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퇴직금 중간정산제도의 입법 취지와 후불적 임금의 성격인 퇴직금제도 그리고 관련 규정의 취지를 종합 고려할 때, 퇴직금 중간정산제도의 요건인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라 함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개별성, 자의성에 근거한 것임이 요구된다. 따라서 개별적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중간정산 합의이면 유효한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반드시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중간정산을 먼저 요구한 경우에만 유효하게 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명시적으로 피고에게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하였다거나 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은 없다. 나아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묵시적으로나마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피고와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를 한 것으로도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대구지방법원 2022.6.15. 선고 2021나324634 판결】

 

• 대구지방법원 제8-3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나324634 임금

• 원고, 피항소인 / A

• 피고, 항소인 / B택시구미협동조합

• 제1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구미시법원 2021.9.30. 선고 2021가소100971 판결

• 변론종결 / 2022.05.18.

• 판결선고 / 2022.06.15.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2,360,8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4.29.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C택시 주식회사의 주식을 인수하고 위 회사 소속 택시 운전기사들의 고용을 승계하여 2017.8.8. 설립되었고, 그로부터 택시 운송업 및 관련 부대사업을 영위해 온 회사이다.

나. 원고는 2009.5.6. C택시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이후 피고에게 고용이 승계되어 택시운전 업무에 종사하다가 2020.4.14. 퇴직한 근로자인데, 원고의 위 계속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18,604,401원이다.

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2020.4.9. 5,850,000원, 2020.4.20. 393,600원(퇴직보험금 283,770원 포함)의 합계 6,243,600원을 지급받았다.

라. 피고는 2020.1.22. 원고를 포함하여 피고에 고용된 택시 운전기사들 전원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던 노동조합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조합 한국택시구미협동조합 분회(이하 ‘이 사건 노조 분회’라 한다)의 상위 노조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과의 단체교섭을 통해, 2019년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위 협약 중 퇴직금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3, 10,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하거나 개별적으로 합의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가 일방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을 통하여 실시한 퇴직금 중간정산은 유효하지 않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12,360,800원(= 산출 퇴직금 18,604,401원 - 기지급 퇴직금 6,243,600원,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피고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은 기존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전액관리제를 도입하기 위하여 이 사건 노조와 단체교섭을 실시하였는데, 전액관리제의 경우 사납금제에 비하여 퇴직금 액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가 있어 필수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이 함께 논의되었다.

결국 피고와 이 사건 노조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포함하는 내용의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그에 따라 퇴직금 중간정산이 이루어졌다. 원고는 이 사건 노조 분회의 사무장직을 맡아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이고, 2020.4.9. 중간정산 퇴직금을 수령한 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바, 원고가 퇴직금 중간정산에 개별적 동의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 시점부터 새로 계산한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제2항). 만일 퇴직금 중간정산이 무효일 경우, 근로자는 ‘최종퇴직 시 지급받을 수 있었을 퇴직금액’에서 ‘중간에 정산하여 지급받은 퇴직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제도의 입법 취지와 후불적 임금의 성격인 퇴직금제도 그리고 관련 규정의 취지를 종합 고려할 때, 퇴직금 중간정산제도의 요건인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라 함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개별성, 자의성에 근거한 것임이 요구된다. 따라서 개별적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중간정산 합의이면 유효한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반드시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중간정산을 먼저 요구한 경우에만 유효하게 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3.12.26. 선고 2003다4889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명시적으로 피고에게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하였다거나 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은 없다.

나아가 앞서 인정한 사실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묵시적으로나마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피고와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를 한 것으로도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피고는, 이 사건 노조 분회의 조합원 수는 21명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노조 분회의 대표자가 각각의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음이 분명하고 이 사건 단체협약에는 퇴직금 중간정산 규정이 명시되어 있는바, 결국 원고도 퇴직금 중간정산에 개별적 동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단체협약은 피고가 이 사건 노조 분회가 아닌 이 사건 노조와 체결한 것이고, 나아가 단지 이 사건 노조 분회의 조합원 수가 적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노조 분회의 대표자가 각각의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추론하기도 어렵다.

○ 이 사건 단체협약의 교섭 회의에는 이 사건 노조 분회의 분회장과 부분회장만 참석하였고 사무장직을 수행한 원고는 참석하지 않았는바, 원고가 사무장으로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여 개별적 동의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 원고가 퇴직금의 일부를 수령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은 있으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퇴직금 입금 이후 이 사건 노조 분회장에게 이를 알렸는데 분회장이 원고에게 그냥 가지고 있어도 된다고 말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만으로 그에 대한 합의를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피고 대표자 D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피의사실에 대하여 검사는 “퇴직금 정산에 관한 민사상 다툼이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D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결정을 하였는바, 위 불기소결정만으로 피고가 실시한 퇴직금 중간정산이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12,360,800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째 되는 날의 다음 날인 2020.4.29.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이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남현(재판장) 장래아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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