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파견근로자보호법 제2조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2.5. 선고 2014가합573565·2015가합507923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4가합573565 근로에관한 소송, 2015가합507923(병합) 근로자지위확인 등

• 원 고 / 1. D, 2. E, 3. F, 4. G

• 피 고 / H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16.01.19.

• 판결선고 / 2016.02.05.

 

<주 문>

1. 가.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

나. 피고는 원고 D에게 38,631,099원, 원고 E에게 40,765,655원, 원고 F에게 37,597,583원, 원고 G에게 39,335,832원 및 그중 각 3,000,000원에 대하여는 원고 D, E에게는 2014.10.25., 원고 F, G에게는 2015.2.12.부터 2015.9.30.까지는 연 20% 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나머지 금원에 대하여는 2015.12.2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와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의 나.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 :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임금지급의무의 이행으로써, 피고는 원고 D에게 38,631,099원, 원고 E에게 40,765,655원, 원고 F에게 37,597,583원, 원고 G에게 39,335,832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 달 다음날부터 2015.9.30.까지는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예비적 청구 : 주문 제1의 가.항 및 손해배상의무의 이행으로써, 피고는 원고 D에게 38,631,099원, 원고 E에게 40,765,655원, 원고 F에게 37,597,583원, 원고 G에게 39,335,832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2015.9.30.까지는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I연구소의 설립·운영

1) 피고는 울산, 아산, 전주 등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1996년경 판매용이 아닌 각종 시험용 시제차를 제작함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새로이 고안·설계된 자동차의 품질 및 성능을 평가함으로써 자동차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기도 화성시 일대에 이른바 자동차 연구·개발시설인 ‘I연구소’를 설립하였다.

2) I연구소에는 약 1만 여명에 달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은 연구직 근로자(연구원)로서 관련 기계나 설비 등의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기술직 근로자 등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한편 I연구소는 크게 A지구 내지 C지구로 구분·운영되고 있으며, 그중 A지구에는 설계동, 디자인동, 시작차동 등이, B지구에는 풍동시험, 환경시험 등을 위한 각종 시험동이, C지구에는 J 센터, 충돌시험장, 재자원화 센터 등이 각각 설치되어 있다(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도장작업장은 C지구 J 센터 내에 설치되어 있다).

3) 피고는 I연구소 내에서 통상 ‘선행개발 → 제품구상 → 디자인개발 → 설계 → 시작차 제작 → 개발시험’이라는 단계를 거쳐 신규 차종을 개발하게 되는데, 위 시작차 제작 및 개발시험을 통해 설계된 차량의 성능이 애초의 개발→구상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에는, 다시 J차(시험용 자동차로서, 이하 당사자들이 부르는 바에 따라 ‘J차’라 한다) 제작을 통해 위와 같이 개발된 부품 등이 실제 제품으로 생산·판매하는데 적합한지를 검증하게 된다.

이때 J차를 제작하는 과정은 울산 등에 소재한 자동차 생산공정(이하 ‘양산공정’이라 한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차체제작 → 도장작업 → 부품조립(의 장작업)’ 등의 단계를 거쳐 소규모의 차량을 시험적으로 제작하여 봄으로써 향후 양산될 차량의 품질·성능 등을 검증하게 된다(검증작업을 마친 차량은 대부분 폐기된다).

 

나. 도장업무의 실시

1) 피고는 신규개발 차량의 도장공법 등을 연구할 목적으로 1999년경부터 I연구소 내에 J차 도장공정(이하 ‘이 사건 도장공정’이라 하고, 해당 공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도장업무를 ‘이 사건 도장업무’라 한다)을 설치하였다.

2) 이 사건 도장공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선 차체 운반장치, 스테이, 도장로봇 등 도장작업 에 필요한 각종 설비나 도구를 제작·개선하거나 그 적합성을 확인(예컨대 차량에 칠하여질 도료의 색상이나 품질, 차량 외부의 도색작업을 위해 제작된 로봇의 토출량 등 기능에 대한 확인)하는 한편, 신차에 적용될 실러 도면, 제작사양표(도장작업의 대상이 되는 차량의 관리번호 등 필요 정보를 기재한 서면) 등의 작성 및 그에 따른 자재 등의 조달작업이 이루어진다. 피고가 이와 같이 제공한 각종의 설비·재료와 도면 등을 활용하여 J차의 도장작업이 진행되면, 실제 이루어진 도장작업의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차량의 양산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확인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검증작업이 실시된다.

이 사건 도장공정 중 J차의 실제 도장작업은 아래와 같이 도급계약을 체결한 외부의 업체(이하 ‘사내협력업체’라 한다)를 통해 실시되며, 나머지 업무는 주로 피고 소속 연구원들에 의해 수행되는바, 위 연구원들은 이와 함께 I연구소 내 신규 입사자 등을 대상으로 업무관련 기초지식 습득 및 숙련도 향상 등을 위한 각종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3) 한편 J차의 도장작업은 대체로 ‘차량투입공정 → 전처리·전착공정 → 실러공정 → 연마공정 → 중·상도공정 → 검사공정’의 순서로 진행된다.

① 차량투입공정은 프레스 작업 등을 거쳐 제작된 차체를 도장작업에 투입하는 공정으로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피고가 제공한 차량거치대 등 장비를 이용하여 수작업으로 해당 차량을 투입하게 된다.

② 전처리·전착공정은 차체에 부착된 유분이나 불순물을 세척함과 동시에 오븐을 통한 차체의 가열·건조 작업을 통해 도료를 입히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공정으로서, 자동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위 전착 오븐과 아래의 실러장 사이에는 작업 지연 등에 대비해 약 7~8대 가량의 차량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③ 실러공정은 도료를 칠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물이나 각종 이물질이 차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 판넬의 틈과 연결부위 등을 실러로 도포하는 공정으로서, 작동중인 컨베이어 상에서 해당 작업이 이루어지는 양산공정(근로자들이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하면서 지정된 부위에 대한 실러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에서와는 달리,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통상 3명 가량이 작업을 함께 수행한다)은 수동으로 컨베이어의 작동을 중단시킨 후 해당 차량 중 도면에 표시된 부분에 대해 공동으로 실러작업을 수행하고, 작업이 완료되면 다시 컨베이어를 작동시켜 다음 공정으로 이동시킨다.

④ 연마공정은 스프레이 작업을 위하여 사포 등으로 차체의 표면을 다듬는 작업으로서, 실러공정과 마찬가지로 통상 3명 가량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차체의 이동을 중단시킨 상태에서 연마작업을 수행한다(양산공정 근로자들의 경우, 컨베이어를 따라 움직이면서 차체 중 특정 부위에 대한 연마작업만을 반복한다).

⑤ 중·상도공정은 스프레이로 도료를 칠하는 작업으로서, 전체 작업이 자동화된 로봇을 통해 이루어지는 양산공정과는 달리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차체의 이동을 중단시킨 상태에서 차량 내부의 스프레이 작업을 실시하게 된다.

⑥ 검사(파이널)공정은 도료 작업 등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검증하는 공정으로서, 현재 피고의 근로자들이 중·상도공정을 거쳐 전달된 차체를 멈추어 도색 상태 등의 검증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검사를 거친 차체는 다음의 공정인 의장공정으로 이동하게 된다(검증작업에서 문제가 발견된 차체의 경우 다시 수정작업 등을 거쳐 의장공정으로 투입된다).

 

다. 사내협력업체의 선정 및 도급계약의 체결

1) 피고는 I연구소 내에 이 사건 도장공정을 설치한 직후 K이라는 업체와 도급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여 위 업체로 하여금 해당 공정의 도장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후 수급업체가 L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가 2006.7.경 작업지체 등을 이유로 주식회사 M(이후 상호가 주식회사 N으로 변경되었다)가 도장업무를 수급받게 되었다. 그러나 피고는 2013.11.경 발주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위 업체와도 계약을 해지한 다음, O과 다시 6개월 단위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위 각 도급 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당시 피고와 O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O은 도장업무 외에도 I연구소 내의 지게차 운전 및 장비의 보전·청소업무 등도 함께 도급받았다). <다음 생략>

2) 이 사건 도급계약의 도급금액은 계약단가에 표준 T/O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I연구소 내의 운영부서(J차체팀)는 도급계약의 상대방인 사내협력업체로 하여금 시범작업을 실시하도록 하여 해당 도장공정의 세부 단위작업에 소요되는 실 작업시간을 확인하는 한편, 근로자들의 숙련도 상승 등 작업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요소 들을 고려하여 표준 T/O와 M/H(시간당 투입 인원) 등을 산출한 후 해당 사내협력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해당 수치를 확정하게 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표준 T/O가 산출되면, 피고는 해당 계약기간 동안 위 수치를 기준으로 매월 정액의 도급금액을 사내협력업체에게 지급하였으며, 사내협력업체 직원이 예기치 않게 퇴사하는 등으로 실제 T/O와 표준 T/O 사이에 다소간 편차가 발생하는 때에도 실제 T/O를 기준으로 기왕에 책정된 도급금액을 소급하여 정산하지는 않았다. 다만, 피고는 도급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이전 기간 동안 사내협력업체의 인력 투입 내지 운영상황 등을 감안하여 갱신된 이후의 도급단가 등을 일부 조정하여 주기도 하였다.

3) 원고 D는 2005.7.11., 원고 E는 2006.5.9., 원고 F은 2005.10.4., 원고 G은 2005.7.19. 각각 L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이 사건 도장공정에서 실러작업 등을 수행하였다가, 위와 같이 교체된 사내협력업체에 모두 고용이 승계되어 현재 O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다(O을 포함한 기존의 사내협력업체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고들을 포함한 기존 도장공정 담당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하여 왔다).

4) O 소속으로 I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모두 61명으로, 이 사건 도급계약이 정한 표준 T/O와 일치한다(다만, 그중 5명은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도장공정에서 근무하는 O 소속 근로자들은 원고들을 포함하여 모두 16명으로, 유사한 수의 피고 소속 연구직 내지 기술직 근로자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라. 원고들의 업무수행 형태 등

1) 사내협력업체는 기본적으로 피고가 수립한 월 내지 주 단위의 생산계획(도장작업을 실시할 매일의 차량수와 종류 등이 정하여진다)에 따라 이 사건 도장업무를 실시하는데, 피고는 이와 별도로 J 차체팀의 담당 연구원 등과 사내협력업체 관리자가 참여하는 일일 생산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당일 투입되는 차량에 관한 생산·설비관련 사항을 점검하는 한편, 특이사항 및 변동사항을 공유하게 된다. 또한 피고는 도장에 있어 차량 품질 등에 문제가 발생하였거나 기타 설계 등의 변경이나 설비고장 등의 상황이 발생한 경우 긴급생산계획을 마련하여 사내 협력업체로 하여금 수정작업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2) I연구소에 소속된 피고의 연구원들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직접 위와 같은 수정작업을 요청함으로써 돌발 상황에 대처하였다. 또한 피고의 연구원들은 도장업무에 대한 사전·사후의 검증작업을 위해 직접 이 사건 도장공정의 작업현장을 방문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방법 등을 지켜보는 한편, 검증 결과 문제점 내지 오류사항이 발견되거나 그에 따라 설계나 작업방법 등의 수정이 요구될 경우 담당 근로자들에게 작업방식의 변경을 요청하거나 직접 작업 시범을 보이기도 하였다.

3) O 등 기존의 사내협력업체들은 직접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를 채용한 후 해당 근로자를 작업에 투입하였고, 피고와는 별도의 취업규칙 등을 마련하여 그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의 근태를 관리하였다. 그리고 O 등은 피고로부터 도급금액을 수령하여 이로써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을 직접 지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및 납부 등 업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업체의 대표 명의로 소속 근로자들을 피보험자로 한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에도 가입하였다.

4)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대체로 피고가 정한 시·종업시간에 맞추어 근무를 하였으며, 양산공장에서와는 달리 교대제 근무는 실시되지 않았다. 다만, 생산계획의 변경 등으로 당일 처리되어야 할 작업물량이 증가된 때에는 피고가 사내협력업체측에 연장근무 내지 휴일근무 등을 요청하였고, 이에 사내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들 중 연장근무 등이 가능한 인원을 파악하여 초과근무에 투입하였다.

한편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결근 등으로 도장업무를 수행할 인원의 공백이 발생한 경우 피고의 기술직 근로자 등이 일시적으로나마 해당 인원을 대체하여 근무하기도 하였으나, 반대로 피고의 연구원 등 인력에 결원이 발행하였을 경우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해당 업무를 대체한 바는 없다.

 

마. 관련 규정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 내지 11, 14 내지 31, 34, 48, 60, 6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2, 8 내지 10, 1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T, U의 각 증언, 이 법원의 검증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 여부

 

가. 도급과 근로자파견의 구별기준

파견근로자보호법 제2조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나.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

앞서 본 사실과 갑 제5, 36, 38 내지 41, 62호증, 을 제3, 7, 11호증, 증인 V, W의 각 증언을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업무의 내용(계약의 목적)

가) 이 사건 도장업무의 특성

(1) I연구소는, 설계된 내용에 따라 소규모·다품종의 J차를 제작하고 그 과정에서 품질 및 성능의 적합성 검증 등을 실시하며, 이로써 확인된 문제점 등을 다시 설계 등에 반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신차의 연구·개발 등을 원활히 할 목적으로 설립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신차의 연구·개발이라는 위 목적은 I연구소 내에 위치한 이 사건 도장공정 내에서도 동일하게 관철되고 있다. 즉,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하여금 새로이 설계·구상한 도장공법 등에 따라 실러·연마 등의 도장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이와 같은 도장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확인되는 문제점 등에 대한 개선 조치를 취한 다음, 다시 위 근로자들로 하여금 도장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여 작업의 적합성을 검증한다(기존 도장공법을 신차에 적용하고 그 적합성 여부를 검증하는 작업 역시 이 사건 도장공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주요 업무 중 하나로 보인다).

(2) 사내협력업체가 수행하는 이 사건 도장업무가 위와 같이 도장공법 등에 관한 피고 차원의 연구·개발 작업을 직접적으로 시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결과(해당 업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검증 작업의 결과는 다시 도장공법의 연구·개발 등 업무에 반영된다), 이 사건 도장업무는 피고의 작업성 검증을 포함한 전체 연구·개발 업무와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되는바, 특히 피고의 연구원들이 수행하는 각종의 검증 작업 등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그 종속적 성격이 두드러진다(이 사건 도장업무는 양산공정에서의 해당 업무와는 달리 자동차 생산을 위한 공정 중 하나로서 독자적인 의미를 갖는다기보다는, 피고가 연구·개발한 도장공법의 작업 적합성 등을 검증하기 위한 도구적·대상적 성격을 강하게 띤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I연구소의 역할과 기능에 따른 이 사건 도장업무의 위와 같은 종속적 성격으로 인해(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소속 연구원들의 업무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대체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사건 도장업무는 피고가 이른바 ‘외주화’를 위해 같은 방식으로 외부업체와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한 청소나 경비 등의 부수적 업무와도 구분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을 아래에서 보는 이 사건 도장업무의 수행형태 등에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도장업무는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

나) 표준 T/O 설정의 의미

(1) 피고가 산출한 표준 T/O가 이 사건 도급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기준이 된다는 점과 사내협력업체의 시범작업에 소요된 시간과 근로자들의 숙련도 등 앞서 본 제반 요소를 고려한 해당 수치의 산출과정 등을 감안할 때, 표준 T/O는 사실상 이 사건 도장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최소한으로 필요한 세부공정별 인원을 수치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따라서 사내협력업체가 이 사건 도장업무의 공정별 표준 T/O보다 월등히 적은 수의 인원만을 투입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를 상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사건에서도, 산출된 표준 T/O의 정확성과 관련하여 원고들과 피고 모두 표준 T/O 등이 낮게 산출되었음을 이유로 사내협력업체 측이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만을 예로 삼아 관련 주장을 개진하였던바, 실제로도 표준 T/O가 지나치게 높게 산출되었음을 이유로 피고 측이 도급단가 인하를 먼저 요구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피고는 ‘휴가자 등이 발생할 경우 표준 T/O에 미달하는 인원이 투입되기도 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는 인력운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라 할 것인바, 피고로서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휴가사용 일수 등을 적어도 평균적으로는 고려한 상태에서 표준 T/O 등을 산출하였으리라 짐작된다).

한편 사내협력업체가 퇴사한 근로자를 대체하여 숙련도가 낮은 신규 근로자를 채용함으로써 산출된 표준 T/O를 상회하는 수의 근로자가 실제 작업에 투입되었다 할지라도, 도급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다시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다시 표준 T/O나 도급금액을 조정하게 되므로, 세부공정별 최소 작업인원을 의미하는 표준 T/O가 갖는 사실상 규범력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다.

(3) 한편 현재 I연구소 내에 근무하고 있는 O 소속 근로자는 61명으로서,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표준 T/O와 그 수가 일치한다. 이에 대해 피고는 ‘O의 관리자 5명은 표준 T/O에 포함되어서는 안된다’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해당 관리자들 또한 관리업무와 함께 이 사건 도장업무를 지원하거나 결원 등 발생시에는 담당 근로자를 대체하여 근무하여 온 것으로 보이므로(조·반장 등 관리자의 경우 대체로 숙련도가 높아, 도장업무의 지원·대체업무와 관리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 또한 표준 T/O가 갖는 위와 같은 의미를 부정하는 근거로 삼기 어렵다.

2) 업무수행의 형태

가) 제작사양표와 실러도면 등을 통한 작업방식의 결정

(1) 원고들을 포함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피고가 제작한 제작사양표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도장공정에 투입할 차체의 종류와 도료의 색상 등을 정하게 되고, 실러도면에 표시된 부위에 실러를 주입하게 된다.

(2) 피고는 위 실러도면 등은 발주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정보전달 수단으로서의 의미 이상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실러도면 등은 그에 기재된 내용이 이 사건 도장업무에 관하여 단순히 참조할 사항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는 측면에서, 그것이 갖는 구속적 성격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예컨대, 원고들이 실러도면에 표시된 곳과 다른 부위에 실러를 주입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나아가 위 실러도면 등이 피고의 주장과 같이 단순히 업무에 참조하기 위한 정도의 정보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도장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내협력업체 혹은 소속 근로자들이 해당 도면 등에 기재되지 않은 작업방법 등과 관련하여 재량을 행사할 여지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는 피고의 업무관여 행위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서, 실러도면 등을 교부하는 등 이 사건 도장업무에 대한 피고의 직·간접적인 관여 행위를 단순한 도급인의 지시권 행사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사내협력업체가 단순히 도급인의 지시를 소속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독자적인 수급인으로서 해당 업무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3) 그러나 사내협력업체의 관리인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피고의 그것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별개의 지휘·명령을 하였다거나, 해당 근로자들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고유의 재량을 행사하였다는 사정을 찾기 어렵다(같은 맥락에서, 만일 피고가 직접 근로자를 채용하여 이 사건 도장업무를 담당토록 하였을 경우 해당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방식이나 피고의 지시양태 등에 어떠한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단언하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실러·연마 등 이 사건 도장업무의 세부 공정에 몇 명의 근로자를 배치할 것인지는 사내협력업체의 재량이 아니라 피고가 산출한 해당 공정의 표준 T/O에 사실상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실러도포 내지 연마작업 등은 그 작업방식이 매우 단순한 까닭에, 피고가 실러도면 등에 작업 부위를 특정하는 외에 굳이 작업방법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은 일의적으로 예측될 수 있어 이에 고유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 뿐만 아니라 실러작업 등의 위와 같은 단순성으로 인해, 해당 업무의 완성에 있어서는 담당 근로자의 개성보다는 근로자의 수나 숙련도가 보다 중요한 것으로 판단되는바, 따라서 실러작업 등의 세부공정에 누구를 투입할 것인지에 관한 권한(작업배치권) 또한, 이 사건 도장업무에 관한 사내협력 업체 측의 독자적 재량을 징표하는 요소로 평가되기 어렵다.

(4) 한편 작업표준서(갑 제15호증 등)의 의미와 용도 등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으나, 설령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도장업무가 이루어지는 장소에 별도의 작업표준서가 제공·비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내협력업체 측에 업무재량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위와 같은 업무의 단순성 등으로 단기간 내에 업무방식의 습득이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작업표준서의 비치 유무가 곧바로 피고와는 구분되는 사내협력업체 고유의 업무재량성을 인정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나) 작업방식 등의 수시 변경

(1) 피고는 앞서와 같이 월 내지 주 단위로 작성된 매일의 작업계획을 사내협력업체 측에 전달하는 외에도, 설계 등의 변경에 연동된 작업량이나 작업방식 등의 변경에 대처할 목적으로 일일생산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거나 긴급생산계획 등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피고의 연구원들 또한 정규의 작업계획이나 회의 등을 통하는 외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긴급하게 처리하여야 할 작업의 방법이나 내용을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하였다(문자메시지가 아닌 구두로 업무 처리를 요청하는 경우는 더욱 빈번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의 연구원인 T은 ‘도장업무에 변경사항 등이 발생할 경우 이미 제작된 제작사양표 등과 별도의 지시를 내리기도 하는데, 그 비율은 10% 정도가 된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피고는 ‘문자메시지의 전달 또한 단순한 정보전달 내지 협업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나, 해당 근로자들이 위와 같은 작업요청을 거부하거나 요청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이상, 이는 전형적인 업무지시로 보일 뿐이다. 또한 피고는 이러한 방식의 업무요청이 이루어지는 이유를 ‘사내협력업체 사장이 도장업무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하는바, 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내협력업체의 전문성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될 뿐이다.

(2) 이와 같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작업방법의 변경은, 이를 주도하는 것이 신차 연구·개발의 주체인 피고임이 분명한 반면 사내협력업체 측으로서는 이를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무지시의 일환으로 못 볼 바 아니다. 더욱이 작업대상인 이 사건 도장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내협력업체 혹은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 재량이 인정될 여지가 극히 낮다면, 작업내용과 방식의 수시 변경은 이로써 피고 측의 업무 관여도를 증대시킴으로써 그 자체가 지휘·명령의 직접적인 정황으로 평가될 여지도 충분하다.

다) 양산공장 컨베이어와의 차이

(1) 이 사건 도장공정은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컨베이어상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양산공장에서의 해당 공정과는 달리, 실러, 연마, 중·상도 공정 등에 설치된 컨베이어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대신 작업자들이 해당 작업을 완료한 후 다음 공정으로 차체를 이동할 목적으로 직접 컨베이어의 이동을 조작하게 되는바(이른바 ‘Stop & Go’ 방식), 결국 컨베이어는 이 사건 도장업무의 작업량이나 속도를 통제·관리하는 수단으로서보다는 차체의 이동수단으로서 보다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2) 이 사건 도장공정의 경우 실러·연마 작업 등 세부공정별 소요시간이 구체적으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사건 도장공정은 피고가 정한 주간생산계획 등에 따라 매일의 작업량이 정하여져 있으므로, 사내협력업체가 이 같은 매일의 작업량을 무시한 채 임의로 작업량을 조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 있지 않다(이는 도급계약의 해지사유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도장공정은 전체적으로 보아 J차 제작을 위해 피고가 계획한 차체 및 의장공정 등에서의 생산일정에 연동하여 작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 없다.

작업시간의 설정 행위를 근로자파견에 있어 지휘·명령관계를 추단하는 징표로 삼기 위해 작업량이나 속도가 어느 정도로 관리·통제되어야 할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고려해 규범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도장업무가 이루어지는 위와 같은 방식 등에 비추어 보면, 단지 양산공장에서 컨베이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작업시간 내지 작업량의 관리·통제수준과 비교하여 관리의 밀도가 낮다는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에서와 같이 인접한 여타의 공정과 맞물려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가 지정한 매일의 작업량을 수행하여 온 실태를 근로자파견에서의 지휘·명령관계를 부정하는 요소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3) 계약 당사자의 적격성

가) 사내협력업체의 선정 절차

(1) I연구소가 설립된 이래, 피고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입찰 등 공개경쟁 방식을 통해 해당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의 대표는 대부분 피고에서 장기간 근무하다 퇴직한 자들로 보인다(증인 U는 ‘주식회사 N, O의 대표는 피고의 임·직원 출신이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사내협력업체가 피고와의 도급계약을 해지당하는 등으로 다른 업체로 변경되는 경우에도, 기존에 근무하던 근로자의 대부분은 신규 업체에 고용이 승계되었다.

(2) 따라서 피고는 수급업체 고유의 기술력이나 전문성보다는 소속 근로자들의 노무제공 자체를 이 사건 도급계약을 통한 도장업무의 수행에 있어 보다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이 사건 도장업무와 관련하여서는, 전문성·기술성은 신차 출시를 위한 도장공법 등의 연구·개발을 담당한 피고 측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가 주장하는 사내협력업체 혹은 소속 근로자들의 전문성 등은 사실상 해당 업체의 변경과는 무관하게 장기간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여 온 것에서 비롯된 근로자들의 업무 숙련도 이상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앞서와 같이 작업처리 미숙 등으로 사내협력업체가 교체되는 경우에도 기존 근로자 대부분의 고용이 승계된 것 또한 이러한 점을 반증한다).

나) 작업배치권의 행사와 근태관리

(1) 이 사건 도장업무에 관한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배치권은 원칙적으로 사내협력업체 스스로가 행사하였다. 그러나 제2)의 가)항에서 본 이 사건 도장업무의 단순성 및 피고의 관여 정도와 방법 등에 비추어 볼 때, 사내협력업체가 가진 위와 같은 작업배치권을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명령관계를 추단할 만한 본질적인 징표로까지 평가하기는 어렵다.

(2) 마찬가지로 사내협력업체는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의 채용 및 휴가사용 등 근태관리를 직접 행하였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이전의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의 고용을 대부분 그대로 승계하였음을 고려하면, 해당 업체에게 유보된 근로자의 채용권한이 실질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사내협력업체가 이 사건 도장공정에 투입된 소속 근로자들의 근태를 관리한 것 역시 한편으로는 피고의 공정관리 내지 업무지시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면, 이에 대해서는 오히려 피고의 영역에 있는 구체적인 노무관리의 일부를 대신하여 행한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지 근태관리를 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사내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들에게 독자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다고는 인정하기 어렵다.

다) 시설·비품 등의 소유관계

생산설비나 자재 등의 소유관계를 도급계약의 성립여부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요소로 보기는 어려우나,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의 관계나 당해 계약의 내용 및 도급인이 행사하는 지시권의 구체적인 내용 등에 따라서는, 생산설비 등의 소유관계 또한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수급인의 독자성을 부정하거나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도급인의 사용관계를 강하게 추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사내협력업체는 작업에 필요한 장갑이나 작업복 등 일부 소모품만을 소속 근로자에게 제공하였을 뿐, 실러, 중·상도업무 등에 소요되는 주요 설비나 비품은 모두 피고가 제공하였던바, 이러한 점 역시 사내협력업체의 수급인으로서의 독자적 성격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 고용의무 발생의 효과

1) 원고들이 최초 입사일로부터 2년을 초과하여 이 사건 도장공정 내에서 계속적으로 근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각 파견근로 개시일로부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원고 D는 2007.7.11., 원고 E는 2008.5.9., 원고 F은 2007.10.4., 원고 G은 2007.7.19.)부터 고용의무를 부담한다(피고는 ‘근로자파견계약의 주요 내용을 서면화하도록 한 파견근로자보호법 제20조제1항의 취지 등에 비추어 근로자파견계약은 요식성을 가진다’고 전제하고 ‘정식의 근로자파견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면 해당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파견근로자보호법이 적용될 수 없다’라고 주장하나, 받아들이기 어렵다).

2) 한편 원고들은 ‘피고에게 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 계속하여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하였거나, 적어도 피고에게 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이 송달된 이후에는 피고의 근로자 지위를 보유하였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의2 제1항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이어서, ‘고용간주’ 효과를 부여하였던 구 법률과 같이 위 법 규정 자체만으로 곧바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의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원고들을 사용함에 따라 고용의무를 부담하게 된 이후 피고가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를 계속하여 수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내협력업체와의 실질적인 근로자파견계약을 통한 기존 사용관계의 연장으로 보일 뿐, 이로써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고용의사를 표명하였다거나 원고들과 사이에 직접 근로계약이 존재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에 대한 사법상 권리로서 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사용자의 의사표시를 기다리지 않고 근로자의 일방적인 의사만으로 근로계약관계가 형성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각 파견근로 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때 또는 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 송달된 날에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곧바로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원고들의 이 부분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사를 표시할 의무가 있다.

 

3.  금원지급의무의 성격 및 범위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파견기간 제한을 위반한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의2 제1항이 정한 고용의무 규정에 의하여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위와 같이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이와 아울러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직접고용의무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5.11.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참조).

2) 따라서 피고는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를 제공한 원고들에게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앞서와 같이 원고들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피고와 사이에 고용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고용관계의 성립을 전제로 피고에 대해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고용의무를 불이행한 것에 고의·과실 등이 없다’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오히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의 울산 등 양산공장 내 사내협력업체들에 소속된 다수의 근로자들이 2004년경부터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이른바 사내도급 형식으로 이루어진 근로자파견을 문제 삼은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나. 손해배상의무의 범위

1) 피고의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는 피고가 고용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원고들이 받았을 임금과 위 원고들이 사내협력업체로부터 받은 임금과의 차액 상당이라 할 것인데,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의2 제3항은 2년을 초과하여 계속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함으로써 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여야 하는 경우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당해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을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근로자의 업무가 파견근로자의 업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하되,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업무의 범위 또는 책임과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살피건대, 비록 해당 공정의 목적과 규모, 생산수단인 컨베이어의 기능과 역할등에 있어 일부 차이가 있긴 하나, 앞서 본 사실과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해당 공정 근로자들의 근무형태를 종합할 때, 원고들 역시 고용의무 발생 시점부터 계속하여 피고의 양산공장 내 도장공정에서 근로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실질적으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담당해 왔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고용의무 발생 이후의 기간 중 원고들이 구하는 기간(원고 D, E는 2011.9.부터, 원고 F, G은 2011.12.부터 각 2015.9.까지) 동안 피고의 위 근로자들이 받은 임금 상당액에서 원고들이 같은 기간 동안 사내협력업체로부터 받은 임금과의 차액 상당이 원고들의 손해라고 할 것이다.

3) 해당 기간 동안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지급받은 기본급, 근속수당 및 연차수당 등 임금의 월 합산액은 별지 ‘정규직으로서 받아야 할 금액’란(별지 ‘정규직 임금 항목’과 ‘연차수당’, ‘휴일수당’, ‘특근연장수당’, 야간수당’의 합계)과 같은 사실(피고는 생산직 근로자에 대해 군필자의 경우 3호봉을, 미필자의 경우 1호봉을 부여하였고, 매년 4.1.을 기준으로 각 2호봉씩을 승급하였던바, 원고들의 경우 모두 군필자로서 고용의무 발생시점에 피고에 입사한 것으로 보아 호봉을 부여하였다), 한편 원고들이 해당 기간 동안 사내협력업체로부터 실제로 지급받은 매월의 임금액은 별지 ‘기지급 받은 금액’란 기재와 같은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2 내지 5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청구기간에 발생한 월 임금 차액 상당인 별지 ‘청구금액’란 기재 금액(별지 ‘정규직으로서 받아야 할 금액’란 기재 금액 - ‘기지급 받은 금액’란 기재 금액)의 합계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한편 피고는 ‘애초 원고들이 지급을 구한 각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이 사건 소제기로 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당 금액 중 원고들이 청구취지의 변경을 통해 청구를 확장한 때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경과한 이후에 발생한 금원은 시효로 소멸하였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은 이 사건 소제기 당시부터 향후 청구취지를 확장할 것을 전제로 전체 청구금액 중 일부만의 지급을 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으므로, 이로써 청구금액 전부에 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D에게 38,631,099원, 원고 E에게 40,765,655원, 원고 F에게 37,597,583원, 원고 G에게 39,335,832원 및 그중 각 3,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원고 D, E의 경우 2014.10.25., 원고 F, G의 경우 2015.2.12.)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제1항,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2015.9.25. 대통령령 제26553호로 전부 개정된 것)이 정한 바에 따라 2015.9.30.까지는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각 3,0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가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인 2015.12.2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성준규 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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