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였다. 부기사의 채용여부, 근무시간이나 급여 등 근로조건은 모두 피고의 관여 없이 전적으로 원고들의 재량으로 정하여졌다.

마) 원고들의 보수

①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물류업무위탁계약에서 정한 제품별 설치용역단가에 설치를 완료한 수량을 곱한 금액을 기본용역료로 지급받았고, 이동거리나 폐전자제품 회수 업무 수행 여부 등에 따른 용역료를 추가로 지급받았는데, 배송·설치실적에 비례한 용역료만을 지급받았을 뿐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지는 않았고, 용역료는 실적에 따라 상한과 하한 없이 지급되었다.

② 이에 실제로 지급된 수수료는 원고들과 같은 설치기사 사이에서 차이가 있고, 원고들이 지급받은 월별 용역료 간에도 상당한 편차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월기준 원고 E이 지급받은 용역료는 적게는 2,040,168원(2016.11.분)부터 많게는 12,178,556원(2016.8.분)까지, 원고 I가 지급받은 용역료는 7,754,594원(2017.2.분)부터 16,655,344원(2016.11.분)까지, 원고 B가 지급받은 용역료는 1,486,893원(2017.12.분)부터 8,847,197원(2016.8.분)까지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였다.

바) 원고들에 대한 취업규칙 적용 여부

① 원고들은 피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직급, 보수, 인사, 징계, 복리후생 등에 관하여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지침이나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았다.

② 피고는 원고들에게 배송·설치업무 수행시 정해진 유니폼 점퍼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설치기사 복장과 용모에 관한 기준을 공지하였다.

사) 원고들에 대한 교육 및 업무평가

① 피고는 원고들을 대상으로 CS(Customer Service) 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신제품 교육 등을 수시로 실시하였고, 주요 제품별 설치 주의사항을 작성하여 배포하였다.

② 피고는 ‘전단지 전달, CS Call 실시, 인수사인(Sign), 수평점검, 외관확인’ 등의 항목이 포함된 기본준수사항을 설정하여 원고들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였고, 고객들로부터 접수된 불만사항을 설치기사별로 공지하였다.

③ 피고는 차량실명제 스티커 부착 여부 및 운전경력증명서, 화물운송자격증, 사업자등록증, 자동차등록증, 보험가입확인서 등의 제출 여부를 확인하고, 업무용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였다.

④ 피고는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P&I(Penalty&Incentive) 규정에 근거하여 설치기사평가반영(NPS)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였다.

아) 기타 사업자로서의 행위

① 원고들은 자신들의 명의로 운수업 사업자등록을 하고 소득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으며, 4대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② 이 사건 위탁계약에는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이 없고, 실제로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했다.

2)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갑 7, 19, 28, 6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전자제품 배송·설치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들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피고가 배송·설치를 의뢰한 전자제품의 운반, 설치, 보관 업무를 수행할 계약상 책임이 있는데, 피고가 피고 물류전산시스템에 등록된 고객명, 주소, 연락처, 설치제품 정보 등을 PDA단말기를 통해 원고들에게 전송한 것은 이 사건 위탁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정보 전달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업무 지시·감독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피고가 원고들에게 업무 수행 내역을 PDA단말기에 입력하도록 하거나 배차일지를 작성하게 한 것도 제품 설치 여부를 확인하거나 일정 변경에 따라 배송물량을 재배정하고, 배송·처리 건수를 집계하여 용역료 계산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함인바, 이는 도급인의 검수 영역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위임관계에서도 위임사무의 적정한 처리를 위하여 업무 처리에 필요한 사항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으며,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을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현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가 원고들의 위임업무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공이나 불가피한 조치를 벗어나 구체적·개별적으로 원고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가 비정기적으로 업무에 제공되는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였다고는 하나, 이 사건 위탁계약 제6조제2항에서 ‘원고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적정 기준의 장비와 차량을 투입하여야 하고, 필요시 피고와 원고가 협의하여 기준을 설정 운영하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차량 점검이 배송·설치 업무의 적정한 처리를 위해 위탁자인 피고가 요구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난 조치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을 팀으로 조직하고 조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업무를 지시·감독하였다고 주장하나, 오히려 원고들을 비롯한 설치기사들은 배정받은 물량의 이관이나 피고와의 소통창구 마련 등 자신들의 업무상 편의를 위해 자율적으로 팀을 결성하고 조장을 선출하였다고 보이고, 조장회의를 통해 피고에 대한 건의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하였는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위 설치기사들이 결성한 조직체계를 통하여 원고들을 지시·감독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② 원고들은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복무(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피고가 설치기사 복장과 용모에 관한 기준을 인터넷 게시글로 공지하기는 하였으나, 설치기사들의 설치서비스 제공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는 곧바로 피고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복장 등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보이고,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절차가 있었다거나 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제재나 불이익을 가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위 기준이 취업규칙이나 복무(인사)규정과 같은 정도의 구속력 있는 내부규정이라고 인정되지는 않는다.

③ 피고가 원고들의 실제 출·퇴근시간 등 근무시간, 조퇴, 휴가, 병가에 대하여 피고가 감독하거나 확인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그에 관하여 징계를 하거나 불이익을 주었다는 증거도 없다. 원고들은 매일 오전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해진 피고 물류센터로 방문해야만 했다는 점을 이유로 출근시간이나 근무장소가 지정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이 수행하여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피고가 배송·설치를 의뢰한 전자제품을 인수하기 위하여 매일 피고 물류센터를 방문하는 것은 불가피하였다고 보이고, 오히려 을 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6.8.1.부터 2016.12.31.까지의 원고들 월별 용역제공내역상 실제 전자제품을 운송, 설치하는 등 용역을 제공한 날보다 제공하지 않은 날이 많거나 용역을 전혀 제공하지 않은 내역도 확인되는바, 원고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휴무하거나 피고의 간섭 없이 자신의 용역 제공 여부를 결정하였다고 보인다.

④ 원고들은 상당한 비용을 들여 전자제품 배송·설치 업무에 필요한 차량이나 작업도구를 직접 구입하였고, 원고 B와 K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업무를 보조할 부기사를 직접 고용하여 피고로부터 용역료를 받은 후 자신의 계산으로 부기사의 급여를 지급하였다. 이 사건 위탁계약 제5조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인원을 원고들의 책임아래 스스로 확보’하고, ‘전용차량당 2인의 업무수행인원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대형전자제품을 운반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그 수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끔 보조인력을 확보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권장하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부기사 채용 여부나 채용하는 부기사의 수, 고용형태, 급여 등의 결정은 설치기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었으므로, 설치기사들은 여러 명의 부기사를 고용하여 더 많은 배송물량을 배정받거나 부기사에게 고정된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동업계약을 체결하여 수익을 분배하거나 부기사 없이 설치기사들이 서로 협업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하였고, 이를 통해 배송물량이나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용을 조절하여 매출을 증대시키는 것이 가능하였다고 보이는바,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상당한 정도로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를 통하지 않고 고객과 직접 배송·설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원고들이 독자적인 사업을 영위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구매하면서 설치기사와 별도로 배송·설치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판매자 측에서 배송·설치까지 부담하는 국내 전자제품유통시장 특성에 기인한 것이어서 원고들이 피고를 통하지 않고는 개별적인 영업 활동을 하여 배송·설치 업무를 추가로 수임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원고들이 피고에 종속되어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⑤ 원고들은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과 달리 배송·설치 실적에 따른 용역료만을 지급받았을 뿐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지는 않았고, 원고들이 지급받은 용역료는 원고들 사이에서나 원고들이 지급받은 월별 용역료 간에도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바, 위 용역료는 근무내용이나 근무시간과 무관하게 오로지 배송·설치 실적에 따라 산정되었다는 점에서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로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피고가 업무위탁을 통하여 서비스 품질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실적이 우수한 자에게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를 근로관계로 보는 경우에만 설명이 가능한 조치라고 할 수는 없다. 이에 더하여 원고들은 배송·설치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차량유지비, 식대, 휴대전화 요금 등 제반비용도 원고들 계산으로 부담하였는바, 부기사 고용에 따른 인건비나 차량유지비 등 업무수행으로 발생하는 제반비용에 따라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용역료를 초과하는 범위에서 재정 적자의 위험을 부담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원고들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있었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위탁계약을 통해 얻는 수입의 성격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라기보다는 일의 처리나 완성에 따른 위임 내지 도급의 대가라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보인다.

⑥ 피고는 원고들을 대상으로 CS(Customer Service) 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신제품교육 등을 수시로 실시하였고, 피고가 설정한 기본업무준수사항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였다. 그러나 균질한 전자제품 배송·설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 교육이나 성희롱 예방교육 및 안전사고 예방과 제품의 파손 방지 등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자제품 설치시 주의사항 등에 관한 교육, 고객들로부터 접수된 불만사항 전달은 위탁인이 행사하는 최소한의 지시권 범위 내에서 실시할 수 있다고 보이고, 교육 참석을 강제하거나 불참시 물량위탁정지나 휴무 축소와 같은 제재나 불이익이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설치기사나 부기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제품 훼손 등의 책임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설치기사가 모두 부담하게 되므로 원고들이나 원고들이 채용한 부기사 또한 피고가 제공하는 교육내용을 습득할 필요성이 있었다고도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봉기(재판장) 김성준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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