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2.5.31. 선고 2021나2024262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38-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나2024262 근로자지위 확인의 소

• 원고, 피항소인 / 황○○ 외 5인

• 피고, 항소인 / ○○전기 주식회사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6.10. 선고 2019가합572420 판결

• 변론종결 / 2022.04.19.

• 판결선고 / 2022.05.31.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원고들은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 이유는 당심에서의 주장과 증거를 모두 살펴보더라도 제1심 판결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다만, 아래 제2항에서 피고의 항소이유와 당심에서의 주된 주장에 관하여 추가 판단한다.

 

2.  추가 판단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여러 사정들에 관하여, 피고가 이 법원에서 다투는 쟁점들을 중심으로 아래에서 살펴본다.

[사실인정의 근거]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47호증, 을 제10, 32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황◇◇, 강◇◇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가. 원고들의 업무 수행에 관하여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이 존재하는지 여부

1) 피고의 주장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가 원고들에게 업무수행에 관한 지휘나 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가) 피고는 원고들이 수행하여야 할 배송일정을 정하기 위하여 배차표를 만들어 운영하였을 뿐 원고들의 운송경로 지정 등 배송업무 수행에 직접 관여한바 없고, 원고들이 위 배송 일정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었다.

나)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위탁업무에는 배송업무 외에도 물품 상하차, 팔레트운반 및 회수 등의 업무도 포함된다. 따라서 원고들이 위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따른 업무 수행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문자메세지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하여 배송일정 변경 사항, 공지사항, 거래처 요청 사항 등을 정보전달 차원에서 공유하였을 뿐 원고들에게 업무수행에 관한 지시, 감독을 하지 않았다.

2) 판단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는 원고들의 업무 내용을 정하고, 원고들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가) 원고들의 배송업무는 피고 소속 직원이 내부적으로 정한 매뉴얼에 따라 작성한 배차표에 의하여 배정되었고, 원고들의 요청에 따른 배차표의 변경은 매우 드물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에게 공지되는 일별 배차표에는 도착지뿐만 아니라 상차작업 시간, 도착시간, 유의사항 등 원고들이 수행하여야 할 업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들이 배송업무 배정과 관련하여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배차표를 통하여 원고들에게 배송업무를 배정하고 배송업무의 수행에 대하여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봄이 옳다.

나) 원고들이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물품 상하차, 팔레트 운반 및 회수 등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업무수행 과정에서 작업 내용이나 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고, 그 업무수행 여부를 보고하거나 이에 대한 사진을 촬영하여 전송하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원고들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업무 외에도 피고 직원의 지시에 따라 출고 제품 수량 및 불량 제품 수량 검수, 라벨 부착, 밴딩 등의 업무를 함께 수행하기도 하였고, 창고 업무를 돕거나 배송 업무를 마친 후 공장 내 제품 이동 업무 등을 수행할 것을 지시 받기도 하였다.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업무 요청은 도급 또는 위임관계를 넘어선 사용자로서의 업무지시 내지 감독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다) 피고는 원고들의 배송업무의 내용을 정하거나 거래처의 요청사항을 전달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문자메세지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등을 통하여 거래처의 요청사항을 반영한 구체적인 작업내용에 관하여 지시를 하였다. 원고들은 피고의 지시나 지침 등을 준수하며 업무를 수행해야 했으므로, 일반적인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정보 제공을 넘어 종속적인 관계에서의 구속력 있는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라) 한편, 피고는 문자메세지 또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으로 원고들에게 배송업무에 관련한 지시 사항들뿐만 아니라 단체생활 등과 관련한 회사 내부의 지침들도 공지하였다. 예컨대, ‘사내 체육대회이므로 회사에서 지급해주신 티셔츠 착용을 꼭 해달라’, ‘회장님 현장 경영 방문이 예정되어 있으니 천막창고 외부에 공박스나 쓰레기, 빈 팔레트가 나와 있지 않도록 하차시 신경써달라’, ‘사내에서 중식 드실 때 반드시 12시 종 울린 이후에 창고에서 출발하시어 식사하러 가시길 당부드린다’, ‘내일 회식 장소는 성환터미널 언덕에 있는 ○○ 갈비밀면 저녁 6시’, ‘다음주 월요일 아침부터 1주일 한번 기사님 조회할 것이다’, ‘금일 회식에 특별한 사유 외에는 필히 참석 요청드린다’ 등의 지시가 있었음이 확인된다. 피고 역시 원고들을 자신의 포괄적인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근로자들로 생각하여 위와 같은 지시 등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나. 피고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원고들이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1) 피고의 주장

원고들은 배차표에 따라 배송업무를 수행하였을 뿐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장소가 정해진 바 없다. 설령 원고가 일정한 상·하차 시간을 준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거래처와의 납품 일정에 따른 것으로 피고가 정한 것이 아니다. 피고는 원고들의 근태관리를 하지도 않았다.

2) 판단

피고의 거래처에 피고가 생산한 자동차부품을 배송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원고들 업무의 특성상 거래처의 요청에 의해 배송일정이 정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서 원고들의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하였을 것으로 보인다(피고는 2007.11.1. 원고 이○○과 체결한 화물운송계약 제4조제4항에서 근무시간을 08:00~20:30으로 정한 바 있으나, 다른 원고들과 체결한 배송용역계약에서는 위 조항이 삭제되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일별 배차표에 따라 상차시간, 도착지 및 도착시간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고, 원고들은 위와 같은 피고의 지시에 따라 전날 오후 또는 저녁이나 당일 새벽 또는 아침에 원고들의 차량에 부품을 적재하고, 이를 거래처에 운송한 후 피고의 천안공장으로 복귀하여 팔레트를 하차하는 방식으로 배송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원고들은 피고의 요구 또는 지시가 있으면 긴급하게 배송업무에 투입되거나 공휴일에도 배송을 하여야 했다. 원고들의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장소가 사전에 정하여져 있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근무시간·장소에 구속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고들이 지급받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는지 여부

1) 피고의 주장

원고들의 보수는 이 사건 계약이 정한 용역비이다. 원고들이 정액의 보수를 지급받은 것은 운송일정 및 운송장소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므로 이를 원고들의 근로자성 인정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2) 판단

원고들의 보수가 계약서상 “우송료”, “용역비” 등으로 표현되어 있기는 하나, 월 단위로 정액의 보수를 받기로 되어 있고, 이는 실제로 배송하는 물품의 양이나 배송횟수, 배송 거리 등의 배송 실적에 따라 그 액수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피고가 경영악화로 인한 적자 발생으로 원고들에게 추가운임을 지급하지 않은 시기도 있었다. 원고들의 배송 일정이나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양과 질이 매월 고정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바, 원고들이 지급받은 고정적인 보수는 도급 또는 위임관계에서 지급 받는 용역 제공의 대가라기보다는 피고에게 종속되어 계속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 받는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들의 겸직이나 겸업을 금지하지 않고 있으므로 원고들이 피고에게 전속한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

2) 판단

원고들은 매월 26일 동안 피고의 천안공장에 출근하여 배송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의 지시가 있으면 공휴일에도 피고의 배송 업무에 투입되었다. 원고들이 다른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다고 보일 뿐 아니라, 원고들이 피고 외의 다른 사업장의 업무를 수행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 뿐만 아니라 원고들은 원고들 소유 차량에 피고의 비용으로 피고의 상호를 표시하고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작업복을 입고 근무하면서 ‘기사’로 불리는 등 대외적으로도 원고들이 피고에 종속되어 있음이 표시되어 있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피고가 주최하는 사내 체육대회나 회식 등에도 참여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사용자인 피고에 전속되어 근로를 계속 제공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마. 원고들이 피고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들에게 피고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을 적용하지 않았고, 징계 등의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해지권 외에 원고들에 대한 어떠한 인사권한도 보유하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들을 피고의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계약은 계약의 해지사유로 “운송 관리 업무를 태만히 하여 사고가 발생하거나 본 계약상의 의무를 태만했을 경우”, “음주운전 및 형사고발 등으로 피고의 명예를 실추된 사실이 결정된 경우”, “피고의 지입차 운송지침서 규정에 의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등을 들고 있다 피고의 ‘지입차 운영지침’은 ‘업무를 태만히 한 자’, ‘그 정도에 따라 소속 관리 팀장 상벌 판단시 중과실 자’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원고들에게 징계와 유사한 불이익 조치(삼진아웃제, 페널티 공제)를 가하거나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운송 위·수탁 계약은 통상 업무의 불이행 또는 불완전 이행과 같이 객관적인 사항을 계약 해지 사유로 삼고 있는 반면, 이 사건 계약이나 위 지침은 원고들의 근무태도 등 피고가 업무 전반에 걸쳐 원고들에 대하여 평가한 주관적인 사항들을 계약 해지의 사유로 삼고 있다.

나) 이처럼 이 사건 계약과 지입차 운영지침은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에 갈음할만한 사항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원고들이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 사정은 실질적으로 노무제공 실태와 부합하지 않거나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근로자를 사용하기 위하여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들로서 위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위 지침 등에 근거하여 실제로 불이익 조치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바. 원고들이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

1) 피고의 주장

원고들은 자기 소유 차량을 이용하여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위 차량의 유지관리비 및 보험료를 부담하였다. 또한 원고들은 자신의 비용으로 제3자를 고용하여 원고들의 업무를 대행하게 하기도 하였다. 원고들은 독립한 사업자로서 자신의 계산으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배송업무를 수행한 것이다.

2) 판단

가) 원고들은 자기 소유 차량으로 운송업무를 수행하였으나 피고로부터 운송과 관련된 유류비, 고속도로 통행료 등의 비용을 지급받았고, 피고의 운송 업무 외에 자기의 계산으로 독립하여 다른 영업을 한 사실도 없다. 오히려 원고들은 운송량이나 배송횟수와 상관없이 피고로부터 매월 고정된 금액을 지급받았으므로 운송 업무의 증감에 따른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지 않았고, 이러한 이윤과 손실은 모두 피고에게 귀속되었다.

나) 피고는 원고들이 휴가 등으로 일정 기간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대체 기사를 구하여 배송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원고들의 결근 일수에 해당하는 일당만큼을 배송용역비에서 공제하여 지급하였는바, 사실상 제3자에 의한 업무 대행이 허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고들의 요청에 의하여 피고가 고용한 보조인력(경주 근무)의 경우 피고가 그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보인다. 위 보조인력은 원고들의 운송 업무가 아닌 상하차 업무만을 보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 직원의 지시에 따라 위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16.12.경 피고의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되었다(피고 소속 근로자 중에는 배송기사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들이 자신의 비용으로 운송업무를 위한 보조인력을 고용하였다거나 위 보조인력이 원고들의 배송업무를 대행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다) 따라서 원고들이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 또한 원고들이 아닌 피고에게 귀속되었다고 보이므로, 원고들이 자기 소유 차량을 이용하여 배송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사. 소결론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정경근(재판장) 이호재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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