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는 호봉제의 급여체계가 시행되던 때 피고가 설치·운영하는 대학교의 교원으로 임용되었고, 이후 피고가 급여체계를 연봉제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이에 대해 사후적으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사건에서, 원고는 급여규정 등이 규정한 바에 따라 급여를 지급받기로 하는 외에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하여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취업규칙상 변경된 연봉제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한 사안임.


【대법원 2022.1.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0다232136 임금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학교법인 / ○○학원

• 원심판결 / 광주지방법원 2020.5.8. 선고 2019나50112 판결

• 판결선고 / 2022.01.13.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원심은, 원고가 2005.4.1. 교수로 승진임용되면서 연봉제에 관한 취업규칙을 수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사립대학 교원의 법적 지위, 민사 확정판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

 

가. 1)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고 할 경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집단적 동의를 받을 것을 요건으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2) 이러한 각 규정 내용과 그 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하는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므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11.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및 제97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기존의 호봉제가 시행되던 1994.3.1. 피고가 설치·운영하는 ○○대학교(2012.6.경 ‘△△대학교’로 그 명칭이 변경되었다)의 조교수로 신규 임용되었고, 이후 계속 재임용되다가 2005.4.1. 교수로 승진임용되었다.

2) 원고는 2005.4.1. 피고와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하여 새로운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이는 원고가 ○○대학교의 조교수로 신규임용된 이래 수차례에 걸쳐 계속 재임용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이었다.

3) 피고는 교원의 급여체계에 관하여 1998학년도까지는 연공서열의 호봉에 따른 봉급과 각종 수당을 더한 금액을 보수로 지급하는 기존의 호봉제를 유지하다가, 1999.3.1. 교원의 직전년도 성과를 반영한 연봉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내용의 연봉제 급여지급규정을 제정하여 2000학년도부터 시행하였다.

4) 피고는 교원들에게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급여규정 등이 규정한 바에 따라 기존의 호봉제를 시행하였을 때에는 호봉제를 적용하여, 연봉제 급여지급규정을 제정한 이후에는 연봉제를 적용하여 산정한 임금을 지급해 왔다.

5)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이전에도 피고를 상대로 하여 연봉제 시행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2007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호봉제를 적용한 경우의 임금과 차액분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네 차례에 걸쳐 제기하였고,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임금 차액분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모두 그대로 확정되었다.

6) 피고는 뒤늦게나마 2017.8.16. 연봉제로 임금체계를 변경한 1999.3.1. 자 급여지급규정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는데 당시 재직 중인 전임교원 총 145명 중 107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100명이 찬성함으로써 가결되었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기존의 호봉제가 시행되던 1994.3.1. 피고의 조교수로 신규 임용된 이래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계속되어 왔을 뿐 원고와 피고는 △△대학교 급여규정 등이 규정한 바에 따라 급여를 지급받기로 하는 외에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하여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적어도 2017.8.16. 연봉제 임금체계에 대하여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후에는 원고에게 취업규칙상 변경된 연봉제 규정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을 기존의 호봉제에 의하여 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전제로 2017.8.16.자 연봉제 변경 동의일 이후부터 2018.2.까지 사이의 원고의 급여액 산정에 연봉제 급여지급규정은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위 기간 동안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취업규칙과 개별 근로계약의 우열관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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