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퇴직금 분할 약정은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이면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보아, 이와 달리 본 원심 해당 부분을 파기함. 나아가 위 법리에 따르지 아니하고,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따른 퇴직연금 부담금을 피고가 부담하지 않고 원고의 월 급여에서 일정 금원을 공제하여 납부하였음을 이유로, 피고가 설정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퇴직금제도에 따라 평균임금 산정을 통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원고의 이 부분 퇴직금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 부분도 함께 파기함.


【대법원 2022.3.17. 선고 2018다244877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18다244877 퇴직금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의료법인 ○○의료재단 △△△△병원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5.29. 선고 2017나29469 판결

• 판결선고 / 2022.03.17.

 

<주 문>

원심판결 중 퇴직금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의사인 원고는 2008.1.1.경부터 피고에게 고용되어 피고 운영의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2014.12.15. 퇴직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피고로부터 매월 일정액을 급여로 수령하되, 원고의 근로소득세 등을 피고가 부담하기로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입사 이후부터 2012.1.까지 매월 9,000,000원씩을 급여로 지급받다가 2012.2.부터 2012.7.까지 매월 9,000,000원에서 퇴직연금으로 675,000원을 공제한 금액인 8,325,000원을 급여로 지급받았고, 2012.8.부터 매월 9,000,000원에서 퇴직연금으로 850,000원을 공제한 금액인 8,150,000원을 급여로 지급받았다.

라. 한편, 피고는 2012.1.1.경부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고 한다)에서 정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2012.2.경부터 원고의 월 급여 9,000,000원에서 일정 금액을 매월 공제하여 퇴직연금 부담금을 납부하였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연장근로수당 등 청구 부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근로계약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을 포함하여 일정액을 월 급여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약정에 해당하고, 그 유효성도 인정되며, 원고가 그에 따른 월 급여를 지급받은 이상 별도로 연장근로수당 등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포괄임금약정 등에 관한 법리오해나 이유불비의 잘못이 없다.

 

나. 퇴직금 청구 중 2008.1.1.부터 2011.12.31.까지의 근무기간 관련 부분

1) 원심은, ① 2012.1.1. 이전에 작성된 연봉계약서에 ‘원고의 중간정산 신청에 의하여 1년간의 재직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는 점, ② 원고가 2009.1.1.부터 2012.1.1.까지 매해 퇴직금 중간정산 내역서에 서명을 하여 피고에게 교부한 점, ③ 원고가 수년 동안 피고가 지급하는 급여를 수령하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2008.1.1.부터 2011.12.31.까지의 퇴직금과 관련하여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에 기초한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실질적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0.5.27. 선고 2008다915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퇴직금 분할 약정은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이면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많다.

(1) 원고는 입사 첫해로서 중간정산 퇴직금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2008년부터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매월 9,000,000원을 지급받았고, 그 이후에도 2012.1. 전까지 위 금액에 변동이 없었는바, 만일 2009년 1월분 월급부터 퇴직금 중간정산액이 추가로 지급된 것이라면 2008년 급여액과 2009년 급여액이 동일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2)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09년 이후 월 급여액을 퇴직금 중간정산액만큼 삭감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오히려 2012.1. 이전 연봉계약서에 기재된 연봉총액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설령 퇴직금 중간정산액만큼 임금이 삭감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경우 퇴직금 분할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3) 또한 피고는 2011년도 퇴직금 중간정산금의 경우 12회가 아닌 2012.6.까지 6회에 걸쳐 1,616,140원씩 9,000,000원에 포함하여 지급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 경우 2012.1.부터 2012.6.까지 원고의 실수령액이 증가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의 위 기간 동안의 수령액 또한 퇴직연금 공제분을 제외하면 9,000,000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4) 피고가 원고에게 제공한 급여명세서(갑 제4호증)에는 ‘퇴직금 중간정산’과 관련된 내역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5) 앞서 언급한 사정들 및 원고의 2012년도 연봉제근로계약서(을 제19호증)에 원고의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다른 여성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는 것도 모르고 원고가 서명을 하기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월 9,000,000원을 보장받으면 족하다는 생각으로, 관련 서류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거나, 그 의미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간정산 내역서에 서명 등을 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다) 그럼에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는 실질적 퇴직금 분할약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퇴직금 청구 중 2012.1.1.부터 2014.12.15.까지의 근무기간 관련 부분

1) 원심은, 피고가 2012.1.1.부터 퇴직급여법에 따른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기는 하였으나, 그에 따른 퇴직연금 부담금을 피고가 부담하지 않고 원고의 월 급여에서 일정 금원을 공제하여 납부하였으므로, 위 근무기간과 관련된 퇴직금 지급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런 다음 퇴직금제도에 따라 평균임금 산정을 통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 부분 퇴직금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퇴직급여법의 입법 취지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관련 규정 내용,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와 퇴직금제도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퇴직급여제도 중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설정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퇴직한 가입자에 대하여 가입기간 동안 매년 납입한 부담금이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부담금의 액수를 연간임금총액의 12분의 1을 넘는 금액으로 정한 경우에는 그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가입자인 근로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후에는 사용자에게 직접 정당한 부담금액과 이미 납입된 부담금액의 차액 및 그에 대한 퇴직급여법에서 정한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을 뿐, 퇴직금제도에 따라 평균임금의 재산정을 통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추가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1.14. 선고 2020다207444 판결 참조).

한편, 퇴직급여법에 따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설정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부담금을 납입하면서 동액 상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에서 공제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설정이나 사용자의 그러한 부담금 납입행위 자체가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경우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퇴직연금의 부담금 명목으로 공제된 금액 상당의 미지급 임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고, 만일 정당한 부담금액과 이미 납입된 부담금액의 차이가 있다면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그 차액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것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을 뿐, 퇴직금제도에 따라 평균임금의 재산정을 통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추가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이유로 피고가 설정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퇴직금제도에 따라 평균임금 산정을 통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원고의 이 부분 퇴직금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연차휴가수당 부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월 급여액과 별도로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런 다음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월급여액 중 기본급 1,000,000원, 면허수당 300,000원, 직책수당 200,000원을 합한 1,500,000원만을 기준으로 연차휴가수당 계산의 전제가 되는 시간당 통상임금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포괄임금약정, 연차휴가수당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파기범위 및 결론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2008.1.1.부터 2011.12.31.까지의 근무기간 관련 퇴직금 청구 부분과 피고 패소 부분 중 2012.1.1.부터 2014.12.15.까지의 근무기간 관련 퇴직금 청구 부분에는 앞에서 본 파기사유가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퇴직금 청구 부분을 전부 파기하기로 한다.

그러므로, 위 파기 부분과 관련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퇴직금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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