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는 ○○캐피탈, ○○○신용정보와 더불어 □□□□□□그룹의 계열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및 위 회사들에서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하였는데, ○○캐피탈이나 ○○○신용정보의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한 기간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퇴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음. 제1심은 원고들이 피고 및 위 회사들에서 근무한 기간 전체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였고, 원심은 원고들이 피고와 채권추심 위임계약을 체결한 2014.2.경 이후 피고와의 관계만이 판단 대상임을 전제로 원고들이 피고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음. 대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이전에 소속되어 근무하던 회사들에서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는지가 함께 심리되어야 하고, 근무기간 전체를 놓고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피고 및 위 회사들이 채권추심원의 팀별 조직과 평가 체계를 통해 채권추심원의 업무 수행 과정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음.


【대법원 2022.12.1. 선고 2021다210829 판결】

 

 대법원 제2부 판결

 사 건 / 2021다210829 퇴직금

 원고, 상고인 / 원고 1 외 5인

 피고, 피상고인 / ○○자산대부 주식회사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1.14. 선고 2019나44448 판결

 판결선고 / 2022.12.01.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대법원 2016.4.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등 참조).

 

2.  가. 피고는 ○○캐피탈대부 주식회사(이하 ‘○○캐피탈’이라고 한다), ○○○신용정보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신용정보 주식회사, △△△신용정보 주식회사, 이하 ‘○○○신용정보’라고 한다)와 더불어 △△△서비스그룹의 계열회사이다(이하 ○○캐피탈, ○○○신용정보, 피고를 통틀어서 ‘피고 등’이라 한다).

나. 원고들은 피고 등과 6개월 정도의 기간을 정한 채권추심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재계약을 하면서 위임직 채권추심원(이하 ‘채권추심원’이라고만 한다)으로 근무하였다.

다. 원고들이 ○○캐피탈이나 ○○○신용정보의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한 기간부터(원고 4는 2014.3.경부터 피고의 채권추심원으로만 근무하였기 때문에 그 근무기간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원심은 원고들이 피고와 채권추심 위임계약을 체결한 2014.2.경 이후 피고와의 관계만이 판단 대상임을 전제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이 피고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3.  그러나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채권추심원들은 조직개편 또는 영업양도에 따라 같은 그룹 계열회사인 ○○캐피탈에서 ○○○신용정보로, ○○○신용정보에서 다시 ○○캐피탈로, ○○캐피탈에서 피고로 순차 소속을 옮겼으나, 그 과정에서 업무 장소, 업무 방법과 내용, 전산시스템, 팀원 구성원 등이 그대로였고, 다시 체결한 채권추심 위임계약 내용도 완전히 또는 대부분 동일하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그동안 채권추심원들의 업무형태 실질이나 피고 등과의 관계가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캐피탈이나 ○○○신용정보 소속으로 업무를 수행하던 과정에서도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는지가 함께 심리되어야 하고, 근무기간 전체를 놓고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채권추심원들이 ○○○신용정보 소속으로 근무하던 2012.12.경 일요일 오전 출근 지시가 담긴 ○○○신용정보 장기채권팀 구성표(갑 제12호증의3) 내용, ○○캐피탈 소속으로 근무하던 2014.1.경 ○○○신용정보의 대표이사가 ○○○신용정보 및 ○○캐피탈의 팀장, 채권추심원들에게 보낸 업무 시간, 휴식시간에 관한 이메일(갑 제12호증의1) 내용 역시 위 사정에 관하여 원고들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포함될 수 있다.

 

나. 1) 원심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2014.2. 이후 작성된 계약서의 명칭이 ‘채권추심 위임계약서’이고, 거기에는 원고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정하면서 실제 원고들을 포함한 채권추심원에게는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 사정을 들고 있다.

2) 그러나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앞서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 계약서 명칭이나 내용을 들어 원고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3) 원고들에게 피고 등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의 적용이 없더라도 원고들과 같은 채권추심원들은 피고 등이 미리 만든 양식의 계약서를 이용하여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서에는 복무규율 성격의 내용에다가 채권추심원에게 피고 등의 감사 또는 조사에 응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어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을 갈음할 수 있는 문서가 될 수 있다.

 

다. 1) 원심은 피고가 원고들과 같은 채권추심원들의 업무 수행 과정에 단순한 제안이나 위임인으로서 업무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관리만을 하였다고 보았다.

2) 그러나 피고 등은 원고들과 같은 채권추심원을 약 20명씩 특정 팀에 소속시켜 팀 단위 실적 목표를 제시하고 소속 팀의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채권추심원 개인의 수수료율에까지 차등을 두었으며, 정규직 직원인 팀장으로 하여금 소속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한 실적 증대 등을 독려하도록 하였다. 팀장은 소속 팀 실적에 따라 평가받고, 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소속 팀원인 채권추심원의 업무 내역과 소속 팀의 예상 목표 달성률 등을 파악하여 실적 증대를 독려하였다.

3) 또한 팀장은 채권추심원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채권 재배분에 있어서 재량으로 재배분 대상에서 일부 제외할 수 있는 권한 등을 가지고 있었다(채권추심원이 그 조치에 이의할 수 있는 절차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러한 팀별 조직체계에 관한 내용은 원고들이 피고 등과 체결한 계약에 없고, 팀 배정도 원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피고 등의 결정에 따라 대략 1년마다 때로는 6개월만에도 이루어졌다.

4) 위와 같은 팀별 조직과 평가 체계는 채권추심원 개인을 넘어서 피고 등 회사의 실적 증대를 위한 활동이 되었고, 이를 통해 피고 등이 원고들과 같은 채권추심원들의 업무 수행 과정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라. 1) 원심은 원고들이 받은 수수료가 오로지 채권회수 실적에 따라 산정되는 등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들었다.

2) 그러나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전달의 업무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매달 5일경 정기적으로 지급받았고, 이러한 수수료 외에도 명절이 있는 달에는 업무실적과 상관없이 근무연수에 따라 특별수수료를 차등 지급받았으며, 장기 근속한 채권추심원은 장기계약수당을 추가로 지급받았다. 따라서 수수료가 실적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사정만 강조하여 위임관계로 단정하기 어렵다.

 

마. 1) 원심은 피고가 원고들의 휴일근로, 연장근로를 강제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도 들었다.

2)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에게도 연장근로를 시키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등으로 미리 정하거나 당사자 간 합의가 있어야 하고(근로기준법 제50조제1항, 제53조제1항 참조), 주휴일에 근로를 시키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55조제1항 참조). 따라서 연장근로나 휴일근로가 실질적으로 강제되었다면 근로자성을 긍정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겠으나, 원고들에게 연장근로나 휴일근로가 실질적으로 강제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할 것은 아니다.

 

바. 1) 그 밖에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을 보더라도 원고들과 피고 등의 관계를 위임관계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들이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 등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2) 피고 등은 원고들에게 피고 등의 사무실 내 지정된 자리를 배정하였고, 컴퓨터 등 비품을 제공하였는데, 2014.2. 이후 작성된 계약서에서 ‘수수료율은 추심업무수행에 필요한 장소제공, 컴퓨터 및 전화 등 사무도구를 사용하는 비용을 감안하여 정하였다’는 규정이 추가되었으나, 실제로는 수수료율이 이전과 다르게 정해졌다는 등의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피고 등은 우편물 발송비용, 서류 발급비용 등 채권회수와 관련하여 지출된 비용도 일부 지원해 주었고, 외근을 나갈 경우 피고 등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지급명령이나 강제집행 비용 등 채권회수 과정에서 들인 소송 관련 비용은 채권추심원이 부담하지 않았는데 이 비용은 해당 채권의 회수가 성공하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피고 등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4.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원고들이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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