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제1조),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 내용이 다르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코디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하여 원고와 대등한 위치에서 위임계약의 조건, 계정 수의 분배 기준 등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 할 것이므로, 설령 원고에 대한 코디의 전속성이나 소득 의존성이 강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거나 코디가 근로기준법에 규정한 근로자의 요건을 갖추지는 못하였다고 보더라도, 이를 들어 코디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까지 부정할 것은 아니다.
【서울행정법원 2022.7.21. 선고 2020구합85085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20구합85085 교섭단위 분리 결정 재심판정 취소
• 원 고 / ○○이 주식회사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이 코디·코닥 지부
• 변론종결 / 2022.04.14.
• 판결선고 / 2022.07.21.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10.12.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20단위19호 교섭단위 분리 결정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내린 결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경위
가. 원고는 1989.5.2. 설립된 이래로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환경가전제품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조합’이라고 한다)은 원고가 제조한 환경가전제품의 방문판매 및 관리업무(이하 ‘방문판매업무’라고만 한다)를 담당하는 직종인 코디·코닥(이하 ‘코디’라고만 한다)을 구성원으로 하여 2020.1.31.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산하에 조직된 노동조합 지부로서, 2020.5.13.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
다. 참가인 조합은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21.1.5. 법률 제178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29조의3에 따라 2020.7.8.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 조합의 구성원인 코디 직종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하여 달라는 신청을 하였고(서울2020단위25호),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8.4. ‘코디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한편, 원고의 다른 근로자들과는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에 현격한 차이가 있으므로, 코디 직종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하여 참가인 조합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라. 원고는 초심 결정에 불복하여 2020.9.1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중앙2020단위19호),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10.12. 초심 결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하 1이 사건 결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가 제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결정의 적법성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코디는 자신이 담당하는 방문판매업무의 범위를 자유롭게 조절하면서, 한편으로 다른 업종의 겸업을 통하여 얼마든지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고, 구체적인 업무 수행의 방식에 관하여도 원고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절대적인 재량권을 행사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독립사업자의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결정은 코디의 근로자성을 잘못 인정한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주체라고 명시하고(제2조제4호 본문), 근로자에 관하여 직업의 종류를 묻지 않고 임금·급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제1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사용자와 사용종속 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노무제공계약이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제1조),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 내용이 다르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⑦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10.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2019.6.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등).
다. 판 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4 내지 9, 12 내지 14, 27호증, 을나 제3 내지 7, 9, 10, 13, 15, 17, 20, 22 내지 25, 28, 29, 32, 34, 35, 37, 38, 43, 47 내지 49, 52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와 음성, 증인 김○성, 정○진의 각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코디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된다.
1) 원고와 코디가 방문판매업무 위임계약(이하 ‘위임계약’이라고만 한다)을 체결할 때, 원고 측에서 미리 만들어 둔 정형화된 양식의 계약서(갑 제6호증, 이하 ‘계약서’라고만 한다)를 사용하고, 이때 계약서 제12조제1항에 따라 업무처리규정, 업무지원규정, 보관물관리규정, 수수료규정 등 방문판매업무에 관하여 원고가 별도로 제정한 규정들(갑 제7호증)까지 위임계약의 내용에 일제히 편입된다.
반면에 코디는 계약서 또는 부속 규정의 개별 조항을 취사선택하거나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없고, 다만 위임계약의 체결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을 뿐이므로, 원고와 코디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 내용을 원고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와 같이 표준화된 계약서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코디가 구체적인 근무 지역 및 시간, 관리 대상이 되는 계정의 수 등 업무 수행에 관한 주요 사항들을 원고와 협의하여 결정한다는 점을 들며 반박하고 있으나, 위 각 사항에 관하여 코디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위임계약의 내용이므로, 코디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위 각 사항을 결정하더라도 이는 위임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실현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2) 종전에 비하여 온라인 판매 방식이 활성화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고객의 주거·사무실 등지에 직접 방문하여 제품을 점검·관리하고 판촉활동을 벌이는 기존의 업무 방식이 여전히 주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이므로, 코디가 담당하는 방문판매업무는 원고가 영위하는 환경가전제품 판매업에 필수불가결한 노무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방문판매업무의 수행 여하에 따라 원고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좌우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원고로서는 코디의 업무를 지휘하고 감독하려는 유인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3) 실제로 원고는 다음과 같이 코디의 업무에 대하여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하였다.
가) 원고는 신입 코디를 채용한 경우에 선임 코디를 ‘멘토코디’로 지정하고, ‘멘토코디’로 하여금 신입 코디와 2개월간 동행하면서 업무 교육을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을나 제49호증).
나) 코디는 월별 고객 방문 일정과 방문 예정 시각 뿐 아니라, 실제 도착 및 업무 개시 시각, 업무 종료 시각, 교체한 필터의 품목 등 업무의 진행 상황을 원고가 개설한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인 ‘코디앱’에 실시간으로 입력하여야 한다(을나 제5 내지 7호증). 이로써 원고는 코디의 업무 수행 과정을 즉시 간편하게 확인하는 것에 더하여, 위와 같이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코디가 수행한 업무의 양과 질을 한층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다) 원고는 용모·복장부터 시작하여 제품별 작업 방식과 순서, 고객에게 응대하는 화법 등 코디의 업무 수행 절차를 상세하게 기술한 매뉴얼(CA START)을 제정하였다(을나 제10호증). 원고는 현재 위 매뉴얼을 폐지하였다고 해명하나, 아래와 같이 코디의 업무 수행에 관한 종합적·세부적 평가를 통하여 사실상 위 매뉴얼 내용의 준수를 담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 원고는 코디를 상대로 ‘코디종합활동지수’를 매겨서 코디의 업무 성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위 ‘코디종합활동지수’는 코디가 판매를 성사시킨 제품의 수량 등 최종 실적을 측정하는 항목 외에도 ① 필터바코드 일치율, ② 코디 유지율, ③ 서비스 시간 준수율, ④ 최종약속 준수율, ⑤ 하트서비스 처리율, ⑥ 필터 교체율, ⑦ 일일과잉 점검율 등 업무 수행의 단계를 세분하여 평가하는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에 고객을 상대로 코디의 용모·복장 상태 등을 질문하여 조사한 ‘해피콜’ 결과를 산입함으로써 업무 수행의 태도까지 평가에 반영하였다(을나 제15, 23, 25호증).
나아가 원고는 ‘코디종합활동지수’의 순위에 따라 코디들을 진·선·미·수의 4단계 등급으로 분류하고 각 등급별로 혜택을 차등 부여하는 ‘코디 사랑 등급제’를 실시하여 코디들에게 업무 성적 향상을 독려하였다(갑 제27호증).
마) 원고는 각 지역별로 ‘지국’을 설치하여 지국장을 임명하고, ‘지국’ 단위로 코디를 모집한다(갑 제4, 5호증). 여기서 원고는 지국장에게 기간별 목표 계정 수를 제시함으로써, 지국장으로 하여금 일선에서 방문판매업무를 수행하는 코디에게 계정 수의 유지 및 증대를 독려하게끔 유도하고 있다(을나 제28호증).
이에 따라 원고의 지국장들은 ① 코디에게 “기존 계정에 대한 점검 업무에 안주하지 말고 신규 계정을 확대하라”라는 취지의 단체 메시지를 보내거나(을나 제37호증), ② 지국장이 주재하는 조회에 참석하도록 지시하고, 결석·지각 여부를 확인하여 출석부에 기록하는가 하면(을나 제3, 4호증), ③ 고객 응대 화법을 숙지하라는 과제를 부여하면서 그 결과물의 제출을 요구하고(을나 제13호증), ④ 코디들에게 개별적으로 프로모션 교육 등을 시행하는 ‘코칭 제도’를 운용하며(을나 제35호증), ⑤ 코디별 약속 준수율, 판매 실적, 성공 사례 등을 공개적으로 게시하고(을나 제17, 20, 22, 28, 29, 32, 34호증), ⑥ 개인별 영업목표를 달성한 코디에게 출근의무를 면제하여 주는 한편(을나 제47호증), ⑦ 실적이 부진한 코디에게는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하는 등(을나 제38호증) 각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코디의 영업실적 향상을 독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와 같은 지국장들의 독려행위는 실질적으로 권유에 불과한 것이므로 코디가 지국장의 독려에 따르지 않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국장들이 ① “화상 조회에 참석하지 않고 그 시간에 계정 관리 업무를 하는 코디에 대하여는 담당 계정을 줄이겠다”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례(을나 제4호증), ② “평균 이하의 실적을 낸 코디는 개인 면담을 거쳐 계정을 조정하겠다’,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례(을나 제20호증), ③ 업무 실적 부진을 이유로 들며 해당 코디의 계정을 260개에서 50개로 감축시킨 사례(을나 제52호증) 등으로 미루어 보면, 지국장은 독려에 불응한 코디의 담당 계정 일부를 다른 코디에게 분배하는 방식을 통하여 코디에 대한 독려사항 이행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고 보인다.
4) 2017~2019년을 기준으로 위임계약을 1년 동안 유지한 코디는 50%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였고(갑 제12호증), 2018~2020년에 매년 33% 가량의 코디가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던 것으로는 보이나(갑 제13호증), 다른 한편으로 원고와 코디가 재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확인된다(갑 제14호증). 원고는 코디를 평가할 때 10년 이상 활동한 코디에게 50점을 배점하는 등으로 근속 기간에 따라 점수를 차등하여 부여함으로써 코디의 위임계약 유지를 적극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갑 제27호증 제4쪽, 을나 제24 호증).
또한 위임계약상 코디의 겸업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더라도, 다른 경쟁업체의 방문판매업무를 겸업하는 것만큼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위임계약의 해지사유가 된다(계약서 제2조제3호, 제8조제2호 나목). 실제 겸업을 하는 코디도 약 12~13%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갑 제8, 9호증).
따라서 원고와 코디 사이의 위임계약관계는 전체적으로 보아 일정한 지속성과 전속성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5) 원고를 비롯한 기성 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는 환경가전제품 판매 시장에서 일반인이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할 것이므로, 일반인으로서는 이러한 기성 업체들과 사이에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시장에 진입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인다.
그중 원고와 사이에 위임계약을 체결한 코디는 해당 계약기간에 다른 동종 업체의 제품을 취급하는 것이 금지되므로, 그동안 원고의 제품으로 방문판매업무를 수행하는 것 외에는 달리 환경가전제품 판매 시장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 이는 코디가 원고의 사업에 종속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된다.
6) 위임계약에 적용되는 수수료규정(을나 제9, 48호증)에 의하면, 코디는 본인이 판매하고 관리한 제품의 수효(계정)에 일정 비율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수수료로 지급받는 한편, 고객이 계정을 취소하거나 요금을 미납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원고는 코디의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코디로부터 해당 계정의 수수료를 반환받는다(소위 ‘되물림 제도’). 따라서 코디가 원고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는 기본적으로 방문판매업무의 성과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보수라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계정 1개당 소요되는 코디의 평균 업무처리 시간은 15분 내외인데(원고의 2021.3.23.자 준비서면 제11쪽 등), 방문판매업무의 수행 절차에 비추어 볼 때 코디의 숙련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위 업무처리 시간을 단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 밖에 계정별로 업무처리 시간에 현저한 편차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확인되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코디의 수수료 액수가 업무처리에 소요된 시간과 무관하게 책정되는 것이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코디의 수수료는 코디가 업무에 투입한 시간에 대한 보상의 성격도 겸유하는 것이므로, 이를 코디의 노무 제공에 따른 대가로 평가할 수 있다.
7) ① 겸업을 하는 코디의 비율은 12~13% 정도이므로, 나머지 대다수의 코디들은 코디 업무를 본업으로 삼고 있다고 보이는 점(갑 제8, 9호증), ② 겸업을 하는 코디들 중에서도 ‘기존 수입원 부족’을 이유로 코디 업무를 병행하게 되었다는 인원이 34.9%에 달하는 점(갑 제8호증), ③ 참가인 조합에서 2,181명의 코디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월 평균 수입이 100~299만 원에 이르는 코디들이 93.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을나 제43호증 제9쪽) 등을 고려할 때, 원고에 대한 코디의 소득 의존도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8)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임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수수료의 산정 기준을 비롯한 전반적인 계약조건은 원고 일방의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
나아가 위임계약이 진행되는 동안에 각 코디별로 관리하는 계정의 수는 원고의 매출과 코디의 수입 규모에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계정 수의 분배를 둘러싸고 원고와 코디 사이 또는 코디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이해충돌이 발생할 법하다. 원고는 그때마다 코디와의 협의를 거쳐 계정 수를 적절히 분배하여 왔다는 취지로 해명하나, 그러한 협의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결국 계정의 최종적인 처분권을 보유하는 원고가 일방적으로 분배 권한을 행사하게 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은 코디는 위임계약을 해지하는 것 외에는 달리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코디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하여 원고와 대등한 위치에서 위임계약의 조건, 계정 수의 분배 기준 등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 할 것이므로, 설령 원고에 대한 코디의 전속성이나 소득 의존성이 강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거나 코디가 근로기준법에 규정한 근로자의 요건을 갖추지는 못하였다고 보더라도, 이를 들어 코디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까지 부정할 것은 아니다.
라. 소결론
따라서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결정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수빈 정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